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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프랑스, 180년 역사의 공립 육아시설
2015-01-20 김희경 프랑스 파리무역관

 

프랑스, 180년 역사의 공립 육아시설

 

이한아 OECD 한국대표부

 

 

 

2014년 브리즈번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공동선언문으로 채택된 ‘브리즈번 액션플랜’에는 세계 경제 부양을 위한 방안 중 일자리 창출 및 고용률 제고를 위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에 관해서 집중 다루었다. 우리나라의 전체 여성 경제 활동 참가율은 OECD 회원국 평균보다 10% 이상 낮다.

 

얼마 전 한 신문기사가 필자의 시선을 끌었다. 다름 아닌 한국 기혼여성 5명 중 1명, 약 2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여성인력이 출산과 육아로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포기하고 직장을 그만두는 ‘경력단절’이라는 씁쓸한 내용이었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그 중 절반이 30대 여성이라고 한다. 인생에서 30대란 그간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가장 왕성한 창의력과 생산능력을 발휘할 때가 아닌가! 이는 국가의 인적자원 유실은 물론 경제성장 기회의 손실을 의미한다.

 

필자는 프랑스에서 지난 2014년 7월에 출산해 사랑스러운 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직장맘’(직장 다니면서 육아하는 엄마)으로 현재 육아휴직 중이다. 아이가 6개월이 되면 직장으로 정상 복귀할 예정이다. 친정은 물론 한국에 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친정이나 시댁의 육아 도움 없이도 직장에 다닐 수 있다. 이는 파리시에서 운영하는 ‘크레쉬’라는 공립 유아시설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크레쉬에 운 좋게 자리가 난 덕분에 마음 편하게 직장으로 복귀를 결정했다.

 

물론 크레쉬가 프랑스 모든 유아에게 제공되는 것은 아니다. 3세 미만 중 41%의 아이만 크레쉬에 다니고 있으며 구청 크레쉬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이는 시민단체나 민간이 운영하는 시설을 이용한다. 프랑스 동쪽에 있는 스트라스부르市에선 유아시설의 70%가 시에서가 아닌 시민단체에서 주관하는 육아시설로 운영해 충분한 자리를 제공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육아시설 또한 구청 운영 크레쉬의 안전기준과 인사기준 프로토콜을 따른다고 한다. 프랑스는 이런 보육시설과 함께 사회보장제도 등 다양한 지원으로 직장맘의 육아 수고를 덜어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프랑스의 출산율은 2.01명으로 OECD 국가 중에서 두 번째로 높은 출산율을 자랑하고 있다. 다시 말해 프랑스에서는 내 아이를 국가가 함께 키워준다는 것이다.

 

지난 2014년 봄 며칠간 회사에서 휴가를 얻어 임신한 상태로 한국의 친정집을 방문했다. 오후 2~3시경에 동네 길을 산책하면서 유모차를 끌고 있는 할머니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아기 엄마는 직장에 있을까?. 직장인 엄마는 아이를 가장 믿고 맡길 수 있는 가족에게 도움을 청했을 것이다. 힘든 건 우리 부모님 세대다. 자식 키우고 시집·장가보내랴, 이젠 손주까지 키워줘야 하는 세대다. 직장인 엄마는 출근하고 육아를 친정이나 시댁에 넘기다 보니 마음이 놓이긴 하지만 한편으론 고부갈등뿐 아니라 장서갈등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손주 사랑에 인생 낙도 생겼지만 매일 육아를 전담하다 보니 건강에 문제가 되는 신종 ‘손주병’도 생겼다고 한다. 이 상황에 직장인 엄마는 부모에 대한 미안한 마음만 쌓이고 무엇보다 아이를 내 손으로 못 키운다는 자책감에 직장을 계속 다녀야 하는가 하는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결국 출산과 육아가 경력 단절로 이어진다. 우리나라도 부모보다 더 신뢰할 수 있고 체계적인 육아시설이 있으면 어떨까? 아이를 맡기는 데 문제는 돈도 돈이지만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가장 안전하고 아이의 성장발달에 도움을 주는 믿고 맡길 수 있는 시설이냐 아니냐인 것이다.

 

프랑스 직장 여성은 임신 6개월이 되면 대부분 구청에 크레쉬 자리를 얻기 위해 지원서를 제출한다. 신청서엔 치열한 선발경쟁에서 선택받으려고 구구절절이 크레쉬 찬양론과 함께 지원동기서를 정성을 다해 작성한다. 일단 크레쉬에 자리가 생기면 샴페인을 터뜨릴 정도이다. 왜 그렇게까지 프랑스 사람은 공립 크레쉬 자리를 간절히 바랄까? 그만큼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시설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부모도 개인 베이비시터 고용은 꺼린다. 믿을 만한 베이비시터를 검증하는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를 믿고 아기를 맡기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은 어느 나라나 똑같은 엄마의 마음이다. 그런 프랑스의 대표적 육아시설인 크레쉬를 간략하게 소개해 본다.

 

180년 된 역사의 육아 노하우, 운영은 ?

 

크레쉬는 1840년대에 세워졌다. 당시 파리 시는 산업혁명기간 동안 여성을 육아의 부담으로부터 해방시켜 노동력 창출을 목적으로 무료보육시설로 출발했다. 당시 파리 부시장이 위생과 안전을 보장하는 육아시설이 있다면 엄마가 아이를 맡기고 마음 편하게 일을 하러 갈 수 있지 않을까 해 창안됐다.

