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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마사이 코크’에서 발견하는 아프리카 감성 마케팅
  • 외부전문가 기고
  • 김주영
  • 2014-02-05
  • 출처 : KOTRA

 

‘마사이 코크’에서 발견하는 아프리카 감성 마케팅

 

GS건설 플랜트 해외영업팀 김용빈 부장

 

 

 

 

□ 평균 사이즈보다 길다란 '마사이 코크병'

 

처음 보는 것도 아닐 텐데 이상하리만치 낯선 코카콜라를 발견했다. 2013년 7월 필자가 탄자니아 출장길에서 만난 마사이 코크는 지금까지 필자가 많은 나라에서 만났던 다른 코크와는 뭔가 달라 보였다. 전통적으로 코크병의 덕목은 풍만한 바디라인에서 뿜어져 나오는 섹시함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 코카콜라는 뭔가 밋밋하면서 수줍어 보이는 모양새를 보인다.

 

자세히 살펴보니, 마사이 코크는 다른 코크들과 비슷한 용량 (350㎖)을 담는다. 그런데 병 사이즈가 엄청 길다. 무려 27㎝로 같은 용량의 다른 나라 코크병보다 약 5㎝ 이상 길다. 그래서 매우 불안정해 보이고, 실제로도 잘 넘어지게 생겼다. 조금 더 알아보니 짐바브웨처럼 접경국가에서는 이처럼 긴 코크병이 일부 발견되기도 하지만 탄자니아 밖에서는 이런 모양 병이 없다고 한다. 구글에 검색을 해보니 코크병 수집가 사이에서도 ‘탄자니아 키 큰 병’으로 거래되는 모양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탄자니아에서는 스프라이트나 환타 같은 코크와 한집안 형제들도 다같이 길다.

 

왜 그러한지 생각을 해보았더니 사이즈는 많이 줄이고 판매가격은 상대적으로 조금 내려서 단위당 이익을 늘리는 전통적인 방식인가 싶다. 병 모양이 변했지만, 용량은 변한 것이 없으니 그런 것도 아니고. 물류 편이를 위해 날씬하게 뽑았냐 하면, 바닥 면적이 줄었어도 높이가 늘었으니 박스 포장단위 부피는 변한 것 없이 그대로일 테니 물류 편의를 위한 것도 아니고. 탄자니아에만 있는 특별한 사이즈의 적재함을 가진 트럭이 있냐는 의문을 품는다면,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 코크병 디자인의 가치

 

코카콜라는 2013년에 처음으로 애플과 구글에 밀려 3위로 밀려나기는 했지만 수십 년간 부동의 1위를 지켜온, 자신이 가진 실물 자산가치를 훨씬 뛰어넘는 792억 달러짜리 브랜드 가치를 지닌, 한 해에 470억 병을 판매하는 세계 식음료계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불멸의 신화다. 세계 IT업계에서 욱일승천 중인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가 396억 달러임을 참고하시면 코카콜라의 브랜드가치가 어느 정도의 위치를 가지는지 가늠할 수 있다.

 

1885년 미국 애틀랜타에서 창업한 후 거의 한 세대 동안 평범한 음료병 모양을 못 벗어나던 코카콜라는, 펩시를 비롯한 경쟁사들이 등장하자 1915년에 세계인 모두가 아는 S라인 컨투어 병(contour bottle)을 개발하면서 디자인을 차별화하며 울트라수퍼 스타 상품이 된다. 이후 2차 대전을 거치면서 전 세계에 알려져 미국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게 되고, 1980년 개봉된 영화 ‘부시맨’에서는 세계 영화사상 가장 유명한 주연급 소품이 된다. 주름 스커트를 입은 아가씨의 몸매를 표현한 것이라고도 하고, 코코넛 열매 모양을 흉내 낸 것이라고도 하는 컨투어 병은 거의 100년 동안(2015년이면 꼭 100년이다) 거의 변화 없는 디자인 콘셉트를 유지하고 있다. 예전에 우리나라에도 나왔던 1ℓ짜리 거대한 유리병처럼 크기가 달라지거나 유리병 대신 일반화된 페트병처럼 소재가 변화하더라도 디자인만은 변함이 없었다.

