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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버터 품귀현상, 왜?
2020-07-01 김지혜 일본 나고야무역관

- 저녁에도 집에서 식사하는 비중이 88.4%까지 상승하면서 가정용 식료품 판매 호조 -
- 일본 베이킹 열풍으로 버터, 밀가루 등이 품절되면서 F&B 기업의 경영전략도 변화 -




코로나19의 공포가 열도를 휩쓸고 지나가면서 일본의 ‘집밥’ 열풍이 심상치 않다. 식품 업계에서는 그간 효자 상품이었던 업소용 제품의 매출이 뚝 떨어지고, 반대로 가정용 제품은 불티나게 팔리는 일도 벌어졌다. 특히 갓 구운 고급 식빵의 맛에 익숙해진 일본 소비자들 사이에서 베이킹이 유행하면서 버터가 품절되는 사태가 계속되기도 했다. 급격하게 수요 시프트가 일어나고 있는 지금, 일본 기업들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일본, 외식은 NO! 집밥은 YES!


코로나19로 인한 외출 자제 움직임으로 인해 일본 열도에는 ‘내식(內食, 외식의 반대말로 집에서 먹는 밥을 의미)’ 열풍이 불고 있다. 일본 총무성의 가계지출 조사에 의하면 2020년 3월에 일본 전체 가구의 외식 관련 지출은 전년 동월 대비 32.6% 축소되었다. 전국적으로 긴급사태가 발령이 되어 대부분의 음식점이 임시 휴업 혹은 단축 영업을 할 수밖에 없었던 4월에는 그 폭이 더 커져서 65.7% 감소를 기록했다.


라이프스케이프마케팅사의 조사에 의하면, 일본 소비자가 집에서 식사를 하는 비중은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퍼지기 시작한 2월 중순부터 상승했다. 긴급사태가 해제되기 직전인 5월 7~13일에는 그 비중이 점심에는 65.9%(전년 동기 대비 39.5% 상승), 저녁에는 88.4%(전년 동기 대비 14.6% 상승)였다고 한다. 저녁 식사의 내식 비중이 80%를 초과하는 것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직후를 제외하면 사상 초유의 사태이다.


이러한 경향이 지속되면서 일본 식음료 제조업체들의 경영 전략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본래 캐시카우였던 업소용 제품의 실적이 악화된 반면 가정용(일반 소비자용) 제품은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사히맥주’의 경우 3월에 출시한 신제품 ‘아사히 더 리치’가 히트를 치면서 출시 후 2달 만에 연간 판매 목표의 50%를 달성했다. ‘집술’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주된 이유 중 하나였다. 한편, 동사의 스테디셀러라고 할 수 있는 업소용 ‘슈퍼드라이’의 4월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80%나 떨어졌다.


각종 소스를 제조 및 판매하는 ‘불도그소스’사는 B2B 비즈니스의 강화를 골자로 했던 중기 경영 계획의 방향을 대폭 수정한다. 불도그소스의 이시가키 유키토시 사장은 ‘업소용 제품 사업 부문에 투입하려고 했던 사내 예산 및 인력 배치를 가정용 부문으로 전환했다’라고 밝혔다. KOTRA 나고야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증권 애널리스트 I 씨는 "이번 코로나19 위기처럼 바이러스 감염 관련 리스크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고해야만 한다"라며, "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응이 곧 기업의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시대가 왔다"라고 조언했다.


일본 열도에 불어닥친 베이킹 열풍


여러 가지 식품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가정용 버터이다. 학교 휴업, 재택근무 등을 계기로 베이킹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슈퍼 등에서의 품절 사태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닛케이POS정보에 의하면, 4월 및 5월에 일본 전국에서의 가정용 버터 판매액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6배, 1.5배 증가했다. 이는 크리스마스, 밸런타인데이 등을 맞이해 많은 사람이 초콜릿, 케이크 등을 굽는 시기인 12월이나 2월보다도 높은 수치이다.


품절 상태인 버터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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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일본경제신문


이에 유제품 제조사들은 서둘러 4~6월에 버터의 생산량을 전년동기대비 28.8% 확대했다. 그러나 생산 설비의 대부분이 업소용 대용량 제품(450g) 중심이기 때문에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정용 소용량 제품(200~250g)의 수요를 따라잡지 못했다. 긴급사태가 해제된 이후에는 서서히 상황이 안정되고 있지만, 도쿄에 위치한 한 슈퍼마켓의 관계자는 "여전히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1명 당 버터 1개로 제한하여 팔고 있다"라고 말한다.


