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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탈리아 노동법 바로 알기, 일자리법과 해고를 중심으로
2019-10-16 유지윤 이탈리아 밀라노무역관

송우용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이탈리아 로펌 GOP 밀라노 오피스 파견)

wysong@shinkim.com


 


해외 투자와 현지 노동법의 이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해외에 회사를 설립하고 사업을 시작하는 투자자들이 공통적으로 가장 어려워하는 문제 중의 하나는 현지의 고용 문제일 것입니다. 일반 기업법이나 금융 분야의 법률은 이제는 어느 정도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보편적 법리가 통용되는 경우가 많이 있지만 고용 관련 법률은 현지의 독자적인 문화와 전통에 근거해 발전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제적인 보편성보다는 지역적인 특수성이 더 큰 특성이 있고 그만큼 외국인 투자자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어떤 회사든, 회사가 활동하기 위해서는 그 활동을 위한 임직원의 고용이 거의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고용 관련 법률 문제는 투자자라면 누구나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문제인 것입니다.


만일 미국과 같이 사용자와 근로자 양측이 언제라도 임의로 근로계약을 종료할 수 있는 임의고용(At-will employment)의 원칙이 지배하는 국가라면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근로자를 채용하고 사용하는 데 있어 걱정할 소지가 적을 것입니다. 근로자를 채용하더라도 이후에 사정 변경에 따라 언제든 계약관계를 종료할 수 있으므로 우선 채용하고 생각은 나중에 하는 것이 가능하지요.


반대로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해고를 인정하지 않는 우리나라와 같이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낮은 국가라면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근로자를 채용하는 단계에서부터 많은 고민을 하게 되고 신중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 근로자가 기대한 만큼 성과를 못 내면 어떻게 하지? 나중에 현지 회사의 경영 상황이 나빠지게 될 때 이 근로자들을 해고하지 못하고 유지해야 하면 어떻게 하지?’. 근로자 채용 시 고민해야 하는 이러한 문제들을 고려하면 투자국에서의 근로계약이 어떻게 종료되는지를 아는 것은 근로계약을 어떻게 시작하고 지속해 나갈지 만큼이나 어쩌면 그 이상으로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노동시장의 특성과 변화


많이들 예상하시는 것과 같이 이탈리아는 전통적으로 근로자의 권리가 강하게 보장되는 바꿔 이야기하면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경직된 노동시장을 가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근로자의 고용안정성을 보호하는데 특화돼 있는 법제도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부터 충실하게 근로자의 권리를 가르치는 문화 덕에 이탈리아의 사용자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탈리아에서 근로자를 해고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공포가 있었고 ‘근로관계를 종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근로자들의 정년을 기다리는 것 뿐’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통용될 정도였지요.


그러나 이탈리아 역시 짧지 않은 기간동안 불황과 저성장의 늪을 겪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외국 자본의 투자를 유치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종전의 경직된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기 위한 많은 시도가 이뤄졌습니다. 


그에 따라 최근 몇 년 동안 이탈리아의 노동법 분야는 끊임없이 수정됐고 특히 이러한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관련해서는 지난 2015년 Matteo Renzi 정부가 단행한 ‘일자리법(Jobs Act)’이라고 불리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일자리법은 근로자의 해고와 관련해 일자리법은 부당해고 등에 대해 근로자가 얻을 수 있는 재정적 보호를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기업의 객관적 사유에 의한 해고 등 일정한 경우에는 기업이 배상해야 할 배상액의 범위를 합리적인 범위로 축소함으로써 기업 경영에 따른 사용자의 노동 유연성을 다소 강화시킨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다만 위 일자리법은 2015.3.7. 이후에 체결된 근로계약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그 이전에 체결된 근로계약에 대해서는 여전히 종전의 관련 법률(2012년 개정된 이탈리아 고용법-Italian Worker’s Statute-제18장)이 적용되는 바 이로 인해 이탈리아에는 독특한 이중의 고용 시스템이 만들어지게 됐습니다. 


이탈리아에서 해고의 유형과 그 제한


이탈리아의 법률 시스템 하에서 개별 근로자의 해고는 크게 (1) 임의 해고(ad natum), (2) 정당한 사유에 의한 해고(per giusta causa), (3)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에 의한 해고(per guistificato motivo)로 나뉘어질 수 있습니다.

