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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유럽 안의 다른 나라
2013-12-07 독일 뮌헨무역관 권석진

 

유럽 안의 다른 나라

한화솔라원 독일법인 김맹윤 법인장

 

 

 

1 .유럽 근무 11년

 

저는 1990년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BASF에 입사해 1995년 1월 해외 전문가 프로그램 일환으로 그리스에 가게 됐습니다. 93년 한화그룹이 기업 역사상 처음으로 해외 은행을 인수한 그리스 상업은행인 아테네 은행(Bank of Athens)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6개월간 아테네 대학에서 어학 연수를 마치고 그해 9월부터 은행에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98년 중반 IMF 외환위기로 아쉽게 은행을 매각한 후 (주)한화 아테네 지사에서 계속 근무해 2004년 아테네 올림픽까지 약 9년8개월의 그리스 근무를 마치고 서울 본사로 복귀했습니다. 7년간 (주)한화/무역 본사 근무 후 그룹의 태양광사업 시작에 맞춰 중국에서 1년간 근무를 하게 됐고 올해 2월 독일 뮌헨에 있는 한화솔라원 유럽 법인으로 오게 돼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2. 그리스와 독일

 

제가 그리스에 있었던 시절은 어떻게 보면 그리스 국운이 한참 좋았던 시기라고 보여집니다. 2004년 Euro 2004 우승, 아테네 올림픽 개최 후 이어지는 경제성장 등… 특히 1998년 초 그리스인들이 IMF 체제하에 있었던 우리를 바라보는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그들의 얼굴이 기억납니다. 그리스인들은 사업상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다른 국가들은 외환위기 후 한국이 망할 수 있다고 해 선박 주문을 꺼려 했으나 선박왕 오나시스의 후예들은 동물적인 감각으로 시장을 읽고 있어서 원화 약세를 이용해 싼 값에 대량 건조를 주문했고 이에 한국 조선사들은 당시 알토란 같은 선수금으로 즐거워했습니다. 그들은 건조 전 이미 배를 시장에 비싼 가격에 내다파는 등 사업 수완이 매우 뛰어난 사람들이죠. 하지만 이제 그리스는 독일의 눈치를 보고 살아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리스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트로이카 체제의 구심점은 결국 독일 정부라는 것은 모두 다 아는 사실이니까요. 그런데 그리스 정부가 독일 정부를 상대로 엄청난 2차 대전 보상금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최근 보도를 보고 역시 그리스인다운 발상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치 선박왕 오나시스가 보유했던 Olympic 항공의 로고가 오륜기를 사용했는데 IOC가 도용이라고 강하게 항의를 하자 별일 아니라는 듯 동그라미를 하나 더 그려(그래서 자세히 보시면 동그라미가 6개 입니다) 지금까지 사용하는 기발한 방법을 만들어낸 나라입니다.

 

독일인의 합리적 경영과 투철한 직업 의식은 독일 초년병인 제가 말씀 안드려도 잘 아시겠지만 제가 23년 전 근무하던 한화BASF에서 몸으로 체험하게 됐습니다. 독일 BASF에서 파견된  4명의 직원은 철저한 관리 시스템을 잣대로 한국인을 가끔 힘들게 하기도 했습니다. 독일인들은 그들의 기준으로 한번 아니면 끝까지 아니라고 했습니다. Quality를 담당하던 독일인은 자기가 원하는 시험 기구를 구할 수 없게 되자 기구 구입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중단시키는 우리로서는 어처구니 없는 업무 처리로 빈축을 사기도 했으나 그로 인해 다른 문제점까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돼 결국 그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독일인의 합리성은 가끔가다 본인만의 잣대로만 비쳐지기도 합니다. 특히 요새 같은 불황기에 저희 회사가 거래 업체로부터 듣는 대금 지급 지연 이유는 본입 입장에선 매우 합리적인 이유이지만 참으로 억지가 많습니다. 독일 업체와의 BIZ 성사를 위해서는 아무리 좋은 조건과 우수한 품질의 제품도 단기간에 거래가 성사되지는 않습니다. 저같은 독일 문외한에는 독일인들은(특히 동양 업체에) 의심이 많아 보이고 경계의 눈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단 문이 열리기 시작하면 그 신뢰도는 상당 기간 존속되고 이어진다고 생각됩니다.

 

아까 말씀 드린 olympic 항공은 오랫동안 민영화를 추진했으나 노조 반발 등 여러 가지 정치적인 요소들의 개입으로 아직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2004년 당시 비행기 수는 루프트한자의 1/3도 안되지만 직원 수는 거의 같아 비효율성을 금방 알 수 있으니까요. 그리스는 사업에 감정적인 부분이 개입되곤 합니다. 업체와 만나 첫 회의를 시작할 때 6.25참전에 고마움을 표시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사돈의 8촌까지 동원해 참전 용사를 끄집어냅니다. 그러나 결국 가격을 내려주던지 좋게 해달라는 결론입니다.

