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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사우디와 카타르의 갈등 ... GCC 와해하나
2014-06-02 김주영

 

사우디와 카타르의 갈등 ... GCC 와해하나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동아프리카학과 서정민 교수

 

 

 

“걸프협력이사회(GCC)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쿠웨이트의 한 외교관이 5월 29일 필자에게 밝혔다. 수면 아래의 갈등과 경쟁관계 그리고 시기심이 GCC 6개 회원국 간 존재해 왔다. 그러나 올해 3월 초 수면 위로 등장한 사태는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그리고 바레인이 3월 5일 카타르에 주재하는 자국 대사를 소환했다. GCC 회원국 여러 나라가 동시에 다른 회원국에 주재하는 대사를 소환한 것은 이례적이다. 사우디와 UAE, 바레인은 전 날인 4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제30차 외무장관회의를 마친 뒤 이 같은 방침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3국의 조치에 부응해 3월 6일 이집트도 카타르 주재 대사 소환에 동참했다. 카타르 정부는 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네 나라에 주재하는 자국 대사를 소환하는 맞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협약 불이행이 표면적 이유

 

사우디 등 3국은 3월 5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카타르가 2013년 11월 말 사우디 리야드에서 서명한 협약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대사소환 결정 이유를 밝혔다. 3국은 성명에서 "백방으로 카타르에 협약 이행을 촉구했지만 무위에 그쳤다."면서 "각국의 치안과 안정 등 국익 보호를 위해 카타르 주재 대사를 소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 싸니 카타르 국왕은 지난해 11월 23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사우디 국왕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와 안보협약에 서명했다. 당시 쿠웨이트의 국왕 셰이크 사바흐 알-아흐마드 알-자베르 알-사바흐 국왕이 양측 간의 중재를 담당했다. 이 협약은 2013년 12월 쿠웨이트에서 개최된 GCC 연례 정상회담에서 모든 회원국 지도자들에 의해 비준 서명됐다.

 

협약은 3가지 사안을 포함한다. GCC 국가가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에서 불법단체로 규정된 무슬림형제단과 모든 관계를 중단하고, 이집트 출신의 이슬람학자 유수프 알-카라다위의 방송 출연을 금지하고, GCC 역내에서 ‘이란의 활동’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그리고 바레인의 불만은 2014년 2월 4일 GCC 외무장관 회의에서도 터져나왔다. 카타르가 2013년 11월과 12월 두 번 서명한 협약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거세게 공격했다. 협약 내용 불이행에 대한 카타르의 변명은 협약의 내용이 GCC의 이해, 안보 그리고 안정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재해석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 그러자 카타르가 협약 내용을 이행하도록 한 달의 시간을 더 준 후 세 나라는 대사를 소환하는 조치를 취하게 된 것이다. 더불어 사우디와 UAE의 학자와 스포츠 해설자들도 각국 정부의 지침에 따라 카타르 언론에 출연과 기고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논란의 핵심, 무슬림형제단

 

6개국 정상이 서명한 안보협약에 따르면 각국은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다른 회원국의 내정에 간섭하면 안 된다. 또 직접적으로 혹은 정치에 영향을 주는 방법으로 각국의 치안과 안정을 위협하는 단체나 개인을 지원할 수 없다. 이런 협약 내용은 상당부분 무슬림형제단과 알자지라 방송을 지원하는 카타르를 겨냥한 것이었다. 카타르는 '아랍의 봄'을 거치면서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등지에서 무슬림형제단의 반정부 시위를 적극 지원,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을 키워 왔다. 무슬림형제단 출신 무함마드 무르시가 2012년 7월 이집트 대통령으로 취임하자 80억 달러의 차관 제공을 약속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이집트 군부의 무함마드 무르시 전대통령 축출에 대해서도 카타르는 다른 걸프국가와 달리 환영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더불어 이집트 태생으로 이슬람 수니파의 영향력 있는 성직자 유수프 알-카라다위도 오랫동안 카타르에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알-카라다위는 이집트 군부의 집권을 불법적인 쿠데타라며 무르시의 복권을 주장해왔다. 사우디와 아부다비 정부관계자는 카타르가 시리아의 과격 이슬람 무장반군 자브하트 알-누스라(Jabhat al-Nusrah)와 예멘 북부의 후티(Houthi) 반군도 지원한다고 주장한다.

