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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시골 마을 폐교가 '코스프레의 성지(聖地)'로
  • 외부전문가 기고
  • 일본
  • 후쿠오카무역관 고충성
  • 2017-08-03
  • 출처 : KOTRA

- 인구 과소지역 폐교 활용 사례 - 
  
 


이동준 후쿠오카한국교육원 행정실장 


저출산 및 고령화, 핵가족화 현상으로 일본의 학령기 인구는 점점 감소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매년 적지 않은 학교가 폐교되고 있는데, 문부과학성(文部科学省)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 정부에서 폐교에 관련된 조사를 시작한 이래 매년 400~500개의 공립학교가 폐교되고 있고, 약 70% 만이 사회교육시설 및 노인복지시설·아동복지시설 등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나머지는 활용 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문부과학성에서는 폐교 활용을 촉진시키기 위한 '미래를 향한 모두의 폐교 프로젝트'를 실시하면서 폐교 활용과 관련된 참신한 아이디어를 모집하고, 폐교를 활용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제반 수속을 간소화시켰으며, 타 부처 및 각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운영비 등의 보조 제도를 소개시켜주고 있다. 해당 글에서는 일본 내에서 성공적인 폐교 활용으로 평가받고 있는 후쿠오카현 쿠라테마치(福岡県鞍手町)의 '쿠라테 학원(くらて学園)'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쿠라테마치는 면적 35.58㎢, 인구 약 1만5000명의 작은 시골 마을이다. 이곳은 한 때 석탄산업이 중심이었으나 현재는 자동차 관련 공장 및 농·축산업(소·계란·포도)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일자리 자체가 많이 없는데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까지 겹치면서 마을의 인구는 계속 감소하고 있고, 특히 젊은 여성 인구 비율이 급감하고 있다. 2014년 한 민간 연구기관이 후쿠오카현 내의 지방자치단체 중 '소멸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도시'로 이 마을을 언급했고, 이러한 이유로 옆 도시인 노가타시(直方市)와의 합병이 논의됐다가 부결된 이후에도 무나카타시(宗像市), 미야와키시(宮若市), 온가마치(遠賀町) 등 인접 도시와의 합병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학생 인구도 계속 줄어들고 있어 2015년 3월에 쿠라테미나 미중학교(鞍手南中学校)가 폐교됐다. 폐교 당시의 학생 수는 약 100명이었다고 한다. 관할 부서인 쿠라테마치 교육위원회와 쿠라테마치 지역진흥과에서는 폐교의 활용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주민 공청회를 개최했는데, 대부분의 주민들은 이를 도서관, 사회복지시설, 커뮤니티센터 등으로 활용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시된 아이디어들은 모두 지자체의 예산이 투입돼야 추진할 수 있는데 살림이 넉넉하지 않은 쿠라테마치에서 추진하기에는 어려운 방안들이었다. 


이 때 각종 이벤트 및 행사 경험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던 시게마츠(重松) 씨(현 쿠라테 학원 이사장, 54세)가 쿠라테 마치 지역진흥과에 폐교된 쿠라테미나미 중학교에서 '코스프레[코스튬 플레이(costume play): 만화나 게임의 주인공을 모방하는 취미 문화]' 이벤트를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지자체에서는 예산을 단 1엔도 지원하지 않는 대신, 학교 시설 및 비품만 1년 단위로 무상 임대한다는 조건으로 이 제안을 수용했다. 쿠라테마치 지역진흥과와 시게마츠 씨를 중심으로 한 이벤트 기획 운영진은 내각부에서 개최한 지역 재생 아이디어 공모전(地方創生先行型事業)에 이 같은 계획을 제출했고, 2015년 11월 최종 선정돼 총 6750만 엔(약 7억 원)의 중앙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학교 시설을 정비하고, 이벤트 개최를 위한 리모델링 및 비품 구입 등에 충당했다. 그리고 지역 유지들을 중심으로 한 합동회사를 발족시켰는데, 이것이 바로 '쿠라테 학원(くらて学園)'이다.

 

학창 시절 때 누구나 한 번 쯤은 해보고 싶었지만 용기를 낼 수 없었던 '일탈 행동'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것이 쿠라테 학원의 운영 방침이다. 학창 시절에 학교에서 하지 못했던 것을 학교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다니,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학교 곳곳에 코스프레를 위한 도구들이 있으며 자신이 원하는 옷이나 물건 등을 직접 가지고 오는 것도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도서관에는 만화책으로 가득하며,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연상케 하는 일본의 옛날 물건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도 있다. 


이벤트는 보통 주말에 개최하는데 입장료 1000엔만 내면 누구나 이 학교의 학생이 될 수 있다. 방문객들은 저마다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옷, 화장품, 각종 코스프레 도구를 가지고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옛 추억에 빠져든다. 매회 이벤트마다 약 100~200명이 쿠라테 학원을 방문하고 있으며 방문객의 80% 이상이 20대 여성이다. 지난 6월 이벤트에는 역대 최고인 250명이 방문하며 생기를 잃고 시들어가던 쿠라테마치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쿠라테 학원에서 주최하는 행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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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폐교를 활용해 참가자로 하여금 옛 추억에 젖어들게 한다. 

자료원: 쿠라테 학원 홈페이지 


쿠라테 학원의 연간 운영비는 약 400만 엔이며 대부분은 전기, 수도 등 공공요금으로 지출하고 있다고 한다. 지자체에서는 일체 예산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방문객의 입장료 및 매점 이용비, 자판기 수입, 사진첩 제작비, 코스프레 유니폼 및 도구 대여료 등 각종 수익 사업에서 발생하는 매출로 이곳을 운영하고 있다. 직원은 상근 2명과 비상근 3명으로 구성돼 있고, 이벤트가 있는 날은 코스프레 동호회 회원들로 구성된 자원봉사단의 도움을 받고 있다. 또한 이곳에서 판매하는 빵, 도시락 등의 각종 음식물은 모두 쿠라테 마치 주민들이 직접 생산하는 것들로써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으며, 지역공헌사업의 일환으로 지역 주민에게는 무료로 시설을 개방하고 있다.


이벤트 초기에는 코스프레 문화에 생소한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컸으나, 지자체 및 쿠라테 학원 운영진에서 '학교 시설 내에서만 진행되는 이벤트이기 때문에 마을에는 전혀 피해가 가지 않는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설득했고, 각 언론기관에서 대대적으로 보도가 되며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마을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게 되자 지금은 모두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올해는 일본 전국의 코스프레 동호회 회원들과 마을 주민들이 함께 쿠라테 마치에서 '코스프레 문화제'를 개최한다. 
  
쿠라테 마치 지역진흥과 타테이시(立石) 과장은 인터뷰에서 "새로운 관광자원인 쿠라테 학원의 성공이 쿠라테 마치의 인구 증가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일본 내 다른 지방자치단체뿐만 아니라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한국에서도 적용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역시 저출산 및 고령화의 영향으로 학령기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고 폐교되는 학교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데, 쿠라테 학원과 같은 신선한 아이디어 및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이 한국에서도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자료원: 일본 문부과학성(文部科学省), 쿠라테마치 홈페이지(town.kurate.lg.jp), 쿠라테 학원 홈페이지(kurategakuen.com), 마이니치신문, 산케이신문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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