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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영문과 졸업생의 브라질 창업, 취업 둘 다 정복하기
2020-11-17 브라질 상파울루무역관 최선욱

이민화, 주 브라질 한국 문화원 근무 



 

2019년 브라질에서 해외 취업을 준비 중이었을 때 저는 브라질 생활 4년차의 유학생이었고 브라질 현지에서 창업을 해본 경험도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해외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와는 좀 다르지만 한국에서 영문학과 경영학과를 공부한 제가 브라질에서 해외 취업과 창업에 도전하게 됐는지 그 과정을 이번 수기를 통해 공유하고자 합니다.

 

 

자료: KOTRA 상파울루 무역관

 

평범한 취준생의 뜬금없는 브라질행

 

저는 한국에서의 대기업 취업을 목표했던 전형적인 취준생으로 학점 관리, 자격증 취득, 인턴 등 이력서를 채우며 대학 생활을 보냈습니다.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하려는 상황에서, 아직 늦지 않았으니 좀 더 세계를 보고 오시라는 부모님의 말씀에 졸업을 미루고 이력서에 제2외국어도 추가할 겸 전 세계에서 세번째로 많이 사용한다는 스페인어를 공부하러 남미로 향했습니다. 어떤 나라에서 스페인어를 공부할지 정할 목적으로 남미를 한 번 돌아보니 스페인어권 국가들보다 예상치도 못했던 브라질에서의 생활이 저와 묘하게 잘 맞았습니다. 거대한 국토와 인구 수 그리고 전 세계 GDP 순위 8위인 브라질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고 계획을 변경해 2015년에 브라질로 포르투갈어 어학연수를 오게 됐습니다.

 

브라질에서 인생의 깨달음을 얻다.

 

1년간 브라질에서 어학연수를 하면서 제 가치관에는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저는 뭐든지 빨리빨리가 중요한 전형적인 한국인이었는데 상상을 초월하게 느린 브라질의 문화는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어학연수를 진행하며 다방면에서 고통을 받던 도중 문득 “아 이렇게 살아도 크게 문제가 없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약속에 늦어도, 오늘 해야 할 일을 못해도, 계획대로 철저하게 진행되지 않아도 사실 크게 문제는 없는 것이 브라질의 문화이고 빈부격차가 심해 가난한 사람들이 많은 브라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지수가 높은 이유가 여유 있는 생활 방식에서 시작된다고 봤습니다. 브라질에서 배운 느림의 미학, 여유로운 마음가짐, 긍정적인 마인드와 열정적인 브라질의 문화에 매료돼 한국에 돌아가기 전에 브라질에서 새로운 삶을 한 번 도전해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취업에서 창업으로, 빙수집 도전기

 

처음에 브라질 취업을 목표로 했을 때 현지어의 벽은 너무나도 높았습니다. 고작 1년 동안 공부한 포르투갈어로 브라질 현지 기업에 취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취업을 목표로 기업용 포르투갈어를 집중 공략하기 위해 어학연수 연장을 고려할 즈음 한국에서는 푸드트럭 붐이 일고 있었습니다. 브라질은 한국보다 식재료의 원가나 월세는 저렴한데 이상하게도 식당 물가는 또 그렇게 저렴하지 않아서 브라질에서 요식업에 한 번 도전해볼 생각으로 창업 아이템을 찾게 됐습니다. 브라질처럼 찌는 듯이 더운 나라에 시원한 디저트가 별로 없다는 점에 착안해 틈새시장 공략을 목표로 취업보다는 창업으로 방향을 굳히고 브라질에서 작은 빙수집을 열어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치킨은 만국공통어


