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특허 조기 확보 방안

S2W2[1] 특허사무소 장 시호 변리사

오늘날 기업들은 자신들의 연구개발 결과의 특허를 통한 권리화에 사활을 걸다시피 한다. 나날이 가속도가 붙고 있는 과학기술의 발전 상황에 비춰볼 때 개발된 기술을 조기에 권리화함으로써 적절한 보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개발 자체만큼이나 중요하다. 이러한 출원인의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 각국 특허청은 특허 심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 결과 중요 국가들에서의 심사기간은 점차 짧아지고 있는 추세에 있으나 출원인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출원인 또는 대리인의 입장에서는 각 나라별 특허제도의 특색에 따라 자신의 발명이 조기에 특허화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하에서는 유럽특허를 조기에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1. 파리 루트(Paris Route) vs. 국제특허출원(PCT)

 

외국에서 특허를 받을 수 있는 방법으로 국제특허출원(PCT) 제도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 PCT 출원이 여러 가지 장점을 갖지만 조기 권리화 측면만을 본다면 추천할 만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특허청에 출원을 한 후 이를 기초로 PCT 출원을 하면 통상 우리나라 출원일로부터 31개월 후에 유럽 특허청(EPO)를 통해 유럽 국내단계 진입을 하게 되기 때문에 그 만큼 특허심사는 지체된다. 물론 31개월을 기다리지 않고 국내단계 진입을 하는 것은 가능하다.

 

반면에 PCT 출원을 하지 않고 우리나라 출원을 기초로 파리조약에 따른 우선권을 주장하면서(파리 루트) 유럽특허출원을 하게 되면 PCT 출원에 비해 심사 결과를 훨씬 빨리 받을 수 있다. 우선권 주장기한이 1년인 것을 감안하면 파리 루트 출원이 PCT 출원보다 단순한 계산으로 19개월의 기간이 단축된다 할 수 있다.

 

PCT 출원의 가장 큰 장점은 국내출원 시 발명의 중요도가 어느 정도인지 모를 경우 30개월 또는 31개월의 기간을 확보하고 그 기간 동안 시장 상황이나 경쟁업체 상황을 보아 가며 어느 나라에 특허출원을 진행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애초부터 그 중요도가 명확해 어느 나라에 특허출원을 할 지가 결정된 발명에 대해서는 굳이 PCT 출원을 이용할 실익이 없다.이는 비용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유럽특허청(EPO) 내부지침 상 PCT 출원을 통한 EP 국내단계 진입 건(“Euro-PCT ”, EPO가 국제조사기관인 경우는 제외)보다는 파리 루트를 통한 EP 출원 건의 심사 우선순위가 높다.우선순위가 가장 높은 것은 우선권 주장 없이 직접 EPO에 출원되는 건이다.

 

2. 조기심사제도의 활용

 

1) PACE (Program for Accelerated Prosecution of EP patent applications)

 

우리나라에 조기심사제도가 있듯이 EPO 출원 건에 대해서도 조기 심사(PACE)를 신청하는 것이 가능하다. EPO에서의 특허심사 절차는 크게 조사 단계(Search Stage)와 심사 단계(Examination Stage)로 구분된다. 각각의 단계에 있어 PACE를 신청할 수 있다. 다만 EPO에서 발행된 출원인 가이드("How to get a European patent")에 따르면 2014년 7월 1일 이후에 출원되었거나 EP 국내단계 진입 건들의 경우 EPO는 출원일 또는 Rule 161(2) EPC[2]에 따른 기간 경과 후 6개월 이내에 조사 보고서(EESR)를 발행하도록 강력 권고하고 있기 때문에 조사 단계에서는 PACE를 신청할 필요가 없다고 안내하고 있다. 심사청구 이후에 진행되는 심사 단계에서는 PACE 신청이 가능하다.

 

2) PPH (Patent Prosecution Highway)

 

EPO가 인정하는 나라의 특허청으로부터 특허 결정을 받은 경우 대응하는 EP 출원에 대해 PPH에 따른 조기심사 신청이 가능하다. 동일한 발명에 대한 다른 나라 특허청의 결정 내용을 참고함으로써 심사를 촉진시키고자 하는 취지이다.

