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탄소 경제로의 전환 및 코로나19로 타격받은 경제 회복 방안으로 주목받는 ‘수소’ -

- 수소 기기 상용화 및 수소 모빌리티 전환 가속 등 향후 확대 가능성 높아 -

영국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줄이는 새로운 법을 채택한 첫 주요국으로 지난 몇 년간 수소 에너지 생산 및 수소 기기 상용화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왔다. 최근에는 코로나19발 경기침체를 저탄소 경제 활성화를 통해 이겨내고 수소에 대한 적극적 투자 및 국가적 전략 수립을 통해 영국이 수소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 발돋움해야 한다는 의견이 확대되고 있다.

영국의 수소 분야 투자 및 기대효과

2020년 9월 기준 영국은 지금까지 유럽연합, 독일 등 주변국처럼 범국가적인 수소 전략을 발표한 바가 없다. 다만 정부는 탈탄소 경제 및 녹색경제회복(Green Economic Recovery) 정책의 일환으로 수소 부분에 대한 지원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2020년 7월 존슨 영국 총리는 산업의 탈탄소화를 위해 3억5000만 파운드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으며, 이 중 1억3900만 파운드는 중공업 분야의 탄소절감 및 블루수소* 개발에 쓰일 예정이다. 2019년 7월에는 산업단지 내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 Carbon Capture and Storage)기술 및 수소 네트워크 설치를 위해 1억7000만 파운드를 투자한 바 있다.

그린수소 및 블루수소

자료: 영국의회 수소공동위원회(APPG on Hydrogen)

2020년 6월에는 영국 각 산업의 주요 기업 41개사가 ‘Hydrogen Strategy Now’ 동맹/캠페인을 구성, 리시 수낙 재무장관에 범영국 수소 전략(UK-wide Hydrogen Strategy)의 수립을 촉구하는 공개 서신을 보냈다. 해당 서신을 통해 호주, 일본, 한국, 독일 등의 국가적 수소전략을 언급하며 영국 정부의 즉각 대응을 요구하고 수소 프로젝트 및 관련 일자리 창출에 15억 파운드를 투자할 준비가 됐음을 밝혔다.

2020년 8월 수소 대책위원회(Hydrogen Taskforce)*가 발표한 수소경제 영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수소 에너지 사용 확대를 통해 2035년까지 180억 파운드 규모의 경제효과 및 7만 5000개의 일자리 창출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풍력발전시설 및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시설이 밀집해 있는 북부지역은 제조업 쇠퇴로 인해 경제활동이 상대적으로 저조한데 기존 인프라를 바탕으로 블루수소 생산 공급망을 구축하면 지역 불균형 해소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주*: 2019년 출범, 10개 기업(BP, Shell, ITM, BOC, Arup, Cadent, DBD, Baxi, Storengy, BNP Paribas)으로 구성

정부 주도 수소 생산 및 공급 프로젝트

영국 가정 및 사업장의 80% 이상이 가스 파이프라인(그리드)으로 연결돼 있으며, 이 중 99.9%가 문제없이 운영 중이다. 이는 영국이 수소 에너지로 전환 시 영국 전역에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수소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2016년 영국 북부지역의 가스 공급업체 Northern Gas Networks는 기존 천연가스 인프라의 100% 수소로의 전환에 대한 타당성 연구(H21)를 실시, 리즈시의 적격성을 확인했다. 이후 3단계의 연구개발, 위험평가 등을 거쳐 2022년 중반까지 670명을 대상으로 수소 에너지 공급을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영국 정부는 다양한 수소 사업 공모전(Competition)*을 실시 중이며, 2020년 2월에는 저탄소 수소 생산 및 유통 프로젝트에 1300만 파운드를, 4월에는 5개의 프로젝트를 선정해 약 13~16개월간 2820만 파운드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주*: Hydrogen Supply Competition, Industrial Fuel Switching Competition 등

2020년 정부 지원 수소 생산·공급 프로젝트

자료: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 

스코틀랜드 전력 기업 ScottishPower, 영국 클린에너지 기업 ITM Power 및 영국 에너지기업 BOC는 2020년 9월, ‘스코틀랜드를 위한 그린수소(Green Hydrogen for Scotland)’ 파트너십을 발표, ScottishPower가 생산한 풍력 및 태양광 에너지로 BOC가 수소 에너지를 생산하고 ITM Power가 스코틀랜드 전역에 유통할 예정이다. 해당 파트너십의 첫 번째 목표는 글라스고시의 수소 에너지의 상용화를 2년 안에 실현시키고 2030년까지 영국 최초의 탄소배출 제로 도시를 목표로 한다.

수소 기기 상용화를 위한 노력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는 2017년 하반기부터 수소 기기 개발 및 상용화 연구 프로그램 10개를 Hy4Heat를 통해 감독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국제공인인증기관 선급협회인 DNV GL 주도로 수소 품질 기준을 연구하며, 영국왕립표준협회(BSI)는 수소기기(hydrogen-fuelled appliance) 인증 PAS 4444를 개발했다. 또한 가정용 수소 기기 연구·개발 지원을 통해 많은 기업들이 수소 기기를 개발하고 안정성, 기능 등을 테스트 중이다. 예로 2020년 Baxi社와 Worcester Bosch사는 100% 수소로 가동되는 가정용 보일러 시제품을 출시했다.

