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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일본에서 벤처창업 - 초기투자를 통해 겪는 사례와 생각
  • 외부전문가 기고
  • 일본
  • 도쿄무역관 이세경
  • 2017-12-26
  • 출처 : KOTRA




김범석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일본 컨트리매니저

 

최근의 일본의 벤처창업 환경은 꽤 좋은 편이다. 시니어 세대의 경제적 안정은 젊은 세대들이 단기적인 경제적 수입을 상대적으로 덜 생각하며 위험을 감수하며 창업을 시도하는 환경을 만들었다. 일본의 기업들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키워드로 외부의 역량있는 벤처들에 대해 제휴 및 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독립계 벤처캐피털은 물론, 기업들의 자체 투자를 위한 CVC의 설립도 줄을 잇고 있다. 정부는 일부 혁신/신기술 분야에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는 등, 과거 대비 유연한 정책을 운영하고 있고, 관민 펀드들의 운영을 통해 독자적인 투자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도쿄도가 벤처의 원스톱 설립을 위한 지원센터를 운영하는 등 자기 지역의 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활동이 활발하다.

 

외국인으로서의 벤처 창업의 장벽

 

그러나 외국인이 일본에서 창업하는 환경은 평탄하지는 않다. 인구 감소 시작과 함께 외국인 유치를 위해 이민 관련 제도들이 꾸준히 개선되고, 역량 있는 고도인재들을 유치하기 위해 서구식의 점수제 기준도 도입했으나, 그것이 외국인들의 이주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후쿠오카 시가 외국인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스타트업 비자 제도를 운영한다고 좋은 평을 얻었으나, 기간이 길지 않고, 다른 한계들 때문에 묻히기 쉽다.

 

외국인들이 일본에서 벤처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 느끼는 큰 장벽 중 하나는 공동창업자 또는 사업의 파트너를 찾는 것이다. 초기 기업에서의 팀의 중요성, 특히 온라인/모바일 서비스를 병행하기 위한 개발자의 중요성은 절대적인데, 확보가 쉽지 않다. 또한 일본에 언제까지 거주할지에 대한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거나 그 기간이 짧을 경우, 중장기 계획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인들끼리 창업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공동창업자들 중 누구도 일본의 문화나 정서, 심지어 제도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거나 직관적으로 익숙해져 있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B2B 비즈니스를 하면서 일본의 비즈니스 문화에 익숙하지 않거나, B2C 비즈니스를 하면서 불특정 다수의 일본인 대중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결코 사업 성공의 가능성을 높게 볼 수 없다.

 

1인 창업도 드물지 않게 발견된다. 외국인으로서 혼자 창업을 생각할 정도의 열정은 높이 평가하지만, 그 열정을 뒷받침해줄 수 없는 환경이 아쉽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한명이라도 좋으니, 공동창업자를 찾는 노력을 더 해 보라는 조언을 많이 드린다. 특히 기술적인 역량이 부족한 경우, 개발을 총괄할 공동창업자의 참여 여부는 초기 성과는 물론, 두고두고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팀 이외에 행정적인 면에서도 어려움은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자본금과 비자와 관련된 것일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개인사업자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고, 법적으로는 자본금 1엔으로도 회사 설립이 가능하지만, 외국인은 법인설립 조건 외에 재류자격 유지 조건도 맞추어야 하는 제약이 있다. 일반적인 취업비자에서 투자경영비자로 전환하기 위한 조건은 현지의 채용이나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금을 필요로 한다. 이 조건을 만족한다고 해도 장기간의 비자를 발급한다는 보장이 없고 일부는 1년 후 갱신 심사를 해야 하는 비자가 나오기 때문에, 재류 자격의 안정성을 생각하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기존 기업 취업이 아닌 자기 이름을 건 창업에 부담을 가지게 된다.

 

행정수속에서의 부담도 존재한다. 익숙하지 않은 용어는 물론, 법인 등기를 시작으로, 개업 신고, 정관, 기장, 원천세, 계좌개설, 고용보험 등 기업을 시작함에 있어서 필요한 작업들을 하나하나 챙기는 것은, 일부를 전문가들에게 위탁한다고 해도 현지인 대비 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특히 세무와 법무는 상식에만 의존할 수 없는 영역이고 기업 운영의 중요한 축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까지 창업자가 알고 있어야 한다.

 

한국인 창업자의 초기 멤버 채용

 

한국인 창업자들은 현지에서의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일본에서 창업한 후 잘 정착하는 벤처와, 그렇지 못한 벤처를 구분짓는 요인들 중 하나가 채용이다. 특히 한국인 대표가 운영하는 초기 기업이라면, 불확실성이 다른 기업 대비 더 높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창의적이고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인재를 찾지만, 이 인재들에 대한 경쟁상대는 일본의 대기업과 메가벤처이고, 한국계에 관심을 가진다고 해도 여전히 한국계 메가벤처 대비 장점을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더구나 우수한 인재들은 스스로 창업하는 것도 선택지에 넣고 있기 때문에, 막연한 눈높이에서의 만족스러운 현지 일본인 초기 멤버의 채용은 힘들 수밖에 없다.

