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록다운으로 영상, 음악,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전년대비 560만 건 증가 -

- 자체 제작, 독점 방영, 가족중심 프로그램 등 차별화된 K-콘텐츠 수출 기회 -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봉쇄(Lock-down) 정책을 시행하는 국가 중 한 곳은 호주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OTT(Over The Top)를 이용해 여가시간을 보내는 가정이 급격히 증가했다. OTT는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방송, 영상 등의 미디어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사용자 중심적인 서비스를 뜻한다. 유료 구독을 하면 매월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어떤 단말기에서도 스트리밍이 가능하다. 신문, 우유, 커피, 화장품 등의 생필품을 정기 배송하는 구독 박스, 자동차, 명품, 정수기 등의 렌털 구독 서비스로 대표되던 구독경제는 이제 원하는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하는 Netflix형 모델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호주 테크놀로지 분석업체 Telsyte의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인들은 3680만 건의 OTT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이는 2024년까지 5800만 건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2020년 6월 기준 전년대비 18%가 증가한 560만 건의 신규 구독자가 추가됐으며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독하는 SVOD(Subscription Video on Demand)부터 뮤직, 게임 분야의 서비스 이용자가 크게 상승했다. 코로나로 인해 이동과 모임이 제한된 호주인들은 원하는 영상, 음악, 게임을 구독하는데 돈을 아끼지 않고 있다.

호주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

자료: Telsyte

재미없는 TV 대신 호주 가정의 절반 이상이 Netflix 구독

Netflix는 전 세계 가입자 수가 1억9300만 명에 이르는 세계 최대 OTT 플랫폼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시작하면서 2015년 3월 호주 법인을 설립한 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2020년 연 매출이 9억1720만 호주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세계적인 브랜드 인지도에 힘입어 호주 내 SVOD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올해 호주 가정의 절반 이상이 Netflix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Netflix는 경쟁사인 호주 Stan과 비슷한 시기에 시장에 진입했지만 540만의 구독자를 보유하며 호주 시장에서도 SVOD 서비스 최고 순위에 자리 잡았다. 또한 자체 제작한 독점 콘텐츠로 현지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월 구독료는 9.99 ~19.99호주달러로 계약이나 추가 비용없이 무제한 이용이 가능하다.

K-드라마 찾아보는 호주인들

한국의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It’s Okay to Not Be Okay)도 Netflix를 통해 호주에서 스트리밍 되고 있다. 현지 메이저 언론사 SBS에서는 해당 드라마의 인기 비결로 주연 배우의 열연, 독특한 소재, 공포스러운 판타지 분위기를 꼽으며 K-드라마에 주목했다. 현지 유명 영화 소개 및 리뷰 사이트 Flicks에서도 Netflix로 볼 수 있는 중독적인 K-드라마 9편 첫사랑은 처음이라서(My First First Love), 로맨스는 별책 부록(Romance is a Bonus Book), 힘쎈 여자 도봉순(Strong Girl Bong-soon), 구르미 그린 달빛(Love in the Moonlight), 수상한 파트너(Suspicious Partner), 김비서가 왜 그럴까(What’s Wrong With Secretary Kim?), 힐러(Healer),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My ID is Gangnam Beauty), 꽃보다 남자( Boys Over Flowers)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호주 Netflix의 콘텐츠와 한국 드라마 기사

자료: Netflix Australia, SBS Australia, Flicks

호주에서 Netflix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현지 시청자들이 K-드라마와 한국의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지 미디어 평론가는 K-드라마에 익숙하지 않은 호주 시청자들에게 한국 드라마는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사람과의 관계에 스토리가 집중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로맨틱 코미디 팬들에게 한국 드라마는 굉장히 중독적이라고 강조한다. 7~8 시리즈로 연결되는 미국 드라마와 달리 16~20개 에피소드로 20시간 내에 스토리가 완성되어 만족스러운 결론을 얻을 수 있는 것을 차별점으로 꼽았다.

호주 공중파 방송국이 만든 OTT 플랫폼 Stan의 인기

Stan은 호주 최초의 OTT 플랫폼으로 2015년 1월 공중파 방송국 Nine Entertainment에서 론칭했다. Stan은 디지털 마케팅 캠페인에 집중하는 Netflix와 달리 TV 광고를 통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Netflix와의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독점적으로 방영하는Better Call Saul와 Sherlock의 인기에 힘입어 210만의 구독자 수를 확보할 수 있었다. 오리지널 호주 콘텐츠 The True Story of the Kelly Gang 등을 직접 제작 및 독점 방영함으로써 경쟁사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월 구독료는 10호주달러부터 시작하며 가입 전 30일 무료 구독이 가능하다.

호주 Stan 사이트 및 광고 이미지

자료: Stan Australia

2018년 12월 Stan은 Walt Disney Company와 Disney 및 Marvel Studios 영화를 스트리밍하는 계약을 체결한다. 하지만 2019년 11월 Disney가 자체 OTT 플랫폼인 Disney+를 출시하며 해당 콘텐츠의 대부분이 서비스에서 제외되었다.

미국 콘텐츠 공룡 Amazon, Disney 호주 시장 각축 

Amazon Prime Video도 최근 구독자 수170만 명을 기록하며 시장을 확대하는 중이다. 특히 가장 큰 차이점은 Amazon Prime 가입과 함께 영상, 뮤직, 책, 게임, 무료배달 서비스가 월 6.99호주달러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쇼핑과 배달 수요가 급증하면서 Amazon Prime에서 제공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도 동반 성장하는 혜택을 보았다.

