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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멕시코 상거래 문화와 전통
2019-10-15 공소연 멕시코 멕시코시티무역관


권봉철, 메소아메리카학 박사(멕시코 국립대 출강, 전 쿠바 KF파견 교수)


 

 

멕시코는 큰 영토와 오랜 역사를 지닌 대국의 면모를 하고 있지만 동시에 초강대국 미국과 이웃하며 발생했던 고통스러운 역사적 경험과 더불어 여러 가지 정치, 경제적인 문제로 인한 많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멕시코인들은 미국에 대한 애증 관계처럼 자신들의 문화와 전통이라는 정체성에도 양면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멕시코의 노벨 문학상 시인 옥타비오 파스(Octavio Paz)는 멕시코의 이러한 이중성을 멕시코의 가면 문화를 통해 설명했다. 예전에 화려했던 고대 원주민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동시에 스페인 군대에 의해 처절하게 유린당하는 원주민, 유럽 문화에 대한 선망과 미국의 번영에 대한 부러움이 만들어 내는 멕시코 사회의 이중적 구조는 뿌리 깊다. 마야와 아스테카 문명을 자랑스러워 하지만 원주민들은 여전히 극빈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는 수천만 명의 멕시코 가족들이 거주하고 대미 수출을 위한 대부분의 공장은 국경 근처에 모여있다. 한국의 기아자동차, LG, 삼성 공장도 미국 국경 가까운 멕시코 북쪽 도시에 있다. 트라우마 자체가 외상을 통해 수반되는 심리적인 후유증이 야기하는 문제라고 한다면 우리가 상거래 문화나 전통을 얘기할 때에도 심리적인 고려가 필요한 이유이다. 그리고 멕시코의 문화와 전통을 좀 더 이해한다면 공감 능력을 키워 사업상 효율적이고 도움이 될 수 있는 몇 가지를 살펴본다.

 

멕시코 문화와 전통의 이중성

 

멕시코는 북미 대륙에 위치한 200만 평방 킬로미터(한반도의 9배)에 육박하는 커다란 영토를 지니고 있는 국가이다. 역사적으로는 기원전 1500년 경에 이미 도시 국가형태가 시작되는 올메카 문명과 찬란한 마야 문명, 아스테카 제국의 중심지로 아메리카 대륙에서 출현했던 메소아메리카 문명권의 핵심을 이루는 중심지이다. 콜럼버스의 인도 탐험대가 1492년 카리브해의 작은 섬에 도착하고 이후 아스테카 제국이 스페인 군대에 의해 정복당하면서 유럽의 문화가 본격적으로 신대륙으로 전파된다. 멕시코 시티는 유럽의 문화가 전파되는 중심지가 됐다. 지난 500년간 멕시코는 고대 원주민 문명의 중심지에서 유럽의 가톨릭과 스페인어를 수용하면서 라틴 문화의 중심지로 거듭 태어났다. 그리스 로마 문명의 전통을 이어받고 유대 기독교 문화를 받아들여 서구화됐다. 원주민 문화와 유럽 문화는 멕시코를 구성하는 두 개의 뿌리이다.

 

북쪽의 이웃인 초강대국 미국이 독립 이후 서남부지역으로 국경을 확장하면서 멕시코는 영토의 절반 이상을 잃게 된다. 미국 군대에 의해 수도 멕시코 시티가 함락되기도 했다.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미국 남부 국경지대를 중심으로 한 마찰과 이주 문제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렇게 멕시코는 미국과 오랜 애증의 관계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멕시코의 경제는 미국을 빼고는 얘기조차 할 수 없다. 한국 대기업들이 멕시코에 진출하는 이유 또한 미국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멕시코는 미국 시장을 위한 교두보이기도 하지만 멕시코 자체로도 1억이 넘는 인구를 지니고 있는 거대한 시장이기도 하다.


