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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동차 엔진 안에 물을 뿌린다고?
2020-01-21 임대성 독일 프랑크푸르트무역관

박준혁 독일 베를린 ILS 연구소 연구원  




물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질 중 열용량이 큰 편에 속한다. 열용량은 어떤 물질의 온도를 1℃ 높이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일반적인 철에 비해 같은 질량의 물의 온도 1℃를 높이는데 약 10배의 에너지가 더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물은 어느 물질보다도 쉽게 온도가 변하지 않는 편이며, 반대로 온도가 높은 다른 물질을 냉각하기에 가장 용이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화재에 물을 사용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물질의 연소에 필요한 것은 연료와 산소 그리고 적절한 온도인데 비교적 열용량이 큰 물이 연소점 이하로 온도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엔진의 연소과정 중 물을 주입하는 기술(Water Injection System)


자동차의 엔진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다양한 새로운 기술들을 연구하고 있다. 엔진 다운사이징뿐만 아니라 개선된 재질을 적용해 엔진 부품의 마찰을 줄이는 연구, 엔진 주변장치의 전동화, 새로운 연소 기술의 적용 등 여전히 더 좋은 엔진을 만들기 위한 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연구의 결과 중 하나로 엔진에 물을 주입하는 시스템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엔진의 연소과정 중에 물을 주입하는 기술은 전혀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항공산업 분야에서 제트 엔진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물을 주입하는 기술(anti-detonate injection)은 오래전부터 사용돼 왔으며, 이 같은 항공기 엔진과 같은 압축기 형태의 기계장치에 한해서는 계속해서 연구되어 온 기술이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이륙 중 항공기 엔진에 물을 분사함으로써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질소산화물의 배출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물 분사(water injection) 기술을 내연기관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물론 내연기관분야에서도 물 분사의 개념은 전혀 새로운 개념은 아니며, 일부 고성능 차량에서 엔진이 높은 출력을 내는 동안 엔진의 효율을 높이고 각종 부품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이미 사용되는 기술이다. 하지만 날마다 엄격해지는 배기가스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일반 차량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좀 더 다양한 방식의 시스템이 논의되고 있다. 이를 위해 독일 내에서는 폴크스바겐, BMW, 다임러와 함께 최대 자동차 부품 제조사인 보쉬(Bosch)가 물 분사와 관련된 엔진 부품들을 개발하고 있다.

 

자료: Bosch

 

내연기관에서 물 분사 시스템의 효과


현대의 가솔린 엔진은 사용되는 연료의 약 80%만이 엔진의 출력을 내는 데 사용된다. 특히 엔진 회전수가 높은 영역에서는 연료의 일부가 출력이 아닌 엔진의 냉각에 사용된다. 이 영역에서는 충분한 출력을 얻기 위해 필요한 연료량보다도 더 많은 양의 연료를 분사하며, 분사된 연료가 기화하면서 주변의 열을 흡수해 엔진 부품들의 냉각을 돕는다. 이 냉각 과정을 위한 연료가 낭비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부품의 냉각을 위해 사용되는 연료의 낭비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시스템이 바로 엔진에 물을 분사하는 시스템이다. 기존에 연료가 하던 역할을 물이 대신할 수 있도록 대체함으로써 불필요한 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엔진의 연비를 향상시킬 수 있다. 물 분사 시스템의 도입으로 터보차져가 장착된 가솔린 엔진에서 시내 주행 시에는 4% 정도의 연료절감, 그리고 급가속 시나 고속 주행 시에는 최대 13%의 연료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분사된 물이 엔진에 유입되는 공기의 온도를 낮춤으로써 엔진의 성능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가솔린 엔진에도 직접분사 시스템과 함께 터보차져가 도입되면서 더 높은 출력을 얻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터보차져로부터 생성되는 높은 온도의 공기는 다시 냉각시켜야만 엔진이 무리 없이 작동할 수 있기 때문에 냉각을 위한 손실이 발생하게 되며 이 또한 엔진의 연비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 부분에서도 물의 냉각효과를 추가함으로써 좀 더 유연하게 터보차져를 운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그에 따라 최대 5%의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고 가솔린 엔진의 고출력 영역에서 자주 발생하는 노킹 현상 또한 방지할 수 있다.

 

자료: Bosch

 

물 분사 시스템의 효과는 배기가스 측면에서도 나타난다. 사용되는 연료량에 비례해 증가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연료소비가 감소할수록 배출량 또한 감소하게 된다. 또한 연소온도가 높을수록 발생량이 증가하는 질소산화물의 경우에도 물의 냉각효과로 인해 연소 온도가 낮아지며, 그에 따라 질소산화물의 발생량을 줄일 수 있다.


