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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중국 내수시장 진출, 보이지 않는 곳이 더 중요
  • 외부전문가 기고
  • 중국
  • 칭다오무역관
  • 2013-12-23
  • 출처 : KOTRA

 

중국 내수시장 진출, 보이지 않는 곳이 더 중요

KOTRA 칭다오 무역관 이평복 고문

 

 

 

얼마 전 사무실에 방문한 한국의 어느 부품공급업체는 중국 대기업에 연간 수백억 어치의 납품계약을 체결했다며 한껏 들뜬 표정으로 법인설립과 관련된 상담을 요청해왔다. 어느 정도 중국 시장을 알고 있는지 궁금해 거래처가 민간기업인지 국유기업인지 물어보니 잘 알지 못했다. 대금결제는 어떻게 되냐고 질문했더니 6개월짜리 은행어음이란다. 대금회수에 문제가 없겠냐고 물어보았더니 계약서에 명기돼 있고 은행보증어음이니 괜찮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중국과 한국은 비행기로 한두 시간이면 오갈 수 있는 거리이고 외모도 같고 조선족도 많이 살고 있다 보니 처음 중국에 발을 내딛을 때는 중국도 한국과 비슷하거나 우리보다 좀 낙후됐으리라고 착각하기 쉽다. 바로 그러한 착각이 경각심을 마비시키고 우리와 "다른 것"에 대한 조사를 소홀케 하는 주범이 되고 있고 바로 그 때문에 "중국에 투자한 기업의 95%가 망한다"는 흉흉한 소문도 오래전부터 나돌고 있을 정도다.

 

필자가 중국에 근무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국에서 친구들이 놀러 왔다. 식사를 마치고 밤늦게 호텔 체크인을 시켜려 하니 느닷없이 숙박비의 2배에 상당하는 현금을 보증금으로 내라는 것이다. 마침 지갑에 현금도 부족해, 리셉션 직원에게 항의를 해보았지만, 지극히 사무적이고 퉁명스런 대답밖에 돌아오지 않았다. 불가사의였다. 어째서 중국 호텔은 고객들에게 호텔 비품의 "도난"을 전제로 한 보증금을 그토록 당당히 요구하는지… 한국적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길이 없었다.

 

국경의 끝에서 끝까지 비행기로 4시간이 넘게 걸리고 각각 수천만 인구를 지닌 30여 개의 지방정부로 이루어진 중국에서는 사소한 거래일지라도 문제가 생길 경우 원상회복을 위한 비용은 손해액을 훨씬 초과하기 마련이므로 어떤 방식으로든 미리 손해를 상정해 방어책을 세워놓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두세 명만 거치면 족보를 대충 맞출 수 있는 작은 사이즈의 "나라"에서 통용되는 상식은 50여 개 민족 13억 명이 얽혀 사는 "대륙"에 오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누구나 한참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어느 여름철에 중국 해수욕장에서 체험한 일이다. 튜브 대여료가 5000원인데 빌려 갈 때는 신분증도 필요 없고 일단 만 원을 내라는 것이다. 나중에 반환하면 5000원을 돌려주고 반환하지 않아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대여업자의 말이다. 물어보니 튜브원가가 만 원이란다. 자기에게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제로화하려는 참으로 중국적인 거래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부품공급업체가 중국에서 중국 대기업에 납품 시는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 형님아우식으로 진행되는 끈끈한 거래관계를 상상하면 안 된다. "이기면 관군(官軍), 지면 반군(贼军)"식의 치열한 생존경쟁 사회에 "속인 사람보다 속은 사람이 바보"로 여겨지는 성악설의 세계에서는 언제든 허점을 보이면 상대에게 칼자루를 뺏기고 계약조차도 휴지장으로 변하며 나중엔 어디다 호소할 데도 없는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다시 앞의 사례로 돌아가 보자. 필자는 우선 "대금결제"에 대해 기본적인 설명을 했다. 중국에서는 판매보다도 대금회수가 중요하다. 특히, 귀사가 납품 예정인 기업은 지방정부가 지분을 가진 국유기업이며 그와 유사한 국유기업의 대금결제는 명성이 자자할 정도로 타이트하다. 은행어음을 받는다고 하지만 그것은 품질하자나 운송 등 문제가 없을 때 얘기이고 상대가 어떤 이유에서 건간에 트집을 잡기 시작하면 방법이 없다. 내수납품을 위해서는 현지에 법인설립이 필요하고 그렇게 되면 사업철수는 생각처럼 쉽지 않기 때문에, 대금 미회수가 쌓일 경우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등등

 

방문한 기업체 직원은 열심히 노트 필기를 하면서 고개를 끄덕거렸으나 대규모 프로젝트의 장밋빛 그림에 도취해있는데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미래의 상황을 우려해 투자를 포기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테이블에 내놓는 중국 요리는 일견 간단하게 보인다. 눈에 보이는 것은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 볶은, 먹음직한 한 접시 요리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온갖 재료를 썰고 데치고 볶고 삶는, 손이 많이 들어가는 잔손질의 과정이 필요하다.