 

(1) 임의 해고란 법에서 정한 다른 제한 사유가 없는 한 특별한 이유 없이도 계약에서 정한 서면통지와 사전통지기간 등의 규정만 준수하면 해고가 가능한 경우를 말합니다. 다만 이러한 해고는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수습 직원(per i lavoratori i prova), 임원(per i dirigenti) 및 연금수령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 직원(i lavoratori che abbiano raggiunto i requisiti pensionistici)이 회사에 더 남아있고자 하는 의사가 없는 경우와 같은 소수의 경우에만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2) 정당한 사유에 의한 해고란 “(사회통념상) 더 이상 근로계약을 지속시킬 수 없을 정도의 사유”에 의해 해고하는 경우를 말합니다(이탈리아 민법 제2119조). 사실상 우리나라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서 정하고 있는 ‘정당한 이유’와 거의 같은 개념으로 구체적인 요건이 법정돼 있다기보다는 근로계약의 내용, 해당 근로자의 직위ž직책이나 담당 임무, 특정한 사건의 발생에 영향을 미친 제반 상황 등 대내외적인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중대한 계약 위반이나 신뢰 훼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점 역시 우리나라의 경우와 거의 흡사합니다.

이러한 정당한 사유가 인정될지 여부는 항상 각 개별 구체적인 상황에 달려있어 일률적으로 무엇은 되고 무엇은 안된다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이탈리아 대법원은 ① 회사에서 허용한 한도를 넘어 ATM에서 현금을 인출하거나 신용카드로 결제한 것과 같이 회사의 자산을 유용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행위, ② 근로자가 회사에서 근무시간에 회사 컴퓨터로 인터넷을 오용하거나 회사의 법인 휴대전화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와 같이 회사의 기술자원을 오용하는 행위 등의 유형에 대해서는 회사가 근로자에게 부여한 신뢰를 훼손하는 행동이라는 점에서 그 액수가 크지 않더라도 해고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피해액 등의 결과보다 행위 자체에 대한 평가를 더 중요시한다는 느낌을 줍니다. 정당한 사유에 의한 해고는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면 해고를 위한 사전 통지기간 없이 해고가 가능하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3)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로 인한 해고는 다시 (i) 근로자가 계약상 의무를 불이행한 것에 따른 ‘주관적 사유’에 의한 해고, (ii) 기업의 생산성이나 업무 조직 개편 등 회사 운영과 관련된 사유에 따른 ‘객관적 사유’에 의한 해고로 나뉠 수 있습니다.

  (i) 주관적 사유에 의한 해고와 앞서 설명한 정당한 사유에 의한 해고는 그 구분이 다소 애매합니다. 양자 간의 차이는 주관적 사유에 의한 해고가 정당한 사유에 의한 해고보다 다소 덜 중요하고 비본질적인 계약위반에 해당하며 근로계약을 지속시킬 수 없을 정도는 아니라는 정도입니다. 이러한 주관적 사유에 의한 해고 사유로는 무단결근, 근무지 이탈, 시정 지시 위반 또는 다른 일을 하기 위해 꾀병을 부리는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근로자의 실적 부진’은 주관적 사유에 의한 해고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태도입니다.

  (ii) 객관적 사유에 의한 해고는 서비스의 전산화, 기업 경영의 효율화를 위한 조직 개편, 영업의 전부 또는 일부의 종료, 건설현장의 작업 완료, 상점의 일부 지점 폐쇄 등 근로자의 행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나 회사의 사정에 따라 일자리가 폐지되는 경우에 인정됩니다. 이 경우 사용자는 객관적 사유에 의한 해고가 불가피하고 해당 근로자를 다른 업무에 전보할 수 없다는 점까지 증명해야 합니다. 이러한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로 인한 해고 시에는 정당한 사유로 인한 해고와 달리 법률에 정한 해고의 사전 통지의무가 인정됩니다.


