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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코오롱글로벌의 요르단 시장개척 분투기
  • 외부전문가 기고
  • 요르단
  • 암만무역관 진준현
  • 2013-12-11
  • 출처 : KOTRA

 

코오롱글로벌의 요르단 시장개척 분투기

코오롱글로벌 요르단사무소 손무근 소장 기고문

 

 

 

중동 시장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을 위해 요르단에서 제가 겪은 경험담을 들려드리겠습니다. 요르단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페트라 유적으로 유명한 이슬람 부족사회 국가입니다. 중동 국가임에도 석유가 나지 않아 아직 다른 나라의 원조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습니다. 2008년 우리는 한국 정부에서 원조하는 수도 암만 남부의 하수처리장 공사를 수주해서 요르단으로 왔습니다.

 

1. 전 세계 어디서나 ‘Not In My Back Yard’

 

계약 후 선수금도 받고 사무실 개설까지 시작은 순탄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본격적인 공사를 위해 현장에 갔더니 주민들이 와서는 자기 부족 영역에 하수처리장 건설을 반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시작 전부터 민원이라는 걸림돌이 생긴 것이 다소 찜찜했지만, 이런 일은 어디서나 존재하는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고 다음날 현장을 다시 나갔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주민이 몰려와 위협까지 해, 더 이상 일을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로부터 몇 달간 그 부족과의 대답 없는 협상이 계속됐습니다.

 

아랍에서는 현대까지도 씨족/부족 중심으로 사회가 형성돼 있는데 부족장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원의원직을 세습하고, 장관직을 할당받고, 필요하면 수만 명의 부족민들을 동원할 수도 있는 이런 부족의 강경한 민원에 요르단 국왕이 직접 만나서 설득도 했지만 소용없었고, 현장에 경찰을 파견해 공사를 강행하려고도 해보았지만 부족의 반발 우려 때문에 너무 강하게 밀어부칠 수도 없었습니다. 결국 6개월만에 현장을 포기하고 20㎞ 하류의 민가가 없는 공단지대로 처리장 위치를 옮기는 것으로 결론내렸습니다.

 

2. 아랍 혁명의 불꽃

 

공단지대로 처리장을 옮겨서 민원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울타리 공사를 우선 완료시키고 옮긴 부지에 맞게 처리장을 재설계해 승인을 진행하던 중 튀니지에서 시작한 아랍 민주화 혁명, 일명 재스민 혁명이 튀니지, 리비아, 이집트 정부를 차례로 넘어뜨리며 그 여파가 요르단까지 미쳤고 다른 나라처럼 심각하지는 않았지만, 각계각층에서 나름의 이권을 요구하며 시위가 계속됐습니다.

 

요르단 정부에서는 국민들의 불만을 해소시키기 위해 임금인상, 물가안정 등 각종 혜택을 쏟아내고 총리를 포함한 국무위원들을 교체하는 개각을 수차례씩 단행하며 국민에게 새로운 정부의 이미지를 강화해 나갔고, 이러한 각고의 노력으로 시리아까지 번진 아랍 민주화 혁명은 요르단에서는 더 이상 심각해지지 않고 수그러들었습니다.

 

3. ‘절차’를 중요시하는 요르단 정부

 

그러나 변화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처리장 승인서류가 개각의 소용돌이에서 맴돌고만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승인 서류가 4개 부처 장관 포함 최종 국무총리까지 승인을 받아야 완료되는데 개각이 돼 장관이 바뀌면 이미 사인받은 부처 장관의 것도 다시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서류에 실명이 적혀 있기 때문에 바뀐 사람 이름이 적힌 그 서류를 더 이상 진행시킬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4개 부처 장관 전체의 승인을 받는데 수개월이 걸린 동안 개각으로 계속 장관들이 바뀌니 그 서류들도 되돌아가기를 반복했고, 그렇게 1년이 넘게 걸려 마침내 국무총리의 최종 승인을 받아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4. ‘지성이면 감천’은 요르단도 통한다

 

민원이 발생하고부터 착공하기까지 정말 만만치 않은 노력과 인내의 시간이었습니다. 저희는 계약과 함께 일찍 현장을 개설해 인원이 투입돼 있었기 때문에 소장인 저는 매일 같이 관청을 찾아가 조금의 시간이라도 더 단축시키려 노력했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장관 및 담당 공무원들을 만나고 기다렸기에 아랍 민주화 혁명이 수그러들기 전에 승인을 받아냈고 생각했던 것보다는 빨리 승인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5.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이 말이 항상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요르단에서는 따라야 할 격언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요르단에서는 ‘인간관계가 좋은 사람이 성공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처럼 요르단 사람은 항상 밝게 인사하고, 차를 한잔 권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즐기며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항상 바쁘게 움직이며 빠른 결과를 원하는 한국인으로서는 답답할 수도 있겠지만, 서두르지 않고 그들의 방식을 따라주었을 때 더 많은 것이 돌아왔습니다. 지난 몇 년간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만났고 그들과의 좋은 관계로 인해 지금도 각계각층의 사람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6. 정부 자금부족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정부에 자금이 부족한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예산은 이미 책정됐었으며 아직 남아 있으나 그에 대한 현금이 없었습니다. 수소문해보니 아랍혁명 이후 임금인상 물가안정 등으로 예산에 없던 막대한 자금이 선 집행되다 보니 계획된 예산 쪽으로 쓸 돈이 부족했습니다. 기름이 한 방울도 나지 않는 요르단에서 국제유가가 뛰어도 국민들의 반발을 우려해서 기름값을 동결하려면 그 차액만큼 정부에서 보전해야 했습니다. 기초 식료품 또한 마찬가지였으며 공무원 임금인상은 많은 경우 100%까지 인상된 곳도 있습니다. 정부는 국민들을 다독여서 혁명의 여파는 잘 피할 수 있었지만, 그 후유증은 공적 자금의 소진으로 국가 공공사업에 악영향을 미치게 됐습니다.

 

7. 어렵지만 시리아 난민을 돕는 요르단

 

이렇게 힘든 와중에 시리아 혁명이 내전으로 이어져서 인구 700만 명의 요르단에 20%에 가까운 130만 명의 시리아 난민들이 와있고 또 계속 들어오고 있으며 이로 인한 요르단 정부의 재정 부담액이 2013년 11월 현재 21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는 요르단 정부 예산의 20%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이며, 2014년도 새해 예산의 경우 세입 98억 달러, 지출 114억 달러, 즉 16억 달러 적자를 원조로 충당하는 실정에서 시리아 난민으로 인한 이 막대한 금액은 요르단 정부가 감당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상황이라 사태를 더 힘들게 하고 있어 GCC를 포함한 각국의 추가 원조 없이는 공사대금 지불조차도 힘든 실정에 달해 있습니다.

 

시골 길을 지나다가 길을 물어보면 대답 대신 집에 들어와 차 한잔 하고 가라는 따뜻한 나라이며, 운전하다 과속으로 경찰에 걸려도 사정을 얘기하면 통하고 또한 담배 한 개비도 답례로 받지 않는 깨끗한 나라입니다. 하지만 반세기가 지난 지금은 요르단 국민입니다만 인구의 절반이 넘는 팔레스타인 난민, 2003년 이라크 난민, 그리고 지금 진행 중인 시리아 난민 등 주변국의 절박한 정세 속에서 정치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르단입니다. 어려움을 이겨냈을 때의 뿌듯함이 삶에 활력을 주기도 하지만,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돌발상황에 늘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 긴장감이 계획에 의해 움직이는 한국인으로서는 인내하기 쉽지는 않습니다.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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