멕시코의 상거래 문화와 전통을 얘기하면서 이렇게 멕시코의 시공간 맥락을 먼저 알아보는 이유는 여러가지 개인적 경험에서 연유한다. 많은 한국인이 멕시코 공항에 내리면서 먼저 물어보는 것은 일 인당 국민소득이 얼마인지, 대기업 신입 직원의 초봉이 얼마인지 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 사회를 기준으로 멕시코 사회를 대략 이해해보고자 하는 방편일 것이다. 하지만 멕시코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우리보다 월등히 높은 것이 우리에게는 이해가 좀처럼 안 된다. 또 많은 경우 라틴 문화의 특징이라고 짐작해 멕시코 사람들이 놀기 좋아하고 게으르다는 선입견이다. 멕시코 사회에 적응하여 살면서 처음 놀라는 점은 멕시코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게으르지 않다는 것이다. 둘째로 놀라는 점은 음주문화이다. 상당히 의외이다. 술주정이나 술에 취해서 행하는 실수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만큼이나 엄중히 취급한다. 물론 개인의 경험이 다를 수 있지만 20년 이상 살면서 느끼는 문화 전반적인 특징과 인식 기준으로 볼 때 그러하다.

         

아미고 (Amigo, 친구) 문화

 

아미고는 스페인어로 친구라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친구보다는 상당히 포괄적이고 질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로는 나이를 떠나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이고 둘째로는 지위의 고하를 떠나서도 친구가 될 수 있다. 형식적인 의미의 나이나 지위보다는 개인의 인격 그 자체를 중심으로 마음과 뜻이 맞으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멕시코에서는 좋은 사업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아미고”가 되라는 말이 있다. 물론 이 말은 상거래뿐만이 아니라 외교적인 관계나 일반적인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멕시코 문화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가족 친구라고 할 수 있다. 친한 친구의 경우 배우자뿐만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들과도 친구가 된다. 사업 파트너라 할 지라도 부부가 함께 식사하거나 가족을 초대해 함께 식사하는 경우가 많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식탁에 함께 앉아 나이를 떠나 개인의 취미뿐만 아니라 정치나 시사 문제까지 허심탄회하게 서로 얘기를 나눈다. 이렇게 가족 친구가 되고서도 좋은 사업 파트너가 안 되기는 쉽지가 않다. 물론 사업을 위해서 가족까지 이용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진정한 마음으로 다가서고 친구가 되는 것이 관계의 성공을 위한 지름길이라는 얘기이다. 멕시코인들은 의외로 순수한 면이 있다. 멕시코인과 한국인이 비슷한 점이 있다고 가끔 얘기들을 한다. 냉철한 이성보다는 서로 얘기하다 보니 마음이 통하는 구석이 있어 처음에는 “노(No)라고 했던 것이 “예스(Yes)”로 바뀌는 경우도 봐 왔다.


그러나 의외로 멕시코 사람들은 고집이 꽤 있다. 왜곡된 트라우마의 발로인지는 알 수 없으나 굉장히 완고한 면이 있다. 기분이 좋아 흔쾌히 입장을 바꾸는 경우와는 반대로 끝까지 고집을 부리기도 한다. 한국의 문화나 역사를 우월하게 여겨서 멕시코를 얕잡아 볼 객관적 근거는 사실 별로 없다. 멕시코 경제 수준을 얘기하며 눈을 아래로 보는 경우도 가끔 보았지만 일반적인 면에서 우리가 멕시코보다 경제 수준이 높다고 할 수 있었던 기간은 불과 몇 년 되지 않는다. 2002년 월드컵을 지나며 멕시코인들이 보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사실 많이 바뀌었다. 우리가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이들이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아미고”라는 인식과 태도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외국인에 대한 호의와 관용

 