영국 기업이 개발한 수소 보일러

자료: Baxi사(좌), Worcester Bosch사(우)

수소 모빌리티로의 전환

런던시는 이미 2011년부터 2019년까지 템즈강 주변 노선에 수소 버스 8~10대를 운행한 바 있으며, 2020년까지 3개 노선에 수소 이층버스를 배치할 계획이다. 지방정부들도 민관협력을 통해 수소 교통 인프라를 구축 중이며, 영국의 민간 기업들도 수소차 개발 및 공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영국 정부가 2035년부터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금지하면서 전기수소차만 구매 가능하게 되기 때문에 수소차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2020년 9월 기준 영국에서 운영되는 개방형 수소 충전소는 11개로, 유럽 1위인 독일(85개)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ITM Powers는 2021년 여름까지 개방형 그린수소 충전소 5개를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2020년 9월 기준 영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수소차는 현대의 NEXO SUV와 도요타의 Mirai 두 모델이다. 

영국의 개방형 수소차 충전소

자료: BOC사(좌), ITM Power사(우)

(애버딘시 및 리버풀시 수소 버스 프로젝트) 애버딘시는 2015년 유럽연합, Innovate UK, 스코틀랜드 정부, Stagecoach사 등으로부터 1900만 파운드 펀드를 조달, 당시 유럽에서 가장 크고 주행시간이 긴 수소 버스 10대를 배치했다. 2020년 하반기에는 세계 최초로 수소 이층버스 15대*를 운행할 예정이다. 리버풀시는 영국 저탄소차량국(OLEV: Office for Low Emission Vehicles)으로부터 640만 파운드를 지원받아 St Helens 소재 BOC 공장에 수소 충전소를 설치하고 최대 25대의 수소 버스를 2020~2021년 중 시범 운행할 계획이다.

     주*: 북아일랜드 소재 Wrightbus사 생산, 한 대당 50만 파운드 투자

(Wrightbus사) 2020년 4월 Wrightbus사는 2024년까지 영국에 수소 버스 3000대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유럽 수소 버스 컨소시움(H2Bus Consortium)*과 협력해 2023년까지 덴마크, 라트비아, 영국에 각 200대씩 총 600대의 수소 버스를 공급하고 충전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컨소시움과의 프로젝트는 EU Connecting Europe Facility 프로그램으로부터 4000만 유로를 지원받아 진행된다.

     주*: 2020년 6월 설립, 6개 기업(Everfuel Europe A/S, Wrightbus Ltd, Ballard Power Systems Inc., Hexagon Purus, Nel ASA, Ryse Hydrogen Limited)으로 구성

(재규어랜드로버) 2020년 6월 영국 정부는 ‘녹색경제회복’ 정책의 일환으로 자동차산업의 녹색기술 개발에 7350만 파운드를 지원키로 결정했다. 재규어랜드로버는 해당 펀드의 일부를 지원받아 수소연료전지차 개발 프로젝트 ‘Project Zeus’에 착수, 2030년까지 수소 SUV 개발을 목표로 한다.

(수소 기차 프로젝트) 영국 최초의 수소 기차 HydroFLEX는 버밍엄대학과 영국 철도차량 리스업체 Porterbrook의 합작 프로젝트로 2019년 6월 시범운행을 마쳤으며, 2020년 6월 교통부로부터 40만 파운드를 지원받아 최종 디자인 개발 및 테스트를 이행할 계획이다. 영국의 또 다른 철도차량 리스업체 Eversholt Rail은 프랑스 전력 운송업체 Alstom와 협력해 수소 기차 Breeze를 개발 중이며 2024년 상용화할 계획이다.

시사점 및 전망

영국 정부와 산업계는 수소 경제로의 전환이 코로나19발 경제타격을 이겨내고 저탄소 녹색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직은 주변국에 비해 투자 규모가 작은 편이나 점차 다양한 수소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으며, 올 가을 발표 예정인 ‘에너지 백서(Energy White Paper)’ 및 ‘열에너지전략(Heat Strategy)’을 통해 수소 전략 및 관련 투자 증가가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 영국에서는 교통운송 분야의 온실가스배출량 비중이 27.5%로 가장 높은 만큼 향후 친환경 수소 모빌리티 분야에 대한 지원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수소 주요 기업 간 컨소시엄, 민관협력 프로젝트 및 정부주도 수소 사업 공모전 등이 활발히 이뤄지기 때문에 영국에 진출하려는 관련 기업은 해당 동향을 주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연료전지 생산업체인 C사 관계자는 KOTRA 런던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탈탄소 미래에는 수소가 필수 에너지원임이 분명하며 수소 생산, 상용화, 해외진출에 있어 경쟁력을 가지려면 기업 간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수소 기기·제품으로의 전환에 있어 영국 소비자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비용, 안정성, 환경이익으로 수소 제품 개발에 있어 이러한 부분들을 고려해야 한다.

자료: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 영국의회 수소공동위원회, 영국 수소 대책위원회, 현지언론 및 KOTRA 런던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