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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비슷한 듯 많이 다른 한국과 이탈리아
2019-12-26 박진석 이탈리아 밀라노무역관

이민찬 FMC International Srl 대표




한국과 이탈리아, 비슷한 듯 다른 두나라


필자는 이탈리아를 방문하는 사람들로부터 한국과 이탈리아가 비슷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남유럽과 동북아에 뚝 떨어져 있는 이 두 나라를 우리는 왜 유사한 점이 많다고 느끼는 걸까요? 


우선 이탈리아는 개인주의가 발달했다는 서유럽에 있지만 라틴계답게 매우 가족 중심적이고 고유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또한 노래를 좋아하는 흥겨운 민족이라는 점에서 우리와 비슷한 모습입니다. 노래를 잘하는 면에서는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이탈리아인과 우리 한국인이 가장 많은 입상자를 내고 있다는군요.


처음 이탈리아를 방문한 사람들은 고속도로를 달리며 산세 등 주변 풍광이 한국과 비슷하다는 촌평을 하기도 합니다. 물론 로마, 베네치아, 피렌체 등 도시의 분위기는 확연히 다른 세상이지만요. 그러고 보니 1970년 완공된 경부고속도로도 실제로는 태양의 도로(Autostrada del Sole)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밀라노-로마 고속도로를 롤모델로 했다고 합니다. 속도 제한이 없고 평지가 많은 독일의 아우토반 방식은 우리 현실에 안 맞고 이탈리아의 국토가 한국과 유사하고 도로 설비, 진.출입로 설계, 톨게이트 등이 여러 면에서 한국에 가장 잘 맞는 운영 시스템이었다고 합니다. 


이탈리아는 지리적으로도 대한민국과 비슷한 위도에 남북으로 길게 뻗은 반도 국가이고 산악지대와 평지가 적절히 섞인 국토를 가지고 있습니다. 뚜렷한 사계절이 있는 기후도 한국과 매우 유사하죠.


이탈리아의 이미지와 경제·산업이 지닌 경쟁력


이탈리아 하면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이미지가 뭐가 있을까요? 아마도 피자와 스파게티, 패션, 로마 시대의 유적, 커피 그리고 전 국토에서 골고루 즉, 이탈리아를 구성하는 20개 주 전체에서 생산되는 너무나 다양한 종류의 포도주 등이 생각납니다. 이에 더해 카사노바로 대표되는 플레이보이 기질을 가진 미남도 꼽을 수 있을 거 같네요. 하지만 이러한 단순한 이미지로는 긴 역사와 다양한 문화를 지닌 이탈리아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을 겁니다. 


이탈리아 이미지

자료: KOTRA 밀라노 무역관 자체 촬영


경제적인 측면에서 이탈리아는 유럽의 경제 위기를 얘기하면 항상 언급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만 그래도 명실상부하게 G7 멤버에 속해 있습니다. 유럽에서 독일 다음으로 제조업이 발달한 나라로 기계, 제약, 조선(수주 금액 기준 세계 1위), 패션 등 여러 산업 분야에서 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쓰러질 듯 쓰러질 듯하면서도 위기를 잘도 헤쳐나가는 이탈리아 경제를 기울어졌으나 수백 년의 세월을 꿋꿋이 버티고 있는 피사의 사탑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이탈리아의 수많은 강소기업과 가족 중심 기업을 위기 상황에서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의·식·주에서 이탈리아는 이 세 분야 모두 톱클래스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계를 대표하는 음식이 된 피자, 스파게티와 한-이탈리아 무역 역조에도 일조하는 패션 의류와 명품 가죽 제품 그리고 각종 건축물과 내부를 장식하는 가구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수많은 중소기업이 이탈리아의 경제를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명품시장과 명품산업


주제를 바꿔 의·식·주 중에서 의, 좀 더 구체적으로 패션산업 중 특히 명품 시장에 대해 몇 가지 언급하고자 합니다.


현지 기업들과 상대하면서 우리하고는 좀 다르다고 느끼는 점 중 하나가 매우 보수적인 생산과 판매 정책입니다. 오더 수주가 갑작스럽게 크게 늘었다고 해서 생산 시설을 급격히 확대하는 등의 무리를 안 하고 능력 범위 내에서 천천히 성장하는 전략을 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여러 다른 분야에서도 볼 수 있는데 특히 명품 브랜드들은 시장 규모에 맞춰 일정하게 생산량을 관리하고 지역별로 맞춤형 판매 정책을 쓰며 상표 인지도를 관리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시장 규모를 무시한 과다한 생산과 분배는 결국 재고 부담으로 되돌아와서 회사와 제품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요보다 항상 적게 생산한다는 수퍼카 페라리의 정책이 좋은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갖고 싶어 하는 멋진 디자인의 매력적인 제품을 만든 후 고객들이 구하지 못해 애타게 만드는 마케팅 전략은 우리가 잘 아는 에르메스, 샤넬뿐만 아니라 수많은 기업의 전략이기도 합니다. 잘 팔린다고 무한정 만들어서 뿌리면 희소성이 없어지면서 소비자는 곧 싫증을 내고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생산량 제한을 통해 밀어내기 할인 판매나 프로모션을 할 필요가 없고 적절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전략을 쓰기 위해서는 제품 그 자체가 핵심인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이탈리아 수퍼카

자료: Ferrari 및 Pagani 공식 홈페이지


산업 분야에 따라 여건이 다르므로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지만 필자는 과거 무역회사에 다니면서 공장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오더 수주 여부와 관계없이 최대한 생산을 하고 완성된 제품, 또는 생산 중인 제품의 판매를 위해 수시로 바이어를 찾아다닌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은 거꾸로 바이어 입장에서 이탈리아 기업에 대량 주문을 해도 납기나 생산 능력에 무리하지 않는 모습에 답답하면서도 한편 이렇게 하는 게 오히려 바이어에게 신뢰를 줌과 동시에 오래 지속가능한 시스템일 수 있겠다고 일부 공감을 하기도 합니다.       


맺음말


세상은 급격하게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이 변화에 맞춰 전력 질주를 하며, 해방과 한국 전쟁 직후의 최빈국 중 하나에서 지금은 당당하게 세계의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위치에 와 있습니다. 한편 이탈리아는 로마제국 시대 이후 세계 경영의 주도권은 빼앗겼지만 그래도 경제·문화 측면에서 주요 국가 중 하나로 지금까지 면면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한-이탈리아 두 나라는 국토 면적, 인구, GDP, 수출입 규모 등 여러 면에서 비슷한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측면만 보면 짧은 기간에 대한민국이 이탈리아를 맹추격해서 이제 거의 턱 밑까지 도달한 모양새입니다. 전통을 지키고 보수적인 환경의 이탈리아와 변화에 뛰어난 적응력을 가진 다이내믹 코리아, 비슷한 듯 많이 다른 두 국가의 앞으로의 전개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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