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푸터 바로가기

사이트맵


Book Mark
[전문가 기고] 격동 50년, 나이지리아 분쟁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상편)
  • 외부전문가 기고
  • 나이지리아
  • 박정현
  • 2014-07-09
  • 출처 : KOTRA

 

격동 50년, 나이지리아 분쟁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상편)

 

개발마케팅연구소장 김용빈

 

 

 

지난 4월 16일 한국의 세월호 사고를 급하게 타전하던 즈음 세계 언론이 갑자기 다른 사건으로 중심을 옮겨갔다. 세월호 사고가 벌어지기 이틀 전인 4월 14일, 나이지리아 이슬람계 과격단체인 보코하람이 동북부 도시 치복의 학교를 습격해 여학생 270여 명을 납치한 후 이들을 인신매매하겠다고 발표하는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건을 일으킨 것도 모자라 그 아이들을 인신매매하겠다는 발언으로 전 세계적 공분을 자아냈다. 그들 ‘보코하람’은 어떤 집단인가? 그리고, 그런 보코하람을 자국에서 컨트롤하지 못하고 미국과 국제 사회에 도움을 요청하는 나이지리아는 어떤 나라인가?

 

필자가 아프리카 국가로 출장을 갔다가 인접국으로 이동하려 할 때, 목적지가 남아공이라고 하면 현지인 친구가 각별한 몸조심을 당부한다. 그런데 나이지리아에 간다고 하면, 자기도 가지 않는데, 아시아 사람인 필자가 왜 거길 가냐면서 극구 만류한다. 그런 나라가 나이지리아다. 나이지리아 관련 사업에서 최대 위험으로 꼽히고 있는 ‘안전’ 문제는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안전이라는 문제를 넘어서지 못하면 나이지리아는 가까이 하고 싶어도 다가갈 수 없는 나라가 되거나, 목숨 걸고 보물을 쫓는 인디애나 존스의 무대가 되고 만다. 그런데 나이지리아 상황은 손쉽게 정리될 만큼 간단하지가 않다. 뭔가 뒤섞여 있고, 복잡한 느낌이다. 이제부터 나이지리아 안전(치안) 문제를 조목조목 살펴보자.

 

한때 독립국가를 꿈꿨으나 지금은 납치세력으로 전락한 남부 무장세력

 

2012년 12월 17일 나이지리아에서 남부 바엘사 州에서 근무 중이던 현대중공업 소속 한국인 직원 4명이 무장세력에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필자도 건설업에 근무하고 있었고, 마침 사고현장 주변에 건설될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사건은 초미의 관심사일 수 밖에 없었다. 필자에게 이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 물어보는 분들이 많았다. 필자의 대답은 간단했다. “이번 주말 전에는 해결되어서 모두 풀려날 겁니다”. 이 문제는 나이지리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만 있으면 누구라도 결말을 예상할 수 있는 문제였다.

 

 

최초에 그 사건을 알린 제1보는 이랬다. “12월 17일 나이지리아에서 현대중공업 소속 한국인 직원 4명과 현지 직원 2명이 무장세력에게 납치. 현지 직원 중 1명은 납치 직후 석방. 납치된 직원들은 무사하다고 전한 후 현재까지 무장세력으로부터 연락 없음.”

 

먼저, 왜 2명의 현지 직원을 데려갔다가 1명을 바로 석방했을까? 필자는 이 무장세력이 신생 조직일 거라고 추측했다. 자신들의 조직에 대해 아직 잘 모를 것이기 때문에 일단 2명을 납치한 뒤 그 중 한 명에게 메신저 역할을 맡겨 석방했을 것이다. 나이지리아 남부 델타 지역 조직들이 대부분 그렇듯 처음부터 협상에 임하겠다는 의지가 투철한 것이다. 게다가 2006년부터 우리나라 기업이 겪었던 4건의 납치사건을 분석해 보았을 때, 모든 납치 사건은 일주일 안에 협상이 완료되고 인질은 풀려났었다. 대부분 무장세력들의 인내심이 일주일 이상을 버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사람들을 데려다 먹이고 재우는 일은 그들의 본업이 아니다. 나이지리아를 포함한 아프리카 사람들이 매사에 좀 느려 보이지만 자기가 받을 돈 앞에서는 누구보다 재빠르다.

 

게다가, 시기가 절묘했다. 사고 발생지역은 북부 이슬람 지역과 달리 가톨릭이 우세한 기독교 지역이다. 납치를 일삼는 무장세력에게 크리스마스가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종교는 곧 문화다. 전설적인 갱 영화 ‘대부’를 떠올려 보시라. 납치는 그들에게는 생업일 뿐이고, 그와 별도로 크리스마스라는 명절이 눈 앞에 다가온 것이다. 어쩌면 좀 게으른 사람일지도 모르는 그 무장세력의 수장은 이 건을 신속하게 해결하여 필시 크리스마스 전에는 부하들에게 ‘명절 자금’을 풀어야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바로 답이 나온다. 크리스마스 이브가 일요일이므로, 아무리 늦어도 12월 22일 토요일 전에는 모든 것이 해결되어야 했던 것이다.

