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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말레이시아 전력시장 진출기
  • 외부전문가 기고
  • 말레이시아
  • 쿠알라룸푸르무역관 오유진
  • 2018-01-10
  • 출처 : KOTRA

- '혼자 빠르게'가 아닌, '함께 멀리' 가는 길 -

 


 

김도형 KLES 말레이시아 법인장

 

말레이시아 북서부 페낭주에 위치한 어느 복합화력발전소. 무더운 날씨 속 갑작스럽게 내리는 소나기 덕분에 잠시 현장 일을 멈추고 땀을 식히고 있을 무렵, 한 현지 엔지니어가 다가와 뜬금없이 축하한다는 말을 전한다. 우리 회사 제품이라도 사주려고 하는 것인가 하는 기대감에 이유를 물어보니, 한국 기업이 드디어 말레이시아 발전소 운영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최근 한국전력공사에서 말레이시아 풀라우인다 가스복합발전소 건설 및 운영 사업을 수주했던 소식을 전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삼성물산, 대림 등 대기업들이 말레이시아 발전소 EPC 업체 자격으로 건설에 참여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운영 사업까지 수주한 경우는 전무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해당 수주는 한국 기업의 말레이시아 전력시장 진출에서 의미 있는 사례라 볼 수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현지 발전소를 대상으로 일하고 있는 우리 같은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도 이 일은 희소식임에 틀림이 없다.

 

우리 회사는 화력, 원자력, 풍력 발전 등의 에너지산업 분야에서 엔지니어링 서비스 및 기자재 공급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으로 2009년부터 말레이시아 발전시장에 뛰어들어 꾸준히 영업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지난 2004년 벤처기업으로 창업한 이래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배관관리시스템, 가스재열기, 다차원 배관충격완충장치, 플랫폼 지지방식 보일러 노내비계 및 인양 시스템 등 독자적인 시스템을 개발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다. 또한 해외진출사업의 일환으로 20167월 한국중부발전의 지원 하에 글로벌 수출기지인 '청해진' 2호점(KLESJAYA)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개설했다. 청해진의 가장 큰 역할은 현지 전력시장정보와 납품정보 제공 등 아시아 수출 전진기지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대기업들은 자체 종합상사를 활용하면 되지만, 당사와 같은 중소기업들은 역량이 부족하다 보니 공동의 무역상사에 대한 필요성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사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한 시간과 자금을 투자해 외국에 지사를 설립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 회사에서도 말레이시아 사업을 시작한 2009년부터 현지 지사 설립에 대한 찬반 논쟁이 내부적으로 끊이지 않았다. 이는 소위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였다. , 말레이시아에 먼저 진출을 하고 나서 현지 영업을 활성화할 것인가 아니면 현지 영업이 활성화된 후에 진출할 것인가의 문제였던 것이다. 사업의 안정성을 중시했다면 보수적으로 후자를 선택했겠지만, 우리는 젊은 기업답게 좀 더 모험적인 결단을 내렸다.

 

앞의 글에서 '젊은'이나 '모험적인'이라는 단어를 보고 우리의 현지 진출이 무모하고 도전적인 일이었으리라 짐작하겠지만, 사실 우리에게는 성공에 대한 어느 정도의 믿음과 자신이 있었다. 왜냐하면 2009년부터 말레이시아 전력청인 TNB(Tenaga National Berhad) 산하 업체들과 협업을 하며 꾸준히 현지 전력시장에 대한 경험과 실적, 그리고 단단한 신뢰를 쌓아왔기 때문이다. 현지 기업들과 협력하는 것이 말레이시아 전력 시장진출에 필요조건은 아니지만 적어도 충분조건으로는 작용된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말레이시아 전력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들에 참고가 될 수 있도록 우리 회사와 현지 기업들 간의 상호 협력 경험을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자 한다 .

   

  1) TNB RESEARCH(말레이시아 연구 전문기관으로, 한국 전력연구원과 비슷한 기관)


KLES는 설립 이래 발전 설비와 관련된 실험장비 제작, 기술개발 용역 등 다양한 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해 왔다. 그 일환으로 국내 최초로 고온고압 하에서 배관의 변형량을 정량화해서 3차원으로 볼 수 있게 한 '3차원 변위측정시스템'을 개발했다. 국내 영흥화력발전소 1·2호기, 삼천포화력발전소 3·4호기, 고리원자력발전소 1·2호기 등에 납품한 이 제품의 경우 말레이시아 전력연구원인 TNB RESEARCH와 시범 적용에 대한 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700MW 규모의 말레이시아 대표화력발전소인 만중화력발전소에 공급하는 기회를 얻게 됐다.

