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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 기업의 스페인 사업장 현지화를 통한 성공 전략
  • 외부전문가 기고
  • 스페인
  • 마드리드무역관 홍영선
  • 2019-11-20
  • 출처 : KOTRA

곽영윤 KDK Automotive Spain 상무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발달하면서 현대·기아자동차의 해외 공장 건설에 따른 세계 각국 동반 진출 협력사는 많지만 자동차 본고장 유럽에서 유러피언 자동차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1차 협력사는 매우 드물 것 입니다. 저희가 바로 그 소수의 회사이고 한국 KBI 그룹의 일원입니다. KBI 그룹은 64년 역사를 가지고 있고 2013년 유럽의 자동차 1차 협력사를 인수해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저희 KDK 오토모티브는 독일에 2곳, 체코 및 스페인에 각각 1개의 공장이 있습니다.

 

인수 후 6년이 지난 지금 되돌아보면 좋은 일도 있었지만 큰 시련도 있었고 시련을 겪으며, 한때 사업을 포기할 생각으로 원매자와 진지한 협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한 번 시작한 사업 반드시 성공으로 이끌어보자는 최고경영층의 결심으로 2017년 큰 위기 후 2018년 각오를 다시 다지며 새 출발을 해 지금은 턴어라운드를 이뤄냈습니다. 2017년 위기란 이 곳 스페인 공장에서 고객들께 적기에 제품을 공급하지 못해 완성차 메이커로 하여금 후장착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일로 당시 자사 생산용 제품을 확보하고자 고객이 상당 기간 해당 공장에 상주했던 사건입니다. 2만 개의 부품이 조립돼 자동차가 완성되는 속성을 고려할 때 완성차 사 생산에 지장을 주는 것은 그야말로 신뢰를 잃는 지름길이기도 합니다.

 

오늘 말씀 드리고자 하는 내용은 [현지화]에 대한 부분입니다. 저는 KDK 오토모티브에 합류한지 1년 3개월이 됐습니다만 그 사이 좋고 많은 긍정적인 변화가 있어 그 내용을 정리해 공유하고자 합니다.

 

전화위복


부임하자마자 공장장, 매니저들이 회사를 떠났고 저는 법인장으로서 공장장, 생산 매니저, 품질 매니저, 구매 매니저 역할을 했습니다. 빈 포지션을 채우기까지 어려운 기간이었으나 정말 매우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법인장이 아닌 공장장, 생산·품질·구매 매니저로서 회의 및 업무를 하게 돼 업무 파악이 빨리 됐고 생산 오퍼레이터부터 중간 관리자들까지 각 계층과 자주 접하게 되며, 친밀해질 수 있었습니다.

 

신뢰 형성


한국인 직원들이 있어 회의 시 통역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제 경우는 통역 없이 스페인어 회의를 줄곧 듣다가 중요한 부분에서는 영어 가능한 참석자에게 물어 내용 파악을 했습니다. [듣는 사람]의 이미지가 형성이 된 것인데 이 부분이 지금까지의 팀워크를 이루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직원들의 실수, 잘못의 경우도 있지만 나무라기보다는 설명해주고 성과가 있으며 노력한 결과가 있으면 사소한 일이라도 공개적으로 칭찬을 했습니다. 칭찬의 힘은 정말 매우 컸습니다.

 

구조조정


어려운 상황, 어려운 회사일수록 법인장 입장에서는 인력 감축이 가장 첫 번째 할 일이라 생각할 것이나 경험상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 그동안 몇 년간 힘든 시기를 지나며, 직원들 사기가 떨어지고 직원들 옥석이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 있음을 파악했습니다. 잘 하는 사람,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한 직원들에게는 급여를 높여 줬고 오랫동안 신입 직급에 있던 생산직 사원들을 실 업무 직급에 맞게 조정해줬습니다.

 

어느 조직이나 저성과자, 불평 불만자, 팀워크 저해자 등이 있고 당연히 저희 조직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지금까지 인위적으로 정리를 한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일단 팀워크가 다져지고 전체가 일하는 분위기가 형성이 되니 불평이 정말 많이 줄었고 그러한 변화에 적응이 어려운 사람은 스스로 떠나게 되며, 자연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지게 됐습니다.

 

고객 오디트(공정감사)


한 해 전의 사고로 말미암아 고객의 오디트 결과가 A, B, C C 상태에서 오디트를 받게 됐습니다. 매니저들도 없고 리소스가 턱없이 부족했지만 오디트의 중요성을 전 직원에게 설명한 결과 100여 개 이상의 대책이 오디트 전날까지 100% 완료됐습니다. 오디트 사흘간 현장직, 관리직 모두 매우 잘 정돈된 현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이고 오디터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자 남성 직원은 이발을, 현장 여성 직원은 메이크업도 하고 오는 등 전원 참여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최선을 다한 과정이었기 때문에 어떠한 결과에도 크게 섭섭하지 않았을 상황이었는데 상당히 큰 점수의 향상이 있어 B 등급을 받게 됐습니다. 점수가 발표되는 순간 모두가 환호하고 직원들이 각자의 가족에게 We made it!을 전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 팀워크를 이뤄낸 결과인 동시에 신규 수주 불가 상태를 탈피해 수주 가능 협력사가 되는 중요한 결과이기도 했습니다.

