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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러시아 직원과의 문화차이 극복기
  • 외부전문가 기고
  • 러시아연방
  • 노보시비르스크무역관
  • 2014-07-22
  • 출처 : KOTRA

 

러시아 직원과의 문화차이 극복기


쓰리씨통상 지사장 최명흥

 

 

 

어느 나라나 처음 근무 시 어려움이 많겠지만,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와의 교류 관계가 짧고 정보가 부족한 나라일수록 일하기가 더욱 어려운 것이 사실일 것입니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 단순 문화 차이뿐만 아니라, 1990년대 초부터나 시작된 상대적으로 짧은 교류관계와 한국에서 접하기 어려운 러시아어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직원들과 생각지도 못한 오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향후 러시아 진출을 추진하는 기업 관계자분들이 러시아와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오해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제가 러시아에서 근무하면서 겪었던 몇 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설명을 해 보겠습니다.

 

1. 나는 몰라요(я не знаю : 야 니 즈나유)

 

러시아 사람들과 업무를 하다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입니다. 저도 러시아에서 처음 근무를 시작하면서 ‘나는 몰라요’를 반복해서 들었을 때 당황스럽기도 하면서 이해가 가지 않았던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 회사에서 상사가 어떤 부분에 대해서 물어보면 아는 부분에 대해서는 당연히 대답하겠지만,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으나 확인해보겠습니다."라고 답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러시아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상사가 어떤 부분에 대해서 물어보더라도 아주 과감하게 모르면 "몰라요"하고 그게 끝입니다. 그리고 나서 다시 확인해보라고 지시를 할 때까지 알아보지 않습니다. 무엇에 대해서 물어본다면 당연히 모를 수 있으나 자신의 상사가 물어보는 질문에 대해서 그냥 "몰라요"라고 대답을 하는 러시아 직원들을 보면 적응이 되지 않고 근무할 의욕이 있는 직원인지 의심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자기가 받은 질문에 대해서 모르면 모른다고 답변하는 것이 당연하기는 합니다. 모르는 걸 안다고 거짓말하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러시아 사람들은 상당히 솔직한 답변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또한, 본인이 러시아에서 여러 해 지내다 보니 꼭 근무 시에만 이런 답변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빈번히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향후 러시아에서 근무하게 될 분들은 이와 같은 부분에 대해서 ‘나를 무시하나’라는 기분에 빠져 직원들을 혼내시지 마시고, 이들의 문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시면서 러시아와 한국과의 문화적 차이를 설명하고 잘 따라올 수 있도록 지도했으면 합니다.

 

2. 제 생각으로는(по-моему : 빠 모에무)

 

러시아 현지 직원들과 업무를 진행할 때 ‘나는 몰라요’에 이어 자주 듣는 것입니다. 상황에 따라 정확한 질문을 요구하는 답변에 대해서조차 러시아 사람들은 정확하지 않을지라도 대답하기 전에 '제 생각으로는(по-моему)'이라는 대답을 많이 합니다.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경우 정확하지 않은 답변이라도 반드시 해야 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본인의 의견을 잘 내세우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즉, 답변을 반드시 해야 하는 상황이면 정확하지 않으니 확인 후 보고하겠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러시아 직원들은 자신의 의견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확한 질문을 요구하는 상황에도 자신의 의견은 이렇다는 답변을 하는데, 사실 시간이 촉박한 경우 한국인이 원하는 상황은 ‘지금이라도 알아보겠다’면서 파악하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 본인 의견은 이렇다는 식의 답변을 하면 목소리가 높아지기 마련입니다. 분명히 이번 건은 자기 생각이나 의견이 아닌 정확한 답변이 필요한 부분인데, ‘제 생각은’, ‘제 의견은’ 등의 말이 계속 들리게 되면 답답하고 짜증이 납니다. 그래서 한 번은 직원들에게 본인이 그간 쌓였던 기억을 더듬으며 이렇게 대답하지 말라고 설명을 해주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내가 요구하는 답변이 당신 생각이나 의견 듣고 싶은 게 아니지 않냐'라고 하면서 설명을 해주었더니 직원들이 상당히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들에게는 어떤 상황에도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며 답변하는 것이 문화적으로 자연스러운 것인데 왜 한국인은 이해하지 못할까 하는 반응이었습니다. 물론 우리 언어 차이나 문화적인 차이가 있어서 그렇게 대답을 했다는 점은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한국인이 느끼기에 이런 부분은 이해하기 힘든 점이기 때문에, 직원들의 ‘제 생각에는’ 종류의 답변이 거슬린다면 한국식 업무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이해를 시켜주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러시아 사람들도 습관이 되어있기 때문에 금방 고쳐지지는 않지만, 이들도 문화적인 차이를 극복하고자 노력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개선된다는 점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3. 당신(вы : 브이), 너(ты : 뜨이)

