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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관 르포] 알제리에서 한류 마케팅이 가능할까
  • 직원기고
  • 알제리
  • 알제무역관 김희경
  • 2018-10-13
  • 출처 : KOTRA

김희경 KOTRA 알제무역관

 

 


내가 근무하고 있는 알제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나라 중에 하나이다. 우선 물리적으로도 한국에서 비행기로 12시간 이상 걸리는 먼 곳에 위치해 있을 뿐 아니라 정서적으로 봤을 때에도 문화적으로 종교적으로도 우리나라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알제리는 관심 밖의 문화이자 머나먼 나라이다.

 

대부분의 알제리 사람들에게도 한국은 멀고 너무 다른 나라이긴 마찬가지이다. 물론 대우, 현대, LG, 삼성 등의 대기업의 진출로 대부분의 알제리 사람들이 자동차의 나라 한국에 대해서 알고 있긴 하지만 그저 아시아 국가 중 하나로만 알고 있고 알제리에 워낙 많은 중국인들이 진출해 있어서 알제리 사람들에게 아시아=중국 인지라 한국과 중국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꽤 되는 편이다.

 

그런 관계로 알제리에서 근무하기 시작한 지 거의 9개월이 다 되어가지만 요새 세계 어딜 가나 느낀다는 문화 한류, 경제 한류의 물결은 좀처럼 느끼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알제리 사회 분위기가 다른 사회 문화에 우호적이고 개방적이지 않은 것이 우선 가장 큰 이유일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최근 몇 년간 이어졌던 국제유가 하락세는 산유국이자 원유 수출에 국가 경제의 상당 부분을 의지하고 있는 알제리에는 큰 시련이었고,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다양한 산업 제품을 수입금지하는 조치까지 취하다 보니 제품을 통한 문물의 수입 또한 원활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10월은 알제리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에게는 꽤 특별한 달이다. 10월 3일 개천절과 10월 9일 한글날이 있는 10월 초는 매년 우리 대사관에서 ‘한국 주간(La semaine Coéenne)’ 행사를 열어 한국의 문화를 집중적으로 알제리에 널리 알리고 한국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한국 전통문화 공연, 한국영화 상영 등의 전통적(?)인 문화 알리기 행사들도 있지만 최근 몇 년 전부터는 태동기에 있는 알제리 내 한류 ‘현상’을 ‘붐’으로 적극 확대시키기 위한 한국어 말하기 대회, K-Pop 콘테스트 등의 이벤트들도 하나 둘씩 생겨나는 추세이다.

 

2018년 한국주간 행사 포스터

자료원: 주알제리 대한민국대사관

 

그 중 올 해로 네번째를 맞이하는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 나는 KOTRA 관장 자격으로 심사위원으로 위촉되는 영광을 누릴 수가 있었다. 한국어 말하기 대회는 의미 깊게도 한글날 하루 전인 10월 8일 개최되었다. 사전 심사를 통해 총 10명의 최종 후보자들이 선정되었고 심사위원들에게는 최종 후보자들의 발표 원고가 대회 직전에 공유되었다.

 

심사위원으로 위촉이 될 때까지만 해도 알제리 학생들의 한국어 말하기 실력에 대해서는 큰 기대가 없었다. 알제리 내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만난 적이 없어서 개인적으로는 ‘헛소문인가’ 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고 KOTRA 알제 무역관을 비롯한 알제리에 진출해 있는 많은 한국 기업이 한국에서 파견 나온 주재원들을 제외하고는 사무실에 한국어를 하는 직원이 없어서 애로가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주고받았었기에 별 기대 없이 심사에 참여했지만 후보자들의 발표 원고를 받아보고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예상보다 후보자들의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는 높았고 그 주제도 한국 여행기, 한옥, 한식, 개천절의 유래, 한국과 알제리의 산업 교류 등 생각 외로 다양했다. 원고를 쭉 읽어보며 과연 어떤 사람들이 나와서 이런 내용을 한국말로 어떻게 이야기를 해 줄지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대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행사장은 참가자들과 그들을 응원하러 온 가족, 친구들로 가득했다. 대사관측 에서 예상한 것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려서 동원 가능한 모든 의자를 동원했지만 자리가 없어서 내내 서 있었던 사람도 많았다. 객석 중간 중간에 한국어로 된 응원 플래카드도 보였고 현지 언론사 카메라도 보여서 순간 긴장도 되었다. 대회가 시작되고 나서 낯선 땅 알제리에서 낯선 얼굴 이방인의 입에서 한국어가 쏟아져 나오는 것을 듣고 있는 것은 무척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후보자가 내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훌륭한 한국어 실력을 선보였고 선두 그룹의 경우 우열을 가리기가 힘든 정도였다.

