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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이탈리아, 축구도 비즈니스도 빗장수비를 넘어야 성공한다
2013-12-17 김태형 이탈리아 밀라노무역관

 

이탈리아, 축구도 비즈니스도 빗장수비를 넘어야 성공한다

 

이민찬 (이탈리아 한인경제인협회장)

 

 

 

 1. 기원전 218년 제1차 포에니 전쟁 패배에 대한 복수의 칼을 갈던 한니발이 코끼리를 앞세운 대군단을 이끌고 피레네 산맥과 알프스 산맥을 넘어 롬바르디아 평야에 나타난다. 지중해 지역의 패권을 놓고 카르타고와 경쟁하던 로마는 각 도시의 성안에 틀어박혀 철저하게 수비 위주의 전략을 펼친다. 그리고 기회를 보며 힘을 키우던 젊은 스키피오(아프리카누스) 장군의 지휘 아래 이탈리아 내에 주둔한 한니발 군대를 우회해 기습적으로 카르타고 본국을 치게 되고 급히 고국의 구조 요청을 받은 한니발은 무려 16년간 휘젓고 다니던 로마를 끝내 점령하지 못한 채 쓰라린 가슴을 부여잡고 본국의 소환에 응해 이탈리아를 떠나게 된다.

 

 2. 빗장수비로 유명한 이탈리아 축구: 철저한 수비 위주의 전략을 펴다 찬스가 생기면 기습공격으로 골을 넣고 또 다시 수비 위주의 전략을 구사하는 그야말로 골을 지키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이탈리아. 지금은 대세인 토탈사커와  압박축구의 흐름 속에 조금 퇴색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 이탈리아 축구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아직도 빗장수비를 꼽는 사람이 많다.

 

위의 두 사건이 무슨 관련이 있는지, 또 지금의 이탈리아의 문화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겠으나 필자는 이탈리아 사람들과 매일 부대끼면서 가끔 이런 엉뚱한 비교를 하곤 한다.

 

서로마제국 멸망 이후 1400여 년간 도시국가 형태로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지역별로 독특한 문화를 발달시켜온 이탈리아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래도 굳이 보편적인 면을 몇 가지 찾아보자면 새로운 모험이나 변화를 싫어하고 전통을 존중하는 지극히 보수적인 분위기를 꼽을 수 있겠다. 뭔가를 근본적으로 확 바꾸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법이나 제도뿐만 아니라 물질적인 것, 예를 들어 건물이나 자신이 쓰던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기존 틀을 깨고 새로 만들기보다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보수해 계속 이용하길 선호한다. 자동차를 예로 든 이유는 이탈리아가 서유럽에서 자동차를 가장 오래 타고 따라서 중고차 비중이 매우 높은 나라이기 때문인데 이는 꼭 경제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운행 중인 차량의 1/3 이상이 10년 이상 된 노후 차량이며 따라서 부품시장 비중이 크다).

 

이런 종합적인 영향으로 많은 분야에서 사회의 틀이 꽉 짜여져 있고 배타적인 면이 강해 신규 플레이어의 진입장벽이 참 높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반면 새로 진입하기가 힘든 만큼 한 번 친구가 되고 이탈리아 사람 표현대로 패밀리가 되면 이 관계는 대를 이어 지속되기도 한다.

 

국토가 남북으로 길게 뻗은 이탈리아는 중세 이후 역사적으로도 서로 독립적으로 발전해왔고 남과 북이 지형, 인종 구성, 문화적 특성이 많이 달라 지금의 중앙집권체제 확립에도 지방분권의 풍습이 계속 남아있다. 특히, 남과 북의 서로 다른 산업구조와 점점 심화되는 빈부의 지역적 격차는 지속적인 사회 갈등요인이 되고 있다.

 

이제 몇 가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며 설명해보고자 한다.

 

