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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핀란드, IT에 나노기술을 덧씌우다.
  • 외부전문가 기고
  • 핀란드
  • 헬싱키무역관 오인제
  • 2014-07-15
  • 출처 : KOTRA
Keyword #IT #나노

 

핀란드, IT에 나노기술을 덧씌우다

 

김원재 연구원
Dept. of Micro- and Nanosciences School of Electrical Engineering, Aalto University

 

 

 

2013년, 핀란드는 그 어느 때보다도 꽁꽁 얼어붙은 한 해를 보내야만 했다. 경제 규모의 2% 내외를 장악했던 휴대폰 공룡 노키아(NOKIA)의 내리막과 더불어 교역의 큰 시장이었던 남유럽 국가의 재정 건전성 위기까지 동반되면서 수출주도형 산업에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2013년 한 해 핀란드 국내 총생산(GDP)은 1930억 유로로 전년 대비 -1.4% 감소를 기록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8.5%)을 제외하면, 2000년대 이후 가장 나쁜 수치였다. IT 성장에 힘입어 3~5%대의 꾸준한 성장을 해오던 지난 10여 년을 상기하면, 노키아가 사라진 2014년 한 해도 그 여파가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키아가 사라진 자리에는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한 중소규모의 소프트웨어 회사가 가파른 성장세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고, 2014년 약 300여 개의 회사가 클라우드 컴퓨팅 및 메시지 콘텐츠 애플리케이션에 기반하여 약진하고 있다. 다만 전년에 비해 그 규모가 11.4% 증가하였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그들의 영향력은 공룡 기업에 크게 견줄 바는 못 된다.

 

가파른 경제성장을 이루었던 2000년대 핀란드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IT 산업, 그 흥망성쇠 이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핀란드의 주요 교역품목을 보면 전기·전자, 광학, 기계, 화학, 제지펄프 등이 주요 수출품으로 꼽힌다. 노키아 외에는 주목할 만한 대표 브랜드가 없음에도 첨단산업이 산업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점은 흥미롭다. 이는 핀란드 경제가 기후가 척박하고 산림 외에는 자원이 거의 없는 지리적 환경으로 인해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한 기술집약적 산업에 기대고 있음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근래의 눈부신 IT 기반 전자기기의 발전은 단연 나노기술(Nanotechnology) 진보의 산물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작게 더욱 더 작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은 제한된 공간에 보다 우수한 많은 소자를 집적하거나 또는 보다 얇은 박막을 사용함으로 작고 가볍지만 보다 뛰어난 다양한 기능을 구현하였기 때문이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스마트폰도 현대 나노기술의 역량이 집합된 결과의 산물이기도 하다.

 

IT 기술의 베일에 가려진 핀란드의 나노기술을 들여다보면, 그 발자취는 상당히 많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대학원생 리누스 토르발즈(Linus Torvalds)가 리눅스(Linux)를 탄생시켰던 것보다 20여 년 앞서, 기업 연구원이던 뚜오모 순똘라(Tuomo Suntola)박사는 1974년 작은 실험실 안에서 지금의 반도체 산업에 사용되는 중요한 기술 중의 하나로 손꼽는 단원자층 박막(ALD, Atomic Layer Deposition)기술을 상용화하는데 최초로 성공하였다. 당시에는 산업에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하였지만, 이후 실리콘 산화물(SiO2) 기반한 트랜지스터(FET)의 기술이 늘어나는 정보화의 요구에 한계에 부딪히게 되면서 현재는 대부분의 반도체 CMOS 제조공정에 채택이 될 정도로 각광받는 기술로 거듭나게 되었다.

 

ALD 기술은 1㎚(머리카락의 약 2만 분의 1수준) 스케일까지 정교한 제어가 가능하므로, 반도체산업 외에도 광학이나 에너지 분야 등 그 응용의 범위는 상당히 넓다. 이러한 초기 기술개발을 기반으로 핀란드는 세계적으로 우수한 ALD 기술을 자랑하고 있다. 그 대표적 기업이 피코순(Picosun)과 베네큐(Beneq)이다.

 

