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에어컨은 이제 필수 아닌가?

- 시원한 여름은 옛말, 폴란드가 더워지고 있다 -

박민 KOTRA 바르샤바 무역관 과장

폴란드에 더위가 찾아오면서 에어컨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DIY 전문점의 에어컨 코너는 거의 텅 비어버렸다. 폴란드의 더운 여름은 짧게는 몇 일에서 길게는 한 달까지 유지되는데, 최근에는 한 달씩 무더위가 지속되는 여름이 이어지고 있다. 해가 거듭될수록 이런 더위쯤은 버텨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 다시 말해, 에어컨 구매의사를 가진 잠재고객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폴란드에서 에어컨디셔닝 시스템이라 함은 부의 상징이었다. 위도가 높아 여름이라 해도 기온이 높게 올라가지 않고, 더워봤자 며칠만 참고 지나면 그만이었다. 에어컨이 있어도 사용하는 날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폴란드의 여름도 더워지고 있다. 물론 한국처럼 습도가 높아 불쾌감을 유발하는 더위는 아니지만, 더위가 도통 익숙하지 않은 폴란드인들은 에어컨을 문명의 이기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폴란드 중앙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기준 4만8000가구에 에어컨이 설치된 것으로 집계됐으며, 2016년 말에는 약 6만4000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에어컨 설치 가구 수는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폴란드 내 에어컨 설치 가구 수

주: * 추정치

자료원: stat.gov.pl

그동안 냉방따위는 필요 없었던 고착된 생활습관과 주거환경 탓에, 갑작스러운 더위도 에어컨 수요 증가를 밀어올리는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에어컨의 경우, 폴란드인의 소득수준으로 볼 때 쉽게 구매결정을 할 수 있는 가격이 아니다. 그래서 최근 몇 년간 잘 팔리고 있는 제품이 소형 이동식 에어컨이다. 이동식 에어컨은 250~500달러 수준에서 가격이 책정돼 있다. 이는 15~35㎡ 방을 냉방할 수 있는 수준인데, 안타깝게도 상당한 소음을 유발한다. 더 큰 문제는 냉각으로 발생되는 열을 배출하기 위해 창가에 설치한 발열 파이프를 설치하게 되는데, 파이프 때문에 창문을 꽉 닫지 못해 생긴 틈으로 열이 그대로 집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결과적으로 냉방을 하나마나 한 결과에 이르기도 한다.

에어컨을 구입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나, 비싸다고 저렴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향후 유지비를 늘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폴란드인들도 잘 알고 있다. 가령, 이동식 에어컨은 고정식 에어컨보다 가격은 저렴하나 전력을 2~3배 잡아먹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투자가 어려운 사람들은 미봉책으로 이동식 에어컨을 택한다.

현재 폴란드 에어컨 시장규모는 2억5000만 달러를 웃돈다. 이 중 주택건설 부문이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폴란드 가정에서는 주로 각 방에 따로따로 냉방장치를 설치한다. 실외기를 따로 외부에 두고 각 방별로 냉방을 하는 방식이 더 조용하고 효율적이기는 하나, 전술한 방식보다는 적게 사용하고 있다. 중앙냉방 시스템을 도입한 경우는 정말 극소수다. 그러나 신축 아파트 등은 향후 이 방향으로 건설될 것으로 보인다.

DIY 리테일러 중 하나인 Kingfisher의 가격책정 담당 Łukasz Pawlaczyk는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폴란드 에어컨 시장의 전망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았다. 불과 20~22도 정도의 온도에도, 남향 혹은 서향으로 창문이 크게 난 아파트에서는 낮이나 오후에 냉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폴란드에서는 많은 아파트 단지가 건설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아파트를 비롯해 상가, 오프스 빌딩 등 다양한 건설부문이 활기를 띠고 있어, 에어컨디셔닝 시스템 시장은 확연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단기적으로는 이동식 에어컨 시장이 괜찮아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필터나 청소제품 등 유지 및 관리제품 시장도 전망이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