 

투자든 비즈니스든 마찬가지다. 눈에 보이는 프로젝트나 결제조건에만 눈길이 끌려, 눈에 보이지 않는 납품처의 "신용도"나 실제 다른 공급업체가 경험한 "대금 결제상황" 등을 면밀히 조사 확인하고, 중국 시장과 상거래 관행에 대한 기본적인 견문과 지식을 쌓는 사전준비 없이 낯선 외국 시장에서 대형 사업에 뛰어든다면 실패는 예정돼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업체를 보내고 나서, 며칠간 마음이 찜찜했다. 이런 준비 부족은 단순히 그 업체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의 환상에 끌려 진출을 서두르는 한국의 모든 중소기업에 공통된 현상이기 때문이다.

 

며칠이 지난 후, 간단한 주의 환기 메일을 써서 그 직원에게 보냈다. 귀사 사장님께도 꼭 보여주라는 문구를 넣어서. 중국 사업의 결정에 혹시나 작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서 보낸 것이다.

 

메일 내용

 

 1. 중국 내수시장에서 외자 기업과 거래하는 것과 중국 기업과 거래하는 것은 차원이 다릅니다. 가장 큰 차이는 대금결제와 대금회수에 있습니다.

  - 특히, 지방정부가 투자한 국유기업들은 현지에 막강한 커넥션과 기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설혹 문제가 생겨도 어디 호소할 곳이 없습니다. 진출 예정인 도시의 귀사 납품 예정기업은 그 도시 정부지분이 들어가 있는 국유기업으로 확인됐습니다.

  -  이 도시에는 벌써 십수 년 전에 진출한 한국계 대형 부품회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는 귀납품 예정 기업과 유사한 국유기업에 부품을 납품했었는데 대금결제가 3개월에서 6개월, 심지어 9개월까지 늘어지고 납품 시 불량이 발생할 경우 부품원가가 아니라 완제품 가격에 기준으로 페널티를 부과하더랍니다. 또, 품질불량이 자사 부품이 아니라 다른 문제로 발생했음에도 납품업체에 뒤집어씌우는 등 혹독한 납품관리로 인해 지금은 아예 이 회사의 주문은 받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 귀사가 거래 예정인 기업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 개연성이 없는 것은 아니므로 그 기업의 대금결제 관행에 대한 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2. 중국 기업과 거래 시 사전에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상정한 대비책이 매우 중요합니다.

  - 특히 귀사 자금으로 원자재가 투입되는 상황에서는 상대의 신용도에 따라 선수금을 현금으로 10~50%를 받아놓고 시작하는 것이 보편적인 관행입니다.

  - 그렇지 않을 경우 물건 오더를 주고 납품 시 트집을 잡기 시작하면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3. 일반적으로 중국에서는 거래상대 간에 "불신"의 벽이 매우 높습니다. 거래가 진행될수록 상대에 대한 결제를 어떤 핑계든 만들어 지연시키면서 나중에는 상당액의 미결제금을 쌓아 놓고 이를 약점으로 잡아 거래처를 진퇴양난으로 만드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지요.

  - 어음제도만 해도 그렇습니다. 중국은 어음 미결제에 따른 부도제도가 존재하지 않아 기업발행 어음은 결제를 안해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습니다. 물론, 그에 비해 은행 인수어음은 비교적 안전하다고 볼 수 있지만 설사 미결제된다고 해도 한국과 같은 부도는 없고 단지 벌금 정도만 부과될 뿐입니다.

 

 4. 중국 내 거래는 (1) 가급적, 외자 기업을 상대로 거래하거나 (2) 중국 기업과 할 때는 미리 상당 부분 선금을 받을 수 있는 조건으로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그렇지 않고 먼저 물건을 납품하고 대금결제를 받는 것은 결제 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고, 설사 계약서상에 명시된 대로 이행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외국 땅에서 외국 기업을 상대로 호소할 수 있는 유효한 방법은 마땅치가 않기 때문입니다. 최근 중국 최고인민법원에서 나온 통계에 의하면 재판에서 이겨도 패소 측의 훼방으로 판결문대로 집행을 못한 건이 전체의 70%나 된답니다.

 

 5. 쓰다 보니 귀사의 큰 프로젝트에 찬물을 끼얹는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만, 중국 북부에 수억 달러를 투자해 일관 조선소를 만들어 놓고 파산에 직면한 한국의 모 조선업체가 생각납니다. 자신들의 투자 착오는 감추고 글로벌 해운불황 운운하며 외부로 핑계를 돌리지만, 실제로 더 큰 이유는 우리와는 상당히 다른 중국의 실제 현실을 잘 알지 못한 채 서둘러 대규모 투자를 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닐까요?

  - 눈앞에 보이는 거래의 근사한 외형보다는 눈에 안보이는 부분에 대한 점검과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요즘 우리 중소기업들의 제2의 중국 내수시장 러시 현상 속에서 새삼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조금이라도 참고가 되면 좋겠습니다.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KOTRA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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