스페인의 정복 전쟁과 300년간의 식민지를 거치며 멕시코는 혼혈 문화를 지닌 나라가 됐다. 스페인어가 공식 언어이지만 수많은 원주민 언어가 공존하고 또 수많은 외국인이 함께 살아간다. 이렇게 멕시코는 500년이라는 시간을 거치며 이방인들과 공존하는 문화가 전통이 됐다. 외국인들과 함께 살고 생활하는 것이 낯설지 않다. 가족의 식탁이나 일상까지 외국인이 함께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 멕시코인의 큰 장점이라면 외국인이 어설프게 하는 스페인어를 참고 끝까지 잘 들어 주는 인내심을 들 수 있다. 미국의 슈퍼나 길거리에서 어설픈 영어로 말을 걸어 본 사람들은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이 하는 어눌한 한국어를 참고 들어 보려고 노력해 본 사람들은 이 인내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비지니스나 외교적인 언어는 영어가 주로 쓰이지만 외국인이 스페인어를 배우고자 하는 노력이나 실제 사용하는 경우는 상당히 호의적으로 받아들인다. 나아가 역사나 문화에 관심을 조금이라도 가지거나 식견이 있으면 반색을 한다. 공식적인 외교 관계에서도 “태양의 피라미드(Teotihuacán)”는 다녀왔는지 물어본다거나 비지니스 상담 중에서도 대통령 궁에 있는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 벽화”는 봤는지, “따꼬”는 먹어봤는지 물어본다. 사업이든 정치적인 관계이든 이렇게 서로를 이해하고 관심을 보이며 “아미고”가 먼저 돼간다. 멕시코 사람들도 우리나라의 전자 제품이나 자동차 등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젊은이들은 한류와 K-POP에 대한 호응도 상당하다. 좀 아쉬운 점은 우리의 오랜 역사나 전통문화에 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문서를 중요시하는 전통

 

멕시코인들이 일상생활에서 하는 말 중에 “종이(서류)가 말을 한다. El papel habla”라는 표현이 있다. 즉, 일상생활 중에서도 문서 작성을 통해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네 아파트 단지에서 하는 회의의 경우에도 문서를 작성하고 서명을 받아 공지사항을 배포한다. 대통령 후보가 사퇴할 때에도 정식 서면으로 문장을 만들고 후보자가 서명해서 공포한다. 개인이 도장(인장)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의외로 멕시코는 우리보다 굉장히 일상생활에서 문서를 중요시한다. 따라서 일반인들의 경우에도 사소한 경우라도 문서에 서명을 요구하면 굉장히 꼼꼼히 따져 본다. 그냥 대충 서명을 요구하다가는 난감한 경우를 당할 수도 있다.

 

멕시코는 원주민 문명 때부터 수많은 서적과 함께 도서관이 있었고 스페인 식민지 기간에는 모든 것을 서류를 통해서 업무를 처리하는 전통이 있었다. 공식 증명서를 떼거나 할 때도 담당자가 직접 서명을 해야 하므로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한다. 우리 입장에서는 가끔 시간 계산에서 착오가 생기기도 한다. 타인의 증명서가 필요할 때에는 서류 당사자의 서명이 된 위임장이 필요하다. 정해진 양식이 따로 있다. 우리는 한글을 라틴 알파벳으로 옮겨서 적는데 이 과정에서 가끔 문제가 생긴다. 이름을 붙여 썼다가 띄어 쓰거나 중간에 하이픈을 넣었다 빼거나 하는 경우이다. 가끔은 상대방의 이름을 확인하지 않고 그냥 통상적인 관념으로 쓴 경우에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공식 문서나 송장의 경우에는 동일인으로 인정되지 않기도 한다. 우리 식으로는 이렇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통하지 않는다. 의외로 한국인의 경우에는 자주 발생하는 문제이다. 표기법이 자주 바뀐 문제가 있기도 하고, 인명이나 지명 등의 명칭은 개별적으로 표기하는 방식이 다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소한 문제이지만 절대 작지 않은 문제이다. 현재 입장에서는 사안별로 꼼꼼히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역사적인 인물이나 사건, 문화적인 현상 등은 법적인 문제나 금전적인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이해도가 떨어질 뿐이다. 법적 효력이 필요한 서류나 금전적인 거래의 경우에는 예상 못 했던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다. 주의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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