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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관 르포] 韓-아이티, 리더십이 가른 기적과 빈곤
  • 직원기고
  • 도미니카공화국
  • 산토도밍고무역관 배상범
  • 2017-04-17
  • 출처 : KOTRA


배상범 KOTRA 산토도밍고 무역관 관장





대통령 선출에 1년이 넘게 걸린 나라가 있다. 정치적 혼란, 낙후된 국가 시스템 때문이다.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신대륙 발견 이후 처음 정착한 곳이 카리브해 중앙에 위치한 이스파뇰라 섬인데 이 섬의 서쪽을 이 나라가 동쪽을 도미니카공화국이 차지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콜럼부스의 '발견' 이후 '신대륙'에서 미국이란 세계 최강국이 탄생했고,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이 나라의 '불행한' 역사도 시작됐다.


우리나라가 1988년 올림픽으로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졌다면, 이 나라는 2010년 대지진으로 세계적 관심과 지원을 받았다. 1000만 명이 넘는 이 나라 인구 다수는 농업에 종사하고, 최대 수출 품목은 섬유·의류 제품이나 국제 원조와 해외이주자 송금이 경제를 지탱해 주고 있다. 이 나라의 공식 국명은 '아이티 공화국(Republic of Haiti)'으로, 세아상역 등 현지에 진출한 우리나라 봉제업체가 이 나라 최대 수출기업이자 최대 고용기업이다.


한반도보다 작은 이스파뇰라 섬을 동서로 양분한, 아이티와 도미니카공화국 두 곳을 모두 방문한 사람들은 거의 동일한 의문을 가진다. 같은 섬, 같은 인구의 나라가 10배 이상 경제적 격차가 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남북한의 경제적 차이를 보는 것 같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으나, 도미니카공화국 역시 아직 1인당 GDP 7000달러의 개발도상국이며 아이티는 공산·사회주의 국가가 아닌 미국의 지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나라다.


"행복한 가정은 다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기 나름의 이유가 있다." 아이티의 경제적 빈곤에 대해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카레리나'의 첫 구절을 거꾸로 인용하고 싶다. "잘 사는 국가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빈곤한 국가는 다 비슷하다." 1년 이상 대통령 선거 결과도 확정하지 못한 아이티의 사례는 국가 리더십 부재를 확실히 드러낸다.


지난 600일 동안 도미니카공화국에 거주하면서 아이티를 두 번 방문했다. 항공편으로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왕복 10시간의 육로 이동을 통해 까라꼴 공단 지역을 방문, 짧게나마 직접 현장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서도 UNDP, KOICA, IDB 등 여러 원조 기관으로부터 아이티 현지 사정과 지원사업에 관해 들을 수 있었다. 대한민국이 이룩한 경제성장과 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볼 계기도 됐다.


세계 최빈국 중 지리적으로 미국과 가장 근접한 아이티는 적어도 '원조' 측면에서 지리적 혜택을 최대한 누리고 있다. 미국 정부는 물론 국제기구, 클린턴 재단 등 민간기구의 원조를 지속적으로 받았다. 그러나 아이티 위정자들에게 경제 개발과 국가 발전을 위한 리더십은 보이지 않았다. 경제 원조를 활용한 경제 재건보다 더 많은 원조에만 관심을 두니 밑 빠진 독 물 붓기 같다. 대규모 원조액이 흘러들어도 발전소, 포장도로, 제철소 등 인프라·기간산업이 자판기처럼 튀어나오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광복 이후 집중적 경제 성장기인 1970년대 후반까지 약 44억 달러에 달하는 국제사회 원조를 받았다. 당시 원조가 국내경제에 미친 영향은 연평균 국민총생산의 12%, 당시 연평균 총수입의 73%를 차지하는 규모였다(자료원: KOICA). 그러나 세계 최초로 수원국가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할 수 있었던 '기적'은 단순히 원조의 혜택이 아닌, 마중물로 댐과 수력발전소를 만든 리더십과 국민적 노력의 결과였다.


부족하고 어려운 여건에서도 기적 같은 성과를 내는 것이 리더십이며, 굳건한 성채도 하루아침에 허물 수 있는 것이 리더십이다. 1년 이상의 혼란 끝에 아이티는 올해 2월 신임 대통령이 취임하고 지난 3월 18개 부처 내각 구성을 완료했다(첨부파일 참조). 최근 외국인투자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아이티 정부가 이전과 다른 리더십으로 경제성장의 기반을 구축해 나가길 기원한다. 우리나라도 경제회복과 산적한 국내외 난제(難題)들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 모두 최고의 리더십과 함께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자료원: KOTRA 산토도밍고 무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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