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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일본 기업의 종이와 도장을 없애다
  • 트렌드
  • 일본
  • 나고야무역관 김지혜
  • 2020-06-22
  • 출처 : KOTRA

- 일본 직장인의 82%는 도장 결재 때문에 업무의 효율성이 저하된다고 느껴 –
- 재택근무의 일반화, 인감 신고 의무화 폐지 등을 계기로 ‘페이퍼리스’ 시대 열리나 –




지난 봄, 일본에서는 전국적으로 긴급사태가 발령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결재 도장을 찍기 위해 사무실에 출근하는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졌다. 전자결재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은 탓이었다. 재택근무, 화상회의 등의 새로운 업무 방식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일본 기업은 드디어 종이 서류와 도장을 없애고 디지털화에 성공할 수 있을까? 앞으로의 기회와 위기 요인을 살펴보고자 한다.


일본인들은 목숨을 걸고 도장 찍으러 출근한다?


2020년 4월, 일본 정부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사람과 사람 간의 접촉을 70~80% 줄이는 것을 목표로 긴급사태를 선언했다. 이를 계기로 많은 일본의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도입하기 시작했으며, 도쿄상공리서치에 의하면 그 비율은 5월 초 기준 55.9%에 달했다. 17.6%에 불과했던 3월 초순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며, 긴급사태가 끝난 후에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재택근무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그러나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교통비를 정산하거나 결재 서류에 도장을 찍기 위해 사무실에 출근해야만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전자 문서, 전자결재 등으로 대표되는 ‘페이퍼리스(paperless)’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채 종이 서류와 도장에 의존하는 일본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산케이비즈는 이에 대해 ‘오로지 일본에서만 가능한 상관습이 재택근무 도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재택근무 중 일부 직원이 정상 출근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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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Huff Post Japan


실제로 닛케이BP종합연구소에서 2020년 4월에 일본 직장인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3명 중 1명이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이유로 ‘서류 및 전표를 취급하는 업무(날인, 결재, 발송, 수령 등)’를 꼽았다. 엔지니어링사의 인사 담당자 K 씨도 KOTRA 나고야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IT 엔지니어들은 비교적 빨리 원격근무로 전환이 되었지만 관리직은 워낙 서류를 다루는 일이 많아 불가능했다”라며 “긴급사태 내내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매일 사무실에 올 수밖에 없었다”라고 토로했다.


日 직장인의 82%는 도장이 비효율적이라 여겨


일본에서는 기업의 업무에서뿐만 아니라 관공서에서의 행정 처리, 은행 계좌 개설, 각종 계약 체결 등 일상생활에서도 도장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도장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만큼 도장을 다룰 때의 예절도 엄격하다. 예를 들어, 일부 보수적인 관공서, 금융업계 등에서는 상급자에게 보고하기 위한 서류에는 도장을 비스듬히 찍는 것이 ‘비즈니스 매너’이다. 상사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이다.


결재 서류에 비스듬히 찍혀 있는 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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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캬리코네뉴스


최근에는 일본 내에서도 이러한 문화를 비효율적이라고 여기는 추세가 확대되고 있다. 도장을 비스듬히 찍어야만 한다는 이야기가 현지 방송에서 소개되었을 때에도 많은 시청자들이 ‘이것은 매너가 아니라 없어져야 할 악습’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페이퍼로직'사가 2019년 11월에 실시한 앙케트 결과에 의하면, 도장 결재로 인해 업무에 지연이 생긴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82.0%에 달했다.


도장 결재 관련 설문조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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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Paperlogic


그러나 도장 문화를 일본이 지켜 나가야 할 전통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전일본인장업협회의 후쿠시마 케이이치 부회장은 ‘인장 제도는 일본의 상관습 전반에 뿌리내리고 있으며, 이를 변화시키는 것은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일본의 도장 시장은 2019년 3월 기준 1700억 엔 규모로 추산되는데, 디지털화에 따라 점차 축소되고는 있으나 여전히 일본 전국에 약 9000개사의 도장 관련 기업들(제조업, 도매업, 소매업, 가공업 등의 분야)이 건재하다.