또 다른 빵의 주재료인 밀가루의 경우도 비슷하다. ‘닛신제분’ 그룹의 모리 아키라 재무본부장은 ‘업소용 제품의 수주는 대폭 줄어든 반면 가정용 제품은 5배 정도 늘어났기 때문에 생산 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현재 닛신제분은 수요 급등의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 생산 라인을 최대한 빨리 가정용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제빵 열풍은 비단 일본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외출 금지령(stay-home order)’의 시기에 슈퍼마켓에서 밀가루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품절 사태가 이어졌다. 사람들은 SNS에 ‘스트레스 베이킹’, ‘코로나19 베이킹’ 등의 해시태그를 붙여서 빵을 굽는 사진을 공유했으며, 유명 베이커리에서는 인스타그램의 라이브 기능을 이용하여 ‘온라인 베이킹 클래스’를 열기도 했다.


온라인 베이킹 클래스를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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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Getty Images


그렇다면 베이킹이 갑자기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이유는 무엇일까? 동양경제 온라인은 이에 대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소일거리가 될 수 있는 한편, 손을 직접 움직여서 하는 작업에 몰두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해 불안해진 마음을 치유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가족들, 특히 어린 자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전한다.


식을 줄 모르는 ‘고급 식빵’의 열기


최근 몇 년 동안 일본에서 계속되어 온 ‘고급 식빵’ 붐도 베이킹이 인기를 얻는 데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입에서 녹을 정도로 부드럽고 달콤한 맛을 특징으로 하는 고급 식빵은 2013년 세븐일레븐에서 처음으로 출시하여 히트를 친 이래,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주요 도시에 프랜차이즈가 다수 생겨났다. 이 중에는 오픈한 지 수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빵을 사기 위한 줄이 늘어서는 가게도 많다.


2018년 9월에 도쿄에 1호점을 오픈한 고급 식빵 전문점 ‘긴자니시카와’는 1년도 안되어 전국에 17개의 점포를 내는 등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또한 오사카에 본점을 둔 고급 식빵 전문점 ‘노가미’는 2019년 7월 기준으로 46개 도도부현에 총 137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노가미는 2017년과 2018년에 연속으로 ‘Yahoo! 검색’에서 식품 부문의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하는 고급 식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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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https://rurubu.jp/andmore/article/10076


많은 전문가들은 고급 식빵의 인기 비결로 제품의 품질과 가격 정책의 절묘한 균형을 꼽고 있다. 일반적인 식빵이 한 근*에 150~200엔 정도인 데에 비해 고급 식빵은 근 당 480엔 정도로 약간 비싸다. 구입하기가 망설여질 정도로 고가는 아니면서도 ‘자기 자신을 위한 작은 사치’를 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기 딱이다.
주* 중량을 기준으로는 340g~500g이며, 크기는 사방 12.5cm를 의미한다.


야노경제연구소에 의하면 고급 식빵을 선물로 주고받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일본 빵 시장의 성장에도 기여했다. 또한 재팬베이커리마케팅의 키시모토 타쿠야 씨는 ‘고급 식빵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하나의 장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일본의 젊은 층은 아침 식사로 빵을 먹는 라이프스타일에 익숙한 소비자들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총무성의 가계지출 조사에 의하면 1985년에는 가구 당 쌀과 빵에 쓰는 비용을 비교해보았을 때 쌀이 75,302엔, 빵이 23,499엔으로 쌀이 3배 이상 높았다. 그러나 지금은 빵이 30,084엔으로 쌀(23,880엔)을 역전했을 정도로 일본인의 식탁에 단단하게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다.


연도별 일본 빵 시장 성장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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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제조사별 출하액 기준
자료: 야노경제연구소


시사점


지난 수년간 1인 가구, 맞벌이 가정의 증가 등으로 인해 일본 식품시장의 가장 핫한 키워드는 조리과정의 간편화와 조리시간 단축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베이킹 열풍을 계기로 음식을 만드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시장의 전반적인 트렌드도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가정용 제품에 대한 수요 시프트는 그 변화의 시작으로 보인다.


또한 기존에는 식품 유통은 편의점, 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채널의 비중이 압도적이었으나, 감염에 대한 공포가 일상화된 뉴노멀 시대에는 인터넷쇼핑몰, 서브스크립션 서비스 등 새로운 판매 방식이 대세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상반기에 외식을 자주 하기 어려워진 것을 계기로 신선한 식재료나 밀키트를 배달해 주는 서비스가 크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경쟁의 주 무대가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이 된다면 한국 기업들이 일본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커진다. 예를 들어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의 플랫폼을 이용해 온라인 쿠킹 클래스를 연 뒤에 해당 요리의 밀키트를 시청자들의 집으로 보내주는 등의 비즈니스 모델도 생각해볼 수 있다. 특히 한국의 트렌디한 카페나 음식점 등에 관심이 많지만 지금 당장 한국으로 여행을 떠날 수 없는 일본의 Z세대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선결 과제가 될 것이라고 보인다.


한국 스타일을 표방하는 나고야의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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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Café Byeol 공식 인스타그램



자료: 일본경제신문, 동양경제 온라인, 야노경제연구소, 닛케이비즈니스, 주간 다이아몬드, KOTRA 나고야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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