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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왜 벨라루스 사람들은 벨라루스어를 사용하지 않을까?
  • 외부전문가 기고
  • 벨라루스
  • 민스크무역관 김동묘
  • 2020-05-25
  • 출처 : KOTRA

벨라루스국립공대 기업경영학과 오덕희 교수

 

벨라루스에 방문하는 분들에게서 자주 접하는 질문 중에 하나는 «왜 벨라루스 사람들은 모국어인 벨라루스어가 있는데 사용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이다. 언어는 의사소통의 수단일 뿐만 아니라 한 민족의 사상이나 감정을 포함하고 있고, 사회적인 관습체계를 형성하도록 한다. 같은 모국어를 사용한다는 것으로 말미암아 해외에서도 동질성과 정체성을 높여주고 모국에 대한 자긍심을 함양토록 한다. 그래서 모국어에 대한 애착은 인간 본성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벨라루스에서는 모국어인 벨라루스어에 대하여 좀 다른 현상을 목격할 수가 있다. 사실 대부분의 벨라루스 사람들은 일상용어뿐만 아니라 공식어로서도 모국어인 벨라루스어보다 러시아어를 더 자주 사용한다. 2008년 조사 자료에 따르면 벨라루스 국민중 51%가 벨라루스어를 모국어로 인정하였지만 2017년에는 48%로 감소하였다. 같은 기간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인정하는 비율은 35%에서 43%로 증가현상을 보였다. 특히 2016년 조사에 따르면 45% 벨라루스 국민이 벨라루스어와 러시아어를 동시에 모국어로 인정하는 현상을 보였다. 농촌으로 갈수록 벨라루스어를 모국어로 인정하며 사용하는 비율이 66%에 이르는 반면 도시중심으로는 50% 미만을 나타내고 있다.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48%정도가 벨라루스어를 모국어로 응답한 반면에 러시아어가 모국어로 답한 비율도41.5% 차지하고 있고 벨라루스어와 러시아어를 모두 모국어로 응답한 비율은 8%로 나타났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흥미로운 현상으로 벨라루스어와 러시아어의 합성어가 일상생활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벨라루스어와 러시아어를 혼용해서 사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신조어의 출현 현상으로 문법적으로나 발음상으로 올바르지 않지만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반감없이 사용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자면 한국에서 «귀찮다»와 사상을 지칭하는 접미사인 «~nism»이 합쳐진 합성어인 «귀차니즘» 이란 신조어 출현과 같은 현상이다. 처음에는 농촌과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사람들 중심으로 상기와 같은 현상이 발생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제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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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2017 벨라루스 사회학회 조사 자료 인용하여 저자 작성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11세기말에 동슬라브어가 형성되었고 13세기경부터 민족의 정체성 형성과 함께 점차적으로 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어, 그리고 벨라루스어로 분리되어 발전하기 시작했다고 본다. 이를 근거로 한다면 벨라루스어는 1000년의 유구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주위의 강대국들의 억압으로 말미암아 독립국가를 형성하며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는 못했다. 그러나 민족의 정체성과 언어는 유지 발전한 민족이다. 벨라루스어가 국가 공식어로 채택된 시기는1990년 1월26일이다. 구소련 붕괴 이후 소비에트 연방을 구성했던 15개 공화국들은 러시아어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자국어 중심으로 급속하게 사회가 변모하였다. 이때 벨라루스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UN에 정식 가입했고 신생 독립 국가로서 국기를 비롯하여 문양, 그리고 공식어로 벨라루스어가 채택되었다. 그러나 1994년 현 대통령의 집권 이후 구소련 시절에 사용되었던 벨라루스 공화국의 국기와 문양으로 회귀를 했을 뿐만 아니라 공식어로 벨라루스어와 함께 러시아어가 채택되었다.


