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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프랑스의 엘리티즘
2014-09-24 김희경 프랑스 파리무역관

 

프랑스의 엘리티즘

 

Renault France 아시아태평양 지역 상품기획 담당 Sara J. Baik

 

 

 

프랑스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말은 자유 평등 박애 정신일 것이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프랑스의  역대 대통령이 특정학교 출신에 편중되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프랑스는 정말 평등한 사회일까?  필자의 경험에 바탕하여 프랑스를 이끄는 엘리트 집단에 대한 생각을 풀어보고자 한다.

 

프랑스는 철저하게 학벌과 출신 가문에 의해 차별받는 나라이다. 학벌과 가문에 의해 형성된 인맥이 없이는 정계나 공직에서 높은 자리까지 승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불가능하진 않다. 다만 무척 어려울 뿐이다.) 이러한 현상은 정계뿐만이 아니라, 공기업 및 대기업에서도 마찬가지인 듯 하다.

 

필자는 전통적인 프랑스 대기업에 근무 중이다. 대부분의 임원급은 잘 알려진 톱 그랑제꼴 출신인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이런 대기업에서 디렉터 이상 직급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톱 그랑제꼴 학위가 필요하다. 이러한 사실은 매우 흥미로운 반응을 일으킨다. 직원 역시 이러한 사실을 매우 잘 알고 있고 피부로 경험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 본인이 회사에서 어디까지 승진할 지를 이미 잘 파악할 수 있다. 하여 학벌 혹은 가문을 통한 인맥이 없는 직원의 경우 일찌감치 승진을 포기한다. 대신 정년까지 안전한 밥벌이 수단으로 회사를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회사를 위해 개인을 헌신하라는 철학은 통하지 않는다. 철저한 개인주의에 입각하여 회사와 나의 관계를 규정짓는다. 따라서 한국과 대비하여, 회사의 성공을 위해 개인을 희생한다는 정서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회사의 적절한 보상, 즉 임금과 개인의 노동력의 교환 정도로 회사와 직원의 관계가 규정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프랑스 사회의 아주 많은 면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프랑스에서 살다보면 속터지는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다. 매일 마주하게 되는 서비스업 종사자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또 아주 가까이에는 회사 동료까지 너무나 무책임하고 프로페셔널하지 않은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서비스업 종사자는 아주 많은 경우 한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역량을 보여준다. 계산 틀리는 것은 기본이고, 매장 상품에 대하여 물어봤을 경우 전문적으로 대답해주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프랑스 공공기관의 만만디 스타일은 프랑스에서 학업 이주사업을 해보신 모든 분들은 매우 잘 알 정도로 악명높다. 그럼 일반 대기업의 직원은 더 나을까? 안타깝게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필자가 한국에서 프랑스로 건너와 업무를 시작하면서 가장 놀란 부분은 업무에 대한 책임감이 매우 낮다는 사실이다. 업무에 대한 공적인 책임감보다는 개인의 일정, 개인의 사정을 훨씬 우선 순위로 두기 때문에 처음엔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그럼 프랑스는 이렇게 모두가 막장으로 가는 막장 사회일까? 이런 와중에도 한국보다 거의 두 배나 높은 생산성 및 높은 기술력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원인의 결과물이라 할수 있을 것이다. 그 중 하나는 소수정예부대, 즉 사회를 이끄는 엘리트 층의 퍼포먼스인 것으로 생각된다. 프랑스의 엘리트 층은 손에 꼽히는 특정 그랑제꼴 출신으로 가장 쉽게 규정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 톱 그랑제꼴에 간다는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본인의 학습 기량이 월등하다는 것 뿐만 아니라, 소위 ‘있는 집’ 자식이 아니면 톱 그랑제꼴을 가기란 쉽지 않다. 입학 후에는 이들끼리 서로 네트워크를 다지며 사회의 상류층을 이루게 된다. 이런 최고 학벌에 대한 대우는 매우 노골적이다. 이런 학교 출신은 인턴을 하더라도 보통 일반대학 출신보다 더 많은 월급을 받는다. 물론 향후 승진에 학벌은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이러한 경향은 공기업, 대기업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중소기업에서는 학벌 차별이 덜 하다고 한다.

 

한가지 주목할 것은 이 엘리트 집단은 승진과 성공을 위해 일반 ‘승포자’, 즉 승진 포기자들보다 몇 배나 더 일하고 집중한다. 필자의 회사의 경우 여타 프랑스 회사가 그러하듯 야근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일부 엘리트 직원의 경우 밤낮없이 일하며 퍼포먼스를 위해 개인의 생활을 많은 부분 희생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즉, 포기할 사람은 일찌감치 떨어져 나가서 인생을 즐기는 것에 집중하는 대신, 이들 스펙을 갖춘 엘리트는 밤낮 없이 일하며 경쟁하고 승진한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대부분의 노동자는 회사 및 업무에 헌신하지 않아 매우 낮은 질의 서비스로 이어진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사회를 이끄는 엘리트 층은 소위 ‘어마무시’한 능력자인 경우가 매우 많다. 프랑스 사회의 저력과 능력은 이들 엘리트층의 능력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들은 사회체계를 설계하며(정치), 관리 감독하고(행정), 국제경쟁사회에서 톱 브랜드(기업)를 이끄는 장본인이 아닌가 한다.

 

그렇다면 엘리트 층에 속하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의 삶의 질은 어떠한가? 사회지도층으로의 편입이 쉽지 않은 사회구조 속에 있는 그들은 불행할까? 프랑스 인은 가장 많은 휴가를 가지고 있으며, 출산 및 육아에 따르는 보조 혜택, 노후연금 등으로 탄탄한 사회보장시스템의 틀 안에서 살아간다. 더욱이 주목할 점은 이들의 행복의 기준은 부와 성공에 한정되지 않은, 다양한 행복의 기준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모두가 사회지도층으로의 진입을 모두가 꿈꾸지도 원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사회 분위기는 노동자 층에게 일에 대한 과도한 충성을 강요하지 않는다. 책임은 더 많은 혜택과 힘을 누리는 리더층에게 더욱 요구된다. 이러한 면에서 프랑스는 평등하지는 않지만 공평한 나라라는 생각을 해본다.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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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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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철 2014-09-25

    매우 재미있는 기사입니다. 프랑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었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