부당해고 시 근로자의 구제


부당해고를 다투는 근로자는 ‘노동법원’에 사용자를 제소할 권리가 있습니다. 노동법원은 통상적으로 장기간이 소요되는 일반 민사법정과 달리, 4개월에서 6개월 이내의 기간에 신속하게 절차를 완료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한편,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이탈리아의 노동법은 일자리법이 시행된 2015. 3. 7. 이전에 고용된 직원과 2015. 3. 7. 이후에 고용된 직원에 대하여 다른 기준이 적용됩니다.


(1) 우선 2015.3.7. 이전에 고용된 직원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용됩니다.

  (i) 해고가 정치, 종교, 인종, 성별, 국적 등에 대한 차별을 이유로 발생한 것으로 판단될 경우 해고는 무효가 되고 사용자는 근로자를 원직에 복직시키거나(근로자가 선택하는 경우) 15개월의 급여에 해당하는 배상을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하며, 해고일부터 복직일까지의 급여를 지급해야 합니다.

  (ii) 해고의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사용자는 근로자를 원직에 복직시키거나 (근로자가 선택하는 경우) 15개월의 급여에 해당하는 배상을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합니다. 또한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해고일부터 법원의 판결일까지의 기간에 대하여 12개월의 한도에서 급여 및 복리후생 비용을 지급해야 합니다.

  (iii) 어떠한 종류의 해고든, 해고가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근로관계는 종료되나 사용자는 법원의 결정에 따라 근로자에게 12개월에서 24개월 사이의 급여를 지급해야 합니다.

  (iv) 해고의 사유는 정당하나 절차상의 하자가 있는 경우,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6개월에서 12개월 사이의 보수를 지급해야 합니다.


(2) 그리고 2015. 3. 7. 이후에 고용된 직원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용됩니다.

  (i) 해고의 형식적 이유와 상관없이, 실질적으로 위에 언급한 차별사유나 결혼을 이유로 한 해고, 출산과 육아 관련 법률의 보호 기간 동안의 해고, 법률이 정한 불법적 사유로 인한 해고는 무효로 간주되고, 사용자는 근로자를 원직에 복직시키거나 (근로자가 선택하는 경우) 15개월의 급여에 해당하는 배상을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하며, 해고일부터 복직일까지의 급여를 지급해야 합니다.

  (ii) 해고의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사용자는 근로자를 원직에 복직시키거나 (근로자가 선택하는 경우) 15개월의 급여에 해당하는 배상을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합니다. 또한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해고일부터 복직일까지의 기간에 대하여 12개월의 한도에서 급여 및 복리후생 비용을 지급해야 합니다.

  (iii) 객관적 사유에 의한 해고가 부당하다고 확인될 경우, 근로관계는 종료되나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최소 4개월에서 최대 24개월의 범위에서 매 근속연수마다 2개월분 급여에 해당하는 배상을 지급해야 합니다.

  (iv) 그 밖에 부적절한 징계와 같이 해고가 부당하다고 확인되는 경우,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최소 4개월에서 최대 24개월의 범위에서 매 근속연수마다 2개월분 급여에 해당하는 순해 배상을 지급해야 합니다.


(3) 다만 15인 이하의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원직으로 복직시킬 의무가 인정되지 않으며, 배상 액수도 상기한 금액의 1/2만이 적용됩니다.


마치며


대내외적으로 종전보다 많이 사용자 친화적으로 변경됐다고 평가받는 이탈리아의 일자리법입니다만 본질적인 부분에서는 여전히 사용자와 투자자들에게 상당히 불리한 이탈리아의 노동법은 아직도 외국 투자자들의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의 하나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에 투자하는 우리 투자자들께서는 관리자급 중요 인력에 대해서는 임원(dirigenti)의 유형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신규 직원에 대해서는 수습기간을 두는 등 상기한 임의 해고가 가능할 여지를 항상 마련해야 합니다. 그 밖에도 근로계약 이외에 Agent 계약을 통해 외부 인력을 적절히 활용하는 등 이탈리아 노동법의 단단한 벽을 다소나마 우회할 방법을 고민해가며, 미개척의 이탈리아 시장에 도전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언제나 법률적인 결정 이전에는 현지 법률자문사의 전문적인 조언을 구하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성공적인 투자를 기원합니다.


 

※ 해당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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