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온라인 뷰티 청년 창업자 이야기

 

나나뷰티박스(北京愛恩刻商貿有限公司) 심새나 대표

 

 

 

1. 창업을 꿈꾸다.

 

중국 땅을 밟은 지 만 8년째인 2012년, 나는 드디어 꿈에 그리던 베이징대학교의 졸업장을 손에 넣었다. 그러나 졸업 후 원대한 꿈을 마음껏 펼치리라는 포부에 가득 차 있던 나는 졸업과 동시에 막막한 혼란에 휩싸였다. 중국의 외국인 취업 관리 규정에 따라 갓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은 2년의 실무경험이 있어야 중국 취업 비자를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의 합법적인 취업의 길이 막힌 지금, 한국과 중국이라는 기로에 서서, 대다수의 친구처럼 한국에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중국에서 ‘버티기’에 돌입할 것인지 나는 큰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그동안 중국 현지에서 보고 배운 것들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게 된 현실이 안타까웠고, 여전히 미지에 싸여있는 중국시장을 개척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나는 돌아가지 않고, 내 눈앞에 펼쳐진 기회의 땅, 중국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게 되었다.

 

혹시 중국의 국민 음료인 ‘왕라오지(王老吉)’의 1년 매출이 얼마인지 예상할 수 있겠는가? 한화로 2조8400억 원에 달한다. 그렇다면 2011년 중국 영화 관람 흥행매출이 2조1600억 원에 달한다는 사실은 또 어떠한가? 중국의 대표 오픈마켓 타오바오(陶寶;taobao)와 티엔마오(天苗; tmall)의 거래액이 2012년 한해만 164조 원을 기록했다.

 

나는 오래전부터 중국의 ‘큰 시장’에 한껏 매료되어 있었다. 똑같은 자본, 인력, 시간으로 영화를 제작할 때, 한국에서 영화를 방영할 수 있는 스크린 개수는 몇 개나 될까? 관람객의 숫자는 또 얼마나 될까? 한국은 중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중국은 단순히 인구만 많은 곳이 아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13억 소비 인구가 든든히 떠받치고 있는 이 거대한 내수시장은 작은 아이디어 상품 하나로도 얼마든지 거액의 매출액을 달성시킬 수 있는, 그야말로 기회의 땅인 것이다.

 

2. 블로그로 소통하다.

 

그 무렵, 강남스타일의 ‘싸이’가 월드스타로 급부상하면서 중국 내에서도 본격적인 新한류 돌풍이 불기 시작, 내 주변 친구들 사이에서는 한국의 먹거리, 쇼핑, 화장품, 연예인 등이 그야말로 ‘핫 토픽’이 되었다. 특히 친구들은 한국 화장품에 대해 관심이 아주 많았는데, 그에 따라 이러한 질문을 모아 다 같이 재미있게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중국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블로그인 시나웨이보(新浪微博; SINA WEIBO)에 블로그를 개설하여 화장품 뉴스레터, 직접 시연한 메이크업 정보, 화장품 추천, 피부 상담, 일상 뷰티 관련 사진을 게재하기 시작, 중국 친구들과의 커뮤니티를 조성하게 되었다.

 

공통된 관심사를 가지고 여러 사람과 소통하며 다양한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블로그 공간의 큰 매력이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며 내 블로그 규모가 커져 갈수록 내가 사용하는 화장품을 써보고 싶다는 사람이 늘어났으며 상품을 대신 구매해달라는 요청까지 오기 시작했다.

 

뜻밖에 시작하게 된 구매대행이었으나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이 나를 믿고 선불 지급하는 모습은 정말 뿌듯했다. 또 그들이 제품을 받아들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상자에 샘플을 챙겨 넣고 예쁜 포장을 해서 배송해주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은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며 고마움의 메시지도 전달해주었다. 블로그가 나와 낯선 사람이 단순히 정보를 공유하게 해줄 뿐 아니라 신뢰를 쌓는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내 블로그를 찾아주는 사람의 대다수가 20, 30대 여성이다 보니 나는 그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 뷰티, 패션, 라이프스타일을 더 열심히 연구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2030 여성들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여성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자’는 목표를 갖게 되었다.

