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춘 Ernest & Young

 

 

필자가 처음 쿠웨이트로 부임해 세무 업무를 수행하게 됐을 때, 한국 기업뿐 아니라 쿠웨이트에서 사업을 수행하는 모든 외국 기업들의 최대 고민은 55%에 달하는 법인세를 어떻게 절감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 당시 쿠웨이트 과세관청(KTA, Kuwait Tax Authority)에서는 55%에 달하는 법인세율 외에도 세무조사 단계에서 대부분의 경우 쿠웨이트 이외 지역에서 수행되는 설계 업무와 관련해 발생하는 설계비에 대해서 15~25%를, 또 해외에서 구매돼 쿠웨이트로 수입되는 자재의 구매비용을 5~15%를 부인하고, 이를 이익으로 인식해 과세하던 시기였다. 당시 쿠웨이트 과세관청의 이를 바라보는 관점은 회사가 설계 업무를 수행하고 자재를 구매하는 행위를 하면서 일정 부분 이익을 고려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에 대해 과세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모든 외국 기업들은 당시 높은 법인세율과 앞서 언급한 설계비용과 자재비와 같이 정당하게 발생한 원가임에도 시행령(Executive Rule)에 의거해 비용을 부인하는 KTA의 과세행정에 많은 불만들이 있었으나 주재국 Governance로 인정하고 이에 따라야 했다.

 

이후 2009년 쿠웨이트 법인세법 개정으로 인해 현행 15%로 법인세율이 인하되고, 2011년부터 발효된 한-쿠웨이트 조세협약에 의해 해외에서 수행되는 설계 용역과 해외 구매 자재에 대한 법인세 면제가 적용되면서, 위와 같은 불합리하게 느껴왔던 부분이 상당히 해소가 됐다.

 

대부분의 외국 기업들은 이제 쿠웨이트도 국제적인 추세에 발맞춰 관세행정도 글로벌한 방향으로 진전되고 있다고 안도하는 동안, KTA에서는 2013년 법인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당초 에이전시와의 외주계약에서 발생하는 외주비의 초과발생분에 대한 비용 부인을 전체 외주비로 확대하는, 한국 기업의 입장에서는 개악을 했고 그렇게 개정된 외주비 초과비용 부인의 문제는 현재 한국 기업의 세무 관련 최대의 쟁점으로 부상했다.

 

2013년 개정된 Executive Rule 28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면, 전체 원가에서 외주비 원가(외주비 외 계약성 원가인 장비비, Manpower Supply, Catering 비용 등도 포함)가 차지하는 비율을 구해서 이 비율을 전체 매출에 적용해 외주비 매출을 계산한다. 그다음 산출된 외주비 매출에서 외주비 원가가 초과하는 금액을 비용에서 부인해 그만큼 이익으로 인식하고 이에 대해 15%의 법인세를 부과한다. 결국 프로젝트가 적자인 경우 외주비 부문에서도 적자가 발생하고, 프로젝트의 적자가 커지면 커질수록 외주비 비용 부인 금액도 커지며, 이로 인해 이익으로 인식한 부인된 비용에 대해 과세를 함으로써 납부 법인세액이 발생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전체 공사금액이 1만인데, 실제 공사를 수행함에 있어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 비용이 상승해 1만5000에 공사를 완료해 결국 손실 5000을 기록했고, 전체 비용 1만5000 중에서 외주계약으로 인한 외주비가 7500이 발생한 경우, 전체 비용에서 외주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50%가 된다. 이렇게 산출된 외주비율 50%를 전체 공사금액에 곱하면 5000이 되는데 이것이 외주 관련 매출로 계산되는 것이다.

구분	프로젝트 전체	외주비	외주 관련 부인금액 계산
매출	10,000		5,000(10,000 x 50%)
비용	15,000		7,500
손익/비용 초과	△5,000		△2,500
외주비용		7,500
외주비 비율		50%(7,500/15,000)
외주비 부인	2,500

 

따라서 이 경우 실제 발생한 외주비가 외주 관련 매출을 초과하게 된다. 위 예시에서 Executive Rule 28에 따르면 외주 관련 매출을 초과한 외주비 2500(외주비 7500 – 외주 관련 매출 5000)을 쿠웨이트 과세관청에서는 비용 부인을 해 이익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 예시에서는 원래 Project로부터 5000의 손실을 기록했으나 Executive Rule 28에 의해 비용 부인되는 2500 외에 통상적으로 쿠웨이트 과세관청의 세무조사 시 다른 항목으로부터 부인되는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적자 프로젝트임에도 법인세가 과세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KTA에서 위와 같이 Executive Rule 28을 개정하게 된 원인으로는 첫째 IMF 및 World Bank로부터 세수 증대에 관한 제언에 의한 것이었다. 현재 시행이 계속 지연되고 있는 부가가치세 도입과 같이 국제 기구로부터 쿠웨이트 정부는 원유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 수입구조의 다변화를 요구받고 있고, KTA에서는 그 일부를 법인세 세무 증대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의지가 반영됐다 볼 수 있다. 둘째로는 KTA에서는 외국 기업들이 조세협약을 통한 이익의 이전을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Major contractor인 쿠웨이트 시장에서 2012년 이후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이 거의 매년 거대한 적자 신고를 하고 있는데, KTA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조세협약을 이용해서 현지 발생 이익을 해외 발생 이익으로 이익을 이전하고 현지에서는 적자 신고를 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심의 배경에는 매년 계속되는 적자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쿠웨이트에서 신규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있는 점도 있다.