엔진에서 물을 분사하는 위치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물 분사 시스템이 존재하지만 기본적으로 물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특성을 이용하는 기술로 기본 원리는 비슷하다. 크게 현대식 가솔린 엔진과 같이 실린더에 직접 분사하는 직접 분사식과 흡기 다기관에 분사해 흡기관을 통해 실린더로 유입되게 하는 간접 분사 방식이 있다. 직접 분사식의 경우 실린더 안으로 직접 분사함으로써 흡기 다기관이나 흡기밸브 등의 다른 부품에 수분이 점착돼 발생할 수 있는 부식 등의 문제가 없으나 엔진 블럭을 새롭게 디자인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물론 새롭게 개발되는 엔진에 물 분사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는 문제가 없으나 기존의 엔진에 새롭게 장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에 반해 흡기다기관에 물을 분사하는 간접 분사식의 경우 기존 엔진에도 추가로 장착 할 수 있을 만큼 그 구조가 단순하고 개발 비용도 저렴하다. 그러나 분사된 물이 지나가는 통로가 길어질 수록 그 구간에 장착된 다른 부품들이 수분에 의해 부식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 다임러(Daimler)에서는 직접 분사식 기술을 주로 연구하고 있으며, BMW와 보쉬(Bosch)에서는 간접 분사식에 초점을 두고 있다. 분사된 물이 배기가스로 배출되면서 배기에 관련된 부품들을 부식시킬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고온의 배출가스에 수증기 형태로 배출 되기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제조사에서는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상용화돼 수년간 주행한 결과를 확인하지 않는 한 확신할 수는 없다.


물 분사 시스템이 장착된 엔진에서 사용되는 물의 양은 주행거리 100km당 수백㎜ 정도로 적기 때문에 큰 물탱크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증류수의 보충 또한 수천㎞에 한 번씩 충전이 가능하다. 에어컨이나 다른 장치에 응축되는 물을 물 분사 시스템에 적용하는 방법들 또한 연구 중에 있다.

 

앞으로의 기술 전망과 해결해야 할 과제


물 분사 시스템의 도입은 자동차의 연비와 성능을 향상시키고 동시에 배기가스도 저감할 수 있는 기술이다. 자동차 엔진의 성능 향상 및 배기가스 저감을 위한 다른 기술 개발이다. 예를 들면, 전기모터로 작동하는 터보차져의 채용이나 엔진의 부하에 따른 가변 압축비 엔진 등의 기술에 비해 물 분사 장치는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다른 기술들과 접목해 물 분사 시스템까지 적용된 엔진이 상용화되면 침체기인 자동차 시장이 또 다른 전기를 맞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가솔린 엔진뿐만 아니라 디젤 엔진에도 적용 가능한 물 분사 시스템에 관한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그 효과는 자동차 업계에 전반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또한 간접 분사식의 경우, 엔진 블럭의 개조 없이 흡기다기관 교체와 물 분사 시스템의 추가만으로 엔진에 장착할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다른 기술들에 비해 더 폭넓은 적용이 가능하다. 물 분사 시스템이 없는 기존의 차량에도 추가 장착을 통해 배기가스를 저감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BMW에서는 물 분사 시스템을 적용한 고성능 모델들을 이미 생산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중소형 엔진에 대응하는 물 분사 시스템의 상용화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앞서 거론된 기업들 외에 콘티넨탈(Continental), 델피(Delphi) 등 다른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에서도 물 분사 시스템의 개발 및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아직 시장의 규모가 큰 편은 아니지만 상용화와 보급을 통해 수요가 늘어나면 물 분사 시스템의 효과는 더 입증될 것이다.


그러나 엔진의 내구성을 위해 충분한 기술 개발과 최적화가 여전히 필요하다. 클린 디젤을 슬로건으로 한 때 각광 받던 디젤 엔진의 민 낯이 십 수년이 지나서야 문제점이 드러나고 이슈가 됐다. 최근에는 이제 막 보급되기 시작한 전기차의 사고 시 배터리 화재 문제 및 폐차 시 배터리 폐기에 관한 환경문제들이 이슈화 되고 있다. 이처럼 획기적이라고 보이는 기술들도 혹은 개발 당시의 내구성 테스트 통과했을지라도 상용화되고 십 수년이 지나서야 그 문제점들이 발견되기도 한다. 사람과 환경 모두를 위해서 환경을 지키기 위한 기술들은 계속 개발이 돼야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기술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기본적인 목표가 돼야 하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옳은 정보를 잘 분별하는 안목과 인내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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