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민주공화국의 공무원 접대 관행

KIM INTERNATIONAL 안순건 과장(콩고 소재 교포 기업)

콩고민주공화국은 대국의 조건에 필요한 자원과 인구를 모두 보유하고 있어 미래의 유력한 신흥시장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실제로 외국 기업이 현지에서 사업하기에는 아직도 여러 어려움이 있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의 어려운 사업 환경 중 하나로 외국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것은 공무원들의 부정부패이다. 관공서와 접촉이 필요한 업무, 행정서류가 개입되는 업무에는 뇌물이 수반된다. 콩고에서의 뇌물관행은 극심한 빈곤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현재 월급이 50달러에 불과한 경찰들은 뇌물 없이 살아갈 방법이 없다. 더구나 부양가족이 있고, 자녀가 학교에 다녀야 한다면 물가가 비싼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뇌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프랑스어로 뇌물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Pot-de-vin 즉 “와인 담는 병”이다. “와인 담는 병”과 같이 고급스럽고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하면 뇌물을 받는 사람들이 죄책감을 덜 느끼게 되는 모양이다.

그러나 같은 프랑스어권인 콩고에서는 뇌물을 어떻게 표현할까? transport(교통비), carburant(주유비), bière(맥주값), motivation(동기부여), intervention(중재), invisible(보이지 않는), mon part(나의 몫), enveloppe(봉투), pour le weekend(주말을 위한), unité(전화충전 머니), quelque chose(영어의 something), prime(보너스), cadeau(선물), réponse(대답), contribution(공헌) 등등 여러가지 표현이 있다. 뇌물의 발달과 함께 이에 관한 표현도 다양하게 발전한 것 같다.

동일한 의미의 단어가 이렇게 여러 표현으로 쓰이는 것을 보면 이 나라의 사업환경을 간접적으로나마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중 필자는 콩고생활 초년병 시절, Quelque chose(Something)라는 표현을 알아듣지 못해 곤혹스러웠던 적이 여러 번 있다. Something이 필요하다는데 그게 도대체 무엇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다른 예로 2007년에 사무실에 든 도둑을 잡아서 경찰에 넘겼는데, 경찰에서는 조서를 써야 하니 종이(papier)를 달라고 했다. 그래서 말 그대로 A4용지를 10장 주었더니 경찰이 한동안 나를 바라보며 어이없는 웃음을 짓고 돌아갔던 기억이 있다. 아무래도 그때 나에게 요구했던 종이(papier)가 뇌물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불필요한 비용의 증가로 인해 글로벌 기업들은 비용을 투명하게 처리하기 어려워 애를 먹고 있다. 영수증 없는 비용이 많다 보니 기업 내에서 또 다른 부패로 전가되는 구조이다.

반면, 어려움에 처한 기업은 뇌물을 통해 업무를 빠르고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다. 아직 법이나 관행에 비상식적인 부분이 남아있는 콩고에서는 뇌물을 이용하면 정상적인 절차로는 달성하기 어렵거나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을 쉽게 해결할 수 있기도 하다. 이러한 급행 시스템은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Matata Ponyo 콩고 총리가 이끄는 DR콩고 정부는 Anti-corruption(부패척결) 구호를 외치며 부정부패 척결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며, 여기에 2013년 콩고가 OHADA(아프리카비즈니스사법조화기구)에 가입하면서 외국 기업들의 법적, 관행적 사업 환경이 점차 개선되고 있어, 콩고에서의 비즈니스 환경은 점차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