 

사우디, UAE, 바레인 등 걸프 왕정 국가에 있어 이슬람주의를 표방하는 정치단체 무슬림형제단은 자국의 체제 자체를 위협하는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다. 특히 이슬람을 국가이념으로 채택하는 사우디 왕정은 주변국에서 반정부 이슬람주의가 아랍의 봄 이후 정치 전면에 나서는 상황을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때문에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서둘러 걸프지역 내 안보협약을 적극적으로 주도한 국가도 사우디다. 특히, 2013년 7월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 정부가 군부 쿠데타로 무너진 것은 사우디 왕족에게는 천금과 같은 기회였다. 사우디는 적극적으로 군부를 지지하기 시작했고, 쿠웨이트와 UAE를 설득해 150억 달러의 차관을 이집트에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이들 나라들은 또 자국의 이슬람세력에 대한 강력한 진압도 감행했다. UAE는 올해 초 30여명의 자국인과 이집트인을 UAE 내 무슬림형제단 지부 설립 혐의로 체포해 5년 형을 선고했다. 2월 3일에는 무슬림형제단에 자금을 지원해 혐의로 카타르 국적의 의사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해 카타르 인권단체로부터 반발을 사기도 했다. 더 나아가 사우디아라비아는 대사소환조치 이틀 후인 3월 7일 무슬림형제단을 비롯해 알카에다의 예멘과 이라크 지부, 시리아의 알-누스라 전선,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 등을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2013년 12일 이집트 정부가 무슬림형제단을 테러단체로 지정한 것을 지원하는 움직임이었다. 이후 일주일도 안 되어 이집트에서 수배 중인 무슬림형제단 간부 2명이 각각 사우디아와 쿠웨이트에서 체포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사우디 중심의 새로운 전략안보체제 구축

 

카타르에 대한 GCC 3개국의 압박 배경에는 이란을 둘러싼 역내 역학도 작용하고 있다. 최근 수개월 동안 사우디, UAE, 그리고 바레인 정부와 언론은 ‘이란 잠입세력’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 언론은 2014년에도 여러 차례 카타르가 이란인들의 GCC 내 활동을 방조 혹은 지원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3개국이 대사를 소환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GCC 국가들은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상당히 긴장하고 있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아랍의 봄 물결을 막기 위해 국내외적으로 전력을 다하고 있다. 여기에 또 다른 전선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란의 핵 개발이다. 2003년 사담 후세인 정권 몰락 이후 이라크가 시아파 국가로 변모하면서 이란을 중심으로 한 시아파 초승달 정치블록이 형성되었다. 이라크를 거쳐 서쪽으로 시아파의 일파인 알라위파가 집권하는 시리아와 레바논의 최대 정치세력 헤즈볼라에까지 연대가 구축되고 있다. 남쪽으로는 쿠웨이트, 바레인, 그리고 오만의 상당수 시아파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부지역에 시아파가 밀집해 거주하고 있는 사우디 정부로서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11년 바레인이 시아파 반정부세력의 시위로 위기에 빠졌을 때 사우디와 UAE가 경찰병력을 파견해 수니파 정권을 구원해 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시아파 이란과 대응하기 위해 사우디 정부는 GCC를 유럽연합과 같은 더 강력한 정치안보동맹체인 걸프연합(Gulf Union)으로 격상시키려는 노력을 아랍의 봄 직후 추진하고 있다. 2011년 12월 사우디의 압둘라 국왕이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과 협의 후 이 구상을 처음으로 제안했다. 연합체 결성 추진을 위한 중요한 단계로 2012년 11월에 오만을 제외한 GCC 5개국 정상들은 공동안보협정(Joint Security Agreement)에 서명했다. 이중 쿠웨이트를 제외한 4개국은 내무장관과 의회의 비준절차까지 모두 마쳤다. 쿠웨이트 의회만이 아직도 비준여부를 논의 중이다. 안보협정은 외부 위협에 대해 GCC 국가들이 군사적으로 공동대처하는 것과 역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정보 및 안보 협력을 골자로 한다. GCC 각국 정상들은 2013년 12월 연례 정상회의에서 역내 집단 안보 강화와 각국 치안 안정을 위한 노력의 하나로 통합군 사령부와 걸프 합동 경찰 창설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아라비아반도 6개국으로 구성된 걸프협력이사회(GCC)가 미국의 군사무기를 공동구입할 수 있게 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지난 해 12월 16일 탄도미사일방위망 구축, 해상안보, 반테러작전 등과 관련해서는 무기 판매의 제한을 없애기로 결정해 GCC의 미국 무기 공동구매를 허용했다. 2014년 5월 2일에는 GCC 6개국 내무장관들이 쿠웨이트에서 개최된 회의에서 아부다비에 본부를 두는 GCC 통합 경찰인 ‘걸프경찰(GCCPOL)’의 창설을 최종 합의했다. 걸프 경찰은 각 회원국 내무부는 물론 인터폴과 상시 공조 체계를 구축해 GCC 내 치안과 안정을 유지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 각 회원국은 국가 안보와 테러와 연루된 범죄인을 인도할 의무가 있지만, 일반 범죄인에 대해서는 인도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사우디의 카타르 길들이기

