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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장갑의 신세계를 개척하는 기업의 스페이스 오딧세이
작성일 2018-10-29 작성자 고유미
국가 미국
기업명 형제인터내셔널


□ 장갑집 아이


“할매, 어데 가십니꺼?”
“오냐, 마실간다~ 장갑집 얼라는 어데 가노?”
“장갑집 얼라요? 지 이름은 해수임니더, 이해수~”
“머라카노? 장갑 맹그는 집 아들이면 장갑집 얼라지~”


어린 시절, 나는 ‘이해수’라는 이름보다 ‘장갑집 아이’로 불렸다.
장갑 짜는 반자동 기계가 일본에서 대구로 들어오던 시절, 아버지(이계로 회장)는 작은 아버지와 함께 1960년, 대구 동구 범어동에 ‘형제장갑’이라는 가내 수공업 공장을 만드셨다.
고래잡이 형제의 모험과 사랑을 그린 영화, ‘형제는 용감했다’처럼 장갑이라는 망망대해에 뛰어든 두 분은 국내 최초로 장갑 안에 털을 넣어 손을 따뜻하게 보호하는 ‘기모장갑(1965년)’, ‘운전기사 전용 표백 장갑(1972년)’ 등을 개발하며 장갑시장을 개척했다.
다른 사람들은 ‘장갑 하나 팔아서 얼마나 남는다고, 만날 장갑을 끼고 사나?’ 혀를 끌끌 찼지만, 내 눈에는 새로운 장갑을 만들기 위해서 집안의 벽이란 벽에는 모두 장갑을 걸어놓고 늦은 밤까지 고심하던 아버지가 슈퍼맨같았다. 

 

□ 첫 번째 진화 : 패션 장갑


아들은 아버지의 등을 보며 자란다고 했던가? 신제품 개발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아버지를 보고 자란 나에게 장갑은 싸구려 생필품이 아니다.
실험정신을 갖고 도전하는 존재로 1987년,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기 위해 회사에 입사한 나는 새로운 도전을 선언했다.


"사원 여러분,
내년에 88 서울올림픽을 치르면 우리나라도 선진국을 향해 도약할 것입니다.
선진국이 되면 뭐가 달라질까요?
소비자가 물건을 살 때 가격보다 멋진 제품, 보기 좋은 제품을 원한다는 겁니다.
이제는 장갑에도 패션이 필요합니다.”


시대의 물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앙고라 장갑, 아크릴 장갑, 울 장갑! 다양한 패션용 장갑을 개발하며 장갑의 새로운 시장을 연 나는 1999년, 회사명을 ‘형제인터내셔널’로 전환하고 또 한 번 변화한다.

 


□ 두 번째 진화 : 산업용 장갑


“대표님, 우리도 공장을 중국으로 옮겨야 하지 않을까요?
전에는 장갑하면 무조건 ‘made in Korea’였지만,
중국이 값싼 인건비로 밀고 들어오니까 세계 시장의 80%였던 한국 제품 점유율이 뚝뚝 떨어지고 있잖아요?”

“정 상무님,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저는 앞으로도 ‘형제인터내셔널’ 제품을 한국에서 만들 겁니다.
그 대신 주력 품목을 바꿀 겁니다.
가격면에서 중국 제품에 승산이 없는 ‘패션용 장갑’ 대신 기술로 승부하는 ‘산업용 장갑’을 만들 겁니다.”


패션 장갑 시장의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간 2000년대 초반, 나는 우리 회사의 기술을 믿고, ‘산업용 장갑’에 도전했다.
건설, 자동차, 반도체, 의료. 다양한 현장에서 쓰이는 ‘산업용 장갑’은 안전하면서도 각 현장에 맞는 특수한 기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유럽은 마모도와 절단 강도, 찢기는 강도, 구멍이 나는 정도 등을 엄격하게 테스트하는 ‘CE 인증’을 통과해야 ‘산업용 장갑’을 판매할 수 있을 정도로 시장 진입도 까다롭다.


어려운 도전이었지만, 기업의 운명을 바꾼다는 각오로 노력한 결과, 칼로 잘라도 잘 잘라지지 않는 ‘절단 보호용 장갑’! 정전기로부터 인체와 제품을 보호하는 ‘정전기 방지용 장갑’! 지문이 묻지 않고 먼지가 나지 않는 ‘클린 룸Clean Room 장갑’! 열과 추위에 강한 ‘내열·내한용 장갑’ 등 산업용 특수 장갑을 70여종 개발했다.


특히 ‘형제인터내셔널’은 ‘PU(폴리우레탄) 장갑’ 제조에 강점이 있다. 손에 딱 맞는 착용감을 갖고 있으면서도 절단강도가 높아서 손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PU 장갑’은 철강산업같은 거친 작업부터 정밀 조립장까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이 놀라운 장갑을 처음 만든 곳은 일본이다. 그런데 ‘PU 장갑의 대중화’는 ‘형제인터내셔널’이 이끌었다. 성능은 뛰어나나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기에는 너무 비싼 ‘PU 장갑’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 ‘형제인터내셔널’은 특수 원사를 자체적으로 가공하는 시설을 만들었다. 여기에 우리 회사의 자랑인 최첨단 코팅기술을 접목해서 품질은 일본 제품과 동일하되, 가격은 낮은 장갑을 개발했다.
이 같은 경쟁력으로 자신있게 해외로 나간 ‘형제인터내셔널’은 미국, 일본, 유럽, 중남미 등 전 세계 5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한 달간 공장에 머물며 제조 과정을 일일이 체크한 뒤 납품업체를 선정하는 ‘토요타Toyota’ 등 품질기준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선진국 업체들도 ‘형제인터내셔널’이 만든 산업용 장갑을 사용하고 있다.