벨라루스 국기의 변화 양상                                                   벨라루스 국가 문양의 변화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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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1994)              ( 1994 이후 )                              (1991-1994)                ( 1994 이후 )               

자료위키피디아, Yandex


물론 벨라루스 정부는 공식어로 벨라루스어와 러시아어를 함께 채택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러시아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일례로 대학을 포함한 교육기관에서도 수업이 러시아어로 진행되고 있고 공문서도 러시아어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정표와 도로표지판은 벨라루스어로 표기되어 있지만 광고와 거리의 상호명 표기는 러시아어가 대부분이다. 사람들의 일상 대화에서도 벨라루스어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 2015 스베틀라나 알렉세이비치 작가는 《체르노빌의 목소리» 벨라루스 국적자로서는 최초로 명예로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지만 그녀의 문학 작품은 벨라루스어가 아닌 러시아어로 출간되었다.


사실 현재 벨라루스에서 러시아어의 영향력이 크다고 할지라도 벨라루스어가 사장된 언어도 문서화된 언어도 아니다. 수도인 민스크를 벗어나서 시골로 가면 노년층 중심으로 벨라루스어가 일상적인 생활어로 사용되는 것을 자주 접할 수 있다. 또한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단체들은 지속적으로 옛 벨라루스 국기와 일상생활에서도 벨라루스어 사용만을 고집하고 있다. 얼마전 주 벨라루스 대한민국대사관에서는 양국 대표 시인의 번역 시집을 출간하였다. «그래도 봄은 온다» 라는 제목으로 김소월, 윤동주, 정지용 등 한국의 대표 시인들의 작품 55수가 벨라루스어로 번역되어 출판되었다. 이때 벨라루스 언론에서는 양국의 문학작품 번역 사업으로 말미암아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 기회를 마련했다고 평가를 했는데 이를 통해 볼 때도 벨라루스어가 벨라루스인들의 정서에 아주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에서 벨라루스 사람들 정서와 일상생활에서 러시아어의 영향력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는지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좀 더 실질적으로 벨라루스와 러시아와의 관계성 이해에도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첫째로 생활의 편리성과 역사적인 밀접성에서 찾을 수가 있을 것이다.  벨라루스가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유만으로 러시아어의 영향력이 크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언어의 영향력은 일상생활에서 어떤 언어를 더 많이 사용하고 쉽게 접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일상적인 영향력에는 TV와 라디오를 포함한 방송매체의 영향력이 크다고 본다. 특히 벨라루스에서 방송되고 있는 TV프로그램은 러시아어가 주를 이루고 있다. 국영 방송사 중심으로 뉴스 프로그램을 벨라루스어로 방송을 하지만 대부분의 방송사들은 러시아 프로그램에 자국 광고부분만 첨가하여 재송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아침에 기상해서 저녁에 잠들기까지 러시아어 영향권 하에 놓이게 된다. 또한 국경을 접하고 있지만 벨라루스 수도인 민스크와 모스크바는 하나의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다. 즉 저녁에 기차를 타면 다음날 아침에 모스크바에 도착하여 업무를 보고 저녁 기차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교통 환경이다. 이런 이유로 벨라루스 사람들의 삶 속에 러시아어가 일생 생활언어로 자연스럽게 정착하게 되었다. 벨라루스는 동슬라브 민족에 속한다. 동슬라브 민족의 근원은 현재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예프 중심으로 형성된 «루스»족에 기원을 두고 있다. «루스»족에서 갈라져서 북동쪽으로 진출한 분파가 현재 러시아 민족을 형성했고, 북서쪽으로 이동한 분파가 벨라루스 민족을 형성했다고 본다. 고구려, 백제, 신라가 한민족이라는 하나의 뿌리를 소유하고 있는 것과 같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도 «루스»민족이라는 하나의 뿌리를 형성하고 있다. 이로 인하여 언어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벨라루스어와 러시아어의 유사성은 86% 달한다고 한다. 양국 간의 민족적인 유사성도 언어상의 유사성과 같다고 본다. 이와 같은 이유로 42일을 벨라루스와 러시아 민족통합의 날로 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둘째로 교육제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벨라루스의 교육제도는 초등학교 4년과 중고등 과정으로 7년, 총11학년제를 취하고 있고 대학은 인문계중심으로 4년제와 이공계는 5년제를 채택하고 있다. 중고등과정 중심으로 교육부가 지정하고 인가한 벨라루스어를 사용하는 전문학교가 있다. 이런 전문학교에서는 모든 교육 프로그램이 벨라루스어로 진행된다. 이런 전문학교를 제외한 일반 학교에서는 벨라루스어가 과목으로 채택되어 교육되고 있다. 즉 모국어인 벨라루스어가 외국어처럼 교육되는 현상이다. 그리고 대학입시에서 수험생들은 벨라루스어와 러시아어를 선택해서 시험을 치를 수 있다. 그러나 매년 벨라루스어를 선택하는 수험생들이 감소하고 있고 2019년에는 러시아어를 선택한 수험생들이 벨라루스어를 선택한 수험생들보다 3배가 많았다는 교육부 발표가 있었다.


