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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라오스의 외식문화와 한국 외식산업의 진출 가능성
  • 외부전문가 기고
  • 라오스
  • 비엔티안무역관 정다은
  • 2014-12-11
  • 출처 : KOTRA
Keyword #외식산업

 

라오스의 외식 문화와 한국 외식산업의 진출 가능성

 

정상현 café nomad 사장

 

 

 

라오스의 주식은 전통적으로 찹쌀밥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동네 절에서 들려오는 새벽 종소리에 잠을 깨자마자 밤새 불려둔 찹쌀을 대나무 소쿠리에 담아 물을 담은 양은냄비 위에 얹어 숯불에 쪄내는 것은 라오스 일반 가정의 흔한 아침 풍경이다. 이렇게 쪄낸 밥은 다시 커다란 대나무 밥통에 담겨 하루 종일 한 가족의 주식이 되고 또 아침 탁발로 스님의 발우를 거쳐 절로 들어갔다 동네 가난한 집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밥에 곁들이는 찬은 다양하다. 고추와 생선젓갈을 기본으로 해서 각종 채소를 구워 절구에 함께 빻은 양념장이 가장 보편적인 반찬이고 여기에 튀기거나 구운 고기, 찌거나 볶은 채소 요리가 한두 가지 더해지면 한 상이 차려진다. 일을 나가는 식구는 이 찹쌀밥을 뚜껑달린 작은 대나무갑에 옮겨담고 귀퉁이에 양념장 한 수저, 쥐똥고추 몇개, 고기 한두 점을 찔러넣으면 도시락 준비 끝이다. 하지만 도시락을 싸가지 않고 직장이나 학교에서 점심시간에 집에 돌아와 식사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저녁은 온 가족이 모여서 함께 먹기도 하지만 찹쌀밥 자체가 보관성이 좋기 때문에 상을 차려둔 채 집에 돌아오는 순서대로 각자 알아서 먹는 경우도 많다.

 

이같은 전통적 식사문화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지만 최근 급격한 사회적 변화와 함께 음식문화에도 새로운 요소가 조금씩 추가되기 시작했다. 영세 자영농 수준의 농업기반 사회가 3차산업으로 급격히 이행하며 서비스업 종사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 외식의 기회가 확대된 것이 그 주된 이유이다. 라오스의 외식은 크게 아침-점심-저녁의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아침에는 직장인과 상인이 주고객층이며 메뉴는 쌀국수 중심의 면류(퍼, 카오삐악, 반꾸언 등)와 바게트 샌드위치 류가 주종을 이룬다. 쌀국수를 전문으로 파는 음식점은 대개 오전 7~8시 경에 열어 오후 2~3시 이전에 문을 닫는다. 점심에는 직장인과 학생이 주고객층이 돼 오전과 동일한 면류와 함께 덮밥류(카오카무, 카오랏나 등)나 볶음밥, 볶음면 등의 일품음식을 먹는 것이 보통이다. 저녁은 회사단위의 회식이나 가족, 친구단위의 외식이 많으며 메뉴도 가장 다양하고 주류가 곁들여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중산층 이상으로 제한된다. 라오스 전통음식과 서양식, 태국식 메뉴가 혼재한 비어가든 형태의 대형 음식점이 이 저녁 회식의 주목적지이며 특히 라이브 밴드의 공연이 있는 업소가 인기있다. 이외에도 전통적으로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 식당이 상류층의 꾸준한 지지를 얻으며 일본문화가 만연한 태국의 영향을 받아 일식에 대한 선호 또한 높은 편이다. 최근 급격히 늘어난 중식당 및 한식당은 대부분 자국민 위주로 영업해 일부 대형 업소를 제외하고는 현지인의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라오스는 역사적으로 태국과 그 기원을 같이 하고 민족 구성, 언어 등에서도 유사한 점이 많아 채널이 다양한 태국 방송이 오히려 소규모의 라오스 자체 방송보다 선호되는 등 문화부문에 있어 태국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음식부문도 예외가 아니어서 태국 방송에서 소개되는 음식에 대한 인지도가 높고 그렇기 때문에 태국 브랜드가 라오스에 진출했을 경우 훨씬 더 쉽게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 또한 태국과 라오스는 국경을 맞대고 있어 물류에 유리하고 같은 ASEAN 회원국으로 태국 기업의 라오스 진출이 타 권역 국가에 비해 유리한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어 이미 피자 컴퍼니, 트루커피, 후지, 땀무아, 콩뷰, 아마존커피 등의 태국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이 최근 수 년 사이에 지점을 잇따라 열어 라오스인의 호응을 얻고 있다. 맥도날드나 KFC 등의 유명한 글로벌 프랜차이즈 기업도 아직 열지 못한 라오스의 외식 시장을 태국이 먼저 선점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태국에 거점을 두고 있는 프랜차이즈 기업이 아니면 라오스의 외식시장을 매력적으로 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구매력 있는 중산층과 상주 외국인이 밀집해 있는 수도 비엔티안을 제외하고는 업장을 열 만한 마땅한 입지를 찾기 어려운 데다 교통이 열악한 지방에 지속적으로 물류를 공급하는 것도 악조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베트남에 진출해 상당한 성공을 거둔 적 있는 한국 외식프랜차이즈 업체가 수년 전 서로 인접한 베트남과 라오스를 한 벨트로 묶어 사업을 확장해 볼 요량으로 사업타당성 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라오스 시장규모와 교통접근성의 문제로 투자를 보류했다.

