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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한국 기업, 재외 한인을 활용하는 전략이 아쉽다
  • 외부전문가 기고
  • 호주
  • 멜버른무역관 홍효숙
  • 2013-12-19
  • 출처 : KOTRA

 

한국 기업, 재외 한인을 활용하는 전략이 아쉽다

호주 국영 SBS 방송 프로듀서/멜번저널 편집장 김은경

 

 

 

기업인도 아니고 경제 전문가도 아닌 입장에서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이 어쩌면 걸맞지 않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어쩌면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보는 것이 오히려 전문인들이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그동안의 느낀 바를 쓰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초기 호주 시장에서 부러웠던 made in Japan

 

1979년, 필자가 처음 호주에 이민왔을 때 받았던 큰 충격 중 하나는 바로 대한민국이, 그리고 대한민국의 제품이 우리가 세뇌되도록 배워왔던 것과 많이 다르다는 점이었다. 한국을 떠날 때 이틀간 교육을 받았는데(당시에는 ‘소양교육’이라 해 이민가는 모든 한국인은 점심을 사먹으며 하루 여덟 시간 이상 교육을 받아야 했다.) 강사마다 외국에 나가 한국인의 명예를 더럽히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라는 요지로 장시간 교육을 시켰다.

 

한국을 떠나며 각오를 정말 비장하게 다지게 만드는 일이었다. 전 세계 사람이 모두 내 얼굴만 봐도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 것이라는 그런 순진한(?) 교육 수료자가 돼 떠났다.

 

그러나 현실은 ‘천만에’ 였다.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모를 뿐더러 한국인이라고 말을 해도 한국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으며 일본어를 쓰느냐, 중국어를 쓰느냐고 물어보곤 했다. 한국 물건을 찾아보기는 더 어려웠던 건 자명한 사실이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며 한국 물건을 만날 수 없는 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였지만, 한 가지 또 놀라운 것이 있었으니 1960년대 소위 ‘미제 물건 아줌마’들이 몰래 숨겨서 무슨 보물이라도 되듯 팔았던 R 화장품이 동네 슈퍼마켓(한국으로 치면 중대형 마켓)이나 조그만 약국에서 너무나 쉽게 살 수 있는 중저가라는 것 때문이었다.

 

그런저런 소비에 대한 충격을 겪으며 이 땅에서 살아온 지난 35년, 세상은 참 많이 바뀌었다. 아니, 대한민국의 위상이 놀랍게 바뀌었다.

 

이제는 그 이름으로도 인정받는 홍보를 해야 할 때

 

80년대 중반에 들어오면서 전자제품 코너에 한국 제품이 부쩍 눈에 띄기 시작해, 이즈음에는 한국의 자동차가 모바일폰(휴대폰)이 이곳 현지 소비자에게서 ‘갖고 싶은, 꿈에 그리는’ 대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앞서 80년대 초반 일반 상점은 아니었으나 이곳에서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은 주말 마켓을 중심으로 판매되던 운동화만큼은 한국 제품이 최고의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물론 브랜드는 미국, 영국 것이었지만 브랜드 자체는 잘 알려지지 않은 제품임에도 made in Korea라는 것으로 마켓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리는 것도 있었다. 튼튼하고, 모양도 좋아 아이를 가진 부모들에게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게 만드는 운동화였다. 그로 인해 교민 중 마켓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꽤 돈을 벌 수도 있었다. ‘보세품’을 들여오는 경로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며 수입자 역시 동포인 한국 사람에게 먼저 물건을 주기 마련이었으니 서로 도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런 저런 그간의 상황을 되짚어보면 "한국 제품은 좋다. 지금도 다른 나라에서 만든 것보다 믿을만 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네임밸류를 알리는 홍보는 아직 부족한 점이 너무나 많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자제품 코너에 가서 영업 담당자에게 어느 제품을 권해 주겠냐고 물으면 대부분 일본 제품을 먼저 이야기했으며 한국 제품에 대해서는 설명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실제로 판매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있게 한국 제품을 권하는 방법은 없을까'하고 아쉬울 때가 많다.

 

두 번째는 한국의 기업들(특히 대기업들)은 현지 한인의 중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언젠가 한국 식당을 오픈한 한 교민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나는 물론 현지인들을 공략할 생각으로 식당을 시작했지만, 한인 매체에 큰 광고를 내고 싶다. 한국인이 오지 않는 한국 식당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동포들이 애용해야 진정 맛있는 한국 식당이라는 믿음을 주지 않겠는가"라는 철학을 그 식당 주인은 갖고 있었다.

 

실지로 필자 역시 이탈리아 식당을 가고 싶을 때 이곳의 이탈리아 친구가 추천하는 곳을 더 믿게 된다는 것만 봐도 그 말은 과히 틀리지 않다고 본다. 같은 맥락에서 세계 곳곳의 한인들이 애국심까지 보태어 큰 영업팀으로 활약할 수 있을 텐데 소홀히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많은 한인이 받고 있다.

 

'작은 한인 사회에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로'라고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겠지만, 식당 주인의 철학을 잠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셋째로 네임 밸류를 만드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10만 원 짜리 옷이나 백을 사려 할 때 분명 같은 가격대의 한국 제품이 더 질이 좋다는 것을 알지만, 똑같은 가격으로 많은 사람이 인정(?)하는 브랜드 제품이 있다면 선뜻 한국 제품을 사기가 망설여질 때가 있다.

 

‘누가 알아주지도 않을 것’이라는 점은 극히 평범한 여성 소비자에게 유혹이 작용하는 것이다. 우리끼리 아무리 ‘물건은 좋은데…’라고 해봤자 몇 프로의 허영심은 절대 간과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한국 제품이 ‘싸구려라서 좋은’ 단계를 뛰어넘은 것은 환영한다. 자존심이 높아질 수 있는 일이고 은근히 뿌듯하다. 하지만 그만한 기술과 그만한 디자인으로 이제는 당당히 ‘자신만의 브랜드’를 알리는 방법에 한 번 주력해볼 시기가 아닌가 싶다.

 

C, L, D…   그 수많은 제품 역시 처음부터 이름이 알려진 것은 아닐 터, 지금은 이보다 더 우수한 제품을 만들면서 한국 브랜드의 이름이 제대로 뿌리 내리지 못하는 점이 참 아쉽다.

 

커다란 목표는 언제나 중요하다.

 

하지만 그 커다란 목표 역시 한 계단씩 지나야만 올라갈 수 있음이 진리라면 세계가 일일생활권이 아니라 초 단위로 알려지는 현대의 모든 것을 활용해 소비자가 믿고 찾을 수 있는 ‘이름’을 쌓아가야 하지 않을까. 바로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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