 

현지 언론에 보도된 한국어 말하기 대회

자료원: El Djazairia One 채널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www.facebook.com/eldjazairiaone)

 

한국어 말하기 대회를 비롯한 한국 주간 행사에 와준 젊은 알제리인들과 대화를 할 기회가 있어 나는 그들이 어떤 계기로 한류를 비롯한 한국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한국어는 어디서 배웠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 전 세계 대부분의 한류 팬들이 그렇듯 대부분 유튜브 등을 통해 K-pop 콘텐츠를 접하게 되었고 K-pop에 빠져들면서 점차 한국 드라마, 영화 등 다른 콘텐츠로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하며 정식 교육을 받아 한국어를 배운 학생들도 있었지만 많은 경우 이러한 문화 콘텐츠를 통해서 학습을 해나가는 것으로 보였다. 세계적 현상이 되어버린 BTS의 인기 또한 알제리에서도 예외는 아닌 듯 다들 BTS의 열렬한 팬들이었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K-pop 경연대회에 400여 명이 몰려들었다고 하는데 물론 한류가 절정인 동남아시아 등에서의 팬들의 결집 규모에 비해서는 소박하지만 대규모로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이는 일이 거의 없는 알제리의 사회상이나 문화를 고려할 때에 400여 명이 몰려든 것은 엄청난 규모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한국 주간을 보내며 나는 ‘알제리에서 언젠가 한류를 내세운 마케팅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K-pop으로 대표되는 한류는 문화콘텐츠를 중심으로 하여 여기서 파생되는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산업적인 파급력을 갖게 된다. 현재 알제리의 현실을 보면, 긴 시간 동안 원유 수출에 국가 경제가 상당부분 의존을 하게 되면서 그 외 다른 산업은 매우 낙후된 편으로 소비재 산업은 수입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고 서비스산업은 거의 발달되어 있지 않은 편이다. 수입에 의존하던 소비재 또한 최근의 수입 규제 정책에 막혀 시장 내 소비재의 다양한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편이며, 높지 않았던 구매력 또한 경기 침제로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 나빠졌다. 이러한 사정으로 소비자들은 낮은 품질과 다양하지 않은 선택권에 익숙해져 있는 편으로 품질보다는 가격 위주로 제품을 고른다. 이러한 현실에서 나는 그 동안 알제리 내에서 한류는 머나먼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번 한국 주간을 보내면서 나의 생각은 많이 달라졌다. 한류라고 칭하기에 그 규모는 소박했지만 만나본 많은 젊은 청년들은 한국 문화에 호기심이 가득했고 배우려는 열정은 다른 어떤 한류 팬들에 뒤지지 않았으며, 공식 리셉션에서 만났던 기업인들은 한국 기업들과의 경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더 많은 한국기업과의 교류를 위해 적극적이었다. 당장 한류가 알제리에 퍼져서 가까운 시일 내에 모든 소비자들이 한국 제품을 찾는 일은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긴 안목으로 이 시장을 보고 지금부터라도 한국의 새롭고 혁신적인 제품을 알리면서 소비자들의 니즈를 자극해나간다면 K-pop을 시작으로 해서 작게 시작된 한국 이야기가 한류로 확산되고 이것이 산업 전반에 영향을 주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KOTRA 알제 무역관에서는 내년 한국 주간에 대사관과 협력해서 문화 행사와 연계한 한국의 소비재 상품들을 소개하는 소비재 Pop-up 쇼케이스를 운영할 준비를 하고 있다. 당장의 수출 실적이나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긴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 알제리 시장에서의 한국기업의 진출을 확대하고 우리 기업의 대알제리 수출 품목을 다변화하는 것에는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많은 기업들의 관심과 협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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