 

제가 그리스어를 업무상 가끔 사용하면 이들은 매우 반가워 하고 일단은 호감을 갖습니다. 그러나 독일의 경우 독일어를 저희 같은 동양인이 한다고 해서 사업 성사에 아주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독일인들이 영어를 대부분 잘하고(특히 뮌헨을 포함한 바이에른 등) 외국인에 대해 그리스인보다는 약간 보수적이고 dry한 눈길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스인들은 심지어는 교통 딱지 요금을 낼 때에도 명절(부활절)에 저같은 외국인에게 할인해 주기도 했습니다. 독일 부임 첫날 전 직원과 면담 시 제 그리스 근무를 이야기하면서 유럽이 낯설지 않다고 하자 이들의 반응이 썰렁했습니다. 최근 경제 원조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그리스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본인들의 피같은 세금이 그리스로 들어가고 있다는 감정 표현이죠. 그래서 그 이후 가급적 그리스 이야기를 안합니다.

 

3. 유럽 통합과 독일, 독일인

 

1981년 그리스가 EC에 들어간 주된 이유는 "유럽의 선산"이란 이유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서구 문명의 원천으로 그리스가 회원 자격이 된 것이죠. 경제적인 이유보다 정치적인 이유가 앞선던 것으로 보입니다.  2002년 1월, 신약 성경에도 나오던 오래된 화폐 드라크마를 포기한 이유를 제대로 알 수 없었습니다. 지금 통화 주권이 없는 그리스는 많은 대가를 지불하고 있습니다.

 

"왜 통합을 해야 하냐?" 그 답은 이곳 독일에서 근무하면서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회사의 많은 직원들이 이중 국적이거나 부모가 서로 다른 나라입니다. 예를 들면 어떤 직원은 아버지가 독일, 어머니가 이탈리아인데 그의 친조부모는 독일, 프랑스입니다

 

그래서 그에게 "너 조국이 어디냐"고 물으면 국적은 어디인데 정신적으로는 어디다 뭐 이렇게 대답을 합니다. 그래서 제가 "너희들은 축구할때만 조국이 나오겠네"라고 농을 던지곤 했습니다. 유럽인들의 관점으로 이리저리 섞여 있는 여러 나라를 United states of Europe으로 묶으면 시너지는 나올 수 있겠다고 판단한 것이 아주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서로 언어가 약간씩 다르지만 금방 배울 수 있는 많은 유사점을 서로 공유하고 있으니까요. 독일은 유럽 통합의 중심이고 경제의 중심지로서 유로화 통합으로 인해 가장 수혜를 본 국가입니다. 9개월이 돼가는 짧은 독일 주재원 생활이지만 우리 입장에서 볼 때 독일인의 합리성은 매우 논리적으로 비쳐지겠지만 한편 매우 약한 논리를 갖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예를 들면 어느 이슈가 있어 직원들과 논의를 하면 끝이 안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토론은 있지만 결론은 없는 경우이지요. 이때 독일인 팀장은 결론은 안내려 합니다.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경향을 많이 발견합니다. 이에 제가 개입해 결론을 내면 그는 그것이 그르다고 생각해도 순순하게 따릅니다. 다만 그는 이 결정으로 인한 모든 결과는 한국인 당신 책임이야라는 전제로 말입니다. 물론 결과가 좋으면 그 수혜도 누립니다.

 

독일인은 냉정하고 합리적이라고 합니다. 맞습니다.  본인이 중심이 되면 그렇다고 보여집니다. 한번은 저희 회사에 외상을 아직 안갚은 회사 사장과 회의를 했습니다. 그는 먼저 다짜고짜 자기네 회사는 외상 대금을 갚는 것보다 지급불능으로 가는게 차라리 나으니 그렇게 하려 한다고 10여 분간 큰 소리로 설교를 했습니다. 소위 BJR(배째라)인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그가 저로부터 듣고 싶은 말은 기간을 더 연장해 주겠다는 말이었고 회의 마지막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그게 다냐고 했을때 갑자기 고개를 숙이면서 요청했습니다.

 

제 소견으로는 독일이 아무리 선진국이고 신용도가 높다고 해도 개별 기업과의 거래는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4. 독일인의 느린 집요함

 

아시다시피 한국의 수입 자동차시장은 독일 4사가 휘어잡고 있습니다. 시장은 미국이 강제로 열다시피 했는데 재미는 독일이 보는 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 근무한 한화BASF도 IMF시절 독일 BASF 본사에 의해 인수되였고 효성BASF까지 인수한 BASF 코리아는 한국의 대기업 중 하나가 됐습니다. 저같은 독일 문외한에는 독일인이 현란한 마케팅 전략이나 특별한 영업 기법이 눈에 안보입니다. 그저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면 알아서 사간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독일인들은 한번 목표를 정하면 계획된 목표 아래 정확히 다가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속도가 우리 눈에는 느리게 느껴지지만 어느 순간 목표를 달성하는 이들의 집요함에 놀라곤 합니다. 부지런하고 근무 시간에는 근무만 집중하는 모습에서 우리의 생산성을 생각해봅니다.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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