 

3) 각종 규정의 면제(waiver) 신청

 

조사 보고서(EESR)를 받기 전에 EPC 규칙 70(2)조에 따른 초청(invitation)의 면제를 신청하면 조사 보고서는 심사관의 첫 번째 심사결과통지(Office Action)로 기능하며 이에 따라 심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Euro-PCT 건의 경우 EP 국내단계 진입 후 6개월의 기간을 부여하여 청구항을 보정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된다. 출원인은 이러한 권한에 대한 면제 신청을 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국내단계 진입 후 곧 바로 조사 단계가 진행되어 심사 절차를 촉진시킬 수 있다.

 

또한, 특허 결정 전에 EPO는 EPC 규칙 71(3)에 따른 통지를 발행하여 출원인으로 하여금 특허 대상이 되는 명세서나 청구범위 내용이 정확한 지 확인할 기회를 부여한다. 출원인을 이러한 통지를 받을 권한의 면제 신청을 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해당 절차 없이 보다 신속히 특허 결정을 받을 수 있다.

 

3. 조기권리화를 위해 출원 시 및 심사 절차 상 유의할 점

 

1) 출원 시 유의할 점

 

EPO는 유럽 특허출원에 대해 몇 가지 독특한 형식적 요건들을 요구한다. 발명 카테고리(장치, 방법 등) 당 하나의 독립항 요건을 포함하는 발명의 단일성, 청구항 형식에 있어서의 Two-part form 등이 그것인데, 특히, 발명의 단일성 요건에 위반될 경우 EPO는 별도의 통지를 출원인에게 보내기 때문에 절차의 지연 요인이 된다. 따라서, EP 특허출원 시에는 EPO에서 요구하는 형식적 요건들을 충족할 수 있도록 출원서류를 완비하여 출원을 진행하는 것이 심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우리나라 해외출원 실무 상 미국 출원 요건에 맞춰 출원서류를 작성하고 이를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출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경우 EPO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출원 시 보정 없이 진행하면 보정 요구 등으로 인해 절차가 지연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2) 심사 과정에서 유의할 점

 

EPO가 발행하는 조사 보고서의 경우 발행일로부터 7개월에서 8개월[3], 심사결과통지에 대해서는 발행일로부터 4개월의 응답기한[4]이 출원인에게 부여된다. 통상적으로 기한 만료 직전에, 심지어는 기한을 몇 차례 연장한 후에 응답이 이루어지는데 이 또한 절차 지연의 요인이 되고 있다. 심사기간의 단축을 원한다면  가급적 빨리 그리고 심사관이 제시한 모든 거절이유에 대해 빠짐 없이 충실히 답변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4. 결어

 

최근에 EPO에서도 심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EPO에서 발행된 2017년 연간 보고서(Annual Report 2017)에 따르면 조사 보고서 발행 시까지 출원일[5]로부터 평균적으로 4.8개월이 소요되고 심사청구 후 특허결정 통지 시까지는 약 22.1개월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러한 기한은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은 제도를 바탕으로 출원인 또는 대리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더욱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한편, EPO 심사관들의 심사 수준은 전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필자의 경험상으로도, 기술분야에 따라 다소 다를 수는 있지만, EPO에서 특허를 받기가 가장 어려운 편이다. 다시 말해서, EPO에서 발행되는 조사 보고서의 수준이 다른 어느 나라의 특허청보다 높다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과 조기에 발행되는 EPO 조사 보고서를 활용하면 불필요한 해외 출원 수를 줄일 수 있다고 판단된다.

 

즉, 우리나라 특허청에 선출원 후 이를 토대로 우선권 주장과 함께 조기에 EPO에 특허출원을 하면 우선권 기한 만료 전에 EPO 조사 보고서를 받을 수 있다. 그 조사 보고서의 내용에 따라 특허 가능성을 판단하고 가능성이 높은 것 위주로 다른 나라에 해외출원을 진행하는 것이 특허 가능성의 제고와 함께 특허출원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