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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유럽의 한류는 루마니아에서부터
  • 외부전문가 기고
  • 루마니아
  • 부쿠레슈티무역관 이길범
  • 2013-12-19
  • 출처 : KOTRA

 

유럽의 한류는 루마니아에서부터

Mic Market 김병수 대표

 

 

 

인구 2100만 명의 루마니아는 우리에게 체조선수 나디아 코마네치, 드라큘라, 독재자 챠우세스쿠 정도로만 알려진 여전히 낯설은 나라다. 하지만 루마니아인에게 ‘대한민국’은 호기심을 넘어 동경의 나라로 여겨진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월드컵 개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G20 정상회의 개최, 무역 1조 달러 달성 등 세계 주요 경제대국과 어깨를 겨룰 정도로 위상을 높이고 있지만, 2000년대 초 대한민국은 루마니아인에게 분단국가, 대우 정도로 지극히 인지도가 떨어졌던 나라였다.

 

당시 대우는 루마니아에서 1994년부터 자동차 공장을, 97년부터 조선소를 운영해온 터라 루마니아인에게 상당히 잘 알려져 있었다. 삼성이나 엘지는 일본 기업으로 아는 사람이 꽤 많았을 때였다. 남과 북을 혼동하는 중·장년층을 만날 때면 분단의 상황을 땀흘리며 설명했을 정도로 대한민국은 루마니아인에게 생소한 나라였다. 간간이 김기덕 감독이나 박찬욱 감독을 아는 사람이 나타나거나 한국 프로축구에서 활약하는 루마니아 용병 선수의 이야기를 꺼내는 루마니아인을 만나면 흥이 절로 나 한맺힌(?) 수다를 떨었던 기억이 난다.

 

외국에 나오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정확히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루마니아에서 애국심을 불태우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했던 것이 불과 10년 전의 일이다.

 

2000년대 중반, 많은 루마니아인이 본격적으로 해외 여행을 시작하고 광케이블, ADSL 등 인터넷 가입자가 5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세계관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에 대한 호기심은 2009년 7월 루마니아 공영방송 TVR이 루마니아 방송사상 최초의 한국 드라마인 ‘대장금’을 방송하게 된 것을 계기로 삼고 동방신기, 빅뱅 등의 팬클럽 결성 등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대장금’이 처음 방송될 때 ‘한국 드라마가 루마니아에?’라는 놀라움과 즐거움도 있었지만, 과연 남미 드라마와 미국 드라마에 길든 이들의 구미에 맞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의구심은 기우처럼 방영 3주가 지나기도 전에 말끔히 해소됐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 5시 10분에 방영됐음에도 시청률은 1.8~2%대(루마니아는 미국, 대만과 비슷하게 개인별 공중파, 케이블 통합 시청률을 산출하기 때문에 시청률 1.5%만 넘으면 성공작으로 평가되던 시기)를 기록하며 당당히 루마니아 드라마 순위 10위권 안에 들었다.

 

루마니아에 최초로 방영된 한국 드라마 대장금은 일일 평균 시청률이 1% 미만에 머물렀던 공영방송 TVR의 위상을 단숨에 한 단계 위로 끌어올렸다. 대장금의 성공적인 방영이후 한국 드라마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단발성이었던 한국 드라마 방영은 ‘이산’, ‘다모’, ‘선덕여왕’, ‘허준’ 등으로 이어졌다.

 

‘이산’은 최고 시청률 4.4%로 유명 미국 드라마와 루마니아 드라마를 제치고 2010년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가 됐고 2011년, ‘주몽’은 전체 1위를 꾸준히 유지하며 한국 드라마 최고 시청률인 5.8%까지 기록했다.

 

 

한국 드라마가 짧은 시간에 시청률이 급격히 상승하자 TVR은 방영 시간을 프라임타임 바로 전인 저녁 6시대로 옮기고 중간 광고까지 편성하며 한국 드라마 대성공의 기쁨을 만끽했다. 6개 채널을 운영하는 루마니아의 공영방송 TVR의 전체 프로그램 중 한국 드라마는 3위권에 들어갈 정도로 TVR의 대표 프로그램이 됐다. 후에 TVR의 편성국장은 한 인터뷰에서 "한국 드라마에서 엿볼 수 있는 문화와 교훈성은 공영 방송의 역할을 충실할 수 있는 요소였으며 무엇보다 완성도 높은 스토리와 화면 구성은 다른 외화와 차별화가 됐다"고 말할 정도였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한국 드라마의 대박 행진이 이어지자 2011년 4월과 2011년 7월, National TV와 Euforia TV에서도 한국 드라마를 방송하기 시작했다. National TV는 TVR과 비슷한 사극을, Euforia TV는 최신 현대극을 편성했다.