 

특허를 받으면 일정 기간 후에 독점적 사용권이 소멸하기에 코카콜라 음료의 제조방법은 특허출원 없이 영업비밀에 부쳐져 있지만, 이 병 디자인은 상표권으로 등록하여 보호하고 있다. 컨투어 병 디자인은 코카콜라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핵심이고, 세계적으로 동일한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심지어 현지에서 생산되는 유리병 품질에 확신이 없으면 미국에서 병을 생산해서 실어 나를 정도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진입 초기에 그랬다. 예전에 펩시콜라가 선보인 도전적인 광고 –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더 많은 참가자가 코카콜라보다 펩시콜라 맛을 선호한다는 광고 –가 아니더라도, 누가 봐도 코카콜라의 핵심 경쟁력은 디자인이다. 요새 마케팅에서 강조되고 있는 UX(User eXperience) 관점에서 볼 때, 눈을 가리는 안대가 없으면 훨씬 더 많은 소비자가 섹시하게 잘록한 병과 빨간색 캔을 집게 되어 있다. 콜라처럼 내용물과 포장 두 가지로만 구성된 단순한 상품은 포장이 유일한 UI(User Interface)로서 UX에 이르는 길이다. 즉, 우리는 콜라를 눈으로 마시고 있는 것이다.

 

□ 배흘림기둥에서 찾아 낸 코크병 디자인의 원리

 

그런데 왜 유독 탄자니아만 키가 껑충한 별난 컨투어 병을 사용할까? 현지에서 여기저기 물어보았지만, 확실한 대답은 어디에도 없었다. 결국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하고 출장에서 돌아온 후 얼마 안 됐을 때 가족들과 함께 영주에 있는 부석사를 방문하였다. 필자가 아주 어렸을 때 한 번 가 본 적이 있지만 약 40년만에 다시 본 부석사는 천년 고찰답게 소백산 중턱에서 조용히 세상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부석사 경내에서 가장 위쪽에 있고, 가장 유명한 건물인 국보 18호 무량수전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기둥에 기대서서 산 아래를 굽어보고 있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유명한 유홍준 교수가 저서 안에서 우리 전통 예술품의 가치를 이해하는데 필독서라며 혜곡 최순우 선생이 쓴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추천하고 나서 생긴 모습이라고 한다. 나도 배흘림기둥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옛사람들의 정취를 느껴보려고 했다. 그런데 거기서 다시 탄자니아 코크병이 생각났다.

 

원래 배흘림기둥은 고대 그리스 신전 등에 쓰인 Entasis라는 공법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높은 원주형 기둥들을 늘어 세우면 기둥 가운데 부분이 가늘게 보이는 착시가 생겨 그것을 교정하는 차원에서 가운데를 미리 두툼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기법이 전파되어 동북아시아까지 온 것이다. 그런데 무량수전 기둥은 기둥들이 완전히 노출된 그리스 신전과는 사뭇 다르다. 기둥의 절반 이상이 벽에 묻혀 있다. 따라서 그냥 밋밋한 원주형이라 해도 노출된 기둥들처럼 가운데가 가늘어 보일 상황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배흘림기둥으로 만들었다. 가운데가 두터운 Entasis와 달리 배흘림은 아래쪽에서 1/3 부분이 가장 두텁게 만들어져 있어 착시교정보다는 시각적 안정감을 주기 위해 채택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유홍준 교수는 문화재를 고립적으로 바라보지 말고 그 문화재를 배태한 환경과 거기에 녹아 사는 주변 사람들까지 통합적으로 보고 느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예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유한준의 명문을 인용했다. 마케터들에게도 이 말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자료원: ©Simon Berry at Flicker.com