 

러시아어에도 존댓말이 있습니다. 처음 본 사람들이나 가깝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당신(вы : 브이)’이라고 높여서 대화합니다. 그러나 러시아에서는 동년배의 소위 친구 사이가 아니더라도 조금 아는 사이가 되면 나이 차이와 무관하게 ‘너(ты : 뜨이)’라고 합니다.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두 표현의 기준이 상당히 애매하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러시아 사람들과 조금이라도 친분을 쌓게 되면 높임말은 금방 없어지는데, 러시아 사람들 말로는 이렇게 하는 것이 서로 친하게 지내는 사이라는 뜻이라고 하지만 높임말의 쓰임이 확실한 우리 언어체계 상 적응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바이어 등은 그렇다 치더라도 같이 업무를 하는 사이에서는 더욱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본인도 사무실에서는 관리자로 일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현지직원들과 생활하는 중에 어느 순간 직원들이 갑자기 ‘너’라고 말을 놓아버려서 당황한 적이 있었습니다.

 

제 생각에 분명히 ‘당신’과 ‘너’라는 차이가 러시아어에 존재하는데 직장 상사인 저게 ‘너’라고 하니 당황스러우면서도 기분이 나빠졌던 것입니다. 물론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몇 명 안되는 사무실에서 같이 근무하는 사이이고 현지 문화상 더 친근하게 지내기 위해서 그랬던 것이라고 이해는 하지만 우리식의 개념으로는 상사에게 반말을 하는 것은 아무리 러시아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해도 맞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우리 식의 문화에 대해서 러시아 직원들에게 잘 설명해주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부분도 러시아에서의 업무나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 미리 잘 알고 계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4. 묻고 또 묻고, 재질문

 

지난번에 중요하다고 알려준 것을 왜 또 물어보지? 물론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니 한 두 번 기억나지 않아 물어보는 경우는 많습니다. 그러나 러시아 직원들의 경우 습관처럼 재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확인차 물어볼 수 있지만 적어도 제가 느끼는 수준은 그 이상입니다. 그냥 습관처럼 물어보는 것입니다.

 

이는 한국인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면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부분입니다. 친구 사이나 가까운 사람의 경우는 그렇다고 쳐도, 업무 지시 관련 사항에 대해서도 재질문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 주 목요일 오후 2시 비행기로 한국에서 중요한 손님이 오시니 호텔 예약 및 기타 준비를 하라고 지시합니다. 그러면 직원의 입장에서는 중요한 손님이고 상사가 지시한 사항이니, 잘 메모해 두었다가 준비를 하고 보고를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물론 러시아 직원들도 그렇게 합니다. 그러나 러시아 직원의 경우 분명 호텔 예약 및 기타 손님 맞을 준비사항에 대해서 전부 보고를 했고 제가 그렇게 진행하라고 했는데도 갑자기 수요일에 "손님이 목요일에 오죠?"라고 물어봅니다. 저는 무의식적으로 ‘그렇지, 목요일에 오시지.’라고 대답을 합니다만, 분명 다 준비되었다고 보고를 받고 확인해줬는데 왜 또 물어보지?라는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반대로 제가 직원들한테 제대로 돼있냐고 물어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러시아 직원의 경우 지속적으로 질문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저도 처음 몇 번 정도 들을 때에는 크게 의식하지 않았으나, 러시아 직원들이 습관적으로 분명히 언급되었던 건에 대해 재질문을 하는 모습을 보며 제대로 준비가 된 것인지 불안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언제 오시죠?’, ‘이거 이렇게 하는 것 맞죠?’, ‘보고서 언제까지 제출해야 되지요?’ 등 다양한 재질문에 대해 살펴본 결과, 우리 직원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러시아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게 되물어 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 또한 그냥 문화적인 차이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런 질문들 때문에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잘 설명해주고 이해시켜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5. 상호 이해를 위한 따뜻한 마음과 이성적인 설득 필요

 

위에서 언급되었듯이 러시아 사람들과의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서 적지 않은 스트레스가 발생합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직원들에게 업무형태나 태도를 바꾸라고 요구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어느 나라에나 문화적인 차이는 존재하며 이로 인한 에피소드가 발생하고, 힘든 경우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러시아인들도 한국인들과의 문화적인 차이로 피곤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보듬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대해주면, 우리 식의 사고에 적응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화를 내면서 강압적으로 맞추려고 한다면 서로 간 이해관계는 더 힘들게 됩니다. 결국, 시대와 지역을 떠나 사람 사는 곳이라면 따뜻한 마음과 이성적인 설득만큼 가장 훌륭한 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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