□ 형제가 되다


‘형제인터내셔널’은 매출의 90%를 해외에서 올리는 수출기업이다.
그렇지만 나는 2013년 KOTRA 지사화사업을 신청했다.


“이해수 대표님,
‘형제인터내셔널’은 ‘1,000만불 수출의 탑’을 받은 기업인데
어떤 이유로 워싱턴 무역관에 지사화사업을 신청하셨습니까?”
“‘형제인터내셔널’의 전진 기지가 되어 주십시오.
지금이 우리 회사가 미국에 진출할 적기입니다.”


KOTRA 지사화사업을 신청하기 전에도 ‘형제인터내셔널’은 미국의 헬리콥터 제조업체 장갑 디스트리뷰터 등 대형 기업과 거래하며 미국시장에서 영역을 넓히고 있었다. 뛰어난 품질을 기반으로 2012년, ‘미국 정부 전자조달시장(GSA) 주계약자’ 자격도 취득했다. 미국 조달시장은 연간 1조 5000억 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시장으로 GSA 주계약자 자격을 갖고 있는 ‘형제인터내셔널’은 미국 조달정부의 현지 조달수요가 있으면 우선 구매 협상자가 된다. 성공적으로 안착한 미국 시장에서 ‘미국 정부 조달청의 주계약자’ 자격까지 취득했으니, 이 때야말로 우리 기업이 성장할 호기好機였다.


그런데 문제는 정보였다.
미국 조달 시장에서 활동하려면 미국 정부가 어떤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그 시장이 필요로 하는 제품은 무엇인지, 알아야 하는데 한국에 있는 기업이 미국 현지 기업처럼 발빠르게 정보를 취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시장 조사를 위해 직원을 파견하기에는 미국이 너무 넓고, 파악해야 할 정보도 많다.


좋은 방법을 찾던 중 동유럽 수출을 타진하던 1990년대 많은 도움을 받았던 폴란드 바르샤바 무역관을 떠올렸다. 자유화 선언으로 공산주의 체제에서 벗어난 폴란드는 새 시대를 맞아 혼란스러웠지만, 그 속에서도 바르샤바 무역관은 정확한 시장조사로 폴란드 진출 기업들에게 힘이 되었다.


이 때처럼 도움을 받고 싶었던 나는 KOTRA 워싱턴 무역관에 ‘형제인터내셔널’의 장점을 살려서 추가 거래선을 발굴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워싱턴 무역관은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미국 정부 조달 시장에 실적을 갖고 있는 기업들을 찾고, 그 회사를 대상으로 ‘형제인터내셔널’이 미국 조달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계약자임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특히 워싱턴 무역관은 국내에서 생산하는 ‘형제인터내셔널’의 제품이 미국에서 포장 단계만을 거치는 공정 과정을 도입하기에 적합하다는 점에 착안해 ‘버지니아 시각장애인 산업공단’에 우리 회사를 소개했다. 그리고 마침내 기다리던 전화가 걸려왔다.



“대표님, 워싱턴 무역관입니다.
워싱턴의 5월이 아름다운데, 워싱턴에 오시겠습니까?
드디어 ‘VIB(버지니어 시각장애인 산업공단,
Virginia Industries for the Blinds)’이 결심한 건가요?”


“난공불락이라고 여겼는데, VIB가 ‘형제인터내셔널’의 샘플을 보더니,
결국 성문을 여네요.
뛰어난 기술도 기술이지만, 산업용 장갑을 만드는 생산자의 건강까지 생각해서
친환경 용제까지 만드는 회사라면 시각장애인에게 도움이 되겠다며 당장 만나고 싶답니다.”


장애인 단체의 특성을 고려해 인체에 유해한 성분을 배제한 재료로 장갑을 만드는 ‘형제인터내셔널’의 노력을 알리는 등 전진기지 역할을 톡톡히 한 워싱턴 무역관의 도움으로 우리 회사는 현재, 미국 연방정부 납품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KOTRA 무역관과 통화할 때마다 늘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를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럴 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다.


“대표님, 우리가 남인가요? 우리는 형제입니다~”


□ 지구촌 모두가 형제가 되는 그 날까지 전진 또 전진


‘형제인터내셔널’은 해외에 4형제가 있다. 폴란드 바르샤바 무역관, 멕시코시티 무역관, 워싱턴 무역관, 베트남 호치민 무역관. 그런데 우리의 형제는 더 늘어날 것이다. 자동차 생산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브라질에도 형제를 만들고, 유전개발사업이 한창인 러시아와도 형제를 맺으며 수출 지역을 넓히면 ‘전 세계 작업자들의 손을 보호하는 회사’라는 ‘형제인터내셔널’의 꿈도 이루어질 것이다.
이 날을 위해 ‘형제인터내셔널’은 세 번째 진화를 준비하고 있다.


손에 최대한 밀착해서 어느 작업이든 편하게 하지만, 안전 기능은 확실한 장갑! ‘산업용 장갑은 두껍고 투박하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장갑! 산업 현장에서도 손을 보면서 멋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얇지만 강한 장갑을 개발하고 있다. 이제 세상에 신대륙은 없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면 그것이 곧 탐험이다. 이 시대의 탐험가가 되어 장갑의 신세계에 도전하는 ‘형제인터내셔널’


우리에게는 많은 형제가 있으니, 두려움없이 전진, 또 전진한다.




출처: 지사화 우수사례집: 2017 코트라 지사화사업을 통한 20개 기업의 수출 성공스토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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