 

‘아무런 보상을 바라지 않고 진심으로 사람을 대한다면, 그리고 사람들이 나를 믿고 신뢰해 준다면 저절로 이익이 따라온다’는 것, 이것이 바로 나의 창업 시발점이다.

 

시나웨이보(娜姐彩妆日記)

 

온라인몰 나나박스 구성품 소개

(구독량 5만9000명, 리트윗 329개, 댓글 112개)

 

겨울 왕국 엘사 메이크업 방법

(구독량 11만5000명, 리트윗 289개, 댓글 88개)

 

핑크 메이크업 설명

(구독량 8만7000명, 리트윗 393개, 댓글 145개)

 

3. 창업을 시작하다.

 

현재 중국시장에는 셀 수없이 많은 뷰티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상품의 이름이 소비자 귀에 익기도 전에 새로운 상품이 출시된다. 유행에 민감한 패션업계에서는 상품의 기획, 디자인, 생산, 그리고 유통에 이르는 모든 구조가 빠르게 진행되는 SPA 브랜드가 몇 년째 대세이다. ‘패스트패션’이라는 명목 하에 우리는 매 초 바뀌는 트렌드를 경험하고 있다.

 

이처럼 빠르게 회전하는 뷰티시장과 범람하는 각종 광고 탓에 소비자는 쉽게 피로를 느끼고 막상 자기에게 맞는 제품이 무엇인지 판단하기에 혼란을 겪고 있다. 업체는 점차 심화되는 경쟁 속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고객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렇다면 적은 비용으로 타깃 고객층에게 효과적으로 홍보할 방법은 없을까? 또한 소비자는 원하는 정보를 손쉽게 얻으면서 다양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사용해 볼 수는 없을까? 이러한 질문 속에서, 나는 한국인 MD가 직접 화장품을 추천해주는 2030 뷰티박스 ‘나나박스’를 설립하게 되었다.

 

4. 중국에서의 창업 ‘장벽’

 

1) 모방제품으로 인한 시장가 붕괴

인터넷상에서 값싼 가격에 유통되고 있는 저가(低價) 모방제품으로 인해 ‘표준’ 시장가가 무너져 우리 제품의 시장가 결정이 어려웠다. 그래서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는 과정이 필요했고, 그에 따른 여러 가지 자료, 사진, 고객 상담 서비스에 노력을 기울이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물론 현재도 진행 중에 있다.

 

2) 통관·유통상의 어려움

중국에 화장품을 수출, 유통 및 판매하려면 위생허가증 획득이 필수이다. 그러나 위생허가증을 받으려면 많은 시간과 자본이 소요되고 이에 따라 상품의 시장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먼저 위생허가증이 필요하지 않은 수공비누, 네일스티커와 같은 뷰티 아이템을 가지고 시작을 하였다. 또한, 위생허가가 필요하지 않은 온라인 판매에서는 소비자에게 정품임을 인증하여 신뢰도를 높이는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

 

3) 값비싼 광고비용

중국의 광고비용은 한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비쌌다. 게다가 효과를 보장할 수도 없었다. 예산이 부족한 우리는 결국 예산 대비 효율이 높은 홍보 채널을 넓혀 나갔고, 대부분은 블로그를 통하여 홍보를 진행했으며, 20, 30대 여성이 많이 사용하는 웨이신(微信: Wechat 한국의 카카오톡에 해당) 메신저를 통하여 화장품 관련 뉴스레터, 구매안내, 화장법 등을 실시간으로 보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이외에도 뷰티 관련 플랫폼과 협의하여 쿠폰 발급, 선물 발급 등을 통해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 홍보의 핵심은 ‘나눌수록 기뻐지고, 나눌수록 더해진다는 것’이다. 내가 만든 콘텐츠를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도록 하고,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효율성이 가장 높은 홍보라고 할 수 있겠다.

 

5. 중국 창업의 ‘성공 키워드’

 

중국에서 창업을 한다는 것에 아직 많은 사람이 부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도 경쟁이 치열하지만 앞으로는 더욱 심해진다는 것이다.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추진한다면 주위 사람이 아낌없이 도와줄 것이다. 또한 실패를 두려워 말아야 한다. 실패로부터 배울 수 있다면 그건 더 이상 실패가 아닐지 어니 이 모든 것을 감내할 수 있는 용기야말로 중국시장의 ‘성공 키워드’가 될 것이다.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