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한국 음식을 만들어 팔려는 청년들에게 멘토이자 롤모델이 되는 김희욱씨. '덴마크 호떡청년'으로 국내 언론에도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는 김희욱씨가 지난 9월, 코펜하겐 중심가에 위치한 시장 토브할렌(Torvehallerne KBH)에  한국 음식 전문점 'KOPAN RICE(코판라이스)'를 개장했다. '코판'은 ‘한국 사람들의 무대’(Korean + Pan)라는 의미이다. 한식당 ‘코판’은 비빔밥을 필두로 한국을 알릴 수 있는 다양한 음식들을 차례로 선보일 계획이다. 그를 통해 어떻게 이색적인 한국음식으로 이역만리 덴마크에서 해외창업에 도전할 수 있었는지와 그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이하는 김희욱씨가 직접 작성한 내용이다.    

 

2010년 1월, 교환학생으로 덴마크에 첫발… 생각보다 너무 낮은 한국 인지도에 놀라 

 

7년 전, 교환학생으로 처음 덴마크를 방문했을 때 가장 놀랐던 것은 덴마크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서 너무 모른다는 것이었다. 북한 도발 소식을 제외하면 한국에 대한 뉴스 보도는 거의 전무한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학교에서 개최하는 '다문화 저녁(Multi Cultural Dinner)' 행사에 자원봉사자 자격으로 한국 음식문화에 대해 소개할 기회가 생겼다. 한국의 다양한 음식문화에 대한 소개를 마치자 많은 사람들이 한국 음식에 관심을 나타냈는데, 이를 계기로 '음식을 통해 한국을 알려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방한 경험 덴마크 친구 100명 대상으로 한국에서 그리운 음식 설문조사, 자전거 호떡 노점 개시

 

덴마크 공대(DTU) 대학원을 졸업한 후 어떤 식으로 사업을 추진해나갈지 좀 더 구체적인 준비작업에 돌입했다. 가장 먼저, 아이템을 선정하기 위해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체류한 경험이 있는 덴마크인 또래 친구 100명에게 '어떤 한국 음식이 제일 먹고 싶은가?'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1위는 BBQ,  2위는 비빔밥, 3위가 호떡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서 자본금 없이 바로 판매가 가능한 아이템이 3위로 꼽힌 호떡이었다. 기왕 만들어 팔 바에야 가장 맛있는 호떡을 선보이고 싶은 욕심에, 무작정 서울 남대문과 부산 남포동 등을 두루 돌아다니며 호떡 장인들로부터 비법을 전수받았다. 

 

호떡 장사를 하기 위해 필요한 부대시설(부엌, 창고)과 재료를 수입하기 위한 정보도 수집해나갔다. 씨앗 호떡 30개를 만들어 코펜하겐 시청에 찾아가 직원들에게 일일이 맛을 보여주고 프로젝트 계획서를 나눠준 후에 창업 허가증을 받았다(코펜하겐시에서는 매년 도시 색을 살려 자전거로 음식 장사를 할 수 있도록 24개 지원자를 선정, 자릿세 없이 이동하며 노점 운영을 할 수 있는 권한 제공).

 

매년 4월 1일 시에서 선정된 팀에게 허가증을 주는 행사

 

덴마크 친구의 도움으로 사업비자를 발급받았고, 지방정부에서 운영하는 무료 창업교육도 이수했다. 마침내 2014년 1월 노점으로 개조한 3바퀴 자전거를 몰고 다니며 덴마크 코펜하겐 곳곳에서 호떡 푸드 트레일러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첫 1년 반 동안은 길거리를 누비고 다니면서, 다음 2년 동안은 코펜하겐 중심지 토브할렌(Torvehallerne)에서 호떡을 판매했다.

호떡 노점 전경

 

노점에서 한국음식 전문 매장 오픈까지

호떡을 판매하며 다양한 덴마크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덴마크에 대해 한층 더 많이 배우게 됐다. 장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을 좀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면 좋겠다고 생각할 즈음 한국에서 온 기자 출신 친구를 만나 한국에 덴마크를 알리는 미디어를 시작해 보자고 의기 투합하게 됐고, 한국 내 유일무이한 덴마크 전문 미디어 Naked Denmark(/nakeddenmark.com)를 설립했다[이 때까지는 최근 도입된 창업비자(Establishment Card) 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한국 회사의 지사형태로 회사가 세워졌다].

* 덴마크에서 석사·박사학위 취득 시 창업 가능한 비자(최대 2년까지 체류 가능)

Naked Denmark에서는 덴마크를 알리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해 웹사이트에 게재하고, 매달 덴마크에 관한 책을 읽고 토론하는 덴마크 북클럽도 운영 중에 있다. 아울러, 한국인 관광객들이 좀 더 덴마크를 깊이 체험할 수 있도록 교육·정책·비즈니스 중심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맞춤형 컨설팅도 제공 중이다. 

곧이어, KOPAN Rice를 간판으로 내건 한국 음식 전문매장도 지난 9월 개장하게 됐다(호떡 푸드 트레일러는 그대로 매장 맞은 편에서 운영 중이다). 가격을 낮춰 가장 비싼 메인 메뉴인 비빔밥도 75덴마크 크로네(1만3500원) 정도이다. 김밥과 덮밥 메뉴는 65덴마크 크로네(1만1700원)이다(한국을 좀 더 알리고 싶어, 주력 메뉴인 비빔밥과 김밥은 한국의 도시명을 따서 메뉴명을 정했다). 맥도날드 빅맥 세트가 70덴마크 크로네(1만2600원)임을 감안하면 부담 없이 시식해볼 수 있는 가격이다. 아울러 손수 만든 김치 4종뿐만 아니라 만두, 전, 떡갈비, 잡채, 국 등을 취향대로 주문할 수 있다.

 

한국 음식문화 알리기 위해 한국 식품브랜드와 콜라보 , 한국인 셰프 팝업 이벤트 등도 기획

단순한 한식 전문점에 안주하기 보다는 좀 더 다양한 한국 음식문화를 알리기 위해 북유럽 진출을 계획 중인 한국 식품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제품 시장성 검토), 덴마크 체류 중인 한국인 셰프 팝업 이벤트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셰프 팝업 이벤트 결과가 좋으면 해당 셰프에게 매장을 임대할 수도 있으며, 메뉴 개발에 대한 인센티브도 제공할 예정이다. 한층 더 나아가 이들 셰프로부터 레시피를 모아 책을 발간할 계획도 있다. 

 

덴마크에서 창업하려는 청년을 향한 조언이 있다면

해외에서 창업을  도전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의 이해도와 정보이다. 시장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진출하고 싶은 분야 혹은 상품·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얼마나 있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그 니즈를 분석하는데 있어서 진출하고자 하는 나라에서 소비의 형태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공급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과정에 있어서 기회비용이 발생되는 부분을 찾아 낼 수 있다면 창업에서 실패할 수 있는 확률을 낮출 수 있다. 또한, 덴마크 같은 경우에 한국과는 다른 세금정책이 있기 때문에 창업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법인형태·비자 그리고 세금에 대한 기본 정보들을 잘 알고 있어야한다. 덴마크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외국인들에게도 EU 협회와 지자체 후원으로 무료 강의들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참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