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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프랑스의 문화복지
  • 외부전문가 기고
  • 프랑스
  • 파리무역관 김희경
  • 2015-01-20
  • 출처 : KOTRA

 

프랑스의 문화복지

 

Grace Shim EHESS GRAC

 

 

 

필자가 파리에서 거주한 지도 벌써 10년이 넘어가고 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에 파리의 모든 시민을 위해서 매해마다 거듭됐던 문화 행사를 통해 프랑스의 문화복지의 실태를 직·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파리는 문화의 도시라는 평판처럼 소소한 문화행사가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겠지만 굵직한 행사는 파리시의 주최 혹은 협력으로 대중에게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기회와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정착한 것이 ‘뉘 블랑쉬’(백야: Nuit blanche), 6월 하지(夏至)날 개최되는 ‘음악축제’(fête de la musique)라 할 수 있겠고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연합 국가 전체가 함께 진행하는 ‘유럽 문화유산의 날’(Journées européennes du patrimoine) 행사와 ‘유럽 박물관의 밤 행사’(Nuit européenne des musées) 또한 프랑스 각 지역에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파리지앵만 즐길 수 있는 고유의 프로그램으로는 여름 동안에 바닷가로 휴가를 가지 못한 사람을 위해 센강을 따라 모래사장을 설치한 파리플라쥬(파리 해변: Paris Plage)와 7월 14일 프랑스 혁명기념일 기념 에펠탑 불꽃놀이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행사는 무엇보다도 그것의 준비를 가능하게 하는 꾸준한 예산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매해마다 조직위원회의 방향에 의해 선정되는 예술인력과 기술인력, 담당부서와 문화 기관과의 상호 협력 시스템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모든 문화 행사에 대한 홍보와 지원은 파리시와 사회적 기업, 프랑스 주요 방송국과 정보지에 의해 비교적 원활하게 돌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종적인 행사의 목적은 대중의 적극적인 참여이기 때문에 그 과정 중에 필요한 편의 시설과 대중교통, 보안에 대비해야 하는 총괄적인 방안책을 요구하는 매우 복잡 다단한 기획이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혜택을 누린 행사를 중심으로 그 구체적인 실례를 들어 보고자 한다. 매해마다 10월 첫째 주 토요일이 되면 뉘 블랑쉬(Nuit blanche)에 참여할 기회가 생긴다. 직역을 하자면 백야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말에도 밤을 하얗게 지새운다라는 표현이 있듯이 불어에도 밤을 하얗게 지새운다고 표현한다.

 

행사명에 걸맞게 시민은 밤새도록 파리 곳곳에 설치된 예술 작품을 찾아 다니며 감상할 수 있다. 장소는 파리의 성당, 주요 명소, 갤러리, 각국의 문화원, 공공시설에서부터 거리와 그 담벼락까지 다양하다. 이렇게 파리의 밤에 쉽게 잠들 수 없도록 저녁 늦은 시간부터 새벽 다섯 시까지 다양한 예술작품이 주어진 공간에 설치되고 상영된다. 밤이라는 시간적 특징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설치 작품에서 조명의 활용도가 매우 높고 비디오 상영 같은 예술형태가 효과적이다. 이와 더불어 주어진 장소의 특징을 고려해 신체적, 음악적, 연극적 퍼포먼스가 융합돼 보여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밤새워 문화예술을 즐기겠다고 결심한 관람객은 모든 곳의 행사를 전부 볼 수 있을까? 정답은 ‘불가능’이다. 초창기의 Nuit Blanche는 지금보다 규모가 컸다. 파리의 센느강 윗동네와 아랫동네 그리고 동쪽과 서쪽, 즉 거의 모든 파리의 구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시작이 된다. 물론 퍼포먼스 같은 경우 반복되기는 하지만 몇 구역을 미리 선택해서 이동하면서 전체적으로 둘러보거나 한 구역을 선택해서 머무르며 집중적으로 보는 경우로 나뉘었으며 둘 다 모든 행사를 보는 것은 시간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래서인지 최근 몇 해 동안에 Nuit Blanche는 이러한 로컬적 수요를 고려해 파리 전체가 아닌 특징적인 몇 구역별로 묶어 행사의 테마를 주었다. 이것은 유명한 예술가의 경우 관람객의 쏠림 현상으로 엄청난 기다림의 줄을 서게 했던 반면에 주어진 시간 안에 점 찍어 놓았던 장소로의 이동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므로 Nuit Blanche는 파리 시에 거주하는 잠재적인 관객이 스스로 정보를 찾아보고 자신의 코스를 계획하고 길을 찾아가면서 파리의 여러 곳을 둘러 보고 평소에 가보지 않았던 장소 역시 가 볼 수 있도록 구상됐다고 할 수 있겠다.

 

10년 동안 크게 달라진 것 중 또 하나는 안내책자이다. 정보지를 얻기 위해서 특정한 장소까지 가야 했었던 예전에 비해 최근에는 곳곳에 안내판까지 설치해 지도를 볼 수 있게 했고 안내 책자를 배부하는 부스를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이에 앞서서 매년마다 Nuit blanche를 위한 인터넷 정보 사이트가 개설됐고 미리 PDF파일로 전체적인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사이트 또한 10년 동안 변화와 발전을 거듭했고 특히 몇 해 전에 아이폰을 위한 서비스를 시작으로 스마트폰의 높은 보급률에 힘입어 모바일앱을 통해 정보를 인터렉티브하게 얻을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밤늦은 시간에 이동하거나 귀가하고자 하는 관람객은 어떻게 해야 할까? 파리시는 파리 교통공사와 파트너십을 발휘해 이날 밤에는 승차권 없이 무료로 전철 탑승이 가능하게 했으며 파리를 가로, 세로로 횡단하는 두 개 정도의 노선을 정해 밤새 승객의 편의를 도모했다. 그러나 파리 외곽에 사는 시민이나 행사지점에서 동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은 중간에 집에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불편함 또한 중간에 귀가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밤새 몇 곳을 더 보고 이른 아침에 편하게 귀가하는 것이 낫겠다라는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참여의 연장을 유도하게 된다.

 

우리는 이러한 점을 통해서 개개인의 참여도의 높낮이에 따라 또는 주어진 상황에 변수에 따라서 행사를 즐길 수 있는 권리가 다르게 주어질 수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이것은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다 준비해 놓는 행사정책이 아닌 하나의 문화환경을 구성해서 가장 필요한 요소를 가지고 그 틀을 마련하는 파리시의 노하우라고 생각된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관람객이 스스로 프로그램을 선별하고 이동계획을 세움으로써 각자가 이 행사를 같이 준비하게 되는 상호적 시스템 구축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므로 Nuit Blanche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 친구 혹은 가족 간에 같이 외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무료로 양질의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함으로써 조금은 불편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동하며 파리 시민으로써 같은 행사에 참여했다는 소속감이 서로간의 무의식적 연대를 이끌어 냈다고 볼 수 있겠다. 최근에는 파리 외곽에 위치한 시에서도 Nuit Blanche의 연장선상에서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조직해 참여하고 있으며 유럽의 다양한 도시에서도 비슷한 행사가 같은 혹은 다른 날짜에 이뤄진다고 한다. 파리시의 이 같은 행사가 성공한 사례로 평가됐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파리시의 Nuit blanche 기획 안에서 프랑스 문화복지 정책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kyung-eunshim@hotmail.fr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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