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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테크기업의 미국 진출하기
2020-01-03 김경민 미국 실리콘밸리무역관

주은광 CTO Block Crafters Co., Ltd.




나는 10여 년 전 한국에서 첫 창업을 했었고, 그 결과는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겪었던 경험들은 나에게 값진 레슨을 남겼고, ICT 업계의 메카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와서 스타트업을 해야겠다는 꿈을 꾸게 했다. 그 탓인지 나는 유독 한국에서 시작하여 미국으로 진출하려는 스타트업에서 일한 경험이 많은 편이다. 지금 창업한 회사도 서울에 있는 분들과 함께 창업을 했으니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과 비슷한 셈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나와 비슷한 환경에서 일하는 분들도 종종 만나는 편이다. 그분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비슷한 고민을 보기도 하고, 알지 못했던 새로운 이슈들을 듣기도 한다. 이런 현실적인 경험과 이야기들을 엮어서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몇 가지 이슈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고, 소위 테크 스타트업에서의 경험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다른 사업 영역은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하기 바란다.

법인 설립 및 서류 절차


미국 진출을 처음 생각할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생각하고 두려워하는 것이 서류 작업이다. 실제로 미국에 법인을 내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의외로 크게 어렵지 않다. 지금은 예전보다 한국에서 진출하려는 회사들이 많은 편이라 한국말로 친절하게 처음부터 도와줄 한국인 로펌들도 꽤 있는 편이다. 이 로펌들은 꼭 내가 진출하려는 도시에 있을 필요도 없다. 대부분 전화 통화와 이메일로 의사소통을 하며 일을 진행할 수 있다. 두세 군데 소개를 받거나 구글링을 해서 견적을 받은 뒤 가격과 서비스의 범위를 비교하며 가장 괜찮은 로펌을 선택하면 된다. 영어가 자신이 있으면 선택지는 더 늘어난다. 미국은 해외에서 온 창업자들이 법인 설립 및 회계, 행정 처리 등을 필요로하는 경우가 매우 많기 때문에 전문화된 로펌들이 많다. Yelp 등의 서비스를 통해 리뷰를 확인하고 컨택을 할 수도 있고, 주변 추천을 통해 찾을 수도 있다. 예산이 빠듯한 경우에는 심지어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진행할 수도 있다. Stripe 의 Atlas(https://stripe.com/atlas) 서비스를 이용하면 단돈 $500에 법인 설립을 해준다. 법인 설립 및 서류 절차는 가장 쉬운 일에 속하니 두려워하지 말자.


시장 개척


미국 진출에서 정작 어려운 것은 사업의 본질인 시장 개척이다. 한국의 창업자들이 미국으로 진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 시장보다 훨씬 큰 미국 시장에서 사용자를 확보하고 사업을 확장하고 싶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의 본질에 성공하는 것이 결국 가장 어렵다. 한국은 국민의 90% 이상이 단일 인종, 단일 문화권을 형성하기 때문에 유저를 정의하고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짜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다. 미국은 흔히 인종 시장이라고 불릴 만큼 사람의 다양성이 폭넓고 다양한 편이다. 인종만 다른 것이 아니고, 문화도 굉장히 다르다. 단지 지역적으로만 다른 것도 아니고, 같은 지역 내에서도 다양한 문화가 공존한다. 문화가 다르다는 것은 식문화, 작은 생활 습관 등 내 사업의 잠재 고객군을 정의할 요소들이 훨씬 다양하다는 뜻이다. 이러한 다양성 덕에 미국의 유저 확보 비용(user acquisition cost) 은 한국보다 크다. 이 비용 차이를 이해하고 미리 고려해야 한다.
 

내가 시장을 잘 모를 때는 나보다 시장을 잘 아는 전문가를 고용해서 함께 일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방식이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정작 실행은 쉽지 않다. 마케팅/세일즈를 잘 하는 좋은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좋은 인재가 나와 함께 일하고 싶게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HR 시장 측면에서 보면 좋은 인재들에게 미국은 젖과 꿀이 흐르는 시장이다. 함께 일하기 좋은 회사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고를 수 있는 옵션이 많다. 그런 이들에게 굳이 한국에서 온 잘 모르는 창업자와 일할 이유를 찾아주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대개는 좋은 인력 풀을 어디서부터 찾아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그 시작점도 못찾고 헤매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리고 한국인 창업자들 중에는 본인 지분 확보에 민감한 분들이 많아서 미국에서는 초기 멤버 영입 시 필수인 Restricted Stock Unit (RSU) 내지 스톡 옵션에 인색하게 협상을 하여 입사를 하지 않게 하거나 입사를 해도 회사 성장에 동기 부여가 적게 만드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남의 회사를 성공시키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A급 인재는 없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은 특히 스타트업에서는 더욱 맞는 말이다.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좋은 사람을 찾고, 영입하는 데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커뮤니케이션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 회사를 운영하면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커진다. 공유 오피스가 각 도시의 도심을 장악해가고, 원격근무자들이 늘어나는 요즘이지만 아직 한국에는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해야 일이 진행된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떨어져 있는 데다가 근무 시간대도 달라서 면대면으로 대화하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출장이 잦아지고 구성원의 피로도가 상대적으로 빨리 쌓인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 미국 시장 개척이라는 것 자체가 쉽지 않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과제이다. 장기적인 호흡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어려운 과제를 수행하는데 커뮤니케이션 비용도 커지면 회의감도 함께 쌓인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미국 사업 유닛은 의사소통도 힘들고 성과를 보여주는 데에도 오래 걸리는 골칫덩어리로 전락하며 자연스레 철수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래서 회사 대표 내지는 주요 임원이 미국으로 나와서 지휘하는 것을 권한다. 회사 구조상 한국 사정을 잘 알고, 미국 사업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인원이 미국에 나와서 커뮤니케이션을 쉽게 하고 사업 진행에 탄력을 주어야 한다. 그래야 이 고단한 여정을 이겨내고 성공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다.
 