창업이라는 목표가 세워진 이후 1년 동안 정말 부지런히 준비했습니다. 밖에서는 브라질 부동산을 돌아다니며 목이 좋으면서도 저렴한 창업 부지를 모색하기 위해 발품을 팔며 돌아다녔고 안으로는 한국에서 가져온 빙수기계로 매일 빙수를 만들고 친구들을 초대해 맛에 대한 피드백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빙수는 반응이 미지근했고 오히려 빙수를 맛보기 전에 식사용으로 대접했던 치킨에 대한 브라질 사람들의 반응이 훨씬 좋았습니다. 저는 치킨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브라질에서도 한인타운에서 시켜 먹고 집에서도 수없이 많이 튀겨 먹어봤습니다. 이미 가지고 있던 기본적인 레시피에 대한 자신도 있었는데다 목표가 생기니 시중에 유통되는 치킨가루를 분석하고 구글링을 통해 본격적으로 레시피를 보완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먹어도, 브라질 친구들이 먹어도, 심지어 채식주의자 친구도 맛있어서 먹어보는 레시피가 완성됐고 그대로 치킨집을 창업하기로 했습니다.

 

브라질에서 치킨집 사장이 되다


2017년 3월 25일, 한국식 치킨집 Crack Chicken이 문을 열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약 2달 간의 공사를 끝내고 사장이 됐기는 한데 말이 사장이지 식당을 운영해 본 적도 없고 포르투갈어도 능숙하게 구사하지 못했기에 초반 가게 운영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웃지도 울지도 못할 수많은 에피소드가 있었고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운영 매뉴얼을 구축하고 대용량으로 식재료를 관리하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가게는 점점 안정을 찾아갔습니다. 가게를 창업한지 약 1년이 지나자 한결같은 맛과 한국에서 온 한국인이 운영하는 치킨집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상파울루의 대표 요식 매거진인 Folha de Sao Paulo에 기사가 나고 대표 요식 앱에서도 상파울루시 대표 한식당 중 하나로 꼽히는 등 가게는 점점 성장해 나갔습니다.

 

치킨집은 성공했을까


2년 동안 운영한 Crack Chicken은 사업적으로는 성공이었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경제적인 수치들은 긍정적으로 나타나 모두들 축하해줬지만 내적으로 보이지 않던 문제점들이 계속해서 곪아왔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과의 단절이었습니다. 아무리 브라질에서 새로운 삶을 산다고 해도 28년을 한국에서 보낸 대한민국의 사나이인데 가게 일에만 신경을 쓰게 되면서 한국과 동 떨어진 삶을 살게 됐습니다. 타지에서 혼자 가게를 운영하는 것은 결코 만만치가 않기 때문에 자연스레 한국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져 한국에 어떤 이슈가 있는지도 모르게 됐고 점점 가족들, 지인들과 연락도 드물어지면서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치킨집을 포기하고 취업에 도전한 계기

 

언제까지나 젊어서 괜찮을 줄 알았던 저에게 건강에도 적신호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근무 시간이 정해져 있고 그 시간만큼만 일하면 정해진 보수를 받는 직장인과 달리, 자영업은 더 노력하는 만큼 매출이 올라갑니다. 성공에 대한 욕심이 많았던 만큼 주말과 공휴일도 없이 일을 했고 브라질 특유의 시간 감각이 떨어지는 문화로 인해 계획이 틀어질 때마다 항상 제가 백업으로 뛰었습니다. 이러한 생활이 반복되면서 워킹 라이프 밸런스가 엉망이 됐고 수면 부족, 만성 피로로 몸이 쉽게 회복이 되지 않았습니다. 어느 순간 이민화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 Crack Chicken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자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2년이 되던 차에 가게를 정리하고 브라질에서 해외 취업에 도전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브라질 주재 한국 기업 채용 정보 취득 경로

 

취업을 할 것이라면 브라질 회사보다는 브라질에 지사를 둔 한국 기업을 원했습니다. 한국 기업에서 일을 하면 다시 일상에서 한국말을 할 수 있고 한국과 연결된 삶을 살 수 있을 거란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브라질에 왔을 때부터 포르투갈어를 배울 목적으로 한국인과의 만남을 배제하고 살아왔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만한 지인이 없었습니다. 포르투갈어 전공 학생들과는 달리 애초에 취업은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분야라 한국 기업에 대한 정보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막막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해외 취업’이라고 구글에 검색한 결과 월드잡 코리아를 알게 됐고 월드잡 코리아의 브라질 지역을 담당하는 KOTRA 상파울루 무역관에서 브라질 주재 한국 기업 정보 및 재외공관의 채용에 필요한 상세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었습니다.

