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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 기업에 낯선 체코 직장문화 이해하기
  • 외부전문가 기고
  • 체코
  • 프라하무역관 정지연
  • 2019-11-20
  • 출처 : KOTRA

임련강 사업개발 매니저 BDO Advisory 컨설팅




필자는 아시아 회사의 유럽 지점과 체코 내 한국 기업에서 근무했으며, 이후 체코 투자청에서 한국 투자자 지원 담당을 거쳐 현재는 한·중·일 기업의 유럽 투자를 지원하는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 중이다.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유럽과 한국 문화가 공존하는 직장에서 근무하며 겪은 흥미로운 차이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1. 10분 전 출근 vs. 자유로운 출퇴근 시간

 

처음 체코로 와서 체코 회사에서 근무하던 때의 일이다. 공식 출근 시간이 9시까지였는데 직원들 대부분 9시 10분 ~ 15분 사이에 출근을 했다. 오전 미팅 일정에 늦는 것이 아니라면 9시 이후에 출근해도 누구도 그 부분에 대해 지적하지 않았다. 한국 직장에서는 보통 출근 시간 전에 미리 도착해 업무 준비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유연근무제가 활성화돼 있는 체코는 본인이 맡은 업무에 지장이 없는 한 개인사정에 따라 출퇴근이 자유로운 회사가 많은 편이다.

 

또한 대부분 유럽 직원들은 근무 시간 외의 초과 근무를 최대한 피하려고 한다. 극단적인 예시이기는 하나 한 직원이 퇴근 시간이 6시인데 10분 전 컴퓨터를 끄고 주변을 정리한 다음 5시 59분에 출결 기록 기계 앞에 서서 1분을 기다렸다 카드를 찍고 퇴근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이러한 근무 태도에 대해 상사가 상담을 하려고 한다면 직원이 “근무 시간이 6시까지라고 계약서에 적혀 있습니다” 라는 뉘앙스를 띤 대답을 듣게 될 수도 있다. 이는 근무하는 시간 자체 보다는 업무의 효율성과 성과에 대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하는 체코 근무 문화에 기인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회사에서 오랜시간 근무하는 직원보다 직무 능력을 평가함에 있어서 효율적인 업무처리와 프로젝트의 완성도가 기준이 된다.

 

회사마다 내부 규정이 다르기에 체코의 모든 회사의 출근 시간이 유연하고 모든 한국 회사는 출근시간을 준수해야 한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최근 한국 회사들도 직원들의 편의를 위해 유연근무제를 적용하는 등 변화하는 추세이다. 다만 한국에서는 출근시간 준수가 일반적인 사회생활의 에티켓으로 여겨진다면 체코 회사들은 유연한 편으로 근무시간에 대한 문화차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2. 몸이 아픈데 휴가를 써요? ‘휴가 = 여행

 

한국에서 감기 걸린 직원이 회사를 출근하는 경우에 아픈데도 열심히 일한다는 성실한 이미지를 심어줄 수도 있지만 유럽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기침 한 번할 때마다 동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하고 단도직입적으로 “기침하는데 왜 회사 나오셨나요? 다른 직원들한테 감기 옮기시려고 그러시는 건가요?”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 한국 직원들에게는 이런 반응이 낯설기도 하고 해외생활하면서 아픈 것도 서러운데 동료에게 서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몸이 아픈 경우 월차나 연차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체코 직원들에게 건강상 이유로 휴가를 쓴다는 것은 조금 의아하게 여겨질 수 있다. 왜냐하면 1년 법정 휴가 20일은 체코 직원들에게 햇살이 부서지는 해안가에 앉아 선탠을 즐기거나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체코 직원들이 몸이 좋지 않은 경우는 재택근무를 신청하거나 건강상태에 따라 의사에게 진단서를 발급받아 병가를 사용한다. 회사들 중에는 sick-holiday라고 분기별 또는 반기별로 1~2일씩 진단서없이 쉴 수 있도록 직원 혜택을 주는 곳도 있다. 체코에서 회사를 설립할 계획이 있다면 인사 관련 내부 규정을 세우는 데 있어 체코 현지의 법률적인 검토도 미리 돼야 차후에 문제를 피할 수 있다.   

 

3. 매니저 승진 기회, 거절하겠습니다.

 

회사를 다니는 한국인이라면 한 회사에서 근무 연차가 쌓이고 승진을 하고 연봉이 오르는 흐름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체코에서는 매니저로의 승진은 책임감과 업무량 증가로 직결된다. 이는 곧 회사 일때문에 가족과 저녁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하거나 조깅, 하이킹, 사이클링과 같은 취미 생활에 할애할 시간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된다. 직급이 올라가고 회사 차원의 대우가 좋아진다고 해도 현 직급에서 업무에 만족도가 높고 사생활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직원들의 경우에는 아무리 좋은 승진 기회라 할지라도 고사할 수 있다.

