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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무역관 르포] 벨라루스 수출대금 결제조건, 꼭 알아둬야 할 유의사항
2018-12-03 주한일 벨라루스 민스크무역관

- 제품 수령 후 대금 지급 조건이 만연, 국영기업마저도 대금 미납하는 경우도 있어 -

- 국가신용등급 상승 후, L/C거래 가능한 기업 늘어나, 가급적 L/C거래하고 적어도 TT 30~50% 조건으로 -


주한일 KOTRA 민스크 무역관


   

 

필자는 러시아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톡에서 근무했었다. 7년 넘게 러시아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벨라루스로 부임할 때 별로 낯선 것이 없었다. 언어, 문화, 날씨 등 일상적인 부분에서 러시아와 다르다고 느끼는 부분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업무를 하고 현지 바이어들을 만나고 우리 기업과의 거래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게 당황했던 것이 바로 대금 결제 조건이었다. 선금 일부 받고 물건을 보내거나 LC 거래를 하면 되는 것인데, 당황할 것이 뭐가 있나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Delayed Payment를 들어보셨나요?


무역관에 있는 벨라루스 계약서 샘플을 살펴보다가 Delayed Payment라는 단어를 보고, 처음에는 물품 인도 조건인 DAP(Delivered at Place, 목적장소 인도)를 대금 지급 조건으로 잘못 쓴 것인가 생각했다. 그런데 조금 더 살펴보니 제품을 받고 나서 60일 이내에 대금을 지급한다는 조건이었다. 그것도 선금 지급 없이 제품을 먼저 받고, 대금 전액을 수령 후에 지급한다는 것이었다.


현지 직원에게 물어보니 벨라루스에서는 대부분 바이어들이 Delayed Payment를 결제 조건으로 내건다고 했다. 말이 좋아 Delayed Payment지 우리말로 번역하면 대금 지급을 지연하겠다, 즉, 외상으로 물건을 사겠다는 것이다. 그 후에 바이어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해보니 실제로 Delayed Payment를 가장 우선적으로 선호하는 바이어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 이유를 들어보니 벨라루스 법을 지키려면 Delayed Payment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찾아보니 수입기업이 수입대금을 수출기업에 송금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수입한 제품이 벨라루스에 도착해야만 한다는 법 조항을 말하는 것이었다. 만약 60일 이내에 제품이 도착하지 않으면 그다음날부터 수입기업이 매일 벌금을 물어야 한다.


문제는 외환 부족


상황을 보아하니 퍼뜩 드는 생각이 '혹시 벨라루스 외환보유고가 얼마지?'였다. 아니나 다를까 벨라루스는 외환보유고가 채 40억 달러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만성적으로 외환이 부족한 나라인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수입기업이 수입대금으로 지급할 외환을 얻으려면 중앙은행에 계약서를 신고하고 외환 취득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외환이 부족한 나라, 특히 구소련권 국가들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직 남아 있었다.


물론 모든 벨라루스 기업들이 외상거래를 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탄탄한 기업들은 선금을 50% 지급하고 선적서류를 받은 뒤 잔금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는 제품이 특이하거나 시장에 풀리자마자 바로 소화된다는 확신이 드는 경우에나 해당되지,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한 제품의 경우에는 바이어들이 선뜻 받아들이지 않는 조건이다. 결국 얼마나 팔리나 살펴보고 상황 봐서 돈을 주겠다는 심산인데 눈앞이 아찔했다. 과연 이런 조건으로 벨라루스에 수출할 우리 기업이 얼마나 될까하는 생각에 긴장이 될 정도였다.


사기업은 외상거래를 안 하는 곳이 있기라도 하지 국영기업을 살펴보니, 관행적으로 Delayed Payment를 하는 곳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자국 내 기업 간의 거래야 그렇게 해도 괜찮을 수 있겠지만, 국영기업마저 수입대금을 외상으로 결제한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L/C(신용장)거래 하자는 말에, 한국하고는 L/C 거래 어렵다는 말


고민 끝에 바이어들을 설득할 수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우선 부산에서 벨라루스까지 해상운송 루트를 살펴보았다. 벨라루스는 내륙 국가이기 때문에 항구가 없다. 대신 인근국인 리투아니아의 클라페디아항이나 라트비아의 리가항을 통해 물건이 들어와서 벨라루스까지 트럭으로 내륙운송된다.


부산(한국) ⇒ 클라페디아(리투아니아)/리가(라트비아) ⇒ 민스크(벨라루스) 경로의 해상 및 내륙운송에 걸리는 시간을 현지 물류회사에 물어보니, 대부분 50일 이내에 운송이 완료된다고 했다.