 

주 브라질 한국 문화원 입사 지원 계기

 

최고의 직장은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직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상파울루시에 주재하는 한국 대기업 지원에 우선순위가 있었지만 원래부터 한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넘쳐나던 저에게 한국의 문화를 브라질에 알릴 수 있는 주 브라질 한국 문화원은 너무나도 매력적인 선택지로 보였습니다. 가게를 운영하면서도 직원들이나 치킨을 먹고 있는 브라질 손님들에게 케이팝, 한식 등 주류 한국 문화에 대해 소개했었고 더욱 한국에 관심이 있는 손님들에게는 오랜 전통과 한국의 역사, 우수한 기술력과 한국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삶의 방식 등에 대해 설명할 정도로 뼛 속까지 한국인이었습니다. 오죽했으면 브라질의 케이팝 매니아들이 케이팝 음악을 들으러 가게에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저는 문화원에서 근무한다면 좋아하는 일을 보수까지 받으며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지원을 결심했습니다.

 

현지어는 해외취업 성공의 열쇠


'민화씨는 영문과를 졸업하셨는데, 포르투갈어는 할 수 있으세요?' 제가 면접 때 받은 첫 번째 질문이었습니다. 현지어는 해외 취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면접관은 아무래도 한국에서 영문과와 경영학을 전공한 제가 포르투갈어로 근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브라질에서 창업을 했던 경험과 4년간의 실전 포르투갈어로 중무장된 지원자였습니다. 2년 동안 가게를 운영하면서 포르투갈어를 알아듣지 못해서 사기도 당해봤고 시간을 지키지 않는 하청 배달업체들에 강하게 항의도 했고 고객의 컴플레인에 합리적인 설명으로 응대하며, 단련된 포르투갈어는 이미 면접관들의 기대치 그 이상이었습니다.

 

현지어 못지 않게 중요한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도

 

해외 취업에서 언어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합니다. 창업을 통해 얻은 브라질 현지 문화에 대한 경험과 이해도는 면접에서 든든한 무기가 됐습니다. 당시 브라질 한국 문화원은 상파울루 중심지로의 이전을 위해 국유화 사업을 진행 중이었고 브라질 건설사, 설계사와 이전 공사를 지원할 행정직원을 모집하고 있었습니다. 저의 경험은 비록 소규모의 개인 가게의 인테리어 공사였지만 부득이한 사유로 인한 공사의 지연, 인부들의 근무 태만, 설계사와 건설사와의 갈등, 브라질 정부의 규제 등 웬만한 공사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의 축소판을 이미 한 번 경험했었고 이는 다른 지원자들이 가지고 있지 못한 저만의 강점이었습니다. 약 2년 동안 브라질 사람들과 부대끼며 가게 공사부터 운영까지 맡았던 저의 진솔한 경험과 브라질 문화에 대한 이해도에서 많은 점수를 받아 문화원에 입사하게 됐습니다.

 

재외한국문화원 근무의 특징


브라질 문화원은 전체 직원 수가 10명이 되지 않는 소규모의 재외공관입니다. 직원 수가 많지 않고 평균 나이가 젊은 문화원이라 가족 같은 분위기로 서로가 서로를 챙겨주는 사내문화 덕분에 빠르게 문화원 분위기에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문화원에서 근무하며 어떻게 하면 더욱 더 현지인들의 관심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동료 직원들과 고심 끝에 준비한 전시, 공연, 또는 한국 문화 수업에 많은 브라질 사람들이 와서 배우고 즐기고 가면 그만큼 뿌듯할 수가 없습니다.

