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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일본 인터넷숍의 현재
2013-11-25 박은희 일본 도쿄무역관

 

일본 인터넷숍의 현재

(주)이그래피 대표 이상엽

 

 

 

1. 1995년, 일본 인터넷의 시작

 

누구나 당연히 알고 있는 최첨단 과학기술의 나라 일본에 살면서 가장 불편했던 부분 중 하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인터넷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다. 전자제품의 왕국인 일본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아무리 생각해도 의아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그 이유는 이미 오래 전 통신 시스템이 완성돼 안정된 수익 구조를 가진 일본 대기업 측에서는 굳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돈벌이할 필요성이 없으며 오히려 그로 인해 파생될 위험은 더 크기 때문이다. 다된 쌀밥을 버리고 잡곡밥으로 다시 만드는 것과 같은 과정을 달가워할 리 없는 것은 동서고금 같은 생각일 터이다.

 

일본의 이러한 시장 특성으로 일본에서 인터넷이라는 이미지는 비싸며 개설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이미지로 시작하게 된다. 필자의 유학시절이었던 1997년 전후에는 가정에 인터넷 설치는 고사하고 NTT 회선의 모뎀으로 한국 신문사 뉴스 두어 페이지를 보려고 사진까지 다 받는데 족히 한 시간이 걸렸다. 일과가 아침에 일어나서 뉴스 페이지 다운을 걸어놓고 세수와 식사까지 마친 후 지하철에서 읽으면서 등교하는 것이었다. 당시 디자인 아르바이트를 했던 곳은 도쿄 한복판에 있는 속칭 잘 나가던 웹 에이전시였는데 나뿐만이 아니라 그런 큰 회사조차도 업무를 진행할 서버와 사내 네트워크가 없었던 것에 많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시작한 일본의 장기간 인터넷 저속 현상은 여러 가지 결과를 만들어 냈다. 우선 텍스트 중심의 홈페이지 디자인이 그렇다. 한국이나 외국의 화려한 색채와 디자인, 고해상도 사진으로 작업된 결과물을 일본에서는 느려터진 속도 때문에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인터넷으로 즐긴다는 상상을 못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고작 멋지고 화려한 화면을 보기 위해 기다리는 20여 분 동안 죄다 다른 곳으로 가버릴 테니까 말이다. 국제적으로 트렌디한 대기업은 텍스트 기반의 조용한 국내용 사이트와 화려하고 사진이 겸비된 해외 사이트를 별도 제작했을 정도이니 할 말은 다한 셈이다.

 

그렇게 한동안 일본 내 인터넷 저속 현상은 계속됐지만, 그에 반해 외국 인터넷은 속도를 더 올리니 국내 사이트와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되며 텍스트 기반으로 만든 인터넷 페이지는 점차 현재의 블로그보다도 못한 수준에 이르게 돼 일시적이나마 마니아만 남아있는 폐쇄적 시장이 된 적도 있다.

 

 이 시기에는 느려터진 인터넷 환경에서 살아남고자 빠른 전송과 표시만을 가능하게 한 텍스트 기반으로 이루어진 멋없는 홈페이지를 본 많은 기업 대표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게 인식돼 굳이 홈페이지를 가질 개연성을 가지지 못했고 그런 이미지 때문에 지금도 업체와 상담하다 보면 그 업체의 연간 매출과 비교해 아직도 자체 홈페이지는 없는 중견 기업이 많다.

 

이러한 당시 사회 분위기에서 일본 인터넷에 미래가 있다고 과연 누가 믿었을까? 그러나 그런 답답하던 시절 회사의 미래를 믿고 생겨난 회사가 있다. 올해 야구로 재팬시리즈를 우승한 라쿠텐이 그 대표적이다.

 

전체 인터넷 시장의 35%(2012년)를 점유한 이 회사는 1997년 13개 점포를 가진 EC몰로 시작했다. 물론 아무도 인터넷 비즈니스의 성공을 예견하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그 1년 전인 1996년에는 손정의 회장이 야후 재팬을 들여왔으며,신주쿠 역에 걸린 커다란 야후 광고판을 보며 당시 일본인들은 저게 무슨 광고지? 라고 반문할 때의 일이다. 그런 시점에서 일본에서 인터넷이 태동했던 시작점을 굳이 찾자면 한국과도 비슷한 1995년이라고 생각한다(1995년 2월 ‘다음’ 설립).