그때부터 바이어들을 만나면 제품이 60일 넘어서 오지는 않으니 걱정하지 말고 선금 일부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계약하자는 말을 했다. 그리고 외환 확보하는 것이 복잡하니 L/C 거래를 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또 하나 넘어야 할 산이 등장했다. L/C 거래 자체를 모르는 바이어도 있었고, L/C 거래를 해본 경험이 많지 않아서 오히려 불안해하는 바이어도 있었고, 심지어 L/C 거래를 하고 싶지만 한국에서 L/C 거래가 안 된다는 얘기를 하는 바이어도 있었다.

한국에서 L/C거래를 안 받아준다니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 말이었다.

 

은행 부실, 낮은 국가신용등급, 대러 경제제재 등으로 벨라루스 은행 LC를 꺼려해


무역보험공사에 있는 지인에게 물어보니 벨라루스 국가신용등급과 은행의 신용상태가 높지 않아, 우리나라 시중은행이 벨라루스 은행의 금융상품을 취급하기 꺼려한다는 답을 들었다. 그리고 벨라루스 수입기업들의 신용도가 매우 낮거나 아예 조사가 불가능해서 부보를 들더라도 수수료가 높다고 했다.


실제로 2016년도에 벨라루스 내 은행들의 부실 대출 비중이 늘어나 다른 나라 은행들 사이에서 벨라루스 은행에 대한 평판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무디스와 같은 국제신용평가기관에서 발표한 벨라루스 국가신용등급을 보면, 2016년까지도 대부분 부정적인 평가가 이루어 졌었다.


무디스의 벨라루스 국가신용등급 평가

(Long Term Rating, Foreign Currency 기준)

2011.3.29.

2013.6.14.

2015.4.17.

2016.6.17.

2018.3.16.

B2

(Negative)

B3

(Negative)

Caa1

(Negative)

Caa1

(Stable)

B3

(Stable)

자료원: countryeconomy.com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에 대한 미국과 EU의 경제제재 조치가 더해져 벨라루스 은행과의 거래를 기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벨라루스는 러시아 바로 옆에 있는 나라여서 러시아 은행이 벨라루스에 법인을 만들어서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제제재 리스트에 올라와 있는 러시아 은행 가운데 벨라루스에 법인을 가진 은행들이 세 개가 있었다. 안정성을 중요시하는 은행 입장에서 보수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향이 있으니, 자연스럽게 벨라루스에 대해서도 일단은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생각이 퍼져있었던 것이다.


물론 모든 바이어들이 다 L/C를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지만 벨라루스 내 주거래 은행에서 L/C 오픈이 가능하다고 해 한국의 수출기업에 L/C거래를 제안했지만, 한국의 시중은행에서 받아주지 않아 L/C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외상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었고, 그 와중에 미수금이 발생하는 경우도 가끔 생겨났다. 한 두 개의 사건이 입소문으로 알려지면서 벨라루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더 생겨나는 악순환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벨라루스 기업에 수출할 때 가급적 L/C 거래를, 아니면 TT 30~50%라도 꼭 지키시길

 

2017년 하반기부터는 조금씩 상황이 개선됐고 2018년 들어 벨라루스 국가신용등급이 B등급에 다소 안정적(Stable)인 상태로 평가받으면서 금융거래에 대한 물꼬도 트이기 시작했다.


2018 8 15일부로 발표된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Office of Foreign Assets Control)의 제재 리스트(Sectoral Sanctions Identifications List)를 보면, 벨라루스 내 은행 세 곳이 제재 대상으로 올라와 있기는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모두 러시아 은행(BELVEB/SBERBANK/VTB BANK)의 현지 법인이다. 즉, 벨라루스 토종 은행을 이용한다면 미국의 경제 제재에 따른 세컨더리 보이콧 등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벨라루스 민간기업 바이어들과 계약조건을 의논하면서 최근에는 L/C 거래에 대해서도 많이 언급되고 있는 편이다. 민간기업뿐 아니라 국영기업 가운데서도 L/C 거래가 가능하다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벨라루스로 제품을 수출하는 우리 기업은 250개사 내외 정도이다. 그중에서 한 절반 정도의 기업은 금액이 크고 작음을 떠나 매년 꾸준히 수출을 하는 기업들이다. 그만큼 벨라루스 바이어들이 거래선을 변경하는데 보수적이라는 뜻이다. 한 두 번 거래를 한 다음 꾸준히 관계를 이어나갈 경우 상호 신뢰도가 쌓여서 벨라루스 바이어들도 선금을 보내고 송장을 받은 다음 잔금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


벨라루스 기업과의 거래를 두려워하거나 기피할 필요는 없다. 다만 좀 더 꼼꼼하게 협의해서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피해를 사전에 막는 것을 꼭 기억해두시길 바란다.

 


자료원: 미 재무부 홈페이지, countryeconomy.com, KOTRA 민스크 무역관 바이어 인터뷰 및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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