 

크레쉬 대상은 출생 2개월부터 3세까지며 한 크레쉬당 50~100명 정도의 아이를 돌본다. 운영시간은 매일 7:30~19:00이며 주 5일, 주 4일, 전일반, 부분반 등 직장근무시간에 쫓기는 부모 사정을 배려해 선택 폭을 넓게 했다. 크레쉬에 맡겨두고 나올 때 아이와 순간이별을 걱정했지만 그런 스트레스조차 없도록 크레쉬는 치밀하게 준비돼 있었다. 첫날엔 크레쉬에서 엄마와 함께 30분 동안 함께 보내고 둘째 날 30분은 엄마와, 나머지 30분은 아이 혼자 있게 된다. 이런 패턴으로 매일 1시간씩 늘려가는 2주간의 적응 기간을 아이는 크레쉬에 있는 상황에 익숙하게 된다. 이 방법은 아이나 부모에게 갑작스런 환경변화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좀 더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또 다른 예로 모유를 먹는 아이에겐 엄마에게 모유를 유축하게해 저장한 젖병을 갖고 오도록 해 모유를 지속해서 먹일 수 있도록 협조해 준다.

 

또한, 크레쉬마다 유아부모 대표를 선출해 운영에 참여시켜 부모가 요구하는 개선점이나 새로운 제안을 받아들인다. 예로 들면 유아 부모는 아이의 영양 식단의 재료나 메뉴나 크레쉬 시설에 필요한 장남감 등을 추천하고 농장방문, 특별행사 등을 제안한다. 필자의 크레쉬에선 한 엄마가 이번 식단에 아이들이 좋아하고 영양가 있는 새로운 소스를 제안했고 이 소스가 채택됐다.

 

주 1회 각 크레쉬마다 전담 소아과 전문의와 소아 심리학자가 방문해 아이의 건강·심리 상태를 검사하는 한편 교사를 상대로 육아 스트레스까지 진단하고 그 해소법을 제공하는 심리상담을 하는 등 보호장치를 제공한다.

 

크레쉬에서는 아이에게 특별한 육아 목표치를 두지 않고 자연스럽게 집단생활에 적응시켜 사회성을 기르고 균형된 식사습관, 낮잠시간 편성을 통해 시기에 따른 성장발달에 도움을 준다. 크레쉬의 영양 식단은 영양식단위원회가 짠다. 매해 영양식단위원회에선 이유식을 포함해 계절별 제철재료를 사용해 균형있는 영양가에 식감과 색깔까지 고려해 심혈를 기울인다. 크레쉬에 다니면 편식과 반찬 투정하는 아이조차도 골고루 음식을 먹는 습관을 배우고 온다고 한다.

 

크레쉬 신청 대상 선정은 ?

 

크레쉬 신청자 선정 대상은 모두에게 주어지지만 우선적으로 '한 부모가정', '직장인 부부', '학생 부부', '쌍둥이 가정', '자녀가 셋인 가정' 등에게 자리를 준다. 크레쉬 등록비용은 한 달에 최소 무료에서부터 부모의 소득에 따라 차등 부과한다.

 

선별된 전문인으로 구성된 크레쉬

 

프랑스 부모가 치열한 경쟁을 통해 크레쉬 자리를 갖고자 하는 첫째 이유는 시청 아래 관리감독·통제가 철저하고 육아 담당교사를 비롯한 구성원의 자질에 대한 신뢰에 있다.

 

크레쉬 운영은 원장, 부원장, 담당자별로 분유 담당사, 영양사, 시설관리자, 위생관리자, 교사, 소아과의사, 심리학자 등 전문가로 구성돼있다. 특히 아이를 직접 담당하는 교사는 육아전문학위를 기본 조건으로 국가가 지정한 교육이수와 시험, 면접 과정을 거쳐 엄선됐으며 선발 과정 역시 20:1이 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정부에서 지정한 수업과 시험을 치루고 면접을 통해 선출되며 인턴과정에는 기저귀 가는 법, 분유 타는법 등의 실전연습과 수면교육과 위생 영양에 관한 육아수업도 듣는다.

 

이러한 양질의 수업과 경쟁을 통해 선출된 전문가가 아이 3명당 한 명으로 아이를 돌보게 된다. 육아교사는 크레쉬에서 하루 종일 있었던 아이의 상태를 점검 기록하고 부모님에게 아이의 상태를 전달하고 조언을 주고 자녀에 관한 육아 피드백을 나누기도 한다. 또한 1년에 세 번 '육아 교육학의 날'을 정해 교사만을 위해 크레쉬에서 필요한 새로운 육아지식과 교육방식 등을 연구 토의한다.

 

오랜 기간을 통해 쌓아온 노하우로 자리 잡은 공립 육아시스템인 크레쉬가 프랑스 국민에게 혜택을 주고 있는 것을 보니 우리나라도 유아시스템을 도입해 이 비결을 전수받아 직장인 엄마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이 든다. 직장맘이 소득과 함께 경제성장의 일익이 되고 미래 한국사회에 공헌할 2세를 키우기 위해 빠른 시일 내 '한국 크레쉬'가 탄생했으면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육아에서부터 시작한다. '직장맘이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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