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희 Nordax Bank 인재채용전문가

2016년 말 스웨덴 이주를 준비 중일 때 한 지인이 최근 스톡홀름을 방문한 경험담을 들려주며 가장 처음 꺼낸 말은 ”거의 모든 결제가 카드로 이루어지고 심지어는 현금을 받지 않는 상점도 있으니 환전을 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반신반의하며 현금 없이 입국한 첫날 이후로 3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스웨덴에서 현금으로 결제한 경험은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이다.

이제는 우리나라의 많은 소규모 사업장에서도 카드결제가 가능해졌지만, 스웨덴의 금융 디지털화는 전 세계에서도 선두적인 위치에 있다. 조세 관리의 편의 및 경제활동의 투명성을 추구하며 정부가 관련 정책을 적극 도입한 배경을 기반으로, 상거래뿐만 아니라 보험, 투자, 대출 등 다양한 금융분야의 디지털화 및 데이터 분석(data analyse) 기술을 이용한 핀테크(Fintech) 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이는 스타트업 창업이 용이한 정책 및 환경을 발판으로 설립된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해외에서 투자를 받으면서 기술적으로 더욱 진보할 수 있게 된 배경에서 기인한다. 이번 기고에서는 최근 스웨덴 핀테크 산업 동향을 소개하며 우리나라의 스마트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벤치마크 및 시사점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 2018년 기준 스웨덴의 핀테크 기업은 약 400개이며, 50% 넘는 투자금액이 해외직접투자 형태로 유입됐다. (‘Stockholm Fintech Guide,’ Stockholm Business Region, 2019, https://www.investstockholm.com/globalassets/invest/reports/stockholm-fintech-guide.pdf)

디지털 은행 서비스

스웨덴의 Nordea, SEB, Swedbank와 같은 기존의 주류 은행들 역시 온라인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지만, 지점 및 창구 업무가 전혀 없이 100%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후발주자인 디지털 은행들의 성장이 주목된다.

Nordnet, SBAB, Nordax Bank 등의 디지털 은행들은 개인이 직접 은행의 홈페이지 또는 모바일 앱에 접속해 서비스를 신청하면, 빅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용등급 분석을 통해 기존 은행과는 다른 맞춤형 투자 및 대출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게 된다.

이러한 디지털 은행의 강점은 첫째, 데이터 축적 및 분석 능력을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구조와 경제 상황을 민첩하고 빠르게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기존의 대형 금융권에서는 신용등급 결정에 있어서 다소 전통적인 기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정규직이 아닌 프리랜서 또는 시간제 노동자들은 주택담보 대출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 은행에서는 개개인의 다양한 배경을 고려하여 다른 신용등급을 적용해 대출 기회를 부여할 수 있게 된다. 즉, 다변화되고 있는 노동시장과 경제 상황, 이용자들의 경제활동 패턴 등을 실시간 데이터 분석을 통해 빠르게 반영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서비스 신청, 신용 조회 및 평가를 위한 자료 등이 모두 전산화되어 있기 때문에 빠른 심사, 결정 및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셋째,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의 연계를 통해 더욱 정확한 신용등급, 금융상품의 리스크 및 건전성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끊임없이 진화할 수 있는 점이다. 개인 투자자들에게 금융 상품에 대한 구체적이고 투명한 정보 제공 및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점도 디지털 은행 서비스 이용의 큰 장점 중 하나이다.

현재 100만여 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Avanza Bank는 AI를 이용한 국내외 증권시장 분석기술을 기반으로 개인의 선호 리스크에 맞는 자동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고객이 본인의 투자상품에 대한 정보를 간편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고, 직접 쉽게 투자 포트폴리오를 변경할 수도 있어서 전문가는 아니지만 투자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스웨덴의 대표적 디지털 투자은행인 Avanza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자료: Avanza

디지털 상거래

 2005년에 설립돼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신생기업)의 반열에 오른 Klarna는 2019년 총거래규모 350억 달러를 달성하며 유럽 최대 전자상거래 결제서비스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신용카드 없이도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매한 후 30일까지 결제를 연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소규모 온라인 사업체들의 결제수단으로서 선호도가 높다.

소상공인을 위한 스마트 POS 서비스를 제공하며 2010년 설립된 스타트업  iZettle은 지난 2018년 세계 최대 전자결제 서비스 회사인 미국의 Paypal에 22억 달러에 인수되었다. 주로 온라인 매장을 함께 보유하고 있는 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카드 단말기와 연동하여 온오프라인 매장의 통합 판매 내역 등 사업 데이터를 분석을 도와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애플, 삼성 페이 등 다양한 종류의 지불 서비스와의 호환도 가능하다.

스마트 지불 및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iZettle의 POS 기기와 인터페이스

자료: iZettle

시사점

스웨덴의 핀테크 산업 발전이 가능했던 배경으로 첫째, 95% 이상의 인구가 Debit 카드(우리나라의 체크카드 개념)를 보유하는 환경과 둘째, 대부분의 금융활동이 전자화돼 있는 인프라와 함께 전자상거래의 편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보안시스템의 도입도 주목할만하다. 현재 스웨덴에서 본인 인증수단으로 사용되는 Bank ID는 주요 은행 등 신용기관에서 발급하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공인인증서와 비슷하지만, 별도의 보안 프로그램 설치 없이 Bank ID 앱 하나만 설치하면 휴대폰 등 모든 전자기기에서 손쉽게 본인인증 절차를 거칠 수 있도록 고안돼 있어 디지털 금융서비스 및 상거래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온라인 결제 시 은행 및 카드사마다 제각각인 결제 및 보안프로그램을 전자기기마다 따로 설치해야 하지만, 스웨덴에서는 Bank ID 앱 하나만 있으면 어떤 은행과 카드사를 이용해도 단 몇 초만에 본인인증부터 결제까지 한 번에 가능하다.

또한 금융거래 및 건전성 관련 투명한 데이터 접근이 용이한 점 또한 기존 주류 금융권과 신생 핀테크 기업들 간의 파트너십을 가능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Tink, Lendo 등의 금융권 통합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은 다양한 은행들의 상품을 분석한 후 개인 맞춤형 금융 및 보험상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류 금융권 및 여타 핀테크 기업들과 연계하면서 소비자들에게는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 혁신이 가능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 스웨덴 정부는 기업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고, 투자 활성화를 위한 기관 신설 및 다양한 스타트업 지원사업을 시행해왔다. 2001년 설립된 기업혁신청(Vinnova)은 미래 혁신 사업 관련 R&D에 대한 투자를 지원하고 있으며, 스톡홀름시의 ’Investment Stockholm’과 같은 지자체 차원의 혁신기업 지원 창구도 개설하면서 스타트업들 간 네트워크 강화, 기업 연결, 투자유치 등의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무역의존도가 높고 IT산업 강국이라는 점에서 스웨덴과 우리나라는 공통분모가 많다. 금년에 스톡홀름의 대표적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인 Epicentre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주도로 코리아 스타트업센터(KSC)를 개소한다는 소식이 있다. 우리나라의 유망한 스타트업들이 선도적인 스웨덴의 스타트업 에코시스템을 적절히 활용하고 경험을 전수받아 유럽 및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 이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