 

어쩌면 이 조직이 사고를 내기 전에 현대중공업 측에 다른 명목으로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힘으로 해결한 사건일 수도 있다. 그것은 건설 기자재가 자기네 지역을 하는데 부과하는 통과세일 수도 있고, 일은 하지 않을 것이지만 월급은 꼬박꼬박 챙겨갈 유령직원들이 걷어가는 돈일 수도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나이지리아에서 무장세력은 현지에서 부족, 노조, 정당, 사회단체 등과 함께 어떤 면에서 그 지역 사회의 일부이다. 단순한 강도가 아니다. 그런 차원에서 ‘범죄와의 전쟁’ 등 영화에서 묘사되는 우리나라 조직폭력배와는 다르다. 그런 조직이 어떤 명목으로든 현대중공업과 사전접촉을 시도했을 수 있다. 현대중공업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오해가 생겼거나, 혹은 새로운 조직이라 이름이 생소해서 무시당했을 수도 있다. 물론, 이런 ‘~했을 수 있다’란 얘기는 모두 필자의 가정이다. 이런 일은 아무도 그 내막을 공개하지 않지만, 이런 합리적 가정하에서 문제를 분석하고 교훈을 얻어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나이지리아 남동부는 1967년에서 1970년초까지 비아프라(Biafra) 공화국으로 독립해 살았을 정도로 분리에 대한 열망이 강한 곳이다. 북부에서 진군한 이슬람 정부군에 진압당하면서 수백만 명이 희생당하는 비극 끝에 다시 나이지리아의 일부가 되기는 했지만, 지금도 MEND(Movement of Emancipation of Niger Delta, 니제르델타해방운동)라는 반군이 실질적으로 점유하는 지역이다. 물론, 모든 무장세력이 MEND 소속인 건 아니다. 정확하게 구분할 수 없는 무수한 세력이 매우 다층적인 권력관계 속에 존재하고 있다. 우리가 대응하기 가장 어려운 지점이 바로 여기다. 카운터 파트가 확실하지 않다는 것.

 

북부 이슬람 반정부 무장세력

 

위 사례에서 살펴본 것과 다른 차원의 문제를 짚어보자. 지금의 사례는 필자가 업무상 작성했던 것으로, 2011년 말부터 2012년 초에 걸쳐 나이지리아에서 벌어진 격렬한 폭력사태에 대한 분석과 대책을 담은 것이다.

 

 

이를 분석하기 위해서 지도를 만들었다. 이 지도는 2011년 12월 한 달 동안 발생한 테러에 번호를 매기고 그 옆에 번호마다 사고의 내용을 빽빽하게 적어 놓은 것이다. 추가로 이 사태의 전말과 향후 추이를 분석하는 과제를 수행하였다.

 

일단 나이지리아 정부의 대응책을 살펴보자. 2012년 1월 1일에 나이지리아 정부가 발표한 대응책은 “동북부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경 봉쇄, 현지에 기갑부대 등 중무장 병력을 투입하고 진압용 특수부대 창설 검토지시”였다. 국내에서 테러범을 소탕하는데 국경을 봉쇄하는지 궁금해하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국경 봉쇄를 설명하기 위해 도시 이름만 나와있는 첫 번째 지도를 나이지리아 부족 분포지도 위에 덮어씌워 보았다(아래 지도).

 

 

일반적으로 어족이 구분된다는 것은 언어의 다름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이다. 우리나라가 중국 옆에서 수천 년을 살아왔어도 결코 합병되지 않은 이유, 그러면서도 유라시아 대륙 반대편에 있는 터키와는 아직도 형제국가라고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 아프리카 대륙 서쪽에 있는 나이지리아처럼 아프리카의 케냐는 북부는 이슬람, 남부는 기독교로 나뉘어 있다. 또 나이지리아와 같은 시기에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 그러나 케냐에서의 종교분쟁은 나이지리아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하다. 가끔 발생하는 종교 색채가 있는 분쟁을 들여다보면, 케냐와 접경한 소말리아의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케냐에 들어와서 일으키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케냐에는 나이지리아의 Niger-Congo어와는 조금 다른, 그러나 범 Niger-Congo어족에 포함되는 Bantu어족에 속하는 스와힐리어가 공용어라 할 정도로 확실한 위치를 가지고 있다. 이런 관찰을 통해 필자는 아프리카 분쟁의 원인이 언어>종교>부족 순일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나이지리아 사람들이 말하는 그 부족의 구분 기준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아프리카에서 부족 구분선과 국경선이 별로 관계가 없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오히려 그 국경선을 획정하는 과정에서 강대한 부족은 나누고 대립적인 부족들을 묶어 내부 갈등을 조장하여 식민 지배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나이지리아 북동부 국경 부근에는 Kanuri족이 사는데 식민지배 이전에는 매우 강력한 이슬람 왕국(Sultanate)을 이루고 있었다. 2011년 12월 당시에도 이 지역에서 첫 테러 사고가 터지고 뒤이어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그런데, 그 Kanuri족은 나이지리아에만 거주하는 것이 아니라 인접한 니제르와 카메룬에도 거주하고 있다. 만일 나이지리아군이 Kanuri족 지역을 공격한다면, 테러 세력은 잠시 국경을 넘어 인접국 영토에서 몸을 숨길 것이고, 그것이 장기화되면 국경 너머 있는 그 형제들도 분노할 것이다. 자칫 나이지리아 내분이 국제적인 분쟁을 야기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국내에서 테러세력을 진압하는데 우선 국경을 봉쇄하라는 -우리로서는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지시가 내려진 것이다.

 

 

※ 이 원고는  MEKA 전문필진이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저작권자 : ⓒ KOTRA & KOTRA 해외시장뉴스>

공공누리 제 4유형(출처표시, 상업적 이용금지, 변경금지) -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KOTRA의 저작물인 ([전문가 기고] 격동 50년, 나이지리아 분쟁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상편))의 경우 ‘공공누리 제4 유형: 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사진, 이미지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댓글

0
로그인 후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 입력
0 /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