 

의회의 비준절차를 남겨놓고 있는 쿠웨이트를 제외하고 사우디가 주도하는 공동안보협정에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는 나라는 오만이다. 오만은 2013년 12월 7일 바레인에서 열린 제9차 중동안보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하던 걸프연합 결성에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밝혔다. 우선 사우디의 지역 패권을 기정사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더불어 오만은 이란과 나름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13년 11월 이란과 서방의 1차 핵협상 타결안이 도출되기 전 그해 3월부터 미국과 이란 간 진행된 9차례 비밀접촉이 오만에서 이뤄진 것도 이 때문이다. 수니파도 아니고 시아파도 아닌 이슬람의 이바디(Ibadi)파가 인구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오만은 GCC에 참여하고 있지만 사우디의 영향력 하에서는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오만이 이탈하고 있는 상황에서 걸프연합을 추진하는 사우디는 카타르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때문에 아버지로부터 권력을 이양 받은 33세의 카타르의 젊은 지도자 셰이크 타밈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슬람권 57개국 중 유일하게 사우디의 엄격한 와하비(Wahabi) 이슬람을 받아들인 카타르는 사우디와 오랜 형제국가였다. 두 국가의 갈등은 1992년 국경분쟁으로 2명이 사망하면서 시작되었다. 바로 하마드 빈 칼리파 알 싸니가 아버지를 대신해 국정을 도맡기 시작한 시점이다. 이후 하마드 전 국왕은 1995년 아버지가 치료 차 외국에 병가 중인 상황을 이용해 왕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자신의 정통성 강화를 위해 아버지의 와하비 보수주의를 벗어나 과감한 개혁정책을 펼쳤다. 중동의 최대 그리고 최고의 개혁성향 알-자지라 방송이 1996년에 설립된 것도 하마드 전 국왕의 작품이었다. 카타르의 지나친 개방은 사우디 왕족에게는 눈엣가시였다. 2002년 사우디 정부는 알-자지라 방송의 내용을 비난하며 카타르 주재 자국대사를 소환하기도 했다. 따라서 아랍의 봄, 이란-서방 간 1차 핵 협상 타결 등 최근 정권의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는 엄중한 안보 상황에서 카타르가 무슬림형제단을 지원하는 등 사우디와의 다른 행보를 보이는 것에 대해 사우디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GCC 분열할까?

 

창설 이후 GCC는 현재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분열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3월 말 쿠웨이트에서 개최된 아랍연맹 정상회담에서도 갈등은 봉합되지 않았다. 사우디가 지난 3월 초 GCC 외무장관회의에서 요구한 무슬림형제단 지원 철회,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 브루킹스 도하 연구센터, 아랍정책연구센터(ACRPS)의 폐쇄에 대해 카타르가 이를 모두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사태가 장기화할 수도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도 있다. 두 가지다. 하나는 사우디가 추진하는 걸프연합이다. 만약 사우디가 GCC를 보다 강력한 정치안보동맹인 걸프연합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계속 밀어붙인다면 GCC는 분열할 것이다. 최소한 오만이 이탈하면서 현재의 6개국 GCC가 아니라 5개국 걸프연합이 등장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란 핵 협상이다. 현재의 갈등 상황에서 이란과 서방이 핵 협상을 최종적으로 타결 짓는다면 GCC 미래는 상당히 불확실해 질 것이다. 오만, 두바이 등은 이란과의 관계정상화를 서두를 것이다. 더불어 인구의 70% 이상이 시아파인 바레인도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처할 것이다. 근본적으로 GCC가 1979년 이란의 이슬람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1981년 설립된 느슨한 안보 및 정치 연합체라는 점에서 이란의 역내 및 국제사회에서의 위상 변화는 GCC의 존립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현재 사우디와 UAE는 현재 카타르에 대한 제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영토와 영공을 차단하는 것이 골자다. 식량과 물자의 대부분을 교역에 의존하는 카타르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카타르 항공도 직격탄을 맞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극단적인 선택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 UAE도 국내가스 수요량을 상당부분을 카타르에 의존하는 등 역내국가 간 상호의존도가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제재조치까지 등장한다면 역내 국가 간 분열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빠질 수도 있기 우려도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의 존재감이 GCC의 분열 봉합에 큰 버팀목이 될 것이다. 6개국 모두 미국의 안보 우산 하에 있다. 불확실한 중동의 지정학 상황에서 미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구축해 놓은 안보협력체제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KOTRA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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