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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라오스에서의 문제 해결방법
2019-12-19 김고은 라오스 비엔티안무역관

남동식 Southeast Investment and Consulting Co., Ltd. Managing Director




라오스와 인연을 맺고 라오스에 거주하기 시작한지 15년이 됐지만 아직도 라오스 사람들을 정확하게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라오스에 살고 있는 외국인으로서 한국 사람의 시각이 아닌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 위해 나름 라오스의 언어와 역사공부도 하고 문화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라오스 사람들과 개인적인 교류도 해봤지만 여전히 “미스터리한 라오스”를 실감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사업을 하거나 생활하다보면 다른 문화와 사회 시스템때문에 겪는 어려움들은 어느 나라에서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미스터리”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과장된 표현이라는 반론도 가능하겠지만 라오스인, 라오스 사회의 특징들이 평범한 한국 사람의 눈에 “미스터리”하게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먼저 말해두고 싶다. 특히 라오스에 직접 투자해 사업을 하기 위해 또는 라오스 기업과 거래할 기회를 갖고자 한다면 이러한 라오스인과 라오스 사회의 특징을 이해하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이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라오스를 처음 방문하는 외국인 특히 서양사람들에게 흔히 해주는 농담이 있다. 라오스의 정식 국가명은 Lao People’s Democratic Republic이다. 줄여서 Lao PDR로 쓴다. 여기서 PDR을 “Please Don’t Rush(제발 서둘지 마세요)”라고 해석해 주면서 라오스의 특징을 설명하곤 한다.


나는 많은 한국 사람들에게 라오스를 이렇게 설명하곤 한다. “라오스에 없는 것이 3가지가 있다. 첫째, 라오스에는 바다가 없다.” 이 말에 모든 사람들은 지극히 상식적인 설명이라 크게 감동하지 않는다. “둘째, 거리에 자동차와 오토바이 경적 소리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말을 들은 후 한국은 물론 세계 어느 나라 대도시에 가도 차량 경적소리가 없는 곳이 별로 없음을 떠올리고 미소 짓게 된다. “셋째, 라오스 사람들은 평생동안 싸우는 사람이 없다.” 라고 설명하면 평생을 싸우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반박부터 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부터 미스터리한 라오스를 이해하는 세 가지 키워드로 라오스에서의 문제해결 방법을 내 나름대로 해석해보고자 한다.


1. 라오스에는 바다가 없다.


라오스는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 5개국에 둘러 쌓여있는 내륙국가이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유일한 내륙국이면서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이다. 내륙국가 또는 내륙지방 사람들의 특징 중의 하나인 보수적인 기질을 들 수 있는데 라오스도 예외는 아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경계심이 유난히 강하다. 체면을 중시하고 신뢰를 쌓기 전까지는 의심이 많다. 따라서 아무리 첫인상이 좋은 사람, 좋은 상품이 있어도 이들의 진정한 관심을 끌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친절한 라오스인들은 소박한 미소와 함께 상대방에게 위안이 되는 칭찬을 하겠지만 천성적으로 라오스에서는 처음부터 너무 적극적으로 사람에게 접근하거나 대규모 사업을 기획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간을 두고 라오스 사람들에게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큰 실패를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업이 아닌 개인적인 관계에서는 예외일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외국인들은 라오스 사람들을 “한 번을 만나도 십년 만난 것 같고 십년을 만나도 처음 만난 것 같다”고 표현한다는 점이다. 개인적인 관계와 사업관계는 철저히 구분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된다. 라오스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듣는 말 중의 하나가 “Same same but different” 또는 “라오스에서는 되는 것도 안되는 것도 없다.” 이런 모호한 말들이다.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 불확실성은 곧 리스크를 의미한다. 라오스에서 어느 누구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몸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만이 최선이다.


2. 거리에 자동차와 오토바이 경적 소리가 없다.


라오스는 2018년 기준으로 인구 700만 명의 작은 내륙 국가이다. 국토의 면적은 남북한 합한 면적보다 약 1.1배 더 크다.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는 수도인 비엔티안으로 90만 명이다. 비엔티안시의 크기는 서울시 크기의 6배에 달한다. 아직 도시화가 많이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비엔티안시 도심에 거주하는 인구는 50% 전후인 40~50만 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비엔티안시에 등록된 차량 수는 오토바이 61만 대, 자동차도 28만 대 이상이 등록돼 있다. 불과 5~6년 전부터 자동차가 급격하게 증가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주요 도로의 사거리를 제외하면 신호등이 없는 곳도 많은데 복잡한 도심에 자동차 경적 소리가 없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지 않은가?


