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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전문가 기고] 사우디아라비아 비즈니스 유의사항
2018-07-03 Qazzaz Rami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무역관




박인식 사우디 현지법인 벽산아라비아 상무

 

 부임 초기에 입찰 준비하느라 현지 업체에게 견적을 부탁하니 견적 비용을 요구했다. 잘 모르는 업체가 입찰견적을 부탁하니 선뜻 응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견적 비용을 요구하는 건 좀 낯설었다. 우여곡절 끝에 해안환경복원공사를 수주하고 협력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몇몇 업체를 접촉했다. 이곳에서 한 번도 해 본 일이 없는 사업이어서 업체에 공사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고, 견적을 제출할 때 수행계획을 함께 제출해달라고 했다. 공사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시공 계획을 세울 능력은 있는지, 인원이나 장비 수요를 제대로 판단하고 동원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도 시공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그것 말고는 달리 시공 능력을 평가할 방법이 없어 업체를 직접 찾아가 이유를 물었다. 견적 업체에게서 계획만 챙기고 일은 다른 업체에게 주는 일이 다반사라고 했다.


 요즘은 줄어들기는 했지만 , 한동안 본사로 들어오는 사우디 입찰 참여 요청을 거절하기 바빴다. 사우디 발주처에서 입찰에 초청하겠다며 제안서를 내어 달라는 요청이 본사로 심심치 않게 들어왔는데, 사실 발주처가 뭐가 아쉬워서 잘 알려지지도 않은 업체에게 직접 입찰 참여를 요청하겠나. 제대로 된 사업이라면 업체들이 줄을 설 텐데. 본사로서야 발주처가 직접 제안서를 요청하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으니 참여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나는 나대로 협력업체들이 시공 계획서를 주지 않아 애를 먹어본 당사자로서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요청에 응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 수 있겠지만, 이런 발주처의 요청을 모두 거절했다. 발주처에서 사업 골격만 세워놓은 상태에서 업체의 제안서를 받아 이를 바탕으로 세부적인 수행계획을 세우려 했기 때문인데, 공교롭게도 내가 겪은 모든 경우가 예외 없이 그랬다. 그렇게 하고 계약을 해주면 그만한 수고를 왜 마다하겠나. 그들은 조건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면 망설임 없이 포기하고, 사업이 성사되어 발주한다고 해서 특별히 배려하는 것도 없었다.


 때로는 사우디 업체로부터 EPC 사업에 함께 참여하자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우리가 설계(E)를 맡고 구매(P)와 시공(C)은 자기네가 하는 조건이었다. 설계가 주업인 우리로서는 솔깃할만한 제안이었지만, 문제는 입찰에 소요되는 비용분담 조건이었다. 입찰에 필요한 설계는 우리가 맡고 구매 시공 계획은 자기네가 맡되, 그에 드는 비용은 각각 부담하고, 수주에 성공하면 자기 업무량만큼 계약 금액을 가져가는 방식이었다. 구매 시공 계획이라고 해봐야 설계 내용을 조금 발전시킨 것뿐이니, 결국 입찰 준비에 드는 비용은 설계금액이 전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수주에 성공해서 계약을 한다 해도 전체 사업비 중 설계비는 채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말하자면 입찰 준비 비용은 설계사에 떠맡기고 수주하면 일부 떼어주겠다는 생각인데, 실패하면 자기들로서는 크게 손해 볼 게 없으니 손 안 대고 코 풀자는 심산이 아닐 수 없다. 이걸 호재 인양 포장해서 본사에 제안하고, 그것도 모자라 자기가 소개한 것에 대한 지분을 요구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일이 사기업에 국한된 것만도 아니다. 정부기관도 다르지 않았다. 오래전에 철도청에서 발주하는 철도 고속화에 따른 교량 보강 설계입찰에 참여한 일이 있었다. 당시 유일한 철도 노선인 리야드-담맘 구간은 시속 110km로 설계되어 있었는데, 이를 180km로 올리기로 결정함에 따라 노선에 포함되어 있는 교량 네 곳을 보강해야 했다. 어이없게도 교량 네 곳의 설계도가 모두 분실되었다고 했다. 그러니 교량을 조사해서 설계를 복원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보강 설계를 하는 사업이었다. 까다롭기는 하지만 회사 주력 분야이니 잘 준비해서 입찰금액과 제안서를 제출했다. 기술제안 부분만 120페이지에 이를만큼 심혈을 기울였다. 입찰 마감일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발표가 없었다. 몇 달이 지난 후에야 비공식 경로를 통해 발주처 사정으로 입찰이 취소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몇 달이 더 지나고 나서 입찰공고가 다시 났는데, 입찰안내서를 받고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낸 제안서가 그대로 입찰안내서로 나온 것이다. 그 후로 그에 대한 어떤 답변도 듣지 못했다.


 처음에는 분을 참을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니 화를 내는 사람만 바보가 되었다. 지금도 그런 일은 이어지고 있는데, 이제는 요령을 알아 얼굴 하나 붉히지 않고 자연스럽게 제안을 거절한다. - 웃는 얼굴로 같이 계획을 검토하고, 업무분장을 마련하고, 일정을 잡는다. 회의 시간을 기꺼이 할애하고 수고스럽기는 하지만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한다. 용역이야 인건비가 원가의 절반을 넘지만, 그것도 협력과 신뢰의 표시로 청구하지 않겠다고 한다. 다만, 필요한 자료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술자들이 현장을 확인해야 하니 제안해온 업체에서 직접 항공권을 보내고, 숙식을 제공해달라고 한다. 추가로 필요한 비용이 있다면 직접 지불해달라고 한다. - 여기서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내 편은 못 만들망정 적을 만들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언제 어떻게 다시 만날지 알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이런 조건이라고 해서 우리 부담이 없는 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원가인 인건비를 포기하는 일일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들을 겪어본 경험을 고려할 때, 우리가 요구한 비용을 부담할 의사가 있는 정도라면 모험을 걸어볼만하겠다.

    


※ 이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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