 

근본, 기본 충실


각 고객들에게 출하된 제품이 불량으로 판명돼 3자검사가 실시되고 사내 불량도 정말 어디서 먼저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막막한 상태였으나 정직한 리포팅 및 고객에게도 투명하게 있는 그대로 대응하라는 원칙을 강조해 사내 데이터를 신뢰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었습니다또 환경, 안전, 위생 등 현장 작업 중 처할 수 있는 위험요소들을 우선 개선했습니다일단 불량 등 문제가 발생되면 누구나 그러하듯이 임시대책, 근본대책을 세우는데 본 대책이 프로세스화되고 표준화가 될 수 있도록 [액션 플랜]을 작성하기 시작했고 하나 둘 스스로 작성한 액션이 모여서 열이 되고 백이 되더니 지금은 거의 오백 개가 됐습니다. 문제 원인 파악 및 대책 수립을 하고 종결될 때까지 액션을 하는건데 모두 스스로 하게 돼 있어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Involvement, 참여 또는 주인의식]이 생기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하나 하나의 개선이 모여 표준화가 되고 이것들이 쌓여 노하우가 되며 나아가 경쟁사 대비 우위를 점하는 요소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사기진작


14개월 전 대비 관리직은 약 15% 줄었는데 앞서 설명 드린 것처럼 인위적인 구조 조정은 없었습니다한편 그 때까지의 인력 확보 방법은 헤드헌터를 통한 채용이 주였는데 사실 본 서비스에 지불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 것은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자연 감소 인원 발생 시 원칙을 세웠습니다첫 번째는 반드시 후임이 필요한지, 두 번째는 내부 충원이 가능한지였습니다. 공장장 및 주요 부서의 매니저들은 외부 영입이 필요하였으나 나머지 대부분은 사내 공모를 통해 후임을 정했습니다. 사실 이 제도가 사기 진작에 효과가 크다고 생각하는데 한 포지션의 결원 시 내부 충원을 하게 되면 연쇄반응이 일어나 두 자리 정도의 승진이 이뤄지게 됩니다일하면서 동료가 승진하는 모습이 큰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고 직장생활의 소망이 되기도 하리라 믿습니다.  당연히 리크루팅비를 절감할 수 있고요.

 

또 그동안 소홀했던 크리스마스 만찬, 크리스마스 선물 등으로 달라져 가는 모습에 대한 보답을 했고 최근에는 회사 창립 28년 이래 처음으로 가족 초청 오픈 하우스를 실시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습니다스스로 현장 청소, 정리정돈을 하고 현장 안내 등 자원봉사에 의한 행사였는데 병원에 근무하는 한 게스트는 본인이 근무하는 병원보다 이곳 사출, 도장 공장 현장이 더 깨끗하다고 평을 했고 다양한 프로세스를 접하게 된 직원들의 자녀들은 동기부여 및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가 생겨 교육에 좋았다는 직원들의 평가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회사에 가족이 혹은 자신이 다니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해 준 계기가 됐다고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수주


고객들께 큰 어려움을 끼쳐드렸거나 이러한 경험을 겪었던 분들은 아마 수주 라는 단어가 악몽으로 기억될 수 있는 정말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회사 이름조차 꺼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주는 언감생심이었습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직접 체험] 해 변화된 모습을 보여 드리는게 가장 빠른 방법으로 생각했습니다. 비중있는 고객사 분들께 당사 방문을 청하고 다행히 응해 주시면 현장에서 개선 내용을 브리핑하고 일치되고 생동감 있게 일하는 모습을 보여 드렸습니다. 이를 통한 입소문으로 저희 회사는 다시 비즈니스 후보로 검토되기 시작됐고 조그마한 일이라도 주어지면 아무런 이슈없이 제품은 납품을 함으로써 실력으로 보여줄 수 있게 되니 비록 크지는 않은 물량이나 올해 3번째 수주를 얼마 전에 하게 됐으며 4번째 및 5번째 수주가 임박한 상황에 있습니다.

 

한국인 채용


저를 제외하고 3명의 한국인이 같이 일하고 있는데 모두 직무 역량, 스페인어 및 영어 구사능력이 탁월합니다. 다만 다른 한국인 회사와 다른 점은 한국 직원들이 모두 현지 조직에 포함돼 일 한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이 말하기는 쉬워도 실제 적용하기 어려운데 로컬 부서장, 로컬 공장장 [밑에서] 일한다는 인식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한국인들이 역량이 뛰어난데다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기 때문에 로컬 직원들 사이에서 당연히 두각이 드러납니다. 로컬 공장장이 그 뛰어남을 인정해 승진을 제게 건의하면 타당할 경우 승인하게 된 케이스도 있었습니다.