2019년 11월 호주에 론칭한 Disney+는 Pixar, Marvel Studios에서 제작한 인기 영화와 함께 고전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포함된 방대한 자료실(library)로 인기를 끌고 있다. 2020년 5월 기준 전 세계 5450만 명, 호주에서 11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Disney+는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인기가 있으며 월 구독료는 8.99호주달러이다. Marvel Studios의 영화를 독점으로 스트리밍하는 등 매니아 층을 가진 콘텐츠로 향후에도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호주 Amazon Prime Video와 Disney+의 OTT 플랫폼

자료: Amazon Prime Video, Disney+ Australia

호주에서 YouTube를 제친 음악 스트리밍 강자 Spotify

한국의 멜론, 벅스, 지니뮤직 등과 같이 호주에서 인기있는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 업체는 Spotify, YouTube, Apple이다. 2020년 6월 기준 총 구독 수는 1220만 건으로 호주 전체 엔터테인먼트 구독 시장의 33%를 차지하고 있다. 2006년 스웨덴에서 설립된 Spotify는 2012년 호주 시장에 진출한 이후 800만 명의 호주인이 사용하는 최대 뮤직 스트리밍 업체로 자리 잡았다. 2017년 440만 명에서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로 호주에서 55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한 YouTube Music(Google Music 포함)보다 높다. Apple Music도 호주 시장에서 지속 성장하고 있으나 앞의 두 기업보다 점유율은 낮은 상황이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광고 및 어린이용 서비스

자료: Spotify Australia

Spotify는 스트리밍 당 아티스트에서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광고를 보는데 동의한 이용자들에게 무료로 음악을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Spotify Premium을 구독할 경우 월 11.99호주달러에 광고 없이 무제한으로 음악듣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지난 2월에는 구독자들을 위해 Spotify Kids 앱을 호주에서 런칭해 추가 비용없이 Disney부터 현지 아티스트 The Wiggles 등이 부른 130여 곡을 선보였다. 해당 앱은 부모가 안심할 수 있는 콘텐츠로 디자인됐으며 아이들이 자신의 계정으로 들어가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또한 뮤직 스트리밍 시장의 성장이 주춤해 지면서 업체들은 팟캐스트 부분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추세이다. Telsyte의 보고서에 의하면, 2020년 1월부터 6월까지 16세 이상 호주인 4명 중 1명이 팟캐스트를 청취했으며 코미디, 건강, 뉴스, 정치 관련 팟캐스트가 가장 인기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가정 절반이 즐기는 비디오 게임 스트리밍

호주의 봉쇄기간에 게임으로 코로나19를 이겨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게임산업이 급성장 하고 있다. 호주 가정의 절반이 콘솔 게임기를 소유하고 있으며 올해 초부터 스마트폰, 태블릿, 컴퓨터 등을 이용해 게임을 즐기는 호주인이 최대 35%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2020년 6월 기준, PlayStion Plus, Xbox Live Gold와 같은 콘솔 게임, EA Play, Xbox Game Pass, Apple Arcade 등의 비디오 게임 스트리밍, World of Warcraft를 비롯한 대규모 멀티플레이어 온라인 게임 구독이 2020년 6월 기준 총 580만 건을 기록했다. 이 중 가장 큰 증가를 보인 분야는 비디오 게임 스트리밍으로 전년대비 2배가 증가한 200만 건에 이른다. EA Play는 글로벌 게임 개발업체 Electronic Arts의 구독 서비스로 월 구독료 6.99호주달러를 내면 50 개 이상의 인기 게임 시리즈와 프리미엄 게임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새로운 비디오 게임이 출시되기 전에 일정 시간 동안 플레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디지털로 구매할 경우 10%의 할인 혜택을 준다.

비디오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자료: EA Play Australia

호주에서도 빠른 NBN(National Broadband Network)과 5G 인터넷 연결,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을 바탕으로 2024년 6월 게임관련 구독 건수가 1700만 건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비디오 게임 시장계의 Netflix가 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특히 스트리밍 게임은 고급 단계의 게임을 모든 장비에 연결하는 신세계를 열어주기 때문에 향후 업계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PlayStation 5와 Xbox Series X가 올해 연말에 출시를 앞두고 있어 비디오 게임 구독 시장의 촉진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Netflix형 구독 모델이 게임 산업으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할 과제가 남아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장에서 지속적으로 비용을 지불하며 구독을 하는 것이 당장 하고 싶은 게임을 사는 것보다 비쌀 수 있기 때문에 한 게임을 마친 후 플랫폼을 떠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기적인 가격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게임의 판매 수를 성과로 계산하고 있기때문에 구독과 판매가 적절한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우려도 있다.

시사점

Netflix의 성공을 시작으로 호주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OTT가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스타트업을 비롯해 현지 메이저 업체, 글로벌 ICT, 소프트웨어 기업이 공격적인 마케팅과 함께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호주에서 영상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를 M사를 운영하고 있는 한인 교포는 멜버른 무역관의 인터뷰에서 영상, 음악, 게임 제작과 플랫폼 개발 분야에서 앞서 있는 한국에서도 폭발적으로 온라인 기반의 스트리밍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관련 국내 콘텐츠 기업에서는 글로벌 OTT 플랫폼을 이용한 판권 수출 기회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호주 및 해외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 관련 국내기업에서도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을 독점으로 방영하거나 나만의 플레이리스트, 가족 단위 구독자를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등 이용자들이 원하는 서비스로 차별화를 두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호주가 글로벌 마켓 진출을 위한 테스트 마켓으로 각광받고 있는 만큼 새로운 OTT 서비스를 통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 IBIS World, Telsyte, Business Insider, The Music Network, Tech Radar, KOTRA 멜버른 무역관 인터뷰 및 자료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