 

2. 일본에서 인터넷 쇼핑몰이란?

 

한국의 지마켓이나 11번가 같은 '쇼핑몰 사이트'를 일본에서는 'EC[electronic commerce]'몰이라고 한다. 한국 사람들이 흔히 인터넷 쇼핑몰이라고 부르며 가볍게 쇼핑하는 것에 비해 일본은 오프라인숍의 온라인 거래라는 의미가 더 크며 기존 오프라인 업체에 대한 신뢰 이미지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숍을 어떻게 생각하고 앞으로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함이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일본에서는 숍에 자신만의 색깔을 입혀가는 과정을 가지게 되며 그 과정을 소비자는 이해하고 받아들여 응원하게 된다. 이것은 결코 짧게 판단하지 않으며 오랜 시간 소비자와 공존하기 위한 방식으로 오랜 시간 만들어져 왔다. 서두에 언급했듯 일본에서 인터넷숍이란 말 그대로 친절과 신뢰를 중시하는 일본 소매점의 판매 방식이 그대로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서비스와 친절, 접대, 배려. 이런 “오모테나시”의 문화의 연장 선상인 것이다. 서두에 밝혔듯이 일본 인터넷 시장은 다른 나라에 비해 느리게 성장했고 그 느린 성장 과정을 역으로 일본은 자신이 믿고 신뢰하는 온라인시장으로 형성했다. 인터넷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IT분야의 선진화를 의미하는 절대 지표는 아니지만, 어제와 오늘의 많은 정보를 빠르게 전달해야 하는 현실에서는 아주 중요하고 커다란 의미로 쓰이게 된다.

 

이 글을 쓰는 현시점에도 한국은 일본보다 인터넷 속도가 빠르며 속도만큼 진화도 빠르다. 하지만 이런 물리적인 현실 때문에 웹 쇼핑몰이 겪는 과정도 한국이 빠르기 마련인데 필자도 상거래 도중 거래상 문제에 도달하게 될 때 한국의 사례를 찾아보곤 한다. 그리고 거의 모두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비슷한 전례가 이미 존재하곤 한다. 다행히도 그 해결방식이 존재한다. 미리 정답을 알려주는 듯한 이런 상황은 한국인으로 반갑고 자부심을 느낄 일이다. 이렇게 연결돼 비슷한 사례는 때로는 다음에 벌어질 단계를 예측하게 하기도 한다.

 

이런 빠른 성장의 한국 인터넷시장과는 달리 천천히 소박하게 성장해 온 일본에서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판매와 상품단위가 아닌 가게의 인지도와 신뢰를 파는 전자상거래가 자리잡게 된다. 한국보다 느리게 인터넷 보급이 이루어졌고 어설퍼 보이기도 하는 페이지 레이아웃과 상품 설명 등은 그리 잘돼 있다는 느낌을 주지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에서 성공한 많은 판매자는 일본 시장을 돈벌이만으로 쉽게 오판할 때가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일본과 한국은 전혀 다른 시장이라고 인식을 하는 게 맞다.

 

신뢰와 친절을 기본으로 하는 일본 시장의 특징을 꼽아 보자면

 ① 무조건 싸다고 무조건 많이 팔리지 않는다.

 ②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전자상거래 그리고 디자인. 그리고 그것을 실현한 숍이 살아남는다.

 ③ 텍스트 기반으로도 판매자의 진심이 전달되면 매력을 느끼게 되는 소비자가 있다.

 ④ 눈앞에 손해를 보더라도 의리를 지키는 판매자와 구매자.

 ⑤ 매킨토시에서도 결제할 수 있으며 물건 구매에 카드 사용이 어렵지 않도록 모든 환경의 사용자를 배려했다(개발비가 달라짐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상황이 한국보다 느린 속도와 성장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인터넷숍이 앞으로 가져야 할 자세와 따라야 할 숍의 살아남기 위한 표본이 되고 있다.

 

과연 이제 누가 시작이 빠르고 누가 완성이 느렸던 것일까? 하지만 다행히 우리나라는 빠른 성장과 더불어 바른 성장도 하고 있다. 앞으로는 서두름에 지지 않고 탄탄한 신뢰를 쌓는 인터넷숍이 성공하고 인정받는 시기가 오지 않을까? 그리고 그런 도전의 장이 바로 이곳 일본에 있다. 그리고 그렇게 현실이 힘들고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불평하는 시기에 모든 것은 태동하고 있었다.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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