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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동소송의 압박도 무력한 코로나 시대 - 어느 정리해고의 현장
  • 외부전문가 기고
  • 중국
  • 칭다오무역관
  • 2020-05-13
  • 출처 : KOTRA

이평복 BKC고문(https://cafe.naver.com/kotradalian)




바이어 오더가 하루 아침에 끊어져 부득이 문을 닫게 된 청도 공장의 오륙십명 인원에 대한, 정리해고 선포 및 고용종료합의서 체결 작업의 결과가, 청도 협력 로펌으로부터 한국으로 내도했다.


“모두 합의서에 사인을 했고, 한 명도 남김없이 정리 끝났습니다" 오전에 정리해고 및 보상방안 선포 후, 불과 몇시간 만에 몽땅 합의서에 서명을 받고, 상황을 마무리했다는 낭보가 전해진 것이다.   


며칠 전 통화에서 청도 로펌의 협력변호사는 자신감을 슬쩍 내비쳤지만, 나는 반신반의했다. 경제보상금(퇴직금)을 다 주는 것도 아니고, 1년 일했건 10년 넘어 일했건 일률적으로 50%만 지급하고, 다른 일체 추가보상이 없는, 노동자측에서 보자면 인색하기 그지없는 조건인지라, 혹시나 돌발사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기우로 끝났다.

  

그렇지만, 한가지 의문은 머리속을 계속 맴돌았다. 어찌하여, 단 한 명도 서명을 거부하고 소송하겠다고 나서지 않았을까?  여러가지 원인이 작용했겠지만, 그 중 하나를, 오늘 아침, 북경의 노동중재소나 법원 풍경을 르뽀로 보도한 외신을 접하면서 찾아냈다. 


전대미문의 코로나 사태하에서, 더 이상 노동소송의 압박이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물론, 코로나 사태가 수습되면, 상황은 예전으로 돌아가겠지만 말이다.


북경시 조양구 노동중재소에는 노동중재를 신청하기 위해, 새벽 4시부터 6-7백명의 인파가 장사진을 치고 있다. 하루에 1백명만 접수 받으니, 8시에 와도 문안에 들어 갈수 없다.  수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고, 해고와 감봉, 임금연체가 폭발적으로 발생하니, 노동중재소도 감당불급이다.


문제는 이렇게 고생하여 접수시켜도, 언제 중재정이 열릴지, 부지 하세월이라는 것이다. 대량의 안건이 밀려 있는데다가, 감염 우려로 개정시한이 한없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중재위  뿐만 아니라, 법원도 소송안건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감염을 우려하여, 화상회의라는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소송을 진행하고, 증거물같은 것도 직접교부를 금하고, 우편으로만 받는다고 하니, 최종 법원판결까지 받고 나면, 가슴이 숯덩어리가 될지도 모른다. 

 

정리해고가 산뜻하게 종결된 후, 협력변호사와 전화소통을 했다.


“직원들이 모두 50% 경제보상금에 동의합디까? 항의 같은 것은 없었나요?” “물론, 몇몇 직원들이 불만을 제기했지만, 내가 단호히 말했지요. 지금 노동소송 제기해 보아야 소용없다. 언제 판결문 받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가면, 회사는 문닫고, 라오반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회사가 어려운 상황은 당신들이 나보다 더 잘 알 것이니, 지금 현금으로 준다고 할 때, 받는게 좋을 것 라고 했더니, 줄줄이 사무실로 들어와 협의서에 서명을 했어요.


만일, 한국 관리자가 변호사비를 아끼기 위해, 직접 정리해고를 실시했다라면, 일부 직원들의 전통적인 소송압박과 떼법이 통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대는 노동분야에 정통한 노련한 한족 변호사니, 어떤 식으로 공략을 해도 씨도 안 먹혔을 것이다.  


물론, 상기 안건의 상황이 다른 한국기업에도 보편적으로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특히, 처분이나 이전이 필요한 자산이나 설비가 있을 경우, 회사의 다급한 처지를 이용해, 일부 직원들이 소송보다는 집단의 힘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압박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하에서, 경영악화로 손실이 눈덩어리처럼 불어나고, 문을 닫고 싶어도 경제보상금을 줄 충분한 자금이 없어, 진퇴양난에 처해 있는 경우를 많이 접한다. 사실, 직원들의 입장도 기업못지 않게 딱하다. 재취업도 어려운 판에, 당장 호구지책을 위해서는 경제보상금이라도 받아야, 당분간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평상시라면, 법률에 호소하고, 안되면 뭉쳐서 떼법이라도 쓸 수 있겠지만, 코로나라는 비상시국에는 2가지 다 무력하다. 노동중재 신청도 쉽지 않고, 수리된다 해도 언제 노동중재정이 열릴지, 반년이 걸릴지 1년이 걸릴지, 알 도리가 없다.


설사, 노동중재정에서 승소한다 해도 회사에서 다시 법원에 항소를 할 테고, 1심에 2심까지 갈때 쯤이면, 외국계 중소기업의 대부분은 사라지고 없을 테니, 승소해 보았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여럿이 힘을 합쳐 “떼법”을 쓰려해도 코로나사태하에서 다중 집회를 당국에서 엄격히 통제하는데다가, 감염이 두려워 집단으로 뭉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36계의 최후의 계략은“走为上”. 모든 수를 다 쓰다가 도저히 안되면 “줄행랑”치라는 것이다. 포위망은 좁혀오는데, 원군이 언젠가 올 것이라는 헛된 희망을 품고 진지를 지키는 것은 자신의 퇴로를 스스로 끊는 것이나 다름없다.  

 

최후의 36계를 쓰기 전에 해야 할 일은 오래 동안 동고동락했던 직원들과의 好聚好散(잘 만나고 잘 헤어짐)이다.  회사로서 성의있는 보상안을 제시하면, 회사 형편을 잘 아는 직원들의 이해를 구하는 것도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코로나같은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개인의 법적인 권익만 고집할 수 없다는 것은 중국에서도 "인지상정(人之常情)"일테니 말이다.      

 


※ 이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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