 

그렇다고 라오스의 외식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불가능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독신이나 핵가족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이고 그에 따라 외식시장은 분명히 현재보다는 더 팽창할 것이다. 가장 안전한 것은 태국에서 성공한 브랜드를 들여오는 것이겠지만 여기에는 초기 프랜차이즈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또 라오스인과 혈연으로 연결된 태국인과의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것이 약점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이런 프랜차이즈 식당은 현재 일반적인 라오스 시민의 시각에서는 고급스러운 외식문화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시장이 크지 않은 라오스에 몇 개의 브랜드가 더 들어와 서로 경쟁할 경우 쉽게 평범한 문화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고급화 전략인데 여기에는 타깃층을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발생한다.

 

라오스의 최상류층은 국내에서보다는 아예 해외로 나가서 소비를 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그보다는 낮은 층을 타깃으로 하면서도 일반 태국 프랜차이즈 식당과는 차별화할 수 있어야 한다. 현지의 보편적인 입맛에 부응하되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반대로 박리다매 전략을 취할 수도 있다. 한국에서도 90년대에 뷔페식 식당이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라오스에서도 음식종류가 다양하거나 고기를 무한정 가져다 구워 먹을 수 있는 뷔페식 식당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종류의 식당은 재료 수급과 마진 및 가격 설정 등에 대한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고 또한 초반에 인기몰이를 할 수 있어야 하므로 적절한 식단 편성과 종업원 교육, 사전 홍보 등의 준비단계에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시장의 가능성보다도 더욱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현지에 대한 깊은 이해다. 10여 년간 라오스의 변화를 지켜봐 왔고 그 속에서 많은 한국 외식업체가 생겨났다 사라져갔다. 사라져간 많은 업체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았지만 '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서는 무신경했다. 한국이 라오스보다 잘 사는 나라여서 대접받을 줄 알았는데 본인이 받은 것이 원했던 대접이 아니라 실망하는 이들도 있었다. ‘종업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는 라오스에서 사업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모두 자신을 중심에 두고 하는 말이다. 라오스에서 한국인이 외식사업을 한다는 것은, 크게 말해서 외국인으로서, 현지인의 힘을 빌어 현지인의 돈을 벌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나’를 내세워야 하는 대목은 많지 않다.

 

최근에 한국의 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인기 연예인이 라오스를 여행하는 장면이 방영된 이후 한국 여행객이 부쩍 많이 늘어나 라오스의 여행 및 외식관련 업체는 그 어느때보다 부푼 기대를 안고 겨울 성수기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무언가 어색하지 않은가? 여기는 분명히 라오스인데 라오스가 낄 여지는 없다. 온통 한국사람뿐이다. 금방 끓어오른 거품은 금방 꺼지게 마련이다. 이국적인 풍경을 찾아 왔는데 한국사람만 들끓는 풍경은 곧 식상해질 것이며 그렇게 몇 달만 지나면 연예인의 기억은 잊혀질 테고 매일 한국에서 사람을 실어나르는 전세기는 운항을 중단할 것이다. 사업을 하려면 이런 평상의 시점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스무 개가 넘는 한식당이 3000여 명에 이른다는 교민을 상대로 경쟁하고 있다. 목표를 좀 넓힐 필요가 있지 않을까.

 

10년 가까이 단골로 다니는 술집에 10년째 일하고 있는 바텐더가 있다. 한국사람은 다 진득하게 일하는 직원 구하기가 그렇게 어렵다는데 이렇게 오래 일할 수 있는 비결이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돌아온 대답은, “손님도 10년째 여기 단골로 오시잖아요. 이 가게를 좋아하시는 거잖아요. 저도 그래요. 우리 가게가 좋아요. 왜냐 좋은 가게니까요.” 간단한 것이었다.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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