 

코카콜라가 아프리카 시장을 얼마나 알고, 사랑하는지는 유명하다. (물론, 불법 정치자금을 대는 등 부정적인 면이 있지만, 그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니 이 칼럼에서는 논외로 한다.) 코카콜라는 콜라시장이 한계에 도달하자 물, 주스 등 다른 음료시장에도 눈을 돌렸고, 세계 각지에서 물 관련된 CSR 사업을 벌이면서 물 – 보건 관련 사회적 이슈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NGO인 Colalife와 함께 최대 질병 중 하나인 설사병 치료제의 보급에 자사 물류망을 활용하게 함으로써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도 하다. 위 사진은 콜라 운반상자의 빈 공간에 맞게 설계된 설사약 키트인 Yamoyo (‘Kit of Life’라는 뜻)의 디자인 개념을 보여준다. 엄청난 물류비와 불안한 전달체계 때문에 고생하던 내륙 지역에서 실제로 적용되고 있다. 국제적으로 디자인상도 많이 받았다.

 

결론적으로 탄자니아 콜라병에 대한 의문은 그것이 실용적 목적이 아니라 탄자니아 사람들 특유의 심미감을 반영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다. 키가 크고 날씬한 마사이 사람들의 모습에서 본 딴 것은 아니더라도 현지인들의 미적 감각에 소구하려는 노력일지도 모른다.

 

부록:

 

이 궁금함을 풀고자 페이스북에서 활동 중인 아프리카의 한 모임 회원들에게 물어보았다. 지역 전문가들답게 탄자니아 현지뿐 아니라 주변국 상황까지 들어가며 의견을 제시했다. 각각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코크병들 사진이 흥미롭다. 여기에 그들의 의견을 간추려 싣는다.

 

“코카콜라는 본사와 보틀러 회사로 나눠서 본사 원액(시럽)을 보틀러 회사에 제공하고 보틀러 회사는 현지에서 생산, 유통, 판매하고 있다. 현지화 전략으로 나라별로 맛, 모양과 디자인이 다르다. 로고 글씨도 각 나라의 언어로 쓰고 시즌별로 한정판이 나오기도 한다. 탄자니아 경우는 아마도 마사이족의 크고 날씬 길쭉한 모양으로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탄자니아뿐 아니라 동아프리카 국가에서 콜라를 2병 주문하면 같은 용량이라도 다른 모양 병에 담긴 콜라를 받을 때도 있다. 즉, 길쭉한 것과 일반적인 것이 섞여 나오기도 하므로 특별한 이유는 없는 듯하다. 2008년도에 탄자니아 등지에 병으로 된 200㎖ 콜라도 있어서 사진을 찍어 놨다.” © 황현룡

 

 

“탄산음료 소비량이 많은 만큼 보다 많은 병을 붙여 놓았을 때 바닥 면적을 줄이기 위함이 아닐까? 기획자에게 물어보지 않고는 그 의도를 알기 힘든 것 같지만, 아주 특별한 이유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탄자니아에 처음 갔을 때 스프라이트의 날씬한 병이 신기해서 찍어 두었다.” © 허성용

 

 

“(탄자니아는 아니지만) 가나에서 코카콜라에 대적하는 로컬 콜라가 있어서 찰칵!”© 윤의성

 

 

“탄자니아에서 발견하고 많이 놀랐던 1ℓ가 대형 유리병 콜라. 무거워서 많이 살 수 없는 단점이 있다” © 허성용

 

 

“코카콜라는 리미티드 상품도 많이 만들고, 그 나라 국민성이나 성향도 많이 반영하는 기업인지라 아마도 그 부분이 적용된 것이 아닌가 싶다. 참고로 아르헨티나에서는 이런 '그린라이프 코카콜라'를 한정으로 판매하기도 했다.” © 이장희

 

 

작성자: GS건설 플랜트 해외영업팀 Sub-Saharan Africa 담당 김용빈 부장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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