 

상파울루에서의 아시아계 인종 차별


남미가 인종 차별이 심한 곳으로 많이들 알고 계시지만 브라질은 조금 다릅니다. 아무래도 미국처럼 다 인종으로 구성된 나라기도 하고 특히 제가 살고 있는 상파울루시는 일본 본토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일본인이 살고 있는 도시이기에 이미 상파울루 사람들은 동양인들의 문화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물론 인종 차별이 없다고는 말할 수는 없습니다. 브라질에는 무너진 공교육으로 인해 일반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사람들은 본인들이 하는 행동이 인종차별인 줄도 모르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가게를 운영할 때는 그런 일이 간혹 있었지만 문화원에서는 아무래도 협력 기관이 브라질 정부기관이다 보니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과 마주하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인식이나 인종차별로 인해 문제가 됐던 적은 없습니다.

 

느려도 너무 느린 브라질


브라질은 사실 한국인이 살기에 그렇게 좋은 나라는 아닙니다. 한반도와 정반대쪽인 대척점에 위치해 시차는 무려 12시간에 달하고 무더운 날씨에 치안도 좋지 않고 기술 발달도 한국에 비해 한참 뒤쳐졌으며 무엇보다도 생활 방식이 한국과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보통 시간에 쫓기고 타이트하고 긴장감 넘치는 생활이 일상적이지만 브라질 사람들은 항상 느긋하며 늦어도 그러려니 하는 마인드로 살아갑니다. 포르투갈어로 Amanha de manha라는 말이 있습니다. ‘내일 아침에’라는 뜻인데 오늘 물어봐도, 내일 물어봐도, 모레 물어봐도 대답은 항상 내일 아침에 하겠다는 브라질 사람들의 습관에서 비롯된 말로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브라질 현지의 문화입니다.

 

어차피 늦을 거, 늦을 것까지 대비하는 자세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된 문제점들은 해결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브라질 사람들의 독특한 시간관념은 가게를 운영할 때 이미 익숙해졌지만, 가게는 예정보다 늦어지더라도 혼자서 스케줄을 조정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반면, 문화원에서는 다른 직원들이나 원장님 혹은 본부인 해외문화홍보원과도 맞춰야 했기 때문에 좀 더 엄격하게 일정을 관리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저는 나름의 해결방법으로 보통 마지노선이 10일 후라고 했을 때, 업체에는 5일 후라고 알린 후 5일부터 10일까지는 매일 전화해서 독촉을 하는 방식으로 일정을 관리해 최대한 마지노선에 맞게 진행되도록 근무하고 있습니다. 물론 10일 후에도 처리가 되지 않았을 때의 상황도 대비해 플랜 B와 최악의 플랜 C까지 항상 염두에 두는 방식으로 현지 문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있습니다.

 

언어의 배움에는 끝이 없다


문화원에서 근무하며 예상치 못했던 의외의 복병도 있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가게를 운영하며 실전에서 쌓아온 포르투갈어 경험으로 자신이 있었던 저였지만 현지 문화 기관들과 회의를 할 때 접한 전문용어들은 저를 당황하게 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 클래식 아티스트와 브라질 시립 오케스트라단의 협연을 기획하는 회의에서 포르투갈어로 듣게 된 실내악, 목관 3중주, 관현악단 등의 단어들은 사실 한국말로 들어도 잘 모르는 용어들이었습니다. 언어를 습득하는 데는 끝이 없음을 다시 한번 깨닫고 잠시라도 자만했던 저를 반성하며 더욱 공부하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기회가 와도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잡을 수가 없다


막상 해외 취업을 생각하면 한국에서의 취업보다도 준비 과정이 더욱 막막할텐데, 세계는 넓고 우수한 한국 인력들을 부르는 매력적인 일자리가 많습니다. 저는 해외 취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 언어와 현지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걸 베이스로 기본기부터 차근차근 준비한 후 원하는 기업에 대한 분석이 뒷받침된다면 우수한 한국의 인재들이 해외에서 충분히 치고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회는 언제나 찾아옵니다. 착실하게 준비해서 기회가 왔을 때 바로 낚아챌 수 있도록 착실하게 준비하시고 좋은 결과 있으시기 바랍니다.

 

 

※ 본 글은 외부 기고로 KOTRA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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