 

 

한국 드라마의 위세가 하늘을 뚫고 나가자 주요 대자본 상업 방송들의 견제가 심해지기 시작했다. 드라마 시청률 상위권을 채우던 한국 드라마들이 갑자기 10위권에 간신히 진입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당시 TVR 사장이 "우리의 대표 프로그램인 한국 드라마가 이렇게 낮은 시청률이 나올 수 없다"며 시청률 조사의 불공정을 지적할 정도로 ‘보이지 않는 손’이 시기, 질투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2009년, ‘대장금’의 첫 방송 이후 현재는 루마니아에서 본 방송과 재방송을 포함해 일주일에 10편 정도의 한국 드라마가 방송되고 있다. 물론 시청률은 꾸준하지만, 상위권을 휩쓸던 시절은 지나갔다. 그럼에도 루마니아 방송가에 큰 이슈와 화두를 던진 아이템은 한국의 드라마이며 확고하게 자리 잡은 콘텐츠가 됐다.

 

한국 드라마는 루마니아 방송가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소재와 장르의 다양성을 전달했다. 여전히 고난과 역경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성공이라는 키워드와 용기와 감동을 전달했고 고품질의 전쟁 장면과 카메라 기술은 그들에게 놀라움 그 자체였다.

 

현재 루마니아 드라마 시장은 터키, 인도 등 여러 국가의 드라마들이 다양한 소재로 방송되고 있고 평균 시청률도 1~2년 사이 3~5% 상승하며 드라마시장 규모 또한 확대됐다.

 

아마도 유럽에서 가장 많은 한국 드라마가 방영되는 나라가 루마니아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한국 드라마 열풍에 비춰볼 때 루마니아에서 한류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아직 불타오르지 못한 채 머물러 있다. K-POP은 팬덤 수준에 머물러 있고 드라마는 쉽게 접할 수 있는 보편적인 아이템 정도다.

 

정말로 아쉬운 점은 한류의 불씨가 지펴질 때 루마니아인의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점이다.

 

드라마에서 파생될 수 있는 전통문화상품이 현재도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흔한 여행책자나 전통문화 책자도 서점에서 찾기 힘들다. 겨우 3개뿐인 한국 식당에서의 음식문화 체험이 전부일 뿐이다. 또한, 다양한 구매 욕구를 채워 줄 제품은 한국산 전자 제품에 한정돼 있다. K-Pop 팬들이 해외 한류 사이트에서 많은 돈을 지불하고 CD와 응원도구를 구매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인 상황이다.

 

한국 문화원이 있는 헝가리, 폴란드를 부러워하는 루마니아 팬들이 많다. 물론 최근에는 이전보다 많은 한국 전통문화 공연이 주변국의 문화원을 통해 열리고 있지만, 조금만 더 빨랐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뿐만 아니라 의료 수준이 높지 않은 루마니아에 ‘대장금’과 ‘허준’의 영향으로 한의학에 대한 호기심이 증가했고 미니시리즈에 나오는 패션 아이템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이 늘어났음에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그림의 떡’이 됐다. 루마니아에 ‘한류’는 더 이상 ‘욕구 불만’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주변 유럽국의 한류보다 이른 시기에 급속도로 발전했던 루마니아는 동유럽 한류의 시초였던 것은 누구나 아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힘없이 지고 말았던 꽃망울이 다시 한 번 활짝 펼 수 있게 많은 루마니아인이 ‘대한민국’과 한류 아이템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EU 가입 후 급성장은 불과 3~4년 만에 꺾이고 현재는 IMF의 원조를 받는 국가가 돼 여러모로 힘이 빠진 루마니아인에게 한류가 어려움을 극복하는 에너지가 될 수 있음은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경제 수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구매력을 충족시킬 한국 상품 전문 매장이 생기면 상당한 성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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