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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나이지리아에는 볼 게 뭐가 있어요?
  • 외부전문가 기고
  • 나이지리아
  • 라고스무역관 서기열
  • 2017-05-23
  • 출처 : KOTRA


류지선 Blue Management Ltd 대표  



사자? 코끼리? 얼룩말? 치타? 정글?


이곳에 처음 오거나 잘 모르는 사람들이 늘 내게 묻는 질문이다. 아프리카라고 하니 쉽게 떠오르는 이미지를 연상하며 호기심으로 근사한 대답을 기대한다. 아쉽게도 이곳엔 그 흔한 사파리도 없고 동물도 없으며 잘 단장된 공원조차 없다. 특히 경제 수도인 이곳 라고스는 엄청난 차들의 매연, 무질서한 건물들로 삭막하기 그지없고 풍부한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남쪽지방은 농경지가 거의 파괴되고 석유 시추로 인한 자연파괴로 환경이 더욱 처참하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사람입니다'


아프리카 최대 인구인 1억7000만 명. 식민지 시절 서구열강들에 의해 인위적으로 국가가 형성된 탓에  수백 개의 종족이 다른 언어, 문화를 가지고 매일매일 어마어마한 갈등과 소통의 마찰음를 내며 살아가는 모습은 참으로 경이롭다. "쟤는 나란 다른 종족이라 안 놀아", "쟤는 북쪽에서 와서 믿을 수가 없어", "쟤는 이보 종족이기 때문에 거래할 때 특히 조심해야 해" 등등.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외국인인 내 눈에는 다 비슷비슷해 보인다.


사기칠 사람은 종족과 상관없이 사기를 치고, 게으른 사람은 종교와 상관이 없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서로 연합하기보다는 자신들을 타인으로부터 분리시키고 그 가운데서 자신의 이득을 찾아 행동하는 경우가 만연하다. 정치인들에게는 최적의 상황이다. 세계 석유매장량 Top 10에 들고, 천연가스는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고, 지진이나 태풍같은 자연재해는 전무하며, 이모작·삼모작이 가능한 기후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나이지리아는 매년 부정부패 국가순위에서 Top 3를 벗어나지 않는다. 나이지리아는 절대 가난한 나라가 아니다. 런던의 최고급 호텔을 가장 많이 점유하는 사람들, 가장 많은 금액의 쇼핑을 하는 사람들이 바로 나이지리아인이다. 오죽하면 전 영국 총리 카메룬이 나이지리아를 일컬어 'terribly'가 아니라 'fantastically corrupt country'라고 했겠는가? 영국으로부터 오랫동안 식민지 지배를 받은 탓인지, 나이지리아인들의 로망은 대부분 영국에 가서 쇼핑하는 것이라고 한다. 현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몸이 아프거나 건강검진을 받을 때면 늘 영국으로 간다. 이 정도로 나이지리아인들의 영국에 대한 신뢰는 대단하다.


사람에 대해서도 자신들과 같은 흑인보다는 외국인, 특히 백인들을 추종한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는 네덜란드 친구는 때때로 본인과 상관없는 미팅에 참석해주는 것만으로 돈을 받는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하곤 한다. 어떤 미팅이든 백인이나 외국인이 참석하면 나이지리아인 입장에서는 '보기 좋은 풍경'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나도 미팅 때마다 의외의 환대를 받은 적이 많고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도 외국인이라 유리한 점도 많다(물론 그만큼 사기당할 확률도 높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신뢰가 바닥을 치는 곳이라 그런 지, 외국인이라고 하면 최소 50% 이상은 가산점을 받고 시작할 수 있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언제나 열심히 사는 사람들


외국인 입장에서 나이지리아인들을 바라보면 어느 정도 공통된 국민성이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욕구에 충실하고 땀 냄새가 많이 나는 국민들!!' 이곳 사람들은 사업할 때 자신들이 원하는 것들을 아주 친절하게 직접적으로 얘기해 준다. 한국인들처럼 겉으로는 아닌 척하며 뜸을 들이거나, 테이블 뒤에서 따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일이 없다. '나는 롤렉스 시계가 갖고 싶어!', '나는 이 정도는 받아야겠어. 내 계좌번호 보내줄게. 한 시간후에 송금 확인해보면 되겠니?' 우리 입장에서는 뻔뻔해 보일 정도로 이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들을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이들의 지나친 솔직함에 웃음이 날 때도 많다. 힘겨운 하루하루의 일과 속에서도 업무 후 팁을 주거나, 작은 선물을 주는 등 내가 줄 수 있는 어떤 성의를 표시할 때 그들은 아이와 같은 해맑은 미소를 보인다. 이들은 과거와 미래를 살지 않고 바로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직장 상사한테 한 시간 동안 욕을 먹었든, 누군가와 대판 싸우고 엄청 열받은 상황이었든 간에 지금 자신이 배불리 먹고 무언가를 받으면 그 자체로 행복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선행을 베풀 때 반드시 명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내가 지금 하나 주면 그것에 감사하며 행동을 조심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번에는 아주 당연하게 최소 두 개 이상은 기대를 한다는 것을!! 

 

나이지리아인들은 자신들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많이 싸우고 소리지르고 드세게 행동하지만, 여타의 아프리카인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근면하고 열심히 일하는 민족이다. 그래서 땀 냄새가 많이 난다. 지금은 배고프고 가난하지만 이렇게 살아있고 발버둥치고 있다는 존재성을 진하디 진한 땀 냄새로 늘 증명한다. 이들의 눈빛만 봐도 다른 아프리카인들과는 다른, 먹이를 향한 강렬한 집념을 느낄 수 있다. 아무리 국가시스템이 망가져도, 정치인들이 모든 부를 독식해도, 자신의 상황이 절망적일지라도, 이들은 생존을 위해 새벽 5시에 나와 언제 분해될지 모르는 위험한 노란 버스에 올라타 일터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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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가장 극단적인 본능에 충실한 모습들을 볼 수 있는 곳, 진하디진한 사람들의 냄새와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곳, 신뢰가 없는 곳이기에 아주 작은 신뢰로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줄 수 있는 곳. 이런 희한한 곳이 바로 나이지리아이다.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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