그보다 30년 앞서, 대학교수였던 빌호 바이살라(Vilho Vaisala)는 풍선을 띄워 대기의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라디오존데(radiosonde)를 1931년 최로로 개발하였는데 짧은 시간에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몰고 왔다. 이는 항공기를 이용하여 기상을 측정하던 당시로는 풍선에 매달린 측정기기를 통해 지상에서 빠르고 간편하게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게 돼 비용과 시간을 엄청나게 절약할 수 있는 효과를 낳았다. 또한 새롭게 고안된 이 라디오존데는 작고 가벼워서 비행기가 도달할 수 없는 높은 대기까지 올려보낼 수 있는 이점도 가지고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1936년 회사 설립 이후, 대기와 기상측정 분야에서 성장을 거듭하던 중 바이살라(Vaisala)는 1970년대 또 한 번의 혁신을 가져온다. VTT(Technical research center of Finland)와 공동으로 습도센서(humidity sensor)를 개발한 것이다. 당시 ALD 를 최초로 상용화했던 Tuomo Suntola가 연구개발 책임자로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는데 휴대가 가능한 작은 습도측정센서를 만드는데 성공하게 된 것이다. 큰 규모의 실험실에서나 가능했던 습도 측정을 가정이나 병원 등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사용 가능하도록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이다. 이는 Suntola가 개발한 ALD 기술을 이용하여 얇은 박막 제조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작은 습도센서의 개발은 핀란드 나노기술 상용화의 성공의 대표적인 첫 사례로 손꼽히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혁신을 거듭하고 나노 관련 기술을 꾸준히 개발해 온 Vaisala는 기상 및 대기 측정에 있어서 지금까지도 전 세계 라디오존데의 80% 이상을 독차지할 만큼 독보적이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핀란드 정부와 기업 등에서도 관련 연구 개발 및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도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다. 특히, 한참 IT 붐으로 호황을 누리던 2000년대 중반 핀란드 정부는 나노기술을 미래 국가 전략으로 채택하고 국가가 주도적으로 본격적인 지원에 나섰다. 특히, 핀란드 기술개발혁신청(TEKES) 주로도 2005년부터 5년간 진행된 FinNano 프로그램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기초분야 연구에서부터 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한 이 프로그램에는 핀란드 내 대학, 연구기관은 물론 총 100여 개 기업이 함께 참여했다. 이 기간 동안 총 1억2000만 유로(이중 기업이 7000만 유로 출자)의 기금을 투자했고, 이를 통해 3개 분야 -전자산업(electronics), 산림(forest) 그리고 바이오기술(biotechnology)-의 기술개발에 집중을 기했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의 결과로 2010년 이후 나노 관련 산업 클러스터의 틀이 전자-IT, 산림, 화학, 그리고 건강-웰빙 등 크게 4가지로 형성되면서 핀란드 미래 핵심 주도산업의 재편을 꾀하는데 단단한 초석이 되었다. 대학과 연구기관에서의 기초 연구 성과물을 바탕으로 지난 몇 년간 핀란드 내 나노 관련 산업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Vaisala(기상관측장비제조), Murada(전자센서제조, 과거 VTI), Picosun(ALD 장비제조) 등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성장한 큰 규모의 회사 중심으로 신소재나 혁신적인 기능을 가미한 미래 지향형 벤처기업의 탄생이 러시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특히, 나노스케일 소자나 장치를 이용한 바이오-메디컬 기술 및 이를 뒷받침한 장비의 개발은 눈에 띄는 부분이다.

 

DelSiTech(drug delivery), BioSafe(안전성 검사), BioNavis(측정장비 제조) 등이 대표적 기술주도형 신생기업이라 할 수 있다. Canatu – NanoBud는 카본 신소재를 이용한 필름 개발을 통해 차세대 디스플레이나 터치스크린과 같은 전자산업에 대한 혁신을 꾀하고 있다. 그 외에도 광학(optical fiber, emitter 등)이나 디자인 분야에서도 나노기술 적용한 제품을 고안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시도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나노기술의 근간은 미세한 공정(0.1㎛ 이하)과 얇은 필름(0.01㎛ 이하) 제어 기술 그리고 특성을 분석해 낼 수 있는 측정기술이 그 근간을 이룬다. 이러한 핀란드의 나노 관련 원천기술의 중심에는 VTT와 Aalto 대학이 있다. Otaniemi 사이언스파크-클러스터에 함께 자리 잡은 두 기관은 서로 긴밀한 학-연 협력을 통해 최근 많은 우수한 연구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북유럽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연구용 cleanroom(약 2700m2)을 보유한 Micronova(Center of micro and nanotechnology)를 공동으로 운영해 비용과 시간적인 측면에서 많은 시너지 효과도 얻고 있다. 2002년 Micronova 개원 이후 다양한 연구 개발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필름 라미네이션(lamination), 바이오센서, 프린팅 기술 등 다양한 기술을 기업에 이전한 바 있다. 나노 임프린트 리소그라피(nano-imprint lithography) 및 플렉서블 응용(flexible application)에 대한 연구는 상당히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최근 물리학 분야에 많은 관심을 받았던 그래핀(Graphene) 관련 EU 장기 프로젝트(EU Graphene flagship: 2012~2022년)에도 참여하게 돼 그래핀 성장, 전자 소자 및 바이오센서 구현 등 미래 응용 분야에 있어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나노 기술 기반한 연구와 투자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경쟁이 치열하다. 목표를 이루기까지 긴 시간과 인내심을 요구하기도 하고 많은 노력과 비용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원천 기술의 확보로부터 미래 황금알을 낳는 나노 산업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나노기술은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한다. 또한 첨단 전자산업에서부터 기계 항공 등 전통산업에까지 그 적용 분야에 경계선도 없다. 때문에 많은 과학자는 나노기술은 미래의 보다 많고 다양한 산업을 이끌어 낼 보고로 믿고 있다. 하지만, 머리카락보다 미세한 나노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버스보다 큰 장치와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용화까지는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산업규모가 경쟁국(미국, 독일, 한국 등)에 비해 다소 열세에 놓여 있는 인구 540만의 핀란드가 지향하는 미래는 최소한 제2의 노키아를 꿈꾸는 것 같지는 않다. 인적 자원이 풍부하고 연구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이점을 활용하여 작지만 혁신적 기술을 갖춘 많은 다양한 기업의 탄생을 지향하는 것 같다. 이러한 다양성으로 IT 기반에 나노산업을 덧씌워 아마도 핀란드만의 실리콘밸리를 꿈꾸는 것은 아닐까.

 

 

자료원: TEKES-FinNano Report, 핀란드 통계청(Finnish statistics), VTT, Helsinki Times, Finnish Nanobusiness, Association of Finnish software entrepreneurship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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