 

한국식 경영방식


우리가 익숙한 한국식 경영방식 (실체는 사실 없으나 어쨌든 각 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업문화, 일하는 분위기) 을 해외 현지 지사에 그대로 접목하는 것도 좋고 이미 전통으로 자리 잡은 기존 방식에 맞춰 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만 어느 쪽이든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당 공장의 경우 본사와 주간, 월간 회의를 통하여 보고, 공유, 업무 방향 설정 등이 이루어 지는데 실제 실행이 중요하므로 좋은 것을 부문별로 채택하여 당사 고유의 문화가 형성이 되고 있습니다본사 방식이 해외 진출 시 반드시 고집을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해외 공장의 성공 키워드는 한마디로 [현지화] 입니다. 한국식으로 한국인에 의한 경영을 하고자 한다면 주재원이 정말 한없이 많이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또 매일 고객과의 소통, 부서들 간의 소통, 개인들 간의 소통이 한국인에 의한, 한국인들끼리만의 경영이라면 사소하지만 중요한 일들을 놓칠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해외 진출 기업 내 흔히 듣는 푸념이 있습니다.

‘얘들은 5시 땡 하면 퇴근해’, ‘게을러’, ‘책임감이 없어’, ‘절대로 먼저 보고 하는 일이 없어', '물어 보지 않으면 절대 이야기 안해’ 등 부정적인 평가들인데 정말 일을 많이 하는 한국인들이 보기에는 일을 너무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죠.

그러나 이들이 일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면에는 우리가 일을 주지 않았다고 보면 맞을 것입니다.  왜일까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조직이 만나게 되면 서로를 확인하고 자리매김하는데 꼭 필요한 시간들이 있습니다. 새로운 보스가 부임하고 조직의 장이 새로 왔다고 하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이 사람이 내게 뭔가 도움이 되는 또는 플러스를 가져다 주는 사람일지 내게 불이익을 주고 심지어 지금 가지고 있는 것도 빼앗아 갈 사람인지 본능적으로 저울질을 하게 됩니다. 이 기간 동안 상대방이 내게 해가 될 것이라 경계심을 더 이상 가지지 않도록 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뢰를 가지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내게 익숙한 내 스피드’의 잣대에 맞춰 다른 구성원들을 평가하고 다그치면 안 되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스피드를 꾸준히 측정하고 거기에 맞춘 기대와 업무 배분을 하되 피드백을 잘 해준다면 그리 오래 되지 않아 성과가 급격히 상승함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성과 향상 직원이 조직 내 두~세 사람만 있으면 전체 조직에 다이내믹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그들이 일의 오너가 되는 것이지요. 

한국 회사에서는 뭔가 일이 주어지면 결과가 매우 빠르게 나옵니다. 이걸 당연히 생각하고 로컬직원들에게 동일한 기대감을 가진다면 큰 실망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을 참고 인내하고 기다려 준다면 그리고 거기에 팀워크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면 잠재력이 폭발적으로 발휘되게 됩니다.

 

역사를 통해 우리가 알게 된 것은 좋은 기후의 나라들이 흥하고 자원이 없고 지나치게 메마르거나 춥거나 한 나라들이 흥하지 못한 게 아니라 오히려 조건이 좋지 않을수록 근면과 끊임없는 도전을 한 나라들이 부흥하고 강국이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스페인은 기후, 자원 등이 열악한 나라가 아니고 좋은 환경, 기후, 자원을 가진 나라입니다.  즉 얼마든지 ‘게으르고, 책임감 없는’ 나라가 될 수도 있는 것이지요. 게다가 연간 1760시간 즉, 연 220일 일을 해 다른 유럽 국가들 대비 20일 근로일수가 적습니다. 시간이 적은 만큼 더 강도있게 일을 해야 하겠고 우리가 로컬 직원들에게 늘 바라는 [주인 정신]을 내기 위해서는 로컬 직원들이 주축이 된, 그리고 전체가 팀으로 일을 하는 분위기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아시다시피 세계 각국에 현지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주재원(본사 파견자)은 아예 없든지 있어도 1~2명 정도입니다. 반면 우리나라 해외 사업장은 보통 10여명 이상 한국인이 일을 하죠. 주재원 외 현채(현지채용)이라는 별도의 신분도 보편화돼 있습니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바로 [현지화]의 차이입니다. 대부분 글로벌 기업들은 초기 셋업 때는 부문별 본사 담당자가 현지 사업장에서 교육, 프로세스 정립 등 6개월 정도 업무하고 난 후 복귀해 리모트로 보고 받고 지침 내리고 평가하고는 시스템을 운영합니다. 아시다시피 주재원 수는 원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현지화를 성공적으로 하느냐가 수익성에 직결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해외 사업장을 도모하시는 분들, 이미 사업을 영위하시는 관련 분들께 위에서 말씀 드린 내용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 본 글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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