이탈리아는 다른 비슷한 수준의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국을 아우르는 대기업보다는 지방의 맹주로 군림하는 토속 중견기업 또는 대를 이어가며 유지되는 가족단위의 전통 중소기업이 많은 편이다. 이는 특정 분야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신문 등 미디어, 슈퍼마켓 체인 또는 각 산업별 유통체인 구조 등 다방면에서 이러한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한국은 신문사마다 독자층이 전국에 걸쳐 골고루 퍼져 있고 할인점이나 마트도 전국적으로 체인화돼 있는데, 이탈리아는 지역별로 지방신문이 중앙지 이상으로 영향력을 보이며 마트 체인점 역시 전국에 골고루 퍼져있기보다는 어느 지역, 즉 북부, 중부, 남부 등 특정지역에서만 강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품목 중 하나인 커피 또한 Lavazza, Illy 등 국제화된 브랜드도 있기는 하나 전국에 산재한 커피숍 납품은 보통 주(州) 단위로(이탈리아는 20개 주로 구성) 중간 규모의 수많은 회사가 분담하고 있다. 몇 가지 품목을 예로 들었으나 타이어, 전자제품, 음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통구조가 이런 식으로 지역별 대리인을 통해야만 하는 복수 구조로 돼 있다. 우리가 많이 듣는 언론재벌, 유통재벌 등은 여기서는 생소한 용어라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이탈리아에서 비즈니스를 함에 있어 전 산업에 걸쳐 똑같이 적용을 할 수는 없으나 전국을 커버하는 한 업체와 거래를 하면 되는 것이 아니고 각 지역을 찾아다니며 그 쪽 지역에서 영향력이 있는 회사를 발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는 처음에는 시간이 걸리고 번거로운 작업이 될 수 있으나 대신 한번 시작하면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탈리아에서 비즈니스를 하면서 답답하게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대기업은 예외일 수 있으나 수출입 업무에 서 많은 이탈리아 업체가 물건을 팔 때 일반적인 국제결제수단인 신용장(L/C) 거래를 기피하고 은행 TT 송금을 선호하며, 수출을 많이 하는 회사임에도 L/C 자체를 아예 취급 안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것도 당장 내 주머니에 먼저 돈이 들어와야 물건을 내주는 보수적이고 안정을 추구하는 문화에 기인한다 하겠다. 한국의 수입업자 입장에서는 만약에 대비해 오래되고 믿을 수 있는 거래처라 하더라도 계약 내용 및 문제 발생 시 보상방법 등을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작성해놓는 것이 혹시 있을 분쟁 시 도움이 될 것이다. 소송으로 이어지더라도 이탈리아의 비효율적인 행정과 관료주의는 세계적으로 유명하긴 하지만 말이다.

 

이탈리아에서는 가족단위의 대물림 기업을 참 많이 볼 수 있는데 필자가 자주 가는 규모가 제법 큰 식당이 하나 있다. 어느 날 식사를 하러 들어가는데 처음 보는 여드름 투성이의 젊은 친구가 입구에서 아주 어색한 자세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런데 식사를 하러 온 사람 중 일부는 안면이 있는지 반갑게 뺨을 치거나 뒤통수를 가볍게 도닥거리며 들어가는 것이 아니가. 알고 보니 이 식당의 둘째 아들이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웨이터로 처음 데뷔한 날이었던 것이다. 몇 년이 흐른 지금은 이 친구가 식당의 총 매니저로 종업원들과 주방을 지휘하고 있다. 요즘은 아들 친구들도 손님으로 제법 많이 찾아온다는데 이렇게 안정된 식당과 손님까지 자연스럽게 2세, 3세에게 넘어가는 모습을 보며 부러운 사회라는 생각을 했다.

 

이러한 가족 기업의 대표 중 하나로 Tignanello, Sassicaia, Solaia 등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최대의 와이너리인 Antinori를 들 수 있다. 1385년 Antonori 가 창업을 한 이후 60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가족 중 후계자를 정하고 특별한 분쟁없이 현재 27대째 이어져 오고 있으며 지금은 세 명의 딸이 사이좋게 경영하고 있다. 후계자를 미리 정해놓고 경영수업을 시키면서 다른 형제들은 사전에 재산분할 및 분가를 시키고 오로지 최고의 와인이라는 핵심가치를 지금까지 지켜온 것은 예술의 경지라고 하겠다.

 

다시 역사 얘기로 돌아와서 콘스탄티누스 대제 바로 직전 황제인 디오클레티아누스 시대에 거의 모든 직업의 세습제를 강력하게 시행한 적이 있었다. 아버지의 직업을 아들이 무조건 이어받아야 하고 거주지 이전도 제한했었다. 이는 당시 자작농, 상인, 수공업자 등 로마 사회의 중견층이 계속 피폐해져 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경제적, 군사적인 이유가 있었지만 시간은 많이 흘렀으나 당시의 영향으로 세워진 전통이 지금의 사회 분위기와도 전혀 무관하지는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제 시대가 바뀌고 요즈음 같은 전 세계적인 불황의 시대에 이탈리아도 성 안에 가만히 틀어박혀 버티기 작전만 해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빗장수비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지금 알프스 산맥 또는 지중해를 넘어 이탈리아 땅으로 쳐들어오는 것은 한니발이나 나폴레옹이 아닌 경제대국의 다국적 기업들이며 특히, 최근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는 것을 볼 수 있다. 몇 년간 지속된 불경기 및 재정적자로 인해 많은 우량 기업들이 매물로 나오고 있으며 이탈리아 정부도 기업도 생존의 기로에서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제 이탈리아는 2015년에 있을 밀라노 엑스포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엑스포 기간에 대략 4000만~5000만 명의 방문객을 예상하고 있으며 밀라노 또는 이탈리아만의 엑스포가 아닌 "유럽의 엑스포"라는 점을 부각시켜 이탈리아뿐만이 아닌 전체 유럽의 경기침체를 반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여러 분야에서 노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 기업 측면에서도 한-이탈리아 간의 투자가 활성화되고 교역 규모도 많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이 되므로 이를 잘 활용하면 우리에게도 여러 가지로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해본다.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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