2021년부터는 법인 설립할 때 도장이 필요 없다


2018년 6월, 일본 정부는 페이퍼리스화를 통해 국가 전반적으로 정보를 보호하고 효율성 향상을 꾀하기 위해서 ‘상업등기법’을 개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법인 설립 시의 인감 신고 의무를 폐지하고 전자 증명서로 대체하는 것으로서, 이를 통해 통상 3일 정도 걸리던 절차가 24시간 이내로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된 법안은 2021년 2월부터의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닛케이비즈니스는 이번 법 개정을 계기로 ‘탈(脫) 도장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일본에는 민법, 호적법, 어음법 등 본인 확인을 위하여 인감 날인을 의무화하는 법률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는데, 향후 이들이 상업등기법과 유사한 방식으로 차례차례 바뀌어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일본 총무성은 2022년부터 법인용 전자 인감이라고 할 수 있는 ‘e 씰’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제도를 운용할 예정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계약의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만 처리하는 ‘전자 계약’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계약서 원본에 날인한 후 우편으로 주고받는 등의 번거로움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참고로, 일본정보경제사회추진협회(JIPDEC)에 의하면 현재 전자 계약을 사용하고 있는 기업은 44%에 불과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에 대해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freee의 사사키 다이스케 대표이사는 ‘종이를 사용하지 않는 업무 방식을 확립하는 것만으로도 일본의 낮은 노동생산성을 개선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사사키 대표는 또한 ‘거의 모든 선진국이 페이퍼리스 환경을 정비하고 있는 가운데 (이대로 가다가는) 일본은 뒤처져버린다’라고 경고하며, ‘아날로그 방식으로 공유하던 데이터를 디지털화함으로써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현했다.


전자결재를 선도하는 일본 기업은?


일찍이 변화의 물결에 올라탄 일본 기업도 있다. 나고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샤치하타’사는 본래 도장을 제조 및 판매하는 기업이지만, 2017년부터는 ‘PC 결재 클라우드’라고 하는 전자 결재 서비스의 운영을 시작했다. 2020년 6월 말까지는 무료 이용 프로모션(평소의 이용요금은 월 100엔이며, 도장을 1개 추가할 때마다 100엔씩 추가)도 진행하고 있어서 재택근무에 관심이 많아진 현지 언론과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PC 결재 클라우드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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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샤치하타


이용 방법도 직관적이고 간단하다. 클라우드에 결재가 필요한 문서(EXCEL, WORD, PDF 등 모든 형식 가능)를 업로드한 뒤, 미리 등록해 둔 전자 도장을 ‘찍기만’ 하면 된다. 언제, 누가 날인했는지도 기록으로 남길 수 있으며, 거래처 등 다른 기업과도 문서를 무료로 공람할 수 있다. 현재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기업은 이미 17000개사에 이르며 등록되어 있는 전자 도장수는 45만 개.


PC 결재 클라우드의 이용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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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샤치하타


한편, ICT 대기업인 NEC는 화상 인식 기술을 활용하여 인영(도장이 찍힌 모습)이 아닌 인장(도장의 찍는 부분) 자체를 디지털화하는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현재 이 화상 인식 기술은 주로 얼굴 인식 등 생체 인식에 사용되고 있다. NEC의 전자 도장 서비스가 전격 출시될 경우 도장의 위조, 복제가 불가능해 보안이 더욱 강화되는 한편,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이해하기 쉽기 때문에 정보 격차를 해소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사점


2020년 4월, 인력 회사 TS 그룹은 화상회의 솔루션인 ZOOM을 이용하여 최초로 ‘온라인 입사식’을 개최했다. 전국에 배치된 203명의 신입사원이 참여할 예정이었던 오프라인 행사는 과감하게 취소했다. 고용계약서도 물론 디지털 방식으로 바꾸었다. 본래 인사 담당자는 고용계약서(TS 그룹의 경우 1명 당 10장)에 한 명 한 명 도장을 받는 업무 때문에 1년 중 입사식 전후의 시기가 가장 바쁘다. 하지만 올해는 모든 과정을 인터넷으로 진행하면서 작업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한편,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페이퍼리스(전자문서) 시장이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다. 2020년에는 3년 전인 2017년과 비교했을 때 16.2% 성장한 10조 9630억 원 규모에 도달할 전망이다. 한국이 일본 대비 페이퍼리스 분야에서는 한발 앞서고 있는 만큼*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이 기회에 일본 진출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단, 일본 기업들은 디지털화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로 보안을 꼽을 정도로 조심스럽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는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
주* 2018년 기준 한국의 전자 문서 도입 비율은 62.6%로, 가장 그 비율이 두드러지는 공공부문의 경우 무려 81.3%를 기록했다.




자료: Sankei Biz, 허핑턴포스트 재팬, 닛케이비즈니스, 닛케이BP종합연구소, NIKKEI STYLE, 일본정보경제사회추진협회, 한국인터넷진흥원 및 KOTRA 나고야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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