 

이 일은 우리 회사가 TNB RESEARCH로부터 기술력을 크게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이후 말레이시아와의 협력범위가 R&D 전 분야로 확대돼 우리 회사는 TNB RESEARCH의 산하 기관인 TNBR QATS와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게 됐고, 현재까지 발전소 배관응력해석 등의 여러 프로젝트로 상호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가 자체적으로 설계 및 제작한 스팀산화 시험장비, 응력부식균열 시험장비 등을 납품하게 됨으로써 말레이시아의 시험장비 분야 기술력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2) TNB REMACO(말레이시아 정비 전문기관으로, 한국 KPS와 비슷한 기관)


우리 회사는 국내와 같이 말레이시아에서도 연구개발사업을 시작한 후 발전소 정비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갔는데 , 여기에 가장 큰 역할을 한 현지 파트너는 말레이시아 정비 전문 기관인 TNB REMACO였다. 우리 회사의 전문 분야는 발전소 배관 및 배관지지장치의 점검과 정비인데, 최초로 말레이시아에 진출할 당시 현지 발전소에서는 이 분야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회사의 기술력을 입증하고 정비 필요성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TNB REMACO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후 현지 발전소들을 전략적으로 방문했다. 거기서 우리는 배관지지장치에 대한 무료 점검 서비스를 시행했는데, 그 결과를 발전소에 보고서로 제출하고 현 장치의 문제점과 정비 필요성을 성실히 설명함으로써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사업전략은 결국 효과를 발휘해 우리 회사는 TNB REMACO와 함께 TNB 산하 대부분의 발전소(: Manjung, Port Dickson, Pasir Gudang 발전소)에 대한 정비 작업을 수주할 수 있게 됐다.

 

현재는 TNB 산하 발전소에만 국한하지 않고 민자 발전사인 MALAKOFF 산하 프라이, 탄중빈 발전소에 대한 정비도 수행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 최대 국영회사인 페트로나스에 대한 영업도 TNB REMACO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KLESJAYA의 설립 취지를 살려 국내 우수 중소기업 제품을 소개하고 거래하는 일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이 중 베어링 정비의 경우에는 국내 협력업체의 기술력을 인정받아 수년째 현지 발전소에 정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 회사가 자체 개발해 국내 점유율이 약 70%에 달하는 플랫폼 지지방식 보일러 노내 비계의 말레이시아 영업에 있어서도 함께 협력하기로 합의하고 구체적인 추진 전략을 공동으로 기획하고 있다.

 

  3) TNB ILSAS(말레이시아 발전 분야 교육 전문기관으로, 한국발전교육원과 비슷한 기관) 


해당 회사는 국내 최초로 발전소 배관분야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한국배관트레이닝센터를 개설하고, 매달 지속적으로 발전소 현장 작업 인력 등을 대상으로 해당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본 프로그램을 말레이시아로 확장해 말레이시아 발전분야 교육 전문기관인 TNB ILSAS와 양해각서 체결 후 교육센터 개설 및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협력해 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경우 수익사업은 아니지만 현지 발전소 인력이 배관과 배관지지장치의 정비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할 수 있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    


정리하자면, 우리 회사가 말레이시아 전력 시장진출에 성공한 주요한 요인은 현지 유관 기업들과의 지속적인 협력과 선제적인 사무실 개소라고 할 수 있다. 현지 유관기업들은 영업을 할 때 우리와 한 편이 됐으며, 말레이시아 공기관 소속인 그들의 한 마디 한 마디는 현지 고객사를 설득하는 데 큰 힘이 됐다. 또한 말레이시아 현지에 사무실과 숙소를 구해 놓고 직접 고객을 접촉하며 사업을 하고 있는 지금은 흡사 어린 시절 한없이 넓게만 보이던 학교 운동장이 성인이 돼 다시 찾아가 보니 아주 작게 여겨지는 그런 느낌이 든다. 현지에 사무실을 개소하지 않았다면 지속적으로 느꼈을 무형의 장벽이 사라진 셈이다.

 

물론 해외 현지의 공기관이 처음부터 우리나라 기업들을 무턱대고 만나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KOTRA나 발전사 등에서 주관하는 전시회와 시장개척단에 적극 참여한다면 해외 진출 기회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실례로 TNB RESEARCH의 경우 올해 4월 말레이시아에서 우리 회사와 공동으로 워크숍을 개최해 한국중부발전, 한국남동발전 및 다양한 국내 중소기업의 참가를 이끌어 냈다. 또한 한국남부발전에서 주관한 시장개척단의 경우 TNB REMACO 방문 일정을 추가해 한국 중소기업들의 제품 소개의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기술력 자체는 매우 훌륭하다. 한류 열풍이 퍼져나가고 한국 전반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고 있는 이 시점에 국내 기업들이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기술 문제가 아니라 현지 사정에 대한 이해와 치밀한 전략의 부재라고 생각된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여러 어려움과 실패가 있었지만 우리 회사가 말레이시아에서 작은 성공을 거두기까지 십여 년간 경험했던 과정들이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다른 기업들에도 작은 도움이 됐으면 한다.

  

   

KLES 홈페이지 주소: http://www.kles.kr/

KLES 유튜브 주소: https://www.youtube.com/channel/UCgUt1VU1kLFqNkmnJuxsDyQ

  

※ 이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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