 

이러한 Executive Rule 28의 적용으로 가장 많은 불이익이 예상되는 주체가 한국 업체이다. 그 사유는 쿠웨이트 플랜트시장이 2012년부터 수주 경쟁이 격화되면서 전략적인 적자 수주가 상당히 이루어졌고, 이것이 실제 세무신고에 2013년부터 반영되면서 현실화된 부분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타국가보다 자국 업체에 유리한 조항으로 체결된 한-쿠웨이트 조세협약이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KTA로부터 이익 이전에 대한 의심을 유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기 언급한 Executive Rule 28의 적용에 대해 2017년 하반기부터 쿠웨이트 내 진출해 있는 한국 메이저업체들은 주쿠웨이트 대한민국 대사관의 지원 아래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큰 진전은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 업체들의  해당 건에 대한 주장을 살펴보면,

  ① 해당 시행령은 실제로 현지에서 발생한 비용으로, 모법인 법인세법에서 규정하는 바와 같이 발생한 비용에 대해 검증 가능한 경우 그 비용을 세무상 인정한다는 조항을 위배하고 있으며, 


  ② 실제로 적자가 발생했음에도 현 시행령에 따른 계산식을 적용하면 항상 외주비 관련 매출 대비 원가는 초과할 수밖에 없는 불합리한 논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③ 외주비의 경우 대부분 프로젝트의 발주처에서 승인한 정상적인 현지 외주업체에 수행하는데, 이러한 정상적인 외주계약을 통해 발생한 외주비는 인정돼야 한다는 점 등이다.

 

최근 KTA는 주쿠웨이트 대한민국 대사관과 한국 업체들의 요청으로 2018년 12월 초 가진 미팅을 통해 해당 건에 대한 자체 검토를 하겠다는 입장다. 그러나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또 그 결과가 얼마나 합리적으로 나올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그럼에도 희망을 가져볼 수 있는 근거는 최근 각국의 과세관청이 글로벌화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몇 년 전부터 각국의 과세관청 및 재무부는 CRS, BEPS 등과 같은 국제 협정을 통해 각국에 진출해 있는 자국 기업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고 쿠웨이트 역시 이에 동참하고 있다.

CRS(Common Reporting Standard)는 OECD 회원국 간의 다자간 금융정보교환협정으로 각국의 세무당국이 자국 금융기관에 있는 외국 거주 고객(비거주자)의 계좌정보를 보고하도록 해 매년 1번씩 참가국 간에 정보를 교환하는 제도다. 고객의 성명과 주소, 잔고, 연간 이자 및 배당소득 총액 등이 대상이며, BEPS(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세원 잠식 및 소득 이전)는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탄생됐다. 2008년 9월 15일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재정난에 봉착한 주요 선진국의 과세당국은 구글, 애플, 스타벅스 등의 다국적 기업들의 조세회피 행위를 밝혀냈다. 이에 따라 OECD 회원국들은 국제 조세 기준의 보완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며, 2012년 6월 G20 회원국 정상회의를 통해 OECD 재정위원회와 공동으로 BEPS 프로젝트 추진을 결정했다. OECD는 BEPS 프로젝트에 OECD 및 G20 회원국과 개발도상국의 참여를 유도하고, 2013년 2월 BEPS 프로젝트의 15개 실행방안(Action Plan)을 공표했다. 이후 2014년 9월과 2015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공개한 보고서 초안을 해외 각국 정부기관과 민간기구 간의 회의와 수렴기간을 거쳐, 2015년 10월 BEPS 프로젝트 15개 실행방안의 보고서 및 주요 주석서 최종본을 발표했다.

BEPS 프로젝트를 통해 각국의 기업들이 관심을 갖는 분야는 바로 이전가격(移轉價格, transfer price) 규제다. 이전가격이란 다국적 기업이 기업 내부 간의 거래가격을 조작해 조세를 회피하는 가격산출방식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다국적 기업이 법인세율이 높은 국가에 소재하는 계열 기업의 수입가격은 임의로 상향조정하고, 이와 거래하는 세율이 낮은 국가에 있는 계열기업의 수출가격은 높여 과세소득을 세율이 높은 국가에서 낮은 국가로 이전하려는 시도를 일컫는다. BEPS 프로젝트에서는 이전가격을 정상가격으로 산출해 법인세를 부과하는 이전가격 과세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각국은 이전가격 관련 정보 공개를 위해 개별기업보고서(local file)와 통합기업보고서(master file), 국가별보고서(Country-by-Country Report)를 과세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이 같은 국제 조세 추세에 맞추어 쿠웨이트 과세관청도 글로벌한 시각으로 조세정책을 지향할 것으로 판단하며, 향후 이렇게 불합리한 Executive Rule 28과 같은 규정에 대한 재고에 대한 필요성도 느끼리라고 필자는 희망해보는 것이다.

 

또한 해외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도 현지 법률과 세제에 대한 깊은 이해가 더욱 요구되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무조건 조세를 회피하는 것이 최선의 세무 대응이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공헌 개념을 확장해 적용하고, 이익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말처럼 이익이 발생하는 경우 적절한 납세를 이행해 외국 기업으로서 주재국 내에서의 의무를 다하고 있음을 인식시키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일 것이다.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