셋째로 러시아와의 경제적인 밀접성에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경제발전 측면에서 보면 벨라루스는 한국과 유사한 측면이 많다. 에너지 자원의 부재와 인적자원을 중심으로 한 경제 발전, 그리고 중화학 공업 중심의 수출주도 경제성장 정책 등이다. 물론 벨라루스는 낙농업도 경제 발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벨라루스는 석유화학산업이 전체 공업분야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자원의 부재로 말미암아 러시아에서 원유와 가스를 전량 수입 후 각종 석유제품을 생산하여 동유럽과 구소련 지역에 수출하는 구조이다. 이런 이유로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의 수입가격이 벨라루스 한해 정부 예산 책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매년 양국 대통령이 원유와 가스의 수입가격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와 신경전을 불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벨라루스의 대외 교역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육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벨라루스는 러시아 없이 생활하기 힘든 구조이다. 현재 벨라루스 정부는 에너지 자원에 대한 수입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운송과 가격 경쟁력 측면을 고려해 볼 때 쉽지않은 상태에 놓여 있다. 즉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넷째로 벨라루스의 지정학적 위치와 정치적인 연관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지도상에서 러시아 우랄산맥을 중심으로 유럽과 동양을 나눌 때 벨라루스는 지정학적으로 유럽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에서 서유럽으로 통하는 최적의 지름길에 위치하고 있다. 즉 수도인 민스크는 모스크바, 바르샤바, 베를린, 파리를 잇는 교통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프랑스 나폴레옹 황제가 모스크바를 침공했을 때, 그리고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 나치 세력이 러시아를 침공했을 때 민스크가 큰 피해를 입었다. 이러한 지정학적 이점은 러시아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로 작용하고 있다. 제정 러시아가 나폴레옹 군대에 반격을 가하며 파리를 점령했을 때도, 또한 소련의 붉은 군대가 퇴각하는 나치 군대를 따라 베를린에 입성했을 때도 민스크를 발판삼아 이룬 승리였다. 이런 이유로 현재 러시아는 벨라루스 동쪽을 제외한 모든 국경선을 공동으로 경비하고 있다. 즉 벨라루스는 러시아에게 있어 서유럽으로 통하는 관문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두개의 독립 국가를 표방하지만 국경선만을 고려해 보면 한나라와 같은 법적 효력을 표방하고 있다. 현재 벨라루스는 러시아에서 입국하는 러시아 국민들에 대하여 출입국 신고 절차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외국인이 벨라루스 입국시 30일 무비자 혜택을 받으려면 러시아를 제외한 제3국 공항을 이용해야 출입국 신고가 가능하다. 벨라루스가 점하고 있는 이러한 지정학적 위치와 이점으로 인하여 러시아와의 정치적인 역학 관계와 밀접성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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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http://www.johomaps.com/eu/europe_ko.html

 

모국어는 단순히 의사소통의 편리함뿐만 아니라 민족성과 정체성, 그리고 가치관과 사회 관습 형성에 매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벨라루스를 정치적인 이유와 지정학적 위치, 그리고 사회 제도와 일상의 편리성 때문에 모국어인 벨라루스어 보다 외국어인 러시아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을 있다. 물론 이로 인하여 벨라루스 국민들이 민족의 정체성과 자부심마저 버리고 러시아화 되는 것은 아니다. 비록 러시아어 사용이 일상화 되었지만 벨라루스 민족으로서의 정체성과 자부심은 잃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모국어인 벨라루스어도 벨라루스 국민들과 함께할 것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벨라루스 국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모국어인 벨라루스어를 자주 사용하는 것을 기대해 본다왜냐하면 모국어는 모국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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