 

한국이 채용의 경우에는 또다른 것에 신경을 써야 한다. 창업자 자신은 큰 뜻을 품고 창업했지만,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은 각자 외국인으로서의 사연과 배경이 있으며, 모든 사람들이 일본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한 것이 아니라서 장기 근속에 대한 기대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또한 개인의 성장보다는 일본에서 근무한 경력이 현실적인 목적인 분들도 있고, 업무 경험보다는 몇 년간의 한국 대비 높은 소득이 목적인 분들도 있어서, 소위 오래 일 가르쳐서 이제 함께 일할 만 하면 그만둔다고 하는잦은 전직의 위험을 토로하시는 창업자들도 많이 만난다.

 

비슷한 이유에서 일본에서의 한국인 학생 창업은 창업자 자신이 잠재적 귀국 예정자로 구분되기 때문에 기관의 투자는 현실적으로 부담이 따른다. 원격 근무가 가능해졌다고 해도 초기 기업에서는 창업자들이 한국으로 떠난다면, 진행하고 있던 대로의 일본 사업 운영의 지속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자금조달, 자금관리

 

스타트업 붐의 도움으로 투자자로서는 투자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데 수월해진 편이다. 스타트업들로서도 최근의 자금조달 환경은 매우 좋은 편이다. 초기 신용융자 창구가 있고, 정책금융을 통한 저리 융자 가능성도 많이 열려 있다. 굳이 정부가 나서지 않더라도 기업들의 펀드의 수와 규모도 최근 급증해 좋은 스타트업에는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투자하려는 회사들이 줄을 선다. 투자 방식의 선택지도 한국 대비 많고, 투자자와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공개·비공개 모임들도 많이 운영된다.

 

그러나 자금조달을 위한 창구 확보도 한국계 벤처로서는 제약이 있다. 벤처 투자는 일회성의 회의가 아니라 그간의 꾸준한 접촉과 교류의 결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학연, 출신기업 등과도 연관이 많다. 규모 있게 투자하는 엔젤 투자자들도 일본인 네트워크를 통해야 만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한국인 창업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일본에서의 인적 네트워크가 약하기 쉽고, 창업 후 노력한다고 해도 기존의 인맥과 소개 기반으로 움직이는 정보의 교환, 의견의 교환, 투자자와의 미팅 등의 기회가 적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벤처캐피털은 극소수에 그친다.

 

투자 논의 단계에서도 크고 작은 난점들은 존재한다. 사업계획서를 요청하면 한국 회사들은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주는 경우가 많은 반면, 일본의 회사들은 스프레드시트에 계산된 표를 주는 경우가 많다. 주주명부를 요청하면 한국에서는 오해의 소지가 별로 없지만, 일본 회사들은 자본정책이라는 또다른 포맷의 테이블을 보내 오는 경우가 많다. 비교적 초기 상태에서도 금융권의 투자를 검토받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의 계약 조항은 매우 길고 구체적이며, 협상 과정에서 각종 제약에 묶여 있는 경우가 많아서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이런 현지 투자 문화를 파악하고 대처해야 위화감 없이 효과적으로 자금 조달을 추진할 수 있다.

 

창업자가 장부 관리나 경리회계 관련 업무에 미숙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사후관리상 어려움이 생긴다. 정산할 서류들이 많지 않아서 몇주씩 심지어 두어달 이상을 묵혀 두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발견해 왔다. 이런 경우 투자자도 곤란하지만 창업자 스스로가 현재의 회사의 상태에 대한 판단을 객관적으로 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 하나를 잃어버리게 된다. 실시간 업데이트까지는 아니더라도 장부상의 매출·이익 수준, 현재 시점의 현금흐름에 대한 파악은 매우 중요하다.

 

결론

 

어떤 이들은 벤처창업을 로켓으로 묘사하고, 어떤 이들은 먹구름 가득한 난기류 속으로 들어가는 비행기로 묘사하기도 한다. 일본에서 외국인으로서의 창업은 더욱 그럴 것이나, 당연히 단편적인 모습만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며, 결국에는 주변의 평론가들이 아닌, 운영해 가는 창업자들 스스로가 판단할 일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수년간 한국 및 글로벌 스타트업 붐에 영향을 받아 기존의 유통 및 자영업 중심의 한인 공동체 외에, IT 분야의 한국인 창업자, 일본 IT 업계에서 일하시는 한국인 예비 창업자, 벤처캐피털 등 한국계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현지 시장에 잘 융화되는 것과 병행해 또다른 각도에서의 도움이 되는 공동체로 구성되고 기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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