라오스 사람들은 서두르지 않는다. 약속시간에 30분~1시간 늦어도 불평하는 사람도 없고 절대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않는다. 출퇴근시간에 차가 사거리에서 뒤엉켜 있어도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안다. 그렇다고 마냥 라오스 사람처럼 직원이 늦게 출근해도 아무런 징계도 하지 않는다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거래 상대방의 잘못을 너그럽게 다 받아준다면 라오스에서의 사업은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라오스도 이미 2013년 WTO 가입, 2015년 ASEAN ECONOMIC COMMUNITY 출범 등으로 세계경제질서에 편입돼 있고 라오스 국내에서는 물론 국제적인 경쟁에 점차 노출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간이 돈”이라는 경제 관념은 매우 일반화돼 있지만 라오스에서는 시간이 너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아무리 통신과 인터넷이 발달해도 전화나 온라인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이다.


라오스에서는 오전 8시에 직원을 은행에 보냈는데 정오가 다 돼도 돌아오지 않는다고 또는 인터넷이 불통돼 통신회사에 신고했는데 일주일째 아무 연락도 오지 않는다고, 라오스 업체에 거래를 제안했는데 아무런 답변도 주지 않는다고 불평만 해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인지 나부터 차근차근 확인해야 한다. 첫째, 이용하고 있는 은행에 고객이 너무 많아서 항상 대기 시간이 길다면 은행을 바꾸거나 비교적 고객이 적은 지점을 이용하거나 아니면 은행 문을 열기 전에 먼저 가서 기다리는 방법 등이 있다. 둘째, 인터넷 불통의 경우 불통신고를 확실히 문서로 접수한 후 고객센터 또는 수리기사에게 먼저 연락해서 언제 올 수 있는지 수시로 연락해 약속한 날짜와 시간에 오지 않더라도 먼저 연락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셋째, 거래하고자 한 업체에 제안했던 제안서류에 문제가 없는지 먼저 확인한다. 서류가 완벽하다 하더라도 담당 직원의 개인사정 때문에 늦어질 수도 있다. 먼저 연락이 오는 경우는 대부분 절대 없으니 먼저 연락을 취한 후 직접 찾아가서 대면해서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


라오스는 아직 자본주의적 시간 개념과 직업상 책임의 개념이 불확실한 경우가 많다. 직원은 관리자가 은행에 가라고 하니 갈 뿐이다. 통신회사 고객센터 직원이나 수리기사는 본인의 하루 근무시간만 지키면 그만이다. 거래처도 마찬가지다. 도무지 책임감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럴수록 직원에게는 정확한 지시를 해야하고 거래 상대방과의 거래관계는 철저하게 서면으로 확실하게 확인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문서이건 공문서이건 서명을 한 문서는 라오스에서는 확실한 증거능력이 되기 때문이다.


3. 라오스 사람들은 평생동안 싸우는 사람이 없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주먹다짐을 하고 싸웠다 하더라도 쉽게 화해를 하고 오히려 더 친하게 지내는 경우도 많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속담도 이러한 문화를 정당화한다. 평생을 어느 누구와도 싸우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것이 한국 사람들 관점으로는 정말 믿기 어렵다.


인간 세상에 서로 이해관계가 부딪힐 때 해결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강자가 무력과 폭력을 사용해 약자를 억누르고 많은 몫을 차지하는 방법 그리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해와 협상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몫을 나누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이해관계 충돌 시 라오스 사람들의 해결방법은 이 두 방법과는 차이가 있다. 라오스 사람들은 일단 이해관계가 충돌하면 서로 대면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본인이 손해를 보더라도 조용히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거나 아예 불편한 상황을 회피하는 경우도 많다. 라오스에서는 가족이나 친척 간에 분쟁이 해결되지 않아서 수십년째 방치된 땅과 건물도 많이 있고 친구 간에 사소한 다툼으로 인해 평생을 보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그러나 라오스에 사는 외국인으로서 개인적인 문제이건 사업상의 문제건 일단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 문제가 해결돼야 다음 의사결정을 할 수가 있는데 문제 해결의 상대방이 이를 회피하기만 한다면 그처럼 난처한 경우가 없을 것이다. 만약 문제 해결을 위해 상대방과 꼭 큰소리로 싸워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다시는 보지 않을 각오를 해야 한다. 법과 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라오스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라오스인의 지혜를 배워 작은 손해는 감수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상대방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여 문제해결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것보다 작은 손해로 상대방의 마음을 열 수 있는 기회로 삼는다면 더 큰 보답이 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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