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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신북방시장 진출, 극동러시아 먼저 공략...중장기 유라시아로 다변화 필요
2019-12-03 우상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무역관

전명수 루스이코노믹 대표  



올해 한러 교역 규모의 회복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앞으로 러시아 경제의 본격적인 반등이 더욱 기대되는 상황이다. 지금이야말로 한국 기업들이 러시아 시장 진출의 최적기라는 주장이 곳곳에 제기되고 있다. 바야흐로 러시아가 새로운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그간 한국은 최대 교역국이자 투자국인 중국과 정치적 이해관계로 갈등을 빚었다. 양국의 정치적 마찰은 통상 분야의 마찰로 이어졌다. 이에 한국에서는 미래의 대안 시장으로 유라시아 시장이 급부상하며 새롭게 각광받아 왔다. 유라시아의 관문인 러시아가 재조명되는 가운데 2020년 한러 수교 30주년 기념을 계기로 신북방지역 진출이라는 국가적 프로젝트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서방의 대()러시아 경제제재, 무엇을 남겼나?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유혈사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으로 촉발된 서구와의 대립이 서방의 대러시아 경제제재의 발단이다. 유럽연합(EU)은 첫 번째 경제제재가 시작된 이래 현재까지 제재의 수준을 확대하고 동시에 수차례 기한 연장을 반복하며 러시아와 불편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어느 한쪽도 이득을 볼 수만은 없는 이른바 치킨게임의 모양새다.

 

시간이 지나며 이러한 긴장관계가 조만간 종식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청신호도 곳곳에서 감지됐지만, 이후의 상황은 오히려 이러한 기대와는 사뭇 거리가 멀어진 것처럼 보인다. EU는 만료 예정이던 제재를 추가하거나 재연장하며 경제적 긴장상태의 분위기를 바짝 조이는 모양새다. 곳곳에서 등장했던 미래에 대한 청신호가 삽시간에 적신호로 전환되는 등 여전히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의 안갯속을 걷고 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고 이후 국정에 안정감을 갖추게 되면서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관계가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이제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분위기다. 대선기간 동안 친러시아 행보를 보여온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일정한 시간이 경과했을 시 러시아에 제재완화 또는 해제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제재강화책을 공식발표하며 장기전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대러시아 경제제재 내용을 살펴보면 크게 무기수출 금지, 러시아 은행의 자금조달 제한, 러시아 주요기업 및 인사들에 대한 제재로 요약된다. 결국 러시아의 국제금융 접근에 대한 제한이 핵심이다. 돈줄을 틀어막아 러시아 국가경제를 견인하는 에너지 사업에 금융조달과 외국 기업의 투자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제재를 둘러싼 서방 vs 러시아’, 득과 실은?


서방의 대러시아 경제제재가 장기화되며 러시아가 얻은 득과 실을 따져보면 비교적 명확하다. 우선 러시아가 잃은 것은 제재 초기의 충격으로 인한 경제적 경직성과 사회적 불안감이었다. 식료품 수급의 불안정으로 시장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러시아 전체가 바짝 긴장했고 요동치는 환율은 결국 루블화 가치를 2배 가량 끌어내렸다. 이는 바로 수입재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며 대러시아 수출 사업을 펼치는 외국 기업들의 교역액을 급감하게 만들었다.

 

소득은 변함이 없는 상태에서 기존에 구매했던 제품들의 가격은 줄줄이 인상되니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저가의 제품으로 구매 선호도를 보이며 순식간에 소비행태가 전환됐다. 시장이 급변하자 러시아가 또 다시 과거 깊은 불황의 늪에 빠져드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시민들 사이에 우려감은 점점 고조됐고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그러나 제재 초기에 어려운 경제상황에 직면했던 러시아 국민들은 점차 변화된 일상에 차분히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였다. 당장에 필요하지 않은 고가품 또는 해외여행 등은 미뤘고,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식료품과 의류 등은 낮은 가격 중심의 소비자 시장에서 조달하기 시작했다. 가격선호도가 바뀐 러시아 내수시장의 양태는 유통망을 변화시켰다. 시민들의 달라진 소비풍조에 중산층을 겨냥한 전문점 또는 소매상가들은 폐점하거나 저가 중심의 판매전략으로 재편해 활로를 찾았다.

 

생산자와 소비자 그리고 유통자 모두가 시장 상황에 맞게 생활패턴을 자발적으로 바꿔가며 경제난에 적극 대응했다. 1990년 후반 심각한 국가적 경제위기를 경험했던 러시아의 기성세대들은 제재의 본격화 국면 이후 곧바로 소비를 줄이는 태세로 전환, 생활방식을 비상대응체제로 변경했다. 다가올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자세를 보여주며 과거와 달라진 자세를 보여줬다.

 

2018년 러시아의 교역액은 6,926억 달러로 2017년 대비 17.6% 증가했다. 수출은 25.6% 증가한 4,521억 달러를, 수입은 5.1% 증가한 2,405억 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2,116억 달러로 2017년 대비 61.6% 늘어나며 2014년도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그렇다면, 서방의 경제제재로 인해 러시아가 얻은 이득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러시아는 자국의 제조산업 강화책을 펼치면서 산업다변화의 실질적인 초석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 현저히 가시적인 성과는 아니다. 그러나 일부 자국산 제품들을 수입산 대체재로 전환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대체재를 생산할 수 있는 자국의 제조기업들을 지원했고 이것이 가시적인 성과를 달성하는 주된 요인이었다. 생산설비에 신규 투자하는 기업에는 자금지원뿐만 아니라, 공공조달 가산점을 부여하며 석유·가스에 치중된 국가산업을 개혁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것이 제재로 인해 러시아가 얻은 가장 큰 득일 것이다.

 

신북방 시장 진출, 극동러시아 진출부터 시작

 

서방의 경제제재로 인해 그 속도가 제재 이전보다 상당부분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정부 차원에서 이를 한결같이 추진하는 것은 대내외적으로 분명하게 확인되는 사실이다. 가까운 미래에 극동지역은 분명히 국가차원에서 대대적으로 개발될 것이고, 지금보다 한층 개선된 인프라와 새로운 도시 등의 면모를 갖추며 재탄생할 것이다.

 

이같은 러시아 상황을 고려할 때, 우리 기업들은 극동러시아 시장이 부여하는 의미를 적극 되새길 필요가 있다.

       

러시아의 신동방정책은 아시아의 협력 확대로 낙후된 극동지역을 개발하는 동시에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에너지 공급 허브 역할을 통해 새로운 국가 성장모델을 구현하겠다는 비전으로 추진되고 있다. 무상 토지분배를 통해 인구유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고 선도개발구역, 자유항 등 법적 기반을 갖춘 경제특구로써 극동지역을 각각 특성에 맞게 개발하고 있다. 성과는 더딜지라도 러시아 대통령이 해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되는 동방경제포럼을 통해 지속적으로 주변국에 협력을 제안하며 선진 투자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속도감 있게 개선해 나가고 있다.

 

다음으로 강한 러시아의 재건을 위해 구소련 국가들과 단일경제망을 만들어 가고 있는 국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 러시아는 소위 러시아판 EU’라고 할만한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을 창설해 몸집을 키우고 있다. 미래에 EAEU가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한국과 FTA를 체결하는 수준이 되면 러시아는 더 이상 우리가 지금까지 인식한 15000만 명 규모의 단일국가 시장이 아니다. 구소련권 역내국가에서 상품과 서비스가 자유롭게 이동되는 거대한 시장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유럽으로 나아갈 수 있는 관문으로써 전략적 허브 역할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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