 

반면, 개인 생활보다 일을 가치관 우선 순위에 두고 승진 욕심이 있는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야근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야근을 한 시간에 대해서는 근무시간 단축 또는 초과 근무 수당을 기대하기 때문에 야근에 상응하는 보상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

 

4. 체코에도 회식 문화가 있다

 

체코에서 회사를 다니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체코 직원들이 상사에게 ‘팀빌딩’을 언제쯤 할 것인지 계속 문의했다. 대체 팀빌딩이 무엇이길래 저렇게 성화인지 궁금했다. 직원들의 끊임없는 요구에 못이긴 상사가 선택한 곳은 식사 가격대가 높은 일식당이었고 동료들과 어울려 저녁을 먹으면서 체코에도 한국의 회식과 비슷한 ‘팀빌딩’이라는 문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요즘 유럽의 밀레니얼 세대들이 회사를 선택할 때 다양한 팀빌딩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는지도 고려사항이 되고 있다. 보통은 영화나 연극을 함께 보거나 식사를 같이 하기도 하고 하이킹을 가기도 한다. 팀원들과 함께 1박 2일 근교 여행을 떠나기도 하는데 근무시간 외에 진행하는 경우 강요성은 없으며, 참석 여부는 개인의 선택에 맡긴다. 동료들과 사무실에서는 업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지만 팀빌딩 중에는 좀 더 유연한 분위기에서 사적인 이야기나 다양한 주제로 얘기를 나누게 된다. 아무래도 팀빌딩 후에는 참석했던 동료들끼리 좀 더 친근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결국 체코도 사람 사는 곳임을 잊지 말자.

 

5. 유럽은 업무 속도가 다르다

 

한국인과 유럽인과 함께 일을 해보니 한국 사람들은 “유럽인들은 왜 이렇게 느려요”라는 불평을, 유럽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은 뭐가 그렇게 급해요, 그리고 왜 그렇게 결정을 자주 바꿔요”라는 불평을 듣게 된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다 보니 한국인들이 보기에는 느긋이 일을 처리하는 유럽 스타일이 답답할 수 있고 유럽인들이 보기에 빠르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한국식 업무스타일이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다.

 

또한, 유럽 사람들은 보통 6~8월에 거쳐 여름 휴가를 가는데 2주에서 길게는 4주 연속으로 휴가를 가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전 직원이 함께 사무실에 근무하기가 어렵다. 12월과 1월에는 연말·연초 휴가로 인해 구직 및 인력 채용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업무처리 속도도 상당히 더뎌지기 때문에 연중 사업을 진행할 때 이 기간을 고려한 비즈니스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유럽과 한국의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직장 문화가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해외 투자를 시작한다는 것이 표면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깊숙하게 문화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면이 많다. 유럽의 직장 환경이나 전반적인 문화에 익숙지 않은 한국 회사라면 다양한 문화 충격을 겪을 수 있으며, 사업체 설립 일정부터 난항을 겪을지도 모른다. 한 사람이 이민을 오게 되는 경우도 ‘이민 비용’이 발생하는데 그보다 더 큰 회사 설립의 경우는 더 큰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좋은 인력을 구하고 이를 잘 유지 및 관리하는 것은 해외에 지점을 세울 때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현지 근무환경 및 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현지 직원과의 장기적인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 본사에서는 새로운 방법으로 사업을 원해서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방침을 전달하게 되면 체코 현지 직원들이 기존에 해오던 방식유지와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체코에서는 상사의 지시를 무조건적으로 따르기 보다는 자기의견을 자유롭게 말하고 대화를 하는 수평적인 문화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지침전달 보다는 현지 직원과의 대화와 협력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처음 유럽으로 사업체 설립하는 경우는 KOTRA나 현지 한인사회, 기존 진출 기업, 현지 컨설팅 회사 등을 통해 현지 정보와 근무환경 및 문화 그리고 현지 노동법 등의 정보를 미리 얻는 것도 해외투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어려움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국도 유연한 근무환경 조성에 노력을 기울이며 변화하고 있으나 막상 현지에서 기업을 운영하게 되면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문화적 차이를 실감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 기업이 현지에서 충돌이 생기는 경우는 대부분 규정이나 시스템의 문제보다는 한국인과 체코인이 살아온 환경, 역사, 문화적으로 다른 부분에서 파생되는 오해인 경우가 많다. 한국 기업이기에 한국 문화를, 체코에 소재하고 있어 체코 문화를 서로 주장하는 것보다는 먼저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융화된 기업문화를 만들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이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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