적절한 업무 분장 및 커뮤니케이션 프로토콜 셋업 또한 중요하다. 일의 중요도와 시급성에 따라 어떻게 대화를 해서 일을 진행할 것인가 미리 합의를 보면 피로도가 훨씬 줄어든다. 일을 적절히 나눠서 각 지역 사무실에서 일을 어느 정도 진행하고, 나중에 서로 확인을 하며 진행할 수 있도록 업무를 분배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리고 적절한 도구를 써서 도움을 받자. 이메일, 슬랙, 메신저, 구글 행아웃, 줌(Zoom) 등은 이미 많이 쓰이는 도구들이다. 도구별로 메시지의 길이, 휘발성, 후속 조치의 용이성, 대화의 친밀도 등이 다 다르다. 커뮤니케이션 프로토콜을 도구별로 적절히 세팅해서 일이 수월하게 진행되는 구조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 발견한 Tandem 이라는 새로운 도구가 있다. Ambient communication 을 추구하는 도구인데, 마치 사무실에 있는 것처럼 가볍게 상대에게 말을 걸 수 있어서 잘 쓰고 있다. 한 번 시도해보는 것을 권한다.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과 오해들이 쌓여서 회사를 떠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어렵게 구한 인재를 놓친다.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어렵고,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미국으로 진출할 경우 주로 개발 스튜디오를 한국에 두고, 세일즈 오피스를 미국에 두는 경우가 많다. 많이 쓰이는 구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지역별로 편차가 있지만 대체로 미국에 있는 엔지니어들은 금값이다. 초기 스타트업에게는 한 명 고용도 부담스럽다. 그 외에도 미국에 사무실을 차리는 것은 물가 차이 때문에 숨만 쉬어도 들어가는 운영비용이 큰 편이다. 세금도 싼 편은 아니고 사무실도 비싸고 지출이 일어나는 항목마다 싼 것은 많지 않다. 그 위에 비싼 인력을 더 고용하는 것은 더 부담이다. 미리 알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 편이 좋다.


커뮤니티


익숙한 한국 땅을 떠나 새로운 땅에 떨어지면 어려운 일 투성이다. 렌트할 집을 알아보는 것부터, 중고차 구매, 사무실 집기 구매, 은행 업무 등 특히 초반에 자잘하게 도움이 필요한 일들이 많다. 주변 커뮤니티에 적극 도움을 청하자. 샌프란시스코에서 일하는 인도인들은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걸 잘 한다. MS, 구글 등 대기업에서 인도인 CEO 가 나오는 것은 단지 실력만은 아니다. 수십 년간 인도에서 엔지니어 및 테크 인력들이 대거 채용되어 건너오면서 커뮤니티를 만들고 꾸준히 쌓은 인프라의 결과이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는 ICT 업계에서 일하는 한국인 커뮤니티도 있다. 프라이머 싸제 파트너스의 이기하 대표가 운영하는 82 startups가 스타트업 위주의 한국인 커뮤니티를 만들어 네트워킹의 장을 만들고 있다. 좀 더 일반적인 테크 관련 종사자들의 모임인 K Group은 수천 명이 회원으로 가입하여 활동 중이다. 이런 네트워크에 속해서 도움과 조언을 구하면 비슷한 경험을 미리 겪은 많은 분들이 조언을 해주고 본인이 했던 실수를 공유하며 케이스 별로 도와줄 것이다.
 
테크 기업이 미국으로 진출할 때 생기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말하면서 이렇다 할 마땅한 정답을 같이 전달해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다. 미리 조금 경험했다고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회사마다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답도 각자 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은 크고 매력적인 시장이고, 도전하고 싶게 만든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그리고 BTS의 성공으로 미국에서 K-pop과 한류는 조금씩 대중에게 스며들어가고 있다. 한국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가는 것이 보인다. 한국의 테크 기업도 분투 중이다. 2016년에 네이버의 자회사인 라인이 뉴욕 증시에서 IPO를 하며 한국 기업의 주류 진출에 물꼬를 텄다. 다음 주자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생존 경쟁 중인 회사들이 많다. 좋은 답을 찾으려면 먼저 좋은 질문을 해야 한다. 이 글을 미국 진출 및 회